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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평점 :
아침독서 학교에서는 아침독서 시간이 30분 있었다. 책마을 도서관에서 가지고 온 그림책을 실컷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게으름 피우느라 많이는 못 봤지만...)---이 연수가 그림책 연수인지라 그림책이 많이 공급 되었다.
그 중에서 이 책이 눈에 딱 들어 왔다. 그리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강승숙 선생님도 이 책을 읽어주시는 거다. 유난히 고양이를 좋아해서 40년 넘게 키우셨는데, 이번에 아파트로 이사 하는 바람에 키우지 못 하신다는 선생님은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이야기 해 주시면서 이 책을 소개 해 주셨다.
세상에 100만 번 산다니! 어쩜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죽어야 사는 여자'처럼?
이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다고 한다.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사랑했고,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으나 이 도도한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뭔가 복선이 쫘악 깔린다.)
왕의 고양이었을 때는 전쟁터에 나가서 화살을 맞고 죽었고, 뱃사공의 고양이었을 때는 물에 빠져 죽었고, 마술사의 고양이었을 때는 톱으로 쓱싹쓱싹 자르는 마술에서 마술사의 실수로 두 동강 나서 죽었고, 할머니의 고양이었을 떄는 나이가 들어 늙어 죽었고,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었을 때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다. 그렇게 죽은 고양이를 안고 그 고양이를 너무너무 사랑했던 주인들은 꺼이꺼이 울었더란다. 세상 전체를 잃은 듯 슬프게 말이다.
그러다가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도둑 고양이가 되어 자기만의 고양이로 살게 되었다. 멋진 얼룩 무늬 도둑 고양이! 암고양이들은 모두 그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는데, 딱 한 마리 눈부시게 흰 예쁜 고양이의 태도만은 달랐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으로 다가가,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라고 말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너 아직 한 번도 죽어 보지 못했지?"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그르르, 공중 돌기를 세 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얀 고양이는 "그래."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하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많이 낳아 잘 막고 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자식들 다 키워 출가(?) 시키고 둘이 사이좋게 살려고 했는데 그만 늙은 하얀 고양이가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고, 그 죽음 앞에 백반 번 산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면서 그렇게 하얀 고양이를 따라갔다는 이야기다.
슬픈 결말과 달리 조금은 우스워 보이는 그림은 슬픔을 중화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강선생님의 해석.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는 마무리!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진정 고양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자기식으로 고양이를 사랑한 매정한 주인들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얀 고양이의 모습에 반했다. 그리고 진짜 눈물을 흘리며 진짜 죽은 백만 번 산 고양이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아름답게 기억하기로 했다.
덧붙임)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비룡소 북아울렛 까멜레옹에 갔을 때 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