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정신이 없었다. 하루종일 전화통에 불이 났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NEIS라 학년말 성적처리와 관련해서 무척 문의가 많다. 정작 해야 할 우리 반의 일은 하나도 돌아볼 틈 없이 학교업무로 하루종일 바빴다. 대목을 치르느라 고생은 하지만, 그래도 익숙한 일이라서 견딜만 하다. (독서담당 하라시더니, 이 일 또한 중요하니 계속 하라신다. 구관이 명관?) 그리고 아주 기쁜(?) 맘으로 열심히 답변 드렸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일이 있었으니.... 열심히 일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정말로!
영어 선생님이 주신 쇼킹한 소식~
전 초등 교사가 영어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내가 가장 자신없는 과목이 영어고, 초등에 영어가 들어오면서 영어 일반, 심화 연수를 눈물을 삼키면서 받았는데(거의 의무 연수 분위기~) 그 이후 교과전담제가 잘 정착되어 지금껏 영어 공부는 잊고 살았다.
그런 와중에도 영어를 좋아하거나 시대 분위기상 필요하다가 느꼈던 동료들은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 나갔다.
그런데 영어 연수를 하지 않은 나는 그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며 살았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멋진 교사로서 말이다.
그런데, 이수해야 할 연수들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자, 혹은 영어 사용능력이 떨어지는 자들을 앞으로는 점수화 하여 하위점수자부터 강제 연수를 차출하겠단다. 그와 동시에 그려지는 그림. 갑자기 내가 무능 교사가 되는 거다. 왜 그런 방식으로 우리 모국어인 국어 연수는 없는데 영어 연수는 전 교사가 엄청난 노력과 경비를 들여가면서 받아야 하는가? 영어를 전담으로 가르치는 영어전담교사도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말이다. 우리 나라의 모국어가 국어가 아닌 영어로 탈바꿈 할 작정인가? 영어를 잘 가르쳐야 훌륭한 교사가 된다는 것은, 아니 영어를 잘 해야 훌륭한 교사가 된다는 것은, 아니, 영어를 잘 해야 훌륭한 학생이 된다는 것은 누구의 기준이란 말인가?
선배 교사들이 영어 때문에, 컴퓨터 때문에 교사 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해도 그게 전혀 와 닿지 않더니, 오늘은 기분이 예전과 같지 않다.
오늘 발표된 영어 관련 내용을 구구절절 읊는 것은 생략이다. 그냥 오늘 하루 동안은 의기소침인 상태로 지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