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가 아침에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샀다고 문화상품권을 들고 우리집으로 왔다.
같이 늦은 아침을 먹고, 서점 구경을 가자고 해서 신세계 교보 문고 가는 길에 영화도 같이 보자고 했다.
보통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 영화를 어른들이 따라 보는데, 동서 보고도 만화 영화 보라 하기 그랬다. 동서는 괜찮다 했지만.
이번에는 우리 아이들도 좀 컸으니 좀 다른 영화를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보도 없이 요즘 이 영화 괜찮다더라~ 하며 한 편의 영화를 골랐다.
사람들의 평도 좋았고, 예술성도 높다하니... 그리고 12세 관람가니까, 보호자 동반 하에 우리 아이들이 보는 것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매표소 아가씨에게 물었다. "이 꼬맹이들도 봐도 될까요?" 하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4인 티켓을 끊었다.
아, 그리고 7층에서 표를 끊었는데, 8층에 상영관이 있다고 해서, 8층 찾아 헤매다가 백화점 길로 들어서서 다시 돌아와서 올라가고 하느라, 영화 시간에 늦어 버렸다.
우리가 1시간 전에 표를 끊어서 정말 좋은 자리 잡았는데,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다 앉아 있어서 그냥 앞 자리 빈 곳에 앉자 했다.
희망양 자기는 어지러워서 앞에서 절대로 못 본다 해서 그럼 넌 뒤로 가서 봐라 해서 혼자 뒤로 갔다.
영화관은 팝콘 먹는 재미에 오는 찬군. 열심히 먹으면서 화면에 눈화살을 쏜다.
그런데 한참을 보는데...
대사들이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을 대사가 꼬맹이들이 있어서 민망한 대사가 되어 버린 거다.
동서랑 둘이서... 좀 그렇지 않나? 우리 나갈까? 했다.
찬이는 왜 나가요? 하다가 그럼 나가요. 사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했다. 고마운 찬이.
그리고 저 뒤로 올라 가 있는 희망이 찾아서 더듬더듬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사람들이 뒤에서 영화 감상하다가 그랬겠다. 저 아줌마 뭐냐고? ㅜㅜ
이 영화 12세 관람가는 아닌 것 같다. ㅜㅜ
남편 꼬셔서 심야영화라도 보러 가야겠다.
아, 아까운 내 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