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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 수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아무리 그 사람 하는 행태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봐, 당신! 진짜 그렇게 막 살아도 되는 거야?" 라는 둥 그의 삶에 관여할 권리는 누구도 없다. 그러나 호어스트, 이 사람은 정말 잔소리라도 퍼붓으며 관여하고 싶어진다. 아니, 제대로 된(내 기준에서) 인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새록새록 생긴다. 물론 그에게 받아 들여질 거란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지만.
호어스트는 이렇게 게으르다 못해 귀차니즘에 허우적대는 사람도 세상에 존재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내게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남들이 보기엔 엉망인 듯 보이는 삶을 살면서도 저리 당당하고도 확고하면서 유쾌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는 진정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좋은 쪽이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음에도.
얇고 다소 실속 없단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이 책은 보는 내내 나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제멋대로에 한심하게 보일 수 있고, 거기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민폐라 할 수 있는(페트부인과 이웃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지만 타고난 유머와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밉지 않았다. 오히려 운도 지지리 없고 머리가 벗겨진 그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 걸 보면 내 눈에 콩깎지가 씌인도 단단히 씌인 거겠지.
개인적으로 그를 본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세상인데 좀 더 이기적이라도 즐겁게 살다 가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호어스트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며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아간다. 또 유쾌하게 삶을 즐길 줄도 안다. 주변의 시선에 늘 자유롭지 못하고 얽매이고,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한심한 나로서는 그가 무척 부럽다. 아니, 그처럼 살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로 인해 남을 괴롭게 하면 안되겠지만.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다. 늘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려고 스스로 노력할 수는 있다. 평범한 일상도 얼마든지 특별하게 변화할 수 있다. 난 내 나름의 방식으로 나만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야겠다. 지루한 나의 일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