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무엇인가?

그것을 행복이며 소통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학교 도서관 하면 아주 유명하신 이성희 선생님.

그 분이 전국을 돌며 투어(?)중이시다.

인천 지역에서 주경야독 연수를 하시고 가까운 창원에서 연수를 하셨다.

그 때 창원까지 달려가나 마나로 아주 살짝 고민을 해 봤었는데,

이번에 부산에서 연수가 열린다하니 우리 집에서의 거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일단 후배 둘을 꼬셔서 함께 가자고 연수비를 입금했는데, 당일날 한 명이 못 간다고 해서 살짝 아쉬웠다.

미리 연락 주었으면 다른 분이라도 섭외를 했을텐데...

일요일 하루를 온통 바쳐 연수를 받으시는 가슴 뜨거운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강사님과의 특별한 만남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나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다.

학교 도서관이 교육의 희망이니 학교 도서관만큼은 분회에서 꼭 지키자고 했고, 그래서 일을 자처해서 맡고 있다는 선생님,

연세는 있어 보이셨는데, 이 쪽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나이가 걸림돌이라 이런 연수를 많이 받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하시는 선생님.

연수를 주최하신 부산 모임에서 이런 저런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부산모임 회장님이 준비하셨다는 맛있는 간식도 감사드린다.

이성희 선생님은 꾸러기가 많은 학교들만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14년 간의 교직 근무 동안 4번의 학교를 돌아다니셨고, 도서관 리모델링만 3번. (숫자가 하나씩 많았던 것도 같고???) 학교 도서관에 사서가 있어서 학교 도서관 운영과 독서 교육을 분리하고 싶으시다는 소망을 가지고 계시단다.

고립된 섬인 도서관에서만 있으면 자칫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을 수도 있기에 계획적인 만남을 시도한다는데...

아이들을 바꾸고 싶으면 먼저 선생님이 바뀌게 해야 한다는 것.

그 분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작전들! 쪽지 띄우기, 맞춤형 책보따리 들고 가서 찾아뵙기, 이벤트로 책선물 드리기...

그리고 도서관에 아이들을 오게 만드는 협력자로 그 분들을 포섭한다는 이야기. ㅎㅎ~

선생님 한 분의 마음을 빼앗아 오기는 참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는데,

이성희 선생님처럼 하면 웬만해서는 다 넘어오실 듯.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오래 머리에 남아 있는 말은

꾸러기, 영혼이 맑은 아이들. 이라는 말이다.(문제아라는 말은 쓰면 안 돼욧!) 

선생님은 교직에 나와서 한 다짐이 3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들 이름 외워 부르기란다.

아이들은 책을 좋아해서 왕따가 되는 것일까? 왕따여서 책을 좋아하는 것일까? 물으셨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교실에서 그림자 같은 아이들, 갈 곳이 없어 찾는 곳이 도서관일 때가 많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이름을 알고 다가가 불러주는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책을 권한다면?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도서 선정 권한을 주면 아이들은 더욱 신나한단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들, 만화책만 보는 아이들에게 그 분야의 책을 선정하게 하면

아주 좋은 책으로 정확하게 잘 가려 온단다.

그 아이들도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는 알기 때문에 이상한 책을 선정하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아이들을 1:1로 만나 다른 류의 책을 살짝 권해보면서 한 명 한 명 포섭해 나가야 한다고.

 

자신의 에고그램을 통해 모둠을 편성하고 고른 성향의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시면서

우리들도 에고그램으로 모둠을 나누어 활동하도록 하셨다.

(우리 반 아이들의 마지막 모둠 구성은 에고그램으로 해 보고 싶다.)

나는 합리적, 판단적, 안전 지향적인 a 유형으로 나왔다.

내가 그런가? 했더니 후배는 딱 맞는 것 같단다.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단다.

각 유형별로 먼저 앉아서 성격유형에 대한 해설을 들은 후, 다 다른 유형이 섞여 활동하도록 모둠을 구성하였다.

모둠 이름을 정하고(도서관과 관련되면 좋을 이름으로), 가장 동안인 사람으로 모둠장을 정하면서부터 놀이가 시작되었다.

몇 살처럼 보이냐고 해서 차이가 많이 벌어지면 많은 점수를 가져가는 것. 단, 더 많은 나이로 보이면 감점! ㅋㅋ~

 

도서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고,

책을 쓰다듬고, 책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활동들을 보면서

'어, 내가 했던 활동들도 있네.'하며 신기했다.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어떤 자료를 언젠가 본 것이 무의식에 잠재해 있다가

마치 내가 생각한 것처럼 기억하고 활동을 구상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와서 주제어를 주고 책을 찾게 하고, 가장 두꺼운 책 찾게 하고, 가장 짧은 시 찾게 하고...

이런 비슷한 활동으로 제목이 가장 긴 책, 공룡이 가장 많이 나오는 페이지 찾기 등을 해 보았다.

여러 가지 놀이 중, 가위바위보로 점수 보정하기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놀이의 목적은 경쟁이 아님을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는 말씀.

흥미를 위해 경쟁 방식을 도입했을 뿐~

다양한 놀이 중 북딩고 놀이와 할리갈리 놀이가 참 재미있었다.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해 보아야겠다.

같은 시 찾아서 카드를 없애고, 마지막에 남은 시 모둠원이 함께 외우기,

문제에 맞게 책 표지 순서대로 배열하기,

단서를 보고 책제목 검색해서 찾기,

그림책의 장면 보고 그 장면 따라 연출한 후 사진 찍기,

돌발미션(모둠원끼리 하트를 만들어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전송) 수행하기,

지는 가위바위보하기 등... 너무 많은데 활동하느라 바빠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 며칠 지났다고 고새 까먹어 버렸다.

 

참 좋은 방법 하나,

연체자에게 어떻게 하냐고?

도서 대출 정지 하지 않냐고? 도서관의 목적이 뭐냐고?

아이들 책을 읽게 만들어야하는데 읽지 못하게 하는 벌이 옳은가 물으시면서

연체일만큼 페이지 수를 늘려 책을 읽게 하고,

그것을 해내면 연체를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기억해 두어야겠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만들라 말씀도 다시 되내어 본다.

바다를 그리워 하는 아이들이라면 어떤 아이는 수영선수로,

어떤 아이는 배를 만들어,

어떤 아이는 비행기를 만들어 그곳을 가지 않겠는가 하는.

 

이 많은 일을 담당할 곳이 학교 도서관이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임을 생각하게 한 참 좋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신 나는 일은

선생님이 지금까지 모아두신 방대한 자료를 다 줄테니

많이많이 써서 도서관을 살려보자고 하셨다.

14년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그 많은 자료를 언제 다 읽겠냐마는

아직 받지도 않았건만, 주신다하니

생각만으로도 맘이 든든하다.

 

다음에는 심화연수도 계획하고 계신다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연수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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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혁이 2012-10-3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과 에너지가 글에서 느껴집니다~~ 학교 도서관이 정말 더 발전해서 아이들이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에 아이들이 많아지면 그리고 도서관이 더 커지면 친구를 괴롭히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늘 발전하시는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희망찬샘 2012-11-03 07:04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도서관이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책 잘 읽는 아이들 보면 감성이 풍부하고 마음이 따뜻해요.

수퍼남매맘 2012-11-0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존함을 처음 듣지만 학교도서관이야말로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전국도서관담당자 모임에서 열정을 가지고 하시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저도 지난 학교에서 3년간 도서관 담당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긴 하였지만 도서관 일이 진짜 많은 곳이라
다시 하라 그러면 선뜻 나설 용기는 없네요.
그냥 담임으로서 열심히 아이들 도서실 보내는 일만 하고 있어요.
연수 자료 받으시면 저에게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2012-11-04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