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당신은 다른 아이들에게서 그것을 감지한다.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냄새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서 남들보다 나쁜 냄새가 날까 봐 두려워한다. (...) 그렇게, 은밀하게, 당신은 어린 시절을 내면에 품고 사는 어른들도 관찰한다. - P47


소설을 읽으면서 한 챕터를 통째로 스크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인용한 이 단락의 문장 뿐 아니라 사실은 이 챕터 전체가 감동을 주었다. 코펜하겐 삼부작 1편 《어린 시절》 은 누구나 가지고 있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이 있다. 마치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내게도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토베 디틀레우센은 20세기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가다. 코펜하겐 삼부작은 자전 소설이라 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는 책을 좋아했고 학업을 더 이어가고 싶었으나 고등 교육은 받을 수 없었다. 가난한 지역에서 자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소설의 이야기가 되었다.

덴마크 작가도 처음이었으나 덴마크 사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함을 느꼈다. 당시 덴마크 사회주의에 대한 배경, 노동자 사회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데 나오는 모든 단체와 용어들이 처음이었다. 이로써 새로운 작가와 사회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의 마지막 봄은 춥고 바람이 세게 분다. 먼지 같은 맛이 나고, 고통스러운 출발과 변화의 냄새가 난다. (...) 이 시기의 모든 순간이 내게 깊고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 P140


어린 시절은 잊어버리고 싶다고 해서 잊어버릴 수 없다. 토베는 어린 시절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이 양가 감정을 나는 너무나 이해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철이 빨리 들어버린 나는 부모님이 있는 집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오니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었다. 이런 상황과 감정은 대부분 겪어본 일일 것 같다. 다만 토베는 더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부모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목마름을 느꼈다. 사랑받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이는 없었던 것 같다. 홀로 헤쳐나가는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일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응원하는 마음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토베의 어린 시절을 통해 친구들과도 겉돌았던 나, 부모님을 원망했던 나, 외로웠던 나를 떠올렸다.


시가 없었다면, 시마저 없었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그가 쓴 시를 가족은 비웃었고 편집자는 14살이 쓰기엔 성숙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자신이 쓴 시가 사랑받고 이해받을 수 있다 생각한 마지막 희망이었으니 좌절을 느낄만하다.


작은 나비가 날아갔네
높이, 푸른빛 도는 하늘로
모든 상식과 도덕
또 의무를 거슬러

봄날의 매혹에 취해

떨리는 두 날개를 펼친
그것은 아름다운 세상까지 이어진
황금빛 햇살에게서 태어났지

그리고 막 활짝 벌어진
연분홍 사과꽃잎 속으로,
작은 나비는 날아가
사랑스런 신부를 찾아냈지

이제 사과꽃잎이 닫히고
거친 비행도 끝이 났네
아, 고마워, 작은 친구들아, 너희들이 내게
기쁘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


도서관 희망도서로 읽었으나 이 책은 구입해야겠다 하는 결심이 바로 섰다. 문장력과 묘사도 일품이고 목차 편집도 멋지다.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 궁금증을 일게 하는 편집이라 생각했다.




다음 2권은 청춘이다. 토베의 청춘은 더 불안정하리라 예상해본다. 누구나의 청춘이 그렇듯.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10-15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의 기억은 누구든 자유롭지 못한거 같아요. 싫든 좋든간에요 ㅋ 챕터를 다 스크랩하고 싶다니 명작인가봅니다 ^^

덴마크하면 안데르센 동화 아닌가요? ㅋ

거리의화가 2022-10-15 16:20   좋아요 2 | URL
덴마크 안데르센 동화가 있었네요^^ 어릴 때 세계일주가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그 중 코펜하겐이 포함되었던게 기억납니다^^*
좋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성장 서사를 좋아하고 문장들이 제 맘에 쏙 들어서인듯 싶어요ㅎㅎㅎ

독서괭 2022-10-15 14: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소설이 있었어요?? 신간이군요? 화가님이 이리 극찬하시니 꼭 읽어보고 싶어요~!

거리의화가 2022-10-15 16:22   좋아요 3 | URL
저도 스콧님과 미미님이 올려주신 이야기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토베의 어린시절이 뭉클했거든요. 또 문장도 저는 좋았어요^^

청아 2022-10-15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잘 읽었습니다.^^* 저도 발췌해주신 문장들 좋았어요.
워낙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이 많기도 하죠?
짧은 문장, 간결한 표현, 단순한듯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들 때문에
원서를 사고 싶어지더라구요.ㅎㅎㅎ
어린 꼬마가 자유분방한 여성의 삶을 시로 쓰기도 했다는게
저는 너무 사랑스럽고 재밌고 또 슬펐습니다. 2권도 뭉클한곳이 여기저기!!

거리의화가 2022-10-15 16:26   좋아요 2 | URL
미미님 저 원서 샀습니다ㅎㅎㅎ 스콧님 페이퍼에서 본 핑크색 표지가 이쁘긴 했지만 지금 살 수는 없어서ㅠ 암튼 외서라 올려면 10월말이나 11월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ㅎㅎ
간결한 문체인데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어린 토베 안쓰럽기도 하고 이쁘고 그랬네요 2권도 기대됩니다 3권은 아픈 내용이 많을 것 같고^^

바람돌이 2022-10-15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목차는 해당 챕터 첫문장인거 같네요. 저도 이 책은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두었는데 조만간 받을거예요. 읽다가 화가님처럼 아 이런 책은 사야 돼 이럴수도 있겠네요. ^^

거리의화가 2022-10-15 22:24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각 챕터 문장의 도입 부분을 뽑아 놓았는데 글이 이어지듯 아닌듯 해서 신선했어요. 희망도서 신청하셨군요 3권이라 거부당할까봐 저는 조마조마했어요ㅎㅎㅎ

그레이스 2022-10-15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 단락, 상징적이네요!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5 22:26   좋아요 2 | URL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리뷰쓸 때 엄선하느라 고민이 되었네요^^ 직접 읽어보시면 더 좋으실것 같습니다.

희선 2022-10-17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똑같지 않다 해도 다른 사람이 어린 시절을 말하면 자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은 비슷한 점도 있으셨군요 다음 이야기 기대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7 08:32   좋아요 1 | URL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어서 공감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해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어릴 때는 더 그렇잖아요. 그래서 토베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오늘 다음 권 읽을려고 가져왔어요~^^*

다락방 2022-10-17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 리뷰를 읽고 나니 제 책장에 이 책이 꽂혀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쁩니다. 음허허
책은 생각보다 훨씬 작고 얇던데, 늘 새삼스레 깨닫는 바지만, 책이 얇고 가볍다고 해서 그 내용 자체도 그러하다는 건 아니지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잘 읽도록 하겠습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2-10-17 12:4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책에 겉표지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다락방님이 소설을 워낙 많이 읽어오신지라 이 책이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사실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깝긴 합니다만ㅎㅎ 암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2-10-17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토베의 시를 이렇게 직접 적어 주셨다니 ㅎㅎ

지금 청춘 읽고 계시 겠죠.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암울한 청춘, 초록빛이 느껴집니다 ㅜ.ㅜ

거리의화가 2022-10-18 07:42   좋아요 1 | URL
저 시는 유독 와닿았어요ㅎㅎㅎ 토베가 재능이 많았는데도 주변에서 인정을 안해줘서 마음이 아팠어요^^
청춘 읽고 있는데 초록인데 먹빛이 가미된 느낌?입니다.
 

「걸스 곤 와일드」의 성공은 포르노 산업이 더 하드코어한 쪽으로이동한 덕분이었다. 가학적인 곤조 섹스가 보편화되면서 더 소프트코어한 포르노를 몰아냈다. 그 공백을 프랜시스의 「걸스곤와일드」가 채웠다. 걸스곤와일드」에서는 여남 간의 성적 관계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하드코어 포르노의 표지인 성행위, 발기한 음경, 사정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나오는 건 젊은 여자들이고, 그것도 아주 많은 여자들이 다양한 단계의 옷 벗기와 성적인 행동을 하는 장면이다. 이 여자들이야말로 걸스 곤 와일드」의 진정한 셀링 포인트이며, 이는 단순히그들이 젊고 사회의 기준에 맞게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프랜시스의 말을 빌리자면 "진짜"이기 때문이다. 「걸스 곤 와일드」 웹사이트에는 "현실 여자들", "모두 진짜", "무연출, 무편집, 실제상황"이라는 문구가 넘쳐난다. 프랜시스는 「걸스 곤 와일드」가 다른 포르노 상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사실 ‘진정성‘이라고 주장한다. - P99

프랜시스와 촬영팀이 직접 나서서 한번만 벗어보라고 조르는 그림이 그려졌다면, 그들은 여자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성인포식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보다 그들은 영리하게도 그 청소년의 또래들을 조종해 ‘더러운 짓‘을 대신하게 만든다. - P104

장기적 결과를 걱정할 필요 없이 휴가에서 성적 경험을 해 볼 수있다는 일종의 ‘패스‘를 가졌다는 이 기분이 바로 프랜시스가 여자들을 섭외할 때 이용하는 것이다. 술에 마음껏 취할 수 있으며, 성적인 기운으로 가득하고 어떤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봄방학의 분위기는「걸스 곤 와일드」 팀이 여자들을 교묘히 조종해 일상적 행동 범위에서벗어난 행위를 하게끔 만들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 P105

걸스곤와일드 출연과 관련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이 여자들의 행동이 비디오테이프 안에 영원히 박제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것을 되돌릴 수도, 숨길 수도, 그게 자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 P106

주류 미디어는 여자가 포르노에서실제로 겪는 일이나 그가 연기해야 하는 행위의 실체, 상품으로서 짧은 수명과 상존하는 성전파성 질환 발병 위험은 대부분 외면하고, 대신 제임슨을 포르노의 마스코트로 내세워 점점 더 많은 최저임금 노동자 여성을 성산업에 끌어들인다. - P117

「어덜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에서 나와 얘기를 나눈 몇몇 제작자들에따르면, 남자들이 이런 종류의 포르노를 구매하는 이유는 여자의 포르노 입문용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자신의 파트너에게 특정 행위를 해 달라고 요구할 때 쓰는 한 가지 수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행위는 파트너로서는 딱히 하고 싶지 않은 행위일 수 있다.) 게다가 화려한 연출과 사회적 미의 기준에 맞는 매력적인 배우, 그리고 ‘스토리 라인’ 덕분에 그런 포르노는 더 여성 친화적으로 여겨진다. - P122

"이들 잡지가 제공하는 성 지식은 성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광범위한 인식, 즉 섹스를 남성중심적으로, 남자의 섹슈얼리티를 성적 다양성 추구 측면으로만 이해하는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들 잡지와 그 웹사이트는 포르노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전 연령대의 남자가 이용할 수 있고, 대개 기차나 기내 같은 공공장소에서남자들이 읽을거리로 소비된다. 이들은 포르노 딱지가 붙지 않고도 친포르노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파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 P124

페미니스트-활동가이자 저술가인 잭슨 카츠Jackson Katz는 이렇게 주장한다. "스턴은다양한 인간 표적을 찾아 나서고 파괴하지만, 그의 전문 분야는 그리고 그가 남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주요인은 여자를 성적으로 괴롭히는일이다. 그는 끊임없이 여자들 -대부분 젊고, 성형수술을 받았고, 남자를 즐겁게 해주려 애쓰는을 얕보고, 조롱하고, 자극해 한순간의 유명세를 위해 자기 자신을 성적으로 폄하하도록 만든다." 하워드 스턴은우리가 사는 포르노 문화의 화신이며, 그것으로 엄청난 보상을 받고 있다. - P125

포르노가 다른 무엇보다도 비즈니스라는 점은 포르노의 콘텐츠가 산업의 마케팅, 기술, 경쟁의 형세에 의해 형성됨을 의미한다. 낮은진입 비용과 더불어 소비자를 포착하고 유지하려는 극심한 경쟁은 포르노 사이트의 범람과 포르노의 형식, 하위장르, 전달체계를 대상으로한 광범위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포르노 산업의 발달 속도는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가 서로 경쟁하며 수용 가능한 범위를 조금씩 넓혀나갔던 과거 인쇄물의 시대보다 훨씬 빨라졌다. 과거 포르노 이용자는 제한된 선택지만을 제공했던 동네 포르노 가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몇 분도 안 걸려 수백 개의 사이트를 부지런히 들락거릴 수 있게 되었다. - P132

포르노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소비자 행동에 관한 연구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분명 지금보다 더한 ‘뽑아 먹기‘의 성격을띨 것이다.
포르노는 확실히 거대 비즈니스가 되었고, 국내 및 국제 시장에더욱 과감히 진출하며 직접적인 정치적, 입법적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소유집중이 점점 심화되고, 브랜드 파워와 광범위한 운영을 자랑하는 더욱 거대하고 자본화된 기업이 출현하면서 포르노 산업의 영향력은 극대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주류 금융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더욱 강력한 동맹을 얻을 것이다. 포르노 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리 사회의 포르노화도 더욱 심화될것이다.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1장 포르노 산업의 포석을 놓다

포르노는 다른 모든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 이야기는 섹슈얼리티와 성적 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그 특성상 가장 사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남자가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포르노를 본다면 남는 것은 단순한 사정그 이상이다. 포르노의 이야기가 성적 정체성의 핵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섹스를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로만, 현실세계에서 그것이 구성, 인식, 수행되는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생물학적 욕구도 문화적 의미나 표현 없이 순수한형태로 존재할 수 없으며, 미국 사회에서 포르노는 남자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알아듣기 좋은 스토리텔러다. - P40

포르노 섹스의 핵심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런 행위와 연관 짓는 기분과 감정-유대감, 공감, 상냥함, 배려, 애정은 혐오와 더 흔히연관되는 것들-공포, 반감, 분노, 경멸, 멸시-로 대체된다. 포르노에서남자는 혐오를 나눈다. 섹스가 매번 폄하를 최대치로 전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 P43

남자가 포르노를 보는 이유는 판타지를 즐기기 위함으로, 즉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쾌감을 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위함이라 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논리가 단순하다면, 여자와 남자가 깊은 유대감과 애정을 기반으로 섹스를 즐기고, 여자의 몸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남자 연인의 뛰어난 기술로 여자가 황홀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그런 장면을 묘사하는 포르노도 똑같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이 또한 많은 이들의 판타지일 테지만, 포르노에서 꾸준히 재현되는 종류는 아니다. 실제 포르노의 ‘판타지‘ 섹스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보다는 성폭력에 가까워 보인다. - P47

남성에게 가해지는 압박, 즉 가정이라는 틀에 순응하고 점점 더 커지는 미국 경제계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은 대중매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는 그렇게 순응하는 남성을 두고 "기계화되고 로봇화된 인간의 캐리커처… 몸과 마음의 노예"라고 지적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Barbara Ehrenreich에 따르면, 『라이프 Life』, 『룩Look」『리더스 다이제스트』와 같은 잡지도 일명 ‘게리 그레이 Gary Gray‘ (회색 플란넬 정장을 입은 순응주의자)가 남자에게서 남성성, 자유, 개성을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렇듯 대중 심리학자들이 경제계가 미국 남성을 "하찮은 남자"1"로 전락시켰다며 비판하는 동안,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한 여자들은 미국의 남성성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에런라이크는 "경제계를 이끄는 자들은 냉전 시대 미국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목하기 쉽고 받아들일 만한 악역은 여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여성은 욕심 많고, 교활하고, 게으르게 묘사되면서 남자들을 지나치게 길들여 남성성을 거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 P59

『플레이보이의 반여성적인 이데올로기는 새로울 게 없었지만, 그것을 결혼에 반대하는 논리와 연결 지은 방식만큼은 새로웠다. 미국의 - P61

부인들은 구제 불능이며, 너무 많은 권력이 이들에게 주어졌고,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가정의 이상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남자에게 순응하지 말고 독신으로 남으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1950년대 당시 그러한 비순응적 태도는 동성애나사회 병리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게리 그레이‘를 대체할 남자, 순응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남자답다‘고 생각될 만한 남성상이 필요했다.
이 남자는 열심히 일하지만, 가족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한다. 확실한 이성애자이지만, 아내 한 명이 아니라 (플레이보이에 등장하는 여자들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자 여러 명을 거느린다. 『플레이보이』 1954년6월호에서 졸로는 독자에게, 그런 남자는 현실에 분명 존재하며 바로그런 남자가 "진정한 플레이보이"라고 귀띔한다. - P62

헤프너의 초기 마케팅 전략은 『플레이보이를 잠재 유통업자에게는 소프트코어 포르노 잡지로, 대상 독자에게는 라이프스타일 ‘남성‘잡지로 파는 것이었다. - P64

일레인 메이Elaine May는 1950년대 전반이 ‘전문가‘의 시대였다고주장한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때 그 조언은 무엇을 살 것인가에서부터 핵전쟁에 대비하는 법까지, 실로 삶의 전 분야를 아울렀다. 『플레이보이』 편집자들은 이 전문가의 역할을 하며 독자에게 "무엇을 입고, 먹고, 마시고, 읽고, 운전할지, 집은 어떤 가구로 채우고 음악은 어떻게 들을지, 어떤 나이트클럽, 식당에 가고 무슨 연극, 영화를 보러 갈지, 어떤 장비를 갖출지"35를 알려 주었다. - P69

우리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플레이보이는 광고 수익을 더 많이 벌어들였지만, 광고주와의 관계는 위태로웠다. 그 주된 이유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와 포르노 출판물이라는 『플레이보이』의 다소 상반된 두 성격 때문이었다. 웨어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플레이보이의 독자층은 선호했으나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고 계층 상승을 지향하는 백인이었다) 포르노 콘텐츠는 싫어했는데, 저속한 포르노 잡지와 자신들이 광고하는 제품이 묶여서 생각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 P71

『펜트하우스』의 발행인 겸 편집인 밥 구초네는 『플레이보이와의경쟁을 목표로 문학관과 라이프스타일난을 구성하는 플레이보이』의형식을 따라 하면서도, 좀 더 성적으로 노골적인 화보를 싣는 전략을취했다. 단기적으로는 광고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플레이보이』를 망하게 하고 난 후에 광고주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 P73

『펜트하우스』가 경쟁하는 동안 주류 포르노 시장은 더욱 노골적인 이미지를 점점 더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결과 한층 하드코어한 포르노물을 대량으로 유통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플린트는 수많은 법적소송에 휘말려야 했지만,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가 미리 길을 닦아 놓았기 때문에 "최초로 성기 안쪽까지 보여준 전국 유통 잡지"50를만들고자 한 그의 목표가 더 빨리 현실화될 수 있었다.
제품 차별화가 자본주의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잘알았던 플린트는 『허슬러』의 창간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플레이보이가 될 수 있고 펜트하우스를 가질 수 있지만, 진정한 남자만이 ‘허슬러‘*가 될 수 있다."51 플린트는 그의 대상 독자층이,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에서 제시하는 고급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에 이입하기는 어려운 소득 수준의 "평범한 미국인"이라고 잡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 P77

세 기업 모두 오늘날 포르노 시장에서 적자를 피하고자 재정비를거쳐야 했다. 현재 포르노 산업은 이들 기업이 등장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전혀 달라졌고, 오늘날의 남자들은 점점 더 과격한 포르노를 원하고있다. 이들 기업이 그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점점 더 하드코어한 포르노시장으로 옮겨 가는 건지, 혹은 그러한 포르노에 대한 취향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판 꼴이 된 것인지가 의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분명한 사실 - P89

은 이들 세 잡지와 그 발행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발행인은 저마다 영역을 확장해 나갔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주류 대중문화에서 포르노의 존재감을더욱 부각했다. 플린트와 구초네가 한계에 도전하면 할수록 『플레이보이』가 점점 더 괜찮게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되었고, 『플레이보이』가주류 문화에 더욱더 깊이 침투할수록, 『허슬러』와 『펜트하우스』는 더하드코어한 영역으로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공생 관계는 우리 문화를 길들여 이후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될 시기에 포르노를 여자와 남자를 폄하하고 비인간화하는 이미지의 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 P90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2-10-13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들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 근데 내용은 ㅠㅠ

거리의화가 2022-10-13 21:17   좋아요 0 | URL
더 미룰수가 없어 읽는데 역시 내용 험난하네요 휴^^;;;

다락방 2022-10-14 10:15   좋아요 0 | URL
여러분 힘내세요! ㅠㅠ
 

사피엔스 원서를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한계를 느껴 원서를 구입했다. 

이상과 현실은 역시 차이가 있다.  
아는 단어와 문장이라도 집중하면 들리지만 놓치면 소용이 없을텐데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도 문장을 자주 들으면 패턴에 익숙해진다는 장점은 있다. 자기 합리화겠지만^^;
그나저나 오랜만에 페이퍼백을 보려니 글자가 왜 이리 작은 것일까ㅠㅠ

요사이 복고 바람이 불어서 LP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종종 음반 메뉴를 구경하다 반가운 음반이 출간되었을 때 구입하곤한다.
그렇게 얼마 전 구입한 음반 두번째달 1집이다.
드라마 아일랜드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익숙한 음반일것으로 생각한다.
드라마도 좋았지만 나는 OST가 좋아서 한동안 이 음반만 들었다.
바람이 불고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 들으면 좋다.



벌써 10월 절반이 가까워졌음에 놀랐다.
읽어야할 것들이 많은데 정작 반드시 읽어야하는 책은 손놓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포르노랜드 이번주에 끝내려고 했는데 흠. 안될 듯 싶군.
다미여를 위해서 문학 읽기는 계속 진행중인데 읽을 게 많아서 곤란하다 곤란해^^;;;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10-13 1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발하라리 테드 영상 추천합니다(영어 자막 나오는거 슬로우 플레이로 받아쓰기 강추)
오디오북 듣는 것만으로는 귀가 뻥뚫리지 않습니다 어학은 손 눈 입 귀를 써야 단계별로 실력이 올라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3 14:00   좋아요 3 | URL
역시 전문가 스콧님!ㅎㅎ 시간을 얼마나 들이느냐에 문제인데 이것저것한다 생각하면 지쳐서 안하니까 결국 안느는 악순환이 벌어지네요. 그러고 보면 요즘은 공부하기에 활용한 수단이 참 많은데말이죠ㅋ 말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아서 답보 상태인듯합니다. 영상 추천 감사해요*^^*

청아 2022-10-13 15:31   좋아요 2 | URL
˝어학은 손 눈 입 귀를 써야 ...˝스콧님 말씀 밑줄 쫙!!😍

하이드 2022-10-13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은 더 집중해야 해서 어려워요. 팟캐! 팟캐를 들으세요. 팟캐 재미있는거 대박 많고, 집중력 좀 떨어져도 잘 들리고, 저 요즘 팟캐 듣고 싶어서 산책 나가요. 저는 자기계발, 도서관, 책, 뉴스, 커리어, 페미니즘 관련 팟캐들 듣고 있는데, 역사 팟캐도 많아요! 엊그제 들은 팟캐에는 80살 넘은 독서광 엄마와 딸 이야기 나왔고, 2차대전도 겪었던 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사소설 이었어요. 트라우마를 독서로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며, 평소에는 정원일 하고, 가을 되면 독서 시즌으로 책들 읽는 이야기 엄마랑 딸이랑 같이 하는거 너무 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히스토리 픽션들도 많이 추천해주었는데, 산책하면서 듣느라 책 제목은 기억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다행인 ㅎㅎ 어제는 애덤 그랜트와 셀레스트 잉 (요즘 읽고 있거든요!) 이야기하는 것 들었고, 팟캐 너무 재미있습니다! 대화체이고, 오디오북 난이도가 10이면 관심 주제 팟캐 난이도는 5거나 그 이하에요.

백일 챌린지로 테드 영상 하나씩 보고 요약하고 있는데,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고, 세상에 진짜 다양한 이슈가 있고 (어제 본 건 뮤지션이 음악을 만드는 마음과 그 전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제로 연주와 노래도 들려준), 강의하는 사람들의 애티튜드까지 습득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테드 데일리나 테드 오디오 (위에 애덤 그랜트 팟캐가 테드 오디오 팟캐였어요) 팟캐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이드 2022-10-13 20:08   좋아요 1 | URL
오디오북은 더 집중해야 해서 어렵다는 면에서 오디오북을 더 추천할 수도 있겠구요. 저는 팟캐랑 오디오북 둘 다 매일 듣고 있지만, 오디오북이 어려운건 당연합니다. 논픽션보다 픽션이 또 더 어렵구요. 그래도 뭐든 계속 듣고 듣고 또 들으면 들려요!

거리의화가 2022-10-13 21:12   좋아요 1 | URL
하이드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픽션이 어려워서 항상 원서는 논픽션만 읽게 되요^^ 팟캐 한번 들어봐야겠네요ㅎㅎㅎ 테드 몇 개 들어봤더니 분량도 길지않고 좋더라구요^^ 부담없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새파랑 2022-10-13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P 너무 비쌉니다 ㅋ 제가 cd까지는 모으는데 lp까지 하면 거덜날까봐 안하고 있습니다 ㅋ 원서 오디오북을 시도하신것도 대단하신거 이린가요? ㅋ

거리의화가 2022-10-13 21: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마자요 비싸긴 합니다 그래서 저도 매번 사진 못하고 3-4개월에 한번? 사는 듯요*^^* 아직 모자랍니다 사피엔스는 정작 원문은 그닥 어렵지 않아요 논픽션이고 기존에 번역서를 읽은지라^^

희선 2022-10-14 0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를 원서 오디오로 멋지네요 거리의화가 님 LP 들으시는군요 그것도 멋지네요 낮달이 보이기도 하는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4 09:19   좋아요 1 | URL
겁없이 오디오북으로 도전한 감이 있네요~ 원서로 바로 들었더니 역시나 잘 안들려서ㅎㅎㅎ
달 맞는데 출근 때 해뜨기 전이라 함께 하늘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LP는 이제 모으기 시작해서 몇 개 없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음반 보이면 사고 있어요^^;;;

희선 2022-10-15 03:00   좋아요 1 | URL
아침에 본 달이었군요 저도 어제 아침에 달 봤어요 가을에 낮에 달이 보였던 것 같기도 해서... 어제 아침에 본 구름 멋졌습니다 아침에 하늘 볼 일 별로 없는데, 오랜만에 봤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0-14 0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를 원서로??
대단하십니다^^
팟캐를 들어야 하는군요? 저도 일단 귀가 쫑긋!!ㅋㅋㅋ
음악 좋네요.
예전에 아일랜드 드라마 좋다는 평은 들었는데 그 시절 아일랜드를 챙겨보진 못했었네요ㅜㅜ
음악 들으니 드라마를 볼걸 그랬나? 싶게 이 계절에 들으며 산책하기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거리의화가 2022-10-14 09:33   좋아요 2 | URL
사피엔스 원서 읽을 때는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역시 듣기만 해서는 쉽지 않네요^^; 팟캐스트 확인해보니 길이가 짧은 것들이 있어서 좋습니다~ㅎㅎㅎ
아일랜드 드라마는 음... 좋기는 한데 저는 OST가 더 좋았어요^^* 음악은 드라마와 관계없이 가을하고 참 잘 어울리는 경음악입니다~^^

하이드 2022-10-14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팟캐 검색할 때 관심 가는 저자나 책 제목 넣어보세요. 아님 듣고 싶은 키워드. 그에 대한 팟캐들이 좌라락 뜨거든요. 그럼 거기 들어가서 주제들 보명서 구독해보고 들어보면서 찾아가야할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다 들어보는 단계라서 (근데 구독 이백개라 이 단계가 언제 끝날지 ㅎㅎ) 아직 추천해드리기에는 부족해요. ^^; 듣다가 좋은거 있음 알려드릴게요~

거리의화가 2022-10-14 10:25   좋아요 0 | URL
말씀만으로 고맙습니다 일단 테드 오디오부터 구독 시작했어요^^ 그것 말고 짧은 것들도 있더라구요. 듣다 보면 제 취향에 맞는 적당한 컨텐츠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호우 2022-10-14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를 원서로~~ 너무 부럽습니다~~ 멋지세요. 벌써 10월 중반의 주말이네요.기온이 많이 떨어졌어요. 음악 들으면서 차 한 잔 하기 딱 좋네요^^

거리의화가 2022-10-14 13:42   좋아요 2 | URL
호우님 읽기만요^^ 들으려니 아주 진땀이ㅎㅎㅎ
기온차가 큽니다. 이럴 때 건강 유의하시고요. 오늘이 금요일이라 그나마 기분이 좋습니다~ 얼른 집에 가서 밀린 책들 좀 읽고 싶습니다!ㅋㅋㅋ
 
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마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달라도 하고자 하는 말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1. 결혼이란 제도로 사람의 욕망은 끝나는가?
'아니오'일 것이다.

욕망의 대상은 다양하다.
사람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고 규율의 파괴일 수도 있다.

감정이 고조에 이르고 줄어드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뜨거웠던 애정은 언젠가 식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감정의 모양은 달라져도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친구처럼 지내거나 동지(!)처럼 지내게 된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옆사람에게 묻곤 한다.
"10년 전 내게 가졌던 감정을 지금도 가져야 하는 거 아냐?" 나 좀 봐달라는 애두른 표현이지만 딱 잘라 말한다. "지금도 그렇다면 병이야."
결혼하고보니 막상 내가 원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마음이 떠나 그 사람을 보기 싫어졌다면?
일부는 취미 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해서 다른 방향으로 마음을 돌릴 수도 있겠다. 일부는 외도를 하겠지.
규율에 대한 욕망은 항시 존재할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이것을 해야 하고 이것을 조심해야 하고 격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회의 지침(!)이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이렇게 지키는 사람도 가끔 그 구속에서 벗어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무채색의 양말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실크스타킹을 사 신는다. 스타킹에 걸맞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백화점 1층에 가서 뷰티 서비스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낼 겸 영화나 공연을 본다.
이럴 때의 욕망은 자유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것조차 지탄을 한다면 기혼 여성의 욕망의 범위는 거의 없는 것이 아닌지 싶어 갑갑해진다.


2.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아니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든 폭력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집에서 폭력을 경험했을 때 '사람은 왜 사람을 때리는가' 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항변하는 경우도 보았다. "말을 안 듣는데 어떻게 폭력을 안 쓰냐?" 그렇다고 해도 나의 분노를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이런 경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역시 경험이 없으므로 답을 할 수 없다.
소설 속에서 폭언과 폭력을 서슴치 않고 행하는 남편이 있다. 심지어는 만나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이런 사람 옆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갖고 살 수 있느냔 말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어떤 남자는 여자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핑계를 대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아주 최근까지 정신병원으로 가는지 『여성과 광기』를 통해서도 본 일이 있지만 짧은 이야기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3. 가부장제와의 결별(?)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단편이 있었다. 죽음이란 상실이기만 할까. 여러 감정이 조금씩 아니면 한꺼번에 밀려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정한 규율이 있고 그에 위반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가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 딸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자까지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위적으로 결정되고 그에 순응하며 살던 딸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어떠했을까.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축이기도 하다는 면에서 그의 죽음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했다. 딸들의 마음은 후련함에 가까운 해방일까. 아니면 그러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에 더 가까울까.


4. 연대
현대 사회에서 연대라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주변 소식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서 빛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전에 여성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사람이 빛을 보며 태어났는데 어떤 이유로도 갑작스런 죽음은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의 비극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 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례에 걸맞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기존에 19세기 고전 소설을 읽었을 때는 나와 맞지 않는 상황들과 인물들의 태도 등으로 거리감을 느꼈었다.
헌데 여기 단편들은 그렇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들이 놀랍도록 지금에 견주어도 비슷해서 읽는데 수월했으나 그만큼 아팠다.
지금도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아프다는 느낌이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2-10-13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폭력에 반대하고 경험때문에 타인에게 소리치는 것도 심각한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여 피해자에 쉬이 감정이입되고 가해자를 미워하게 되더라구요.
(무채색의 양말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실크스타킹을 사 신는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낼 겸 영화나 공연을 본다.)
화가님 써주신 요 부분 읽는것만으로도 이미 힐링되는 느낌입니다.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0-13 10:02   좋아요 2 | URL
폭언과 폭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을 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ㅠㅠ 그런 경험이 있다면 더더군다나 피해자는 두려움을 갖게 되겠죠.
ㅎㅎㅎ 저도 그 상황 자체가 힐링이더라구요. 저는 심심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편인데요(편해서). 처음에 여행 다닐때는 평소와 마찬가지의 옷차림을 했어요. 그랬더니 사진들이 죄다 우중충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차려입은듯한 복장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밝게 입어야 사진이 좀 더 잘 나오는 듯한~? 게다가 기분 전환 효과도 있더군요^^

2022-10-13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10-13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의 정리된 글 잘 읽었어요.
적어주신 1번에서 4번까지가 우리가 항상 생각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고요.
결혼 생활하다보면 남편은 이제 동지에 가깝고, 폭력 사용하면 안되는데 어제 그만 화가나서 아이 등짝 세게 한 대 쳤어요 ㅎㅎ
그리고 친구 만났는데 세상이 발전해도 여성에 관련해서는 별로 바뀐 것 없다고 얘기했고요.
고전 읽으면 언제나 여성에 대한 견해가 안타까운데 잠시 무시하고 읽게 되더라고요. 잃.시.찾도 마찬가지예요^^

거리의화가 2022-10-13 15:46   좋아요 1 | URL
저도 아이가 있으신 분들의 입장을 듣기만 하는지라 조심스러운데 부모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맞아요. 남편은 설레는 기간 초반에 길어야 5년 간다고 봅니다ㅋㅋㅋㅋㅋ 이제는 뭐 친구나 동료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이 책 읽으면서 19,20세기 여성 단편선인데 작품이 길게는 100년 전, 짧게는 몇 십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좀 허하더라구요.
제인 오스틴 소설들을 읽을 때는 이렇게 이입이 좀 안 되었던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오스틴이 당시 중상류층 이상의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전 읽을 때는 잠시 여성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아야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매번 스트레스 받을듯합니다ㅎㅎㅎ

새파랑 2022-10-13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습니다!! 다양한 작가의 좋은 단편들이 섞여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욕망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10-13 21:09   좋아요 1 | URL
역시 새파랑님 읽으셨군요^^ 저도 몰랐던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욕망은 문제없다는 말씀에 저도 동의해요ㅎㅎㅎ

희선 2022-10-14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뀌는 것도 있지만, 바뀌지 않고 여전한 것도 있겠습니다 그런 것도 바뀔 날이 오리라고 믿어야겠지요 폭언 폭력은 안 좋지요 그러고 보니 아주 옛날이 아닌 때도 여자를 정신병원에 넣었다는 거 봤군요 그게 19세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니...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욕망은 괜찮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4 09:34   좋아요 0 | URL
네. 요즘에도 여전한 것들이 많아서 쉽게 읽혀서 오히려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현실에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바꿀 수 있다 희망을 가져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