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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시즈카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보림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 책이 왜 이리 무겁지? 그리고 책의 방향이 다르네. 거기다 세로 글씨까지!
이 책을 읽는 연령이 유아와 초등 저학년이라고 본다면 이런 부분이 우선 당황스럽게 다가 설 것이다.
일본에서 7권으로 출간 된 것을 보림에서 한 권의 책으로 묶다 보니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그로인해 무거워졌다. 하지만, 낱권 출간보다 한 권의 출간을 선택한 일은 참 잘 한 일이라 여겨진다. 나호코네 집에 온 새끼 염소 시즈카가 자라 어미 염소가 되고, 나호코네 식구와 한 가족이 된 이야기를 띄엄띄엄 만나는 것보다는 한 권으로 쭈욱 만나는 것이 아이들의 가슴에 이야기로 젖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그림을 보여주며 읽어 주었더니, 시즈카가 할아버지 댁 상 위로 올라가서 똥을 두두두두 누는 장면에서는 다 같이 폭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책이랑 정말 친하지 않은 아이 하나가 아주 큰 소리로 “우와, 재미있다. 저 책 읽고 싶다.”그런다. 독서의 힘이 부족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책을 선택해 주어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4학년 아이가 말이다. 잠자리에서 읽다가 잠이 들었던 유치원생 아이는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를 오늘 밤도 계속 읽을 거라며 아빠에게 자랑이다. (잠자리에서 들고 읽기에는 책의 두께 때문에 팔이 아프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 이 책은 참을 가치가 있는 책이니까!)
책의 넘김 방식이나 세로 글씨의 방향은, 우리 아이들에게 낯설겠지만 이런 형식으로도 글이 쓰여질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 주리라 생각한다.
자, 그럼 주인공을 소개 해 볼까?
다시마 세이조에게 영감을 준 귀여운 아기염소 시즈카다. 시즈카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나보도록 하자.
시즈카는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나호코네 집으로 와서 나호코의 친구가 되었다. 줄을 매어 두지 않아도 잘 놀아서 걱정 없었는데, 시즈카는 덕분에 자유롭게 사고를 친다. 할아버지 댁으로 달려가서는 그만 상 위에서~

우두두두 똥을 누고 말았던 것!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던 장면이다.
언제부터인가 외로움을 타면서 울어대는 시즈카를 위해 아빠는 짝을 지어주기로 한다. 다음 그림에서 시즈카를 찾아보시길~ (너무 작나?)


점점 공간이 확대 되어 가고, 시즈카는 집에서 멀어져 간다. 어떤 이는 그림만 보고도 다시마 세이조의 집을 찾아 온단다.

멋진 짝을 만난 시즈카! 그리고 시즈카는 엄마가 되었다.
새끼를 배고는 날카로워져 가는 시즈카에게 나호코는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말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시즈카와 나호코가 이겨 낸 덕에 시즈카는 예쁜 새끼염소를 낳게 된다.

예쁜 새끼염소의 어미로서 시즈카는 눈부신 모성애를 발휘하기도 하는데...
귀염둥이 말썽꾸러기 뽀로에게 위험한 일이 닥친 순간 시즈카는 놀라운 힘으로 목줄을 끊어 버리고 적을 공격한다.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니까.

5. 잘 가, 뽀로
이별의 시간도 어김없이 온다. 시즈카가 뽀로와 헤어지게 된 것이다. 뽀로는 나호코의 사촌인 노부오에게 맡겨지게 된다.
어미로서의 시즈카의 울부짖음이 애처롭다.
뽀로를 보내고 나니 시즈카의 젖이 남았다. 아빠는 시즈카의 젖을 짜서 여러 방법으로 이용하고 싶은데, 일에 서툰지라 젖짜기는 쉽지가 않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다가 목, 몸통, 발까지 묶어 보지만, 젖짜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채찍이 안 되면 당근을 써야 하는 법. 나호코 덕에 젖짜기도 성공!



시즈카가 뚱뚱보가 된 사연? 줄을 끊고 달아나서 할아버지댁 밭의 온갖 작물을 와그작와그작~ <<심심해서 그랬어>>의 한 장면이 퍼뜩 스쳐 지나간다. 할아버지댁 상 위에서 우두두두두 똥을 싼 것까지는 애교로 용서가 되었는데, 애써 가꾼 일 년 농사를 망쳐 버렸으니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러나? 미안해진 엄마는 시즈카의 젖을 이용해 만든 구운 과자를 몽땅 할아버지께 드렸고 나호코는 엄마가 구운 과자를 하나도 먹지 못했다는 슬픈 사연이 전해지고 있단다.
그림만 보는 것으로도 농촌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시즈카와 함께 울고 웃을 것이고 그렇게 한 가족이 될 것이다. 염소 시즈카를 통해 느껴보지 못했던 농촌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