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요리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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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특별요리>를 포함한 스탠리 엘린의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단편들 마다 언뜻언뜻 다른 영화나 소설들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손발의 몫>은 카프카를, <성탄 전야의 죽음>은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연상시킨다. <최상의 것>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 씨>, <배반자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하우스 파티>는 영화 <버드맨>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나 <버드맨><하우스 파티>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한 게 아닐까.

 

20세기 단편 추리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스탠리 엘린은 흔히 로알드 달과 비교되었다고 해서 의아했다. (로알드 달도 미스테리 작품으로 에드가 상을 수상했는지 몰랐다.) 로알드 달에 비견될만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가 아닐까. 10편의 단편 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 배꼽을 잡고 방바닥을 굴렀다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허리가 온전한 상태였더라면 굴렀을지도. 이 단편을 읽으면서 애플비씨와 조니 뎁의 얼굴이 자꾸만 겹쳤는데,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나라면 단연코 조니 뎁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애플비씨는 골동품 가게 주인이다. 그는 법의학 서적을 통해 자신이 찾던 사례를 발견한다. 사례의 부인은 조잡한 소형 깔개 위에 넘어져 사망했고 사고사로 추정되었다. 변호사는 남편에게 살인죄를 물었고 검시를 통해 혐의를 증명하려던 차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해 사건은 종결된다.

 

애플비는 이 사례를 이용해 여섯 명의 아내를 갈아치운다. 또 다시 빚에 쪼들린 애플비는 보자마자 혐오감이 들었으나은행 잔고가 여섯 자리 수인 마사 스터지스에게 구애한다.

 

애플비씨는 결혼 일주일도 안 돼 마사에게 깔개를 쓰기로 작정한다. 물을 청한 뒤 깔개 위로 오면 한 어깨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손을 들어..... 애플비 부인이 말한다.

다른 사람들 한테도 이랬어요?”

 

애플비 부인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를 똑같은 방식으로 죽였다고. 아버지는 체포되지 않았고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렇다. 애플비씨가 법의학 서적에서 읽은 바로 그 사례였던 것!!

 

애플비 부인은 9시 이전에 그녀의 변호사에게 전화로 매일매일 보고하기로 돼 있었다. 만일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녀의 변호사는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애플비씨가 변호사에게 온 전화를 애플비 부인에게 건네려 하는 순간, 애플비 부인은 물잔을 내려놓기 몸을 틀었는데......깔개가 살짝 미끄러지고.....

 

, 정말 웃겨 죽겠다. 스탠리 엘린은 미스터리 소설보단 유머 소설을

썼더라면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그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

 

메모한 문장들.

 

 

 

p127. 아내들을 구별하는 유일한 기준은 은행 계좌 총액의 자릿수였다. 처음 두 명의 부인은 네 자릿수짜리. 세 번째 부인은 세 자릿수(깜짝 놀랐다. 실로 불쾌했다)’ 짜리였다.마지막 세 명은 다섯 자릿수짜리였다. 여섯 부인의 유산을 합친다면 누구의 기준으로도 상당한 액수였지만 만족을 모르는 애플비의 골동품과 진귀품이 유산이 들어오는 족족 바로 낚아채갔기 때문에(마치 허기진 도마뱀이 파리를 낚아채듯) 애플비 씨는 여섯 번째 부인을 묻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때보다도 심각한 경제적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이라 여느 때라면 다섯자릿수짜리를 꿈꾸었을 애플비 씨가 네 자릿수짜리로 타협할 생각까지 했다. 이 순간 마사 스터지스가 등장했으니 삶이 실로 기가 막히다 할 것이다. 십오 분의 대화 끝에 그는 네 자릿수와 다섯 자릿수를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버렸다.

마사 스터지스는 여섯 자릿수짜리였던 것이다.

 

p140. 특히 견디기 힘들었던 또 다른 어느 날 마사 스터지스가 말했다. “어디선가 들은 건데요, 흡족한 결혼은 여자의 수명을 연장해준대요. 결혼이 긍정적인 것이라는 훌륭한 증거예요. 그렇죠?” “물론입니다.” 애플비씨가 말했다.

 

한 달의 평가 기간 동안 그는 다양한 억양을 곁들인 물론입니다.”라는 한 가지 문장에 철저히 의존하며 대화를 했는데 그 전술은 맞아떨어졌다. 마의 한 달이 저물었을 때 그는 공식처럼 읊던 표현을 게인즈버러와 게인즈버러, 골딩이 유일한 하객으로 참석한 결혼식에서 결혼 선서로 바꿔 읊을 수 있었다.

 

체스의 고수

p167. 수를 둘 때마다 보드 자체를 돌리는 건 어떨까? 아니 어차피 체스는 철저하게 정신적인 게임이니 충분히 단련한다면 실제로 보드를 돌릴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조지는 점점 흥분에 휩싸였다. 상대의 차례가 되면 그저 상대방이 되어버리는 것’, 이것이 비결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백의 자례. 조지는 당면한 과제에 착수했다. 그는 백의 편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기에 백이 해야 할 것을 해야했다. 그뿐 아니라 백이 느끼는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집중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목표는 더욱 멀어져갔다. 그가 손을 뻗으려는 그 순간, 거듭 또 거듭 흑이 의도한 수의 생각이, 흑이 둘 것이 분명한 수의 생각이 머릿속으로 수은 방출처럼 떼구르르 굴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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