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령지에서 근무할 때는 동문회 모임이 있었다. 방학하면 차 대절해서 1박2일 단체여행 가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다 부산교대 동문인데 별 의미없다 하여 동문회 모임은 없어지고 친목회만 한다.
그 때 갔던 여행장소 중 부석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치가 무척 아름다워 이 다음에 꼭 다시 와 보리라 생각했었다. 20년 되어가는 시점에 다시 올랐다. 가족들과 함께 말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니 연등도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도 눈도장 찍었다.

 

 


무섬마을이라는 곳의 외나무다리가 유명하다더라며 가보자 해서 별 생각없이 따라 나섰는데, 놀이동산 보다 스릴 있다.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어 어질어질 하다. 벤치들을 이어 다리를 길게 만들어 두었는데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말 그대로 외나무 다리. 중간중간 벤치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한쪽 방향 사람들이 양보하며 기다려 주게 되어 있다. 어떤 이는 불편하게 그냥 가는 길 오는 길 두 줄을 만들어 두지... 하고 이야기 했는데, 이렇게 쉬어가고 양보하는 것이 운치 있고 생각거리들을 만들어 주어 좋았다.

 



안동에 가서 도산서원과 하회 마을 보자 했는데, 안동 볼거리를 검색하다보니 권정생 선생님 살던 집과 폐교를 이용해 만든 권정생 동화나라라는 곳이 있다하여 찾아 가 보기로 했다.
권정생 선생님 살던 집은 도로 주변에 차를 두고 걸어 들어가야했는데 네비말 따라 무조건 들어가서 돌아나올 때 힘들었다. 나중에 보니 일직예배당 조금 지나 이정표가 보였다. 다른 방향에서 들어갈 때는 그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사시던 곳은 사시던 모습 그대로 꾸밈없었다. 선생님이 보셔도 호들갑스럽게 만들어두지 않아 참 좋다 하시겠다 싶었다. 사람들이 뚫어놓은 듯한 창호지 구멍으로 들여다 본 방은 책이 다 정리되어 책꽂이에 조금만 정리되어 있었다. 딱 한 사람 누울 공간 정도만 있었다. 도토리예배당 종지기 아저씨에서 생쥐랑 함께 지내던 그 방이구나 싶었다.


선생님 유언 다시 보면서 내가 참 많이 가졌구나 생각했다.
선생님책을 다시 하나하나 살펴 보아야겠다 생각했다.
권정생 동화 나라는 전시관, 서점, 도서관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침 <<몽실 언니>>의 원화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강아지 똥, 엄마 까투리, 몽실언니 캐릭터들로 아기자기 꾸며져 있는 야외 공간에는 놀이터도 함께 있어서 아이들과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시관에서는 권정생 선생님 관련 영상을 상영하고 있는데, 어느 블로거의 글을 보니 그 영상을 보며 눈물을 찍었다고 되어 있었다.

키우던 강아지의 집에 '호주 이뺑덕'이라 문패 달아준 사진, 아픈 몸을 치료했던 여러 도구들, 비료 포대를 이용해서 만든 부채까지 선생님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 두려고 애쓴 곳이라 이 곳에서 선생님을 느끼며 권정생 동화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젠가 한 번은 권정생 선생님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을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런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개인적으로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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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5-0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찬 여행 하셨네요.
승효상 건축가는 부석사 무량수전을 수도 없이 찾아가 배웠다고 합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는...또 가고 싶네요.

희망찬샘 2016-05-22 11:5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절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그닥 재미없나 봅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문화재를 보는 것, 고요함을 읽는 것, 바람을 맞는 것... 그걸 알려면 조금 더 나이가 들어야 하는가 봅니다. 이게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이야! 교과서에서 배웠잖아~ 해도 시큰둥! ㅎㅎ~ 예전에 갔을 때 사람들이 없어 더 좋았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추운 겨울, 그곳을 방문한 이들은 우리 일행들 뿐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