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을 때는 잠시 정신이 들기도 하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또 알아차리게 된다.
조금 전 나의 희미한 깨달음은 '먼지 낀 눈에 보이는 허공꽃' 같은 것이라고.

지난 봄, 지리산의 한 암자 책꽂이에서 책을  훔쳐왔다.
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불교수행법 강의>.
'훔쳤다'고 표현했지만 밥을 먹고 나서 일행과 차를 마실 때
스님에게 말씀 드렸다.
눈독 들이고 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 한 권 가져가도 되냐고.
스님은 알아서 하라고 반승낙(?)을 하셨고 나는 얼씨구나 하고 다음날 아침
그 두툼한 책을 가방 깊숙이 넣어 왔던 것.

몇 년 전 그 암자에 처음 갔을 때 사랑방 책꽂이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박종철 출판사에서 나온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두툼한 선집 중에서 달랑 한 권(제1권)만 주문했다.
읽어본 적도 없고 보나마나 앞으로도 읽지 않을 책을 전집으로 주문해 꽂아두는 건
허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 한 권은 품에 지니고 싶었으니, 그건 무슨 심리일까?

얼마 전 <엄마가 뿔났다>를 보는데 1년 휴가를 얻어낸 김혜자가 혼자 사는 방
책꽂이가 눈에 띄었다.
몇 권 기우뚱 나이브한 제목의 책들 사이에 <막스 레닌주의와 언론>이 눈에 들어왔다.
김혜자의 방 책꽂이에 꽂힌 책도 작가 김수현이 직접 골랐을까?
아니면 김혜자가?
아니면 순전히 어쩌다가?

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지리산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어 훔쳐온 그 책을 어느 친구에게 선물받았다.
나는 뻔뻔하게도 '이럴 줄 알았으면 딴 책을 가져올걸!'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주말 친하게 지내는 가족들과 어울려 2박 3일로 지리산에 다녀왔는데
남회근 선생의 그 책을 도로 가져가 스님 몰래 얌전히 책꽂이에 꽂아두고 왔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도벽'이  좀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지구본 저금통, 그리고 백수 시절 엄마 아버지의 주머니를 뒤진 것부터 시작해서......

어제 아침 모 방송 프로그램에는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 선생의
인터뷰 장면이 잠시 나왔는데, 그의 작업실 벽에는 누군가 붓으로 멋지게 쓴
자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형형한 눈빛이 나를 지켜보는 듯 살아 꿈틀거리는 필체였다.

누군가의 방 벽에 걸린 액자 속의 글이나 책꽂이에 꽂힌 책들에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라고만 편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다.

얼마 전 신문기사인지 인터넷 포털 기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글이 눈에 띄었다.

- 김장훈 득도.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봤더니 '득도'가 아니고 '독도'였다.
착시현상이 요즘 부쩍 심해져서 형이상학적으로  처리,
눈에 먼지가 낀 것이라 믿고 싶지만 그것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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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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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2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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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8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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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8 2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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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2008-10-0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칠불암(언젠지부터 칠불사로 승격?) 아래 茶 만드시는 내외분의 민박집...
장식이라고는 한구석 놓인 다듬잇돌과 천정에 그네마냥 내린 대(竹)옷걸이
1문, 2창, 1벽 구조의 나트막하여 다락같은 느낌의 단촐한 그 방...
친구야, 우리 뿔 나지 않아도 훌쩍 길 떠나 한 번 자묵자..
맘이, 생각만으로도 헛헛해지는 거이.....맘에도 먼지꽃이 피여....

로드무비 2008-10-08 21:08   좋아요 0 | URL
먹자판 여행에 떼를 지어 다니다 보니 근처 실상사니 보국사니 하는 절들도
한 번 들어가 보지 못했다. 말이 지리산 여행이지 산행은 잠깐이요,
참숯가마 찜질방이 필수인 코스라니!
그때가 언제지?
아우라지, 철길이 지나는 길이었던가?
그때처럼 저녁 무렵 낯선 길 위에서 만나도 좋겠다.^^


흰머리김 2008-10-1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하게 지내는 가족이 누구인지 난 알고 있다. ㅎㅎ
쌀쌀한 날씨에 잘 지내고 계시지요.
지리산은 단풍이 들었나.......
마감을 끝내고 멋진 하루를 보내볼까 하는데 뭐~~
딱히 없네요. 이곳 상해는.
가고 싶다. 지리산..... 먹자판 여행은 뭐랄까
나이듬을 보이는 것 같은 슬픔이..
예전 힘차게 뛰고 놀던 시절을 생각하시어
다음에는 산행을 주로하는 여행을 다녀오시기를..
젊음이여 다시 내게오라~~~~

로드무비 2008-10-12 18:00   좋아요 0 | URL
마감이 월말인 줄 알았더니 무려 열흘 뒤라니...ㅎㅎ
먹자판여행도 좋아.
먹고 마시고 낄낄거리고.
그런 날도 소중해.(뭔들 안 소중하겄어.)

산행은 아무래도 세 시간 이상은 무리.
말벌대소동이라고 할까.
갑자기 나타나 따라다니는 말벌 때문에 예정된 코스를 다 가지 못했는데
난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나.^^
(이르지 마시오.)

그건 그렇고 아직 새파란 이가 젊음 타령이라니!떽!!

2008-10-1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리산에 다녀왔구나! 난 주말에 동은이 다솜학교에서 북한산에 갔었어. 엄청 용기를 내서 밧줄를 잡고 암벽도 타고... 300m 정도의 낮은 봉우리를 올랐지!
평소 운동을 안했는데도 빨빨거리고 다녀서인지 이번엔 휴우증도 없네.
등산 전문가인 다니엘쌤과 젬마쌤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도 듣고...



로드무비 2008-10-21 14:27   좋아요 0 | URL
엄마학교라는 게 생겼다는데 나도 거기 가볼까?
요즘 컨디션이 좋다니 다행이다.
참치회 먹으러 안 와?
전화할게.^^

2008-10-20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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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0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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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0 1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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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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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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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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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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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0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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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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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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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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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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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3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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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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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아침은 울타리콩이 쌀알보다 많은 밥을 푹 끓여
죽도 아니고 누룽지도 아닌 묘한 형태로 먹었다.
2년 전인가는 잘 말린 시래기에 갑자기 필이 꽂혔는데 올해는 콩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주로 서리태를 사서 물도 끓여 마시고 밥에 듬뿍 넣어 먹기도 했는데
검정콩을 삶아 갈아 우유와 섞어 마시는 건 딱 한 번 해보고 말았다.
고소하고 맛은 괜찮았는데 믹서기를 꺼내는 그 한 번의 과정이 몹시 귀찮았기 때문이다.

엊그제 아파트 단지 내에 장이 서서 가봤더니 잡곡을 파는 코너에 
 '울타리콩'이라는 팻말을 꽂은 통이 눈에 띄었다.

"앗, 울타리콩이다!"

나는 오래 전 헤어진 친구를 우연히 만난 듯 반가워 달려들었다.
울타리콩은 한달 전인가 얼마 전 나의 수첩 귀퉁이에 꼭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제목과 함께 메모되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자서전 <마법의 등>.
무슨 책인가를 읽다가 지금은 절판된 베리만 감독의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급히 적어 넣은 것 같은데, 울타리콩이 왜 그 옆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좋아하는 감독의 자서전 옆에 적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울타리콩은 단순한 콩이 아닌, 뭔가 신비하고 다정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내 안에서 격상되었다.

강낭콩과 비슷하게 생긴 울타리콩은 선명한 자주빛으로
눌러보니 손톱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야물었다.
콩이니까 다 비슷하겠지 생각하고 검정콩처럼 10분쯤 미리 삶아
불려놓은 쌀과 함께 솥에 안쳤다.
그런데 따글따글 익지 않은 콩이 입 안에서 따로 논다.
쌀 반 콩 반으로 밥을 지어 아이들 밥을 따로 펐더니 어른들이 먹는 밥은
쌀알보다 콩이 더 많다.
할 수 없이 콩만 따로 긁어 솥 한 귀퉁이에 모아놓았다.

어제 아침 물을 부어 누룽지를 끓인다고 끓였는데 뚜껑을 열자
어마어마하게 몸을 불린 울타리콩의 크기에 깜짝 놀랐다.
밥으로 치면 한 공기 반 남짓이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단팥죽 맛이 살짝 나는 게 아닌가.
절반을 덜어 배불리 먹고, 절반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오늘 아침 물을 조금 붓고 다시 끓였다.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긁어먹고 났더니 아주 흡족했다.
(별것 아님, 라면의 유혹을 이겼다는 것.)

그나저나 왜 울타리콩이 <마법의 등>과 함께 적혔을까?
설겆이를 하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 조금 전 수첩을 뒤져보았다.
그 페이지의  몇 장 앞에는 가을에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적어놓은 삼청동의 식당과
가게 이름들이 있었다.
튀김집 '바삭'과 함께, 유명한 죽집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그 집은 특히 단팥죽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곱게 갈은 팥앙금에 울타리콩을 삶아 넣은
것이 특징이다'라는 메모가 덧붙여져 있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부인 이름이 리브 '울'만이다.
베리만의 필모그래피에는 배우 리브 울만의 이름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의 책 제목을 적어넣으며 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고 
그 무렵 어떤 잡지에서 읽은 삼청동의 죽집과 '울타리콩'이 생각났던 것이다.
(이래서 요즘 우리 가족이 나를 사오정이라 부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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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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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2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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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0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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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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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6 1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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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택배 보낼 일이 있어 단골 아저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추석 여파인가 물량이 너무 많아 저녁 늦게나 오겠다더니
밤 열 시가 넘어 도착할 예정이란다.

'가을맞이'의 일환으로 지난주부터 다시 동네 두 바퀴 돌기를 시작했으므로
건네줄 상자를 마당 앞에 내다놓고 아예 운동화를 신고
냉동실에 사각사각 반쯤 얼려둔 커피우유 포리를 얌전하게 들고 차량을 기다렸다.
옆동에 먼저 도착한 차량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니 아내인 듯한 중년여인이 먼저 내려
차량 뒤에서 상자를 확인, 그에게 건네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털을 휘날리며
아파트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정신없는 틈을 타 택배 차량을 터는 인간들이 있다던데 그래서일까? 아니면 추석 연휴
하루 열네 시간이 넘는 최강도의 노동을 지켜보기 안쓰러워 조수를 자처한 것일까?
아무튼 그 늦은 시간 누군가와 둘이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보기 좋았다.

커피우유를 건네니 아저씨 깜짝 놀란다.
"차가운 물 한 잔 드릴까요?"라는 말은 몇 번 해봤지만 음료는 처음인 것이다.
거기다 지난번 주고 간 빈 전표에 주소까지 달필로 미리 다 적어놨으니
비록 말로 표현은 안했지만 내가 얼마나 어여쁜 고객이었겠는가.

며칠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아이들의 내복상자를 그 아저씨에게서 전해받았다.
그런데 내게 상자를 건네고 난 아저씨, 다른 때와 달리 머뭇머뭇하며 서있다.
"읽지 않는 책, 다 읽고 난 책 저 좀 주시면 안 됩니까?"
"직접 읽으실 책 말입니까?"
"예, 제가 읽을 책."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라 어리둥절했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알라딘 책을 배달하는 택배사 기사님도 아닌데 어째서 내게 책을? 그건 좀 의문이다.)

어제 저녁 알뜰장터에서 반찬거리를 몇 가지 사들고 오는데
그 아저씨의 택배차량이 눈에 띄었다.
책을 좀 골라놓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자 나도 모르게 벽 쪽으로 슬금슬금
몸을 숨기게 되더니 급기야 '걸음아 나 살려라'가 되었다.

오늘 혹은 내일, 모레, 언제 아저씨가 들이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게
조금 전 책을 몇 권 골랐다.

홍성사 '믿음의 글' 중 김진홍 목사의 <새벽을 깨우리로다>.
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솎아내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솎아낸 책을 주는 게  미안해서 고른 게 15년 전 재미있게 읽은 김하기의 장편소설
<항로 없는 비행> 상하권.
공선옥 등 필진이 꽤 화려한 '나를 움직인 한마디'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
지난해 무슨 일로 자료조사차 구입했던 <한국의 젊은 부자들>.
베텔스만에서 내게 책구입을 강요하며 제멋대로 보냈던 <성공하려면 적과도 화해하라>.
성석제의 '맛 산문집' <소풍>과, '만두처럼'이 들어 있는 허영만의 <식객 13권>.

그리고 최근 꽤 재밌게 읽은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을
마지막으로 넣었다.
아마도 소풍과 식객과 사막 세 권은 그 아저씨도 무척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

그날 그 피곤했던 밤, 냉면집 육수처럼 사각사각 얼렸다가 건넨 커피우유 때문에
그 아저씨는 내게 책을 좀 나눠 달라고 얘기를 꺼냈는지도 모른다.
사실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나를 믿고 내게 뭘 좀 나눠달라고 얘기해줘서 기뻤던 것인데,
그건 그렇고 아저씨의 독서취향을 언제 슬쩍 지나가는 말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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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9-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로드무비 2008-09-26 14:58   좋아요 0 | URL
BRINY님, 반갑습니다.^^

조선인 2008-09-2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 아저씨가 눈이 높네요. ^^

로드무비 2008-09-26 15:00   좋아요 0 | URL
조선인 님, 그러게 말입니다.=3=3=3

마노아 2008-09-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에피소드에요. 나눔의 따스함이 이 자리에 있네요^^

로드무비 2008-09-27 13:27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내심 좀 귀찮기도 하더라고요.=3=3=3
몇 권을, 어떤 책을, 이모저모 생각하는 게......

울보 2008-09-2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시네요,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저만 오랜만인가요,ㅎㅎ

로드무비 2008-09-27 13:22   좋아요 0 | URL
울보 님, 오랜만입니다.
울보님만 그런 게 아니고요.
반갑습니다.
류 얼굴 보러 가볼게요.^^

치니 2008-09-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취향을 모르고 책을 나눈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같아요.
일단 이번에 드린 책들 중 무엇이 가장 재미났는지 나중에 여쭈면, 답이 나오겠군요. ^-^
좋은 책 친구가 생기신 듯.

로드무비 2008-09-27 13:20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안 그래도 어제 저녁 책상자를 건네며 물어봤는데요,
'도'에 관심이 있으시답니다. 허거걱.
'도'에 관한 책은 자기가 직접 사서 봐야 하지 않나,
하는 편견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검둥개 2008-09-30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커피우유에 무료 도서까지!!
아무래도 구직에 실패하면 로드무비님 동네 택배업으로 직종을 바꿀까봐요 :-)

로드무비 2008-09-30 11:25   좋아요 0 | URL
검둥개 님이 오시면 막걸리에 파전도 쏘겠습니다.
직종 바꾸세요. 네에? 검둥개 님.=3=3=3
 

날이 더워져 거실 창을 아예 열어놓고 지낸다.
다른 아파트로 치면 2층 같은 높이의 1층이라 방충망만 제대로 닫는다면
창을 열어놓아도 무방하다.
주말에는 치킨집이며 중국집이며 음식들을 많이 시켜먹는지
사람들이 쉴새없이 벨을 누르고
인터폰을 향해 "음식 배달 왔습니다!" 고함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엔 "엇!" 혹은 "꺅!" 하는 괴성과 함께
이상한 소리가 수시로 귀에 잡혔다.
"이, 이거 똥 아니야?  개똥인가?"
"개똥 맞는 것 같네. 그런데 주인이 누구야, 왜 안 치웠지?"
내려다보니 색깔이며 모양이며 정말 그 물건으로 추정되는 것이
아파트 입구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어떤 사람은 개주인에 대해 불평을 터뜨리며 관리실에 연락해야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아빠와 함께 그 앞을 지나던 어린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나는 소동이 일어날 때마다 창쪽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개똥, 나도 싫은데......'
그것에 자꾸 신경이 가 텔레비전을 틀어놓아도 화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날이 조금씩 어두워 오고 있었다.
개똥은 얼핏 보면 오래 된 바나나 껍질처럼 보였다.

문득, 모르고 지나던 사람이 그것을 밟고 미끄러져
뇌진탕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부녀도 아직 외출중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검은 비닐봉지와 신문을 주섬주섬 챙겼다.

망설인 시간이 꽤 긴 것에 비해 나의 행동은 재빨랐다.
신문을 크게 두세 겹 접어 구기는 순간 숨을 멈추고 재빨리 손으로 그것을 끌어모았다.
흔적이 최대한 남지 않게.
그런데 미끄덩~ 감촉이 이상하다.
약간의 물기만 남고 바닥에 아무 흔적이 없다.
비닐봉지 속에 집어넣기 전에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가지였다.
보라색 껍질을 벗겨낸 시든 생가지 두어 토막.
굵기며 색상이며 정말 똑같았다.
가까이에서 살펴본 사람들도 감쪽같이 속았을 정도로.

비로소 나는 콧구멍을 열고, 만세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왔다.
검은 비닐봉지를 덜렁이며......








'콧구멍을 벌렁이며 만세삼창' --'개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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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06-0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세 삼창에는 참 잘했어요 도장 3번 찍어드려야 겠습니다..^^

로드무비 2008-06-02 12:33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여기요, 팔뚝.( '')
운동회날 달리기 잘하여 팔뚝에 도장받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3=3=3

마노아 2008-06-0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펙트에요~ 로드무비님 승! ^^

로드무비 2008-06-02 14:24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우쭐우쭐...ㅎㅎ 퍼펙트승이라니!
영문도 모르고.^^

울보 2008-06-0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드무비님 다우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멋져요,,

로드무비 2008-06-02 13:50   좋아요 0 | URL
울보 님, 그거이 아니고, 저를 배려한 거예요.
그나저나 류가 많이 컸네요.^^

하얀마녀 2008-06-0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나 큰 개가 생산한 것처럼 보였겠네요? 흐흐흐.

로드무비 2008-06-03 12:15   좋아요 0 | URL
하얀마녀 님, 멋진 이미테이션이었습니다.^^

2008-08-04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요일 아침, 리모컨을 누르다가 모처럼 KBS TV <체험 삶의 현장>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탤런트 임현식이 된장인지 고추장인지 전통장을 순 우리 식으로 만드는 곳에 나가
특유의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일당 7만 원, 성금 15만 원, 도합 22만 원이 든 두 개의 봉투를 흔들며
공중의 목마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체험 삶의 현장>은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내가 꽤 오래도록 좋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사회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이 허름한 옷으로 갈아 입고, 혹은 앞치마를 두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논밭에 엎드려, 혹은 식당 같은 데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에 서툰 그들이 실수라도 할라치면 일당에서 제하겠다느니 호통을 치고 놀려먹는
주인이나 관리자의 모습도 유쾌했다.
하루의 노동에서 풀려난 연예인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몇 푼 안 되는 일당을 받고
환호하는 모습이나, 함께 일한 사람들과 얼싸안고 악수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고대한 장면은 점심이나 새참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 개 두 개 거슬리는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기 가게나 공장 등 일터로 직접 왕림한 연예인의 '딱 하루 혹은 한나절 노동'에
지나치게 감읍하는 태도라든지, 너무나 작위적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출연자의 모습은 그렇다고 치고.
제일 수상한 건 언제부턴가 등장한 일당 외의 봉투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궂은 일을 하고 돌아가는 연예인에게 미안해서인지,
혹은 불우이웃돕기라는 프로그램의 정신에  공감해서인지 일당 외에
목욕값, 맥주 한잔 등의 명분으로 의뢰자들이 봉투를 하나 더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에 1만 원 내외였다.
그런데 점점 그 액수가 커지더니 이번주 오랜만에 봤을 땐 일당의 두 배를
거뜬하게 뛰어넘은 것이 아닌가.
임현식에 이어 뻘밭에서 연근 캐는 일을 하고 돌아온 방송리포터 조영구와
그 멤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불우이웃을 돕는 데 한푼이라도 더 보태는 건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이상하다.
유명인사의 육체노동,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였다.
일당보다 높은 성금 액수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적지 않을 듯.
아무도 모르게 슬금슬금 잠식해 들어와 뿌리를 내리는 잘못된 전통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구축되는 것일까.

그 또 하나의 봉투는 '성금'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되었지만,
내 눈엔 상품값보다 비싼 팁을 지불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우스워 보인다.
모쪼록, 그들이 자기 일터의 식구들도 그렇게 후하게 대접하기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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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9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03-20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니 이렇게 추천이 넘치지요. 이렇게 좋은 글이니.

로드무비 2008-03-20 09:57   좋아요 0 | URL
네꼬 님, 정말 어여쁘셔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렇게 짧은 글로 정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님께 칭찬도 받고요.

조선인 2008-03-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배배꼬인 마음을 탁 짚어주시는 어여쁜 우리 님!
그 성금 낼 돈으로 노동자 임금 올려주면 얼마나 이뻐요.

로드무비 2008-03-20 15:46   좋아요 0 | URL
조선인 님,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지.
조선인 님도 그러셨군요.
저만 배배 꼬인 게 아니었다니 위안이 됩니다.^^

하얀마녀 2008-03-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 봉투 출연자들이 자비로 내는 거 아니었나요?
제가 너무 오랫동안 티비를 안 본 듯.

로드무비 2008-03-21 09:40   좋아요 0 | URL
하하, 자비 봉투라니!
하얀마녀 님 티비 오래 안 보신 것 맞네요.
그 시간에 뭐하셨으까?=3=3=3

2008-03-23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