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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 거야! ㅣ 작은 곰자리 16
모토시타 이즈미 지음, 우지영 옮김, 노부미 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집 아이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방학이면 입에 단내나도록 읽어줘도 적다고 앙탈(?)이다. 울다가도 책 읽자고 하면 울음을 그칠 정도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힘으로 책을 읽으라고 하면 슬퍼한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하는데, 장벽이 어찌나 높은지 시간이 흘러도 넘기가 어렵다.
찬이에게 이 책은 글이 정말 적은 책이니 읽어보라고 하면서 펼친 페이지에 나온 글은 "했다!"였다. 급방긋거리며 혼자 읽겠노라 하더니... 다른 페이지의 몇 줄을 보고는 이내 시무룩이다. 정말 곤란한 상황!
이 책은 글자가 적다. 유아용 도서다. 작중 인물들도 유치원생들이다.
결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은 봄이의 갈등을 그려 두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결이의 반응을 생각하는 봄이. 자기가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면 결혼해 달라 할지, 깜짝 놀라 울어버릴지... 먼저 친구 슬기에게 이야기 해서 동의를 얻고 그리고는 혼자 노는 결이에게 다가가 눈물 방울을 주렁주렁 달고서 이야기 한다.
"봄이는...... 봄이는......
결이 네가 좋아."
연달아 날아오는 답은?
"나도 봄이 네가 좋아."
봄이는 하늘을 날아 갈 것 처럼 기뻤겠지? 눈물 방울 주렁주렁 달고 슬기에게 달려 가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결이의 답을 들었을까? 모래놀이를 계속 하면서 "음, 그리고 진수랑 슬기도 좋아. 아,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기차랑 소방차랑 제트맨도 좋아." 한다. 역시 남자들은 아이들도 어리다?!
결이의 말과는 상관없이 고백에 성공한 봄이는 그저 행복했더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찬이와 영이가 생각났다. 찬이는 우리 아들이고, 영이는 어린이집, 유치원을 같이 다니는 친구다. 찬이가 좋다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집에서 찬이 이야기만 한다더니, 정작 찬이는 영이가 자기를 괴롭혀서 싫단다. 그러더니 어느 날 자기가 큰 실수를 했는데 영이가 아주 너그러운 마음으로 괜찮다 하는 순간 큰 감동을 받더라. 그리고는 영이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들도 좋다, 싫다의 감정을 가지면서 소중한 인격체로 이렇게 자라고 있다. 매일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