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포르노 산업의 포석을 놓다

포르노는 다른 모든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 이야기는 섹슈얼리티와 성적 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그 특성상 가장 사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남자가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 포르노를 본다면 남는 것은 단순한 사정그 이상이다. 포르노의 이야기가 성적 정체성의 핵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섹스를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로만, 현실세계에서 그것이 구성, 인식, 수행되는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생물학적 욕구도 문화적 의미나 표현 없이 순수한형태로 존재할 수 없으며, 미국 사회에서 포르노는 남자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알아듣기 좋은 스토리텔러다. - P40

포르노 섹스의 핵심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런 행위와 연관 짓는 기분과 감정-유대감, 공감, 상냥함, 배려, 애정은 혐오와 더 흔히연관되는 것들-공포, 반감, 분노, 경멸, 멸시-로 대체된다. 포르노에서남자는 혐오를 나눈다. 섹스가 매번 폄하를 최대치로 전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 P43

남자가 포르노를 보는 이유는 판타지를 즐기기 위함으로, 즉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쾌감을 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위함이라 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논리가 단순하다면, 여자와 남자가 깊은 유대감과 애정을 기반으로 섹스를 즐기고, 여자의 몸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남자 연인의 뛰어난 기술로 여자가 황홀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그런 장면을 묘사하는 포르노도 똑같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이 또한 많은 이들의 판타지일 테지만, 포르노에서 꾸준히 재현되는 종류는 아니다. 실제 포르노의 ‘판타지‘ 섹스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보다는 성폭력에 가까워 보인다. - P47

남성에게 가해지는 압박, 즉 가정이라는 틀에 순응하고 점점 더 커지는 미국 경제계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은 대중매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는 그렇게 순응하는 남성을 두고 "기계화되고 로봇화된 인간의 캐리커처… 몸과 마음의 노예"라고 지적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Barbara Ehrenreich에 따르면, 『라이프 Life』, 『룩Look」『리더스 다이제스트』와 같은 잡지도 일명 ‘게리 그레이 Gary Gray‘ (회색 플란넬 정장을 입은 순응주의자)가 남자에게서 남성성, 자유, 개성을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렇듯 대중 심리학자들이 경제계가 미국 남성을 "하찮은 남자"1"로 전락시켰다며 비판하는 동안,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한 여자들은 미국의 남성성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에런라이크는 "경제계를 이끄는 자들은 냉전 시대 미국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목하기 쉽고 받아들일 만한 악역은 여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여성은 욕심 많고, 교활하고, 게으르게 묘사되면서 남자들을 지나치게 길들여 남성성을 거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 P59

『플레이보이의 반여성적인 이데올로기는 새로울 게 없었지만, 그것을 결혼에 반대하는 논리와 연결 지은 방식만큼은 새로웠다. 미국의 - P61

부인들은 구제 불능이며, 너무 많은 권력이 이들에게 주어졌고,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가정의 이상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남자에게 순응하지 말고 독신으로 남으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1950년대 당시 그러한 비순응적 태도는 동성애나사회 병리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게리 그레이‘를 대체할 남자, 순응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남자답다‘고 생각될 만한 남성상이 필요했다.
이 남자는 열심히 일하지만, 가족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한다. 확실한 이성애자이지만, 아내 한 명이 아니라 (플레이보이에 등장하는 여자들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자 여러 명을 거느린다. 『플레이보이』 1954년6월호에서 졸로는 독자에게, 그런 남자는 현실에 분명 존재하며 바로그런 남자가 "진정한 플레이보이"라고 귀띔한다. - P62

헤프너의 초기 마케팅 전략은 『플레이보이를 잠재 유통업자에게는 소프트코어 포르노 잡지로, 대상 독자에게는 라이프스타일 ‘남성‘잡지로 파는 것이었다. - P64

일레인 메이Elaine May는 1950년대 전반이 ‘전문가‘의 시대였다고주장한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때 그 조언은 무엇을 살 것인가에서부터 핵전쟁에 대비하는 법까지, 실로 삶의 전 분야를 아울렀다. 『플레이보이』 편집자들은 이 전문가의 역할을 하며 독자에게 "무엇을 입고, 먹고, 마시고, 읽고, 운전할지, 집은 어떤 가구로 채우고 음악은 어떻게 들을지, 어떤 나이트클럽, 식당에 가고 무슨 연극, 영화를 보러 갈지, 어떤 장비를 갖출지"35를 알려 주었다. - P69

우리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플레이보이는 광고 수익을 더 많이 벌어들였지만, 광고주와의 관계는 위태로웠다. 그 주된 이유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와 포르노 출판물이라는 『플레이보이』의 다소 상반된 두 성격 때문이었다. 웨어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플레이보이의 독자층은 선호했으나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고 계층 상승을 지향하는 백인이었다) 포르노 콘텐츠는 싫어했는데, 저속한 포르노 잡지와 자신들이 광고하는 제품이 묶여서 생각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 P71

『펜트하우스』의 발행인 겸 편집인 밥 구초네는 『플레이보이와의경쟁을 목표로 문학관과 라이프스타일난을 구성하는 플레이보이』의형식을 따라 하면서도, 좀 더 성적으로 노골적인 화보를 싣는 전략을취했다. 단기적으로는 광고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플레이보이』를 망하게 하고 난 후에 광고주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 P73

『펜트하우스』가 경쟁하는 동안 주류 포르노 시장은 더욱 노골적인 이미지를 점점 더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결과 한층 하드코어한 포르노물을 대량으로 유통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물론 플린트는 수많은 법적소송에 휘말려야 했지만,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가 미리 길을 닦아 놓았기 때문에 "최초로 성기 안쪽까지 보여준 전국 유통 잡지"50를만들고자 한 그의 목표가 더 빨리 현실화될 수 있었다.
제품 차별화가 자본주의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잘알았던 플린트는 『허슬러』의 창간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플레이보이가 될 수 있고 펜트하우스를 가질 수 있지만, 진정한 남자만이 ‘허슬러‘*가 될 수 있다."51 플린트는 그의 대상 독자층이,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에서 제시하는 고급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에 이입하기는 어려운 소득 수준의 "평범한 미국인"이라고 잡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 P77

세 기업 모두 오늘날 포르노 시장에서 적자를 피하고자 재정비를거쳐야 했다. 현재 포르노 산업은 이들 기업이 등장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전혀 달라졌고, 오늘날의 남자들은 점점 더 과격한 포르노를 원하고있다. 이들 기업이 그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점점 더 하드코어한 포르노시장으로 옮겨 가는 건지, 혹은 그러한 포르노에 대한 취향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판 꼴이 된 것인지가 의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분명한 사실 - P89

은 이들 세 잡지와 그 발행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발행인은 저마다 영역을 확장해 나갔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주류 대중문화에서 포르노의 존재감을더욱 부각했다. 플린트와 구초네가 한계에 도전하면 할수록 『플레이보이』가 점점 더 괜찮게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되었고, 『플레이보이』가주류 문화에 더욱더 깊이 침투할수록, 『허슬러』와 『펜트하우스』는 더하드코어한 영역으로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공생 관계는 우리 문화를 길들여 이후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될 시기에 포르노를 여자와 남자를 폄하하고 비인간화하는 이미지의 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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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0-13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들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 근데 내용은 ㅠㅠ

거리의화가 2022-10-13 21:17   좋아요 0 | URL
더 미룰수가 없어 읽는데 역시 내용 험난하네요 휴^^;;;

다락방 2022-10-14 10:15   좋아요 0 | URL
여러분 힘내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