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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집을 나갔어요 ㅣ 소년한길 유년동화 1
호세 루이스 코르테스 지음, 아비 그림, 나송주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잠자리에서 이제 그만 자자고 하면 책 안 읽고 주고 자라 한다고, 아님 조금 읽어 주면서 자라 한다고 울어버리는 눈물이 무기인 우리 찬이. 찬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아주아주 이름 난 그림책을 가지고 아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찬이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랑 함께 읽은 책을 너무 좋아하고, 집에서도 선생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엄마도 제목부터 짚으면서 천천히 읽으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 찬이가 어린이집에서 읽었던 이 책이 무척 맘에 들었나 보다. 제목을 말하고는 낄낄낄 웃곤 해서 찬이의 그 기쁨이 집에서도 계속 되라고 책을 사 주었다.
집에 온 책을 누나가 먼저 읽고는 한다는 말이 "에이, 좀 시시해. 같은 말만 반복되고." 참 뜨아~ 한 반응이다. 희망이는 내가 봐서 아주 재미없어 보이는 모든 책들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인데... 이 책에는 냉정하다.
어제 잠자리에서 찬이에게 처음으로 이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림풍은 만화같다. 내용은 말 안 듣는 개구쟁이 짓을 하며 사고를 칠 때마다 엄마에게 두 대씩 맞는 엉덩이가 절대로 착해지지 않을 것 같은 세사르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이야기 하고는 짐을 싸 들고 모자를 쓰고 퉁퉁 부어서는 길을 떠나 버리고 만다는 것. 그 상황이 대수롭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엉덩이가 없어 의자에도 앉지 못하고 재미있는 자전거, 그네, 회전목마, 미끄럼틀도 탈 수 없음을 알고 세사르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착해져야겠다 맘 먹고 울다 잠이 드는데.. 다음 날 엉덩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 와 있는 것이다. 세사르의 예쁜 짓에 엄마는 이제 엉덩이 두대 찰싹이 아니라 "아고, 귀여운 내 강아지!"하시며 엉덩이를 토닥여 주신다는 그런 내용.
시시하다고 하는 희망이와는 달리 나는 이 책이 무척 재미있었다. 사실 이 책 살 때 다른 분들이 쓰신 리뷰 보고 살까말까를 조금 망설였다. 제목 말고는 볼 것이 없다, 엉덩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책이란 어른을 만족시키는 것에도 성공하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열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찬이를 열광시켰으니. 책 산 것에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