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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ㅣ 사계절 그림책
이은홍 지음 / 사계절 / 2007년 10월
평점 :
박지원의 작품 중「예덕 선생전」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걸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책은 이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은홍이 다시 쓰고 그렸다고 되어 있다.
만화풍의 그림은 무척이나 익살스럽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은 외모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기똥찬 가르침이 담겨있다.
비록 흰둥이가 누고 간 조그만 똥이지만, 자기의 온 몸을 녹여 민들레꽃을 피웠던 강아지똥처럼 똥이란 참으로 귀한 것이며 그 똥은 옛날엔 곧 땅이며 밥이라는 사실을 이야기 해 주면서 더러운 똥을 치우는 똥퍼 아저씨가 없다면 농경사회에서 비료를 어떻게 댈 수 있나를 이야기 하는데, 참 재미가 좋다.
똥퍼 아저씨를 손맞잡아 가며 친구라며 공손히 대하는 훈장선생이 못 마땅한 글방 도령은 다음부터는 이 곳에 다시는 가르침을 받으러 오지 않겠다고 한다.
갈 때 가더라도 친구에 대해 몇 마디는 꼭 일러 주어야겠다고 하시는 훈장 선생님의 가르침은 구구절절 가슴을 찌른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친구들 중 진정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는 친구는 몇이나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굳이 듣기 좋은 말이나 귀한 선물을 서로 나누지 않더라도 잔칫상에 둘러앉아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놀지 않더라도, 그저 바라보거나 떠올리기만 해도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여, 기쁘고 즐겁고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친구! 그렇게 마음으로 벗을 사귈 때, 천 년 전 옛사람이나 수만 리 먼 곳에 사는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뒷산 토끼나 외양간 황소를 친구 삼지 못할 까닭이 없고, 꽃과 나무와 구름과 달님하고도 얼마든지 벗이 될 수 있는 거란다. 내게도 그렇게 마음으로 사귀는 친구가 있으니 난 그분을 볼 때마다 참으로 멋진 모습에 기쁘고 즐겁고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 그분과 내가 친구라는 걸 자랑하고 싶어 견디지를 못하겠다. 그분이 누군지 알겠느냐?(본문 중에서)
옛 성인들의 가르침에 딱 맞게 사시는 분(석가:욕심을 버리면 평화를 얻느니라, 예수: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지어다)인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그분께 집에 갈 때는 꼭 인사를 하고 가라는 훈장님의 말씀에 더러운 똥이나 치우며 사는 자라는 항변을 하던 글방 도령도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끄덕이며 고이 인사를 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선생의 가르침이 이렇게 훌륭한 것이구나!
당시의 신분사회에서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이렇게 진보적인 생각을 하고 계셨던 박지원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참으로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