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랑 받아쓰기 사계절 저학년문고 50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1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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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계절 출판사의 책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가 글을 썼고, 친숙한 그림작가의 그림까지 덤으로 만날 수 있다.  

펭귄이랑 받아쓰기라~ 받아쓰기의 고충을 겪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얼른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해야지! 하면서 기분좋게 책을 펼쳐 들었다.  

모두 4편의 단편 동화 중 <펭귄이랑 받아쓰기>가 가장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으~~~뭐야! 아이들이 이 내용 이해 할 수 있을까? 내가 아이의 동심이 없어서 이해 못하는 건가???  그리고 희망이에게 물었다. "너 이 책 재미있게 읽었냐?" "아뇨.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요.(가끔 이렇게 이상한 어미를 붙여 말한다.)" 음... 뭐랄까, 상상의 바다로 너무 풍덩 뛰어든 느낌이랄까. (퐁당이 아닌 풍덩이다!) 

<용용 김용>은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늘상 지각하는 김순아에 관한 이야기다. 절대 지각하면 안 된다던 선생님 말씀은 귓가에서 메아리 치지만, 소풍날 아침 순아는 여전히 지각하고 만다. 그러면서 골목길에 숨어서 늘 자기를 놀리던 친구가 나타날까봐 걱정하고 있는데, 느닷없는 '용'이 나타난다. '용'도 친구들과 소풍가기로 한 날 지각해서 버스를 타지 못했다며 김순아를 따라 나선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선생님은 "얘 누구니?" 묻고는 김순아가 "김용"이라고 대답하니 "김용이라, 김용, 김용. 그런 아이가 있었나? 우리 반에 김용이 있었나? 어쨌든 타.지금은 가는 게 중요하니까?" 하고 말씀하신다. 놀이동산에서는 청룡열차만 탈 거라는 선생님은 아이들도 돌보지 않으시고...ㅜㅜ 그런데 청룡열차가 고장나 김용이 눈부신 활약을 했더란다. 김용을 데리고 온 김순아! 아이들 앞에서 늘상 주눅 들었었는데 덕분에 마음을 트고 친구들을 얻게 된다. 우리 반 지각쟁이들은 김순아와 다른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지...ㅋㅋ~ 

<펭귄이랑 받아쓰기>에서는 펭귄인형을 좋아하는 수동이의 받아쓰기 대모험이 펼쳐진다. 받아쓰기가 '바다'쓰기가 되어버리는 수동이. 교실은 어느 새 펭귄이 뛰어노는 바다가 되어 버리고, 아이들과 선생님은 받아쓰기 하는 동안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데... 선생님 문제 좀 잘 내어 주시죠! 
선생님이 내신 문제와 이 이야기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연결하여 상상해 보시라.   

1번 거북처럼 기어보자
2번 엉덩이를 흔들거리다, 풍덩
3번 커다란 고래가 헤엄칩니다.
4번 물을 내뿜었습니다.
5번 햇볕
6번 햇살이 내리쬐다.
7번 돌고래 떼를 쫓아 풍덩 빠졌습니다.
8번 이사를 간 물고기
9번 멋지게 따라갑니다.
10번 신나게 놀다 되돌아왔습니다.

받아쓰기와 동시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황당하여 이 책이 내게 갑자기 심각해졌었다. 아이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작가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한 글을 썼는지, 제대로 감동하면서 그 속에 들어가 상상여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어찌 생각하니 이런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대목들이 있어 책에 대해서 후딱 읽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작가의 고민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어, 그러고 보니! 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우리는 받아쓰기를 10칸 칸공책을 눕혀서 쓰고 있다. 띄어쓰기도 문장부호도 채점대상이다. 틀리면 5점을 빼고 있다. 물론 심하게 표나게 띄어읽어주고 있고, 문장부호를 쓸 때는 딱 그 대목에서는 말해준다. "말이 끝나는 부분이 아니니까 무슨 문장부호를 써야하지? 끝을 올려서 읽었으니 무슨 문장부호를 써야 하나?"하는 식으로 말이다. 받아쓰기가 최고의 시험인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떤 느낌일지 정말로 궁금하다.  

<신호등 옆 북극곰>도 마음을 느슨하게 먹고 상상호를 탈 준비를 하면 된다. 아빠가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상우에게 다가온 북극곰 친구. 엄마의 부재가 더욱 서글픈 상우는 북극곰을 통해 불안함을 잊고, 외로움을 잊는다. 더워하는 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기 위해 분주해지고,덕분에 똑딱똑딱 시간은 잘 간다. 밤 늦게 돌아 온 아빠는 활짝 열린 창문을 닫고 추운 집을 데우기 위해 얼른 보일러를 튼다. 새근새근 잠든 상우를 눕히며 혹시 감기가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곰 친구 품에 안겨 잠들었으니 끄덕 없다고요~ 왠지 짠한 이야기였다.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가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지금 우리 학교 같은 신설 학교에는 없지만, 우리 어릴 때 다녔던 학교에서 늘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이순신 동상과 책읽는 소녀상이었다. 그 소녀상이 어느 날 벌떡 일어나 소아랑 함께 도서관에 간다. "만날 그 책만 보냐? 진짜 재미없겠다. 피!" 하는 소아에게 소녀상이 친구가 되어 다가오는 것. 무생물에게 말을 걸 줄 아는 아이의 동심이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소녀상과 소아의 이야기는 직접 만나 보시길~ 

아, 이렇게 적고 보니 당황스러웠던 마음들이 정리가 된다. 이 책은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어찌보면 황당한 이야기다. 갑자기 용이 나타나고, 바다가 나타나고, 북극곰이 나타나고, 그리고 동상이 일어서서 움직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가! 스스로 할 수 없었지만, 이 책 덕분에 묘한 설레임을 느끼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느끼는 것은 천천히~ 일단 읽어보는 거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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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26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섯살 태은이도 저랑 집에서 받아스기하는데 부르는데도 들리는데로 적거나 생각할때가 많아서 받아쓰기 할까하니 바다는 어떻게 써 하더라고요

희망찬샘 2011-10-26 15:50   좋아요 0 | URL
받아쓰기 어려워요. 다섯 살에겐 정말 신비한 세상! 어떻게 소리나는 것과 쓰는 것이 다를 수 있는지 그걸 이해할 수 있을지... 그래도 때가 되면 다 이해한다는 것 또한 신비로워요. 세종대왕님 만세지요.

순오기 2011-10-2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이는 모르지만 그린이는 책에서 많이 만난 분이라 반갑네요.
물론 사계절은 더 반갑고요~~~~ ^^

희망찬샘 2011-10-28 23:2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읽기에는 제법 심오한~ 내용이었습니다.

2011-10-31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1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31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1 0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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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31 2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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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0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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