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한 여학생이

"저, 선생님~" 하며 나를 불렀다.

사연인즉슨, 6학년 국어교과에 면담이 나와서 과제를 하여야 하는데, 나를 면담하고 싶다는 거다.

자기 꿈이 초등교사이자, 작가가 되는건데 동생 말을 들어보니 (동생이 우리 반이다.) 내가 그 둘에 해당되더라는 것. 자기가 꿈꾸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월요일에 시간을 좀 내 달라고 한다.

작년에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 주고, 그 과제 안 해 와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교과서에는 교장 선생님 면담이 예시로 나온다.

보통의 아이들은 부모님을 면담한다.

동생편으로 질문지를 먼저 보냈다.

 

1. 세상엔 많은 종류의 직업이 있습니다. 지금 선생님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겸 작가이십니다. 어릴 적에도 꿈이 동일하셨나요?

교사가 처음 되기로 맘 먹었던 시절로 되돌아 가서 이야기 해 주었다. 역할 모델이 되어 주셨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추억해 보았다. 육아일기나 교단일기 쓴 걸 가지고 자비 출판이라도 언젠가 해야지 맘 먹긴 했지만, 작가가 된 것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음을 이야기 해 주었다. 책을 내긴 했지만 작가라는 말은 이른 것 같고, 아이들의 생활을 담은 동화를 써서 진짜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2.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이런 우연한 기회가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주었다.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아주 특별한 기회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 그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그 책을 가지고 독서 지도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책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가지게 되다 보니 이런 책을 짓게 되었던 것. 

3. 제가 듣기로는 선생님께서 독서교육에 관한 책을 쓰셨다고 들었는데 제목이 무엇입니까?

도서관에 있으니 한 번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가르쳤던 우리 반 아이들도 이 책을 많이 읽었으니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또래 친구들이 책을 사랑하게 된 과정이 담긴 글이니 말이다.

4. 혹시 현재 쓰고 있거나 쓰실 계획이 있는 책이 있습니까? 있다면 내용 조금만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현재 쓰고 있는 것은 없지만 쓴다면 <<양파의 왕따 일기>>같은 왕따 문제를 댜룬 이야기를 적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한 어떤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하고도 있다.

5. 저는 선생님처럼 초등학교 교사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선생님처럼 초등학교 교사 겸 작가가 되려면 제 나이 때는 무슨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까요?

우선 교사가 되기 위한 꿈을 먼저 이루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할 거니까 지금도 성실히 잘 하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가르치는 이가 더 많이 아는 것은 배우는 이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그리고 지금부터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즐겨 읽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즐기는 책읽기를 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6. 선생님은 지금 하시고 있는 일에 만족하십니까?

Yes!!!

7. 마지막으로 선생님으로서 사는 것의 매력과 작가로 사는 것의 매력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 주시겠습니까?

작가로서의 매력을 말할 정도의 작가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아 답변이 곤란.

그러나 교사로 사는 것의 매력은 날마다 새롭다는 것. ㅎㅎ~

 

면담을 다 마친 후, 길어진 이야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 시간이 길어 과제 발표하는데 선생님이 길다고 뭐라 하시겠다고 하니 친구들이 들어도 너무 좋을 이야기라서 다 들려줘도 참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음에 선생님을 또 찾아와도 되냐고 이야기한다.

예쁜 아이 하나를 만났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키치 2013-09-1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학생이 벌써부터 이렇게 꿈에 진지하고 노력하고 있다니 대견하네요.
이런 멋진 학생의 인터뷰이가 되시다니, 희망찬샘 님도 멋지십니다 ^^

희망찬샘 2013-09-10 16:08   좋아요 0 | URL
키치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혜성같은 그녀에게 감동한 하루였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09-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서면으로 먼저 질의를 해 온 아이라면 분명 꿈을 이루리라고 봅니다.

희망찬샘 2013-09-10 16:53   좋아요 0 | URL
교과 과정에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긴 한데요, 저도 작년에 지도를 해 봤는데, 그대로 실천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정말 야무지더라고요. 촬영기사까지 대동하고서 아주 똑 부러지는 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이 아이는 무언가를 해 내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라다 꿈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나갈거라 믿어요.

순오기 2013-09-1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야무진 학생이네요!@@
인터뷰도 당하시는(?^^) 명사 선생님~ 멋지십니다!!

희망찬샘 2013-09-14 07:31   좋아요 0 | URL
부끄럽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