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가독성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할런코벤은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와 더불어

내가 뽑는 미국 3대 미스터리 작가 중 하나다. 제프리 디버와 마이클 코넬리보다는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할런 코벤은 세계 3대 미스터리상인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일 정도로 국내보다는 세계적으로 더 유명한 작가다.

 

코벤 소설 특징을 꼽으라면 주인공은 주로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라 일반인인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제이크 피셔 역시 대학교수다. 추격과 살인이 난무함에도 코벤은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도 하드보일드 일색인 다른 작가와의 차별점이다.

 

그는 또한 반전을 갖고 논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 3, 4단 반전도 우습게 만들어 낸다. 주인공을 둘러싼 조력자와 적대자도 특정할 수가 없다. 조력자는 어느새 적대자가 되기도 하고, 적대자가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또는 조력자-적대자-조력자 식으로 3단 변신도 아무렇지 않게 해치운다. 그러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그의 유머가 작렬하는 순간 긴장은 저절로 느슨해질 뿐.

 

제이크 피셔는 소울 메이트라 여겼던 나탈리의 결혼식을 찾아간다. 나탈리는 예전에 사귀었던 토드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며 두 번 다시는 자신들을 찾지 말 것을 제이크에게 부탁한다.

 

6년 후, 어느날 피셔는 토드의 부고를 보고는 고민 끝에 장례식을 찾아간다. 장례식에서 토드의 아들 에릭이 추모사를 낭독한다. 어떻게 15살의 아들이 있을 수 있지? 장례식장에서 피셔는 나탈리를 만나지 못한다. 아니, 만날 수가 없었다. 고인의 아내는 나탈리가 아니라 샌더슨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친구인 베네딕트는 이중 결혼이거나 피셔가 동명이인의 다른 토드를 찾아갔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래서 그날 이후 피셔는 나탈리의 소재를 찾기 시작한다. SNS상에서 나탈리를 찾을 수 없자, 피셔는 결혼식장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탈리 동생 줄리 포트햄에게 연락을 취한다. 줄리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피셔는 나탈리를 처음 만났던 버몬트의 농장 창조적 재충전 휴양소를 찾아간다. 농장 근처를 배회하다 피셔는 경찰관과 마주친다. 경찰관들은 예전부터 창조적 재충천 휴양소같은 건 없었다고 말한다. 피셔는 이어 나탈리와 토드가 결혼한 교회를 찾아가지만 장부에는 6년 전 결혼 기록도 없고 피셔가 기억하는 결혼식을 주관한 목사는 그런 결혼식은 주관한 적이 없다고 피셔에게 당장 교회를 떠나라고 말한다.

 

피셔는 이번에는 나탈리와 자주 가던 베이커리를 찾아간다. 그곳의 여주인 이름은 쿠키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빵집 주인은 제이크 피셔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쯤 되면 과연 피셔라는 화자를 독자인 우리가 믿을 수 있을까? 그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아닐까. 피셔는 한때 FBI에서 근무한 산타와 만난다. 피셔가 나탈리의 소재파악을 부탁했던 것. 산타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손에 쥔 이상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었다. 코벤답게 지루한 순간이란 없다.

그의 소설엔 수십 개의 터닝 포인트들이 있기에.

 

자신의 운명적 여인과 결혼한 남자의 장례식을 6년 만에 찾아갔더니

미망인은 자신이 그리워하던 그녀가 아니라니! 강렬한 hook이다.

 

이 강렬한 hook이 결국 코벤의 발목을 잡았다. 소설의 끝장을 넘기고는 이 결혼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깨닫는다.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다. 나탈리는 피셔를 속이기 위해 결혼했다. 차라리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남자를 따라 이민을 가게 되었다면 그만 아닌가. 조작된 결혼식이건만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토드가 실명을 썼다는 점도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은 다 가명을 쓰는 마당에)

 

해피엔딩이건만

이번 코벤의 작품은 마냥 해피하지가 않았다.

 

이 모든 비극은 한 학생의 컨닝 때문에 비롯되었다.

컨닝하지 말자.

 

- 2015. 8. 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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