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아직은 아동 지도가 서툰 새내기 교사입니다. 잘 가르치고 싶어 교재 연구도 열심히 해 보지만, 수업은 계속 실패하고 있어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단호하게 야단을 치지 못하다 보니 저를 만만하게 보는 거 같아요. 교실 분위기가 자꾸만 나빠지면서 학습권을 침해받는 친구들이 생겨나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하루를 마감하게 됩니다.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날마다 떨어지고 있어 정말 속상해요. 다시 한 번 힘을 내게 해 줄 좋은 책 없을까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 너무 진부할까요? 하지만 무수한 실패 속에는 분명 성장의 씨앗이 숨어 있다는 말에 공감하실 거예요. 신학기를 준비하면서 들은 줌 강의에서 모든 선생님이 알고 있을 법한 유명한 강사분이 실패 경험을 들려주셨을 때 저는 깜짝 놀랐답니다. ‘아, 저런 분에게도 실패의 쓰라린 시간이 있었다고?’ 그리고 생각했어요. 실패한 후 거기서 멈추느냐, 다시 한 번 더 자기를 추스려 나아가느냐에 따라 성장이 결정된다는 것을요.
<<자존감, 효능감을 만드는 버츄 프로젝트 수업>>(권영애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2018)을 만난 것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새내기 선생님의 말 때문이었어요. ‘버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도덕과 수업 시간에 적용도 해 본 터라 저는 아는 척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함께 원격 연수를 듣고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의 활동에서 큰 효과를 얻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설프게 아는 척 했기 때문이었지요. 책을 다 읽더라도 당장은 권영애 선생님처럼 실천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에 분명 따뜻한 위로가 가 닿을 거라 믿어요.
오늘도 교실에는 학습 과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낸 친구가 있었어요. 학급에 특수 아동이 있어 그 아이를 챙기다 보면 눈길을 주지 못할 때가 있는데, 정리도 안 되고 학습 진행도 안 되고... 평소라면 속상한 마음에 소리부터 버럭 질렀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네 미덕이 자고 있어서 그래. 넌 미덕을 깨울 수 있어. 어떤 미덕을 깨우면 좋을까?”
이 말은 아이를 변화시키는 힘을 품고 있는 마법의 말이에요. 동시에 아이를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도록 교사의 마음을 단련시켜 주는 신비한 힘도 가지고 있어요.
학기 초에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싶은 미덕을 골라 우리 반 목표 정하기를 했어요. 아이들은 존중, 배려, 협동이라는 3개의 미덕을 골랐죠. ‘존중, 배려, 협동이 꽃피는 우리 교실’은 조금 더 따뜻해졌어요. ‘버츄 프로젝트’를 통해 꾸짖고 야단치는 대신 믿어주고 기다려줌으로써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에요. 제게도 아직 다이아몬드가 되지 못한 갈고 닦아야 할 원석들이 있어요. 그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로 조금 더 성장하려 해요. 선생님, 우리 함께 해 보아요.
Q2 학급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비장애인 친구들이 편견 없이 친구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줄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도움이 필요한 친구와 함께 생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고맙게도 그때마다 반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와 이해 덕분에 어려움 없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었어요. 올해도 그런 친구가 있었고 아이들에게 동생 같은 친구, 학습이 느려 기다려주어야 하는 친구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지요. 그런데 유독 제게 “저 친구는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거예요?”를 반복해서 묻는 아이가 있었어요. 분명히 알아듣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나 봐요. 학부모 상담 중 어머니께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거 같다고 부탁드렸더니 그런 걸 알려 줄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하셨어요. 몇 권의 책을 추천드렸더니 그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읽고 교실에서 친구들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책을 들려 보내셨어요.
매주 수요일 ‘선생님이 책 읽어주는 시간’에 우리는 그렇게 <<어떤 느낌일까?>>(나카야마 치나츠 글 와다 마코토 그림, 보림, 2006)를 만났어요. 히로는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를 위해 눈을 감아 보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노를 위해 귀마개를 해 봅니다. 눈 감으면 들리는 세상, 귀 막으면 보이는 세상이 새롭게 열립니다. 또, 히로는 큰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키미의 마음도 생각해 봅니다. 키미 또한 히로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 위해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있어 봅니다. 그리고 이야기하지요.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참 대단해.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이 떠올랐어.”하고요. 휠체어를 타고 있는 히로를 만나는 순간 저는 가슴이 쿵 내려 앉았어요. 히로도 다른 아이들처럼 몸이 불편한 친구였던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기를 바랐어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의 답답함을 함께 헤아려 봤으면 했지요. 질문했던 그 아이는요, 이제는 친구의 불편을 먼저 헤아려주는 친구가 되었어요.
우리는 또, <<친구의 전설>>(이지은, 웅진주니어, 2021)을 통해 친구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았어요. 호랑이 꼬리에 앉은 민들레 씨앗이 싹을 틔웠어요. 당장 꼬리에서 떨어지라는 호랑이에게 민들레는 “누렁이(호랑이)가 나한테 붙은 거야?”라는 말로 우리를 웃게 만들어요. 자기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호랑이가 꼬리 민들레 덕분에 남을 생각하기 시작해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던 호랑이는 민들레와 한몸이 되어 “맛있는 거 주면 고맙겠다.”라고 말하는 민들레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남을 도울 줄 아는 마음을 배우고 그 마음을 통해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었어요. 호랑이와 민들레 꼬리의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어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익힐 수 있어 좋았던 시간입니다. 우리 아이들, 생각보다 든든하게 친구를 잘 지켜주고 있답니다. 선생님 반 친구들도 꼭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