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로드무비 님이 몇 월 며칠에  **카드로 롯데백화점에서  사용하신
198만 원의 카드 대금이 연체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듣고 싶으시면 *를 누르고,
상담원과 통화하시려면 *번을 눌러주세요.

이런 종류(그러니까 카드 대금 연체)로는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의 전화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혹시나 싶어  근무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해 봤다.
"그거 사기전화야, 무조건 끊어버려."
남편은 놀라지도 않고 경쾌하게 말했다.

좀전에는 전화를 받고 짜증이 발동, 상담원과 통화를 시도해 보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사투리를 숨기고 서울 말씨를 처음 쓰려는 사람처럼
조선족 특유의 말투가 그대로 드러난다.

"카드 대금 198만 원이 연체되었다는데 전 백화점에서 카드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요?"

"카드를 사용하셨으니까 연체가 되었다는 거겠지요.
구체적인 상담을 원하시면 카드 담당자를 바꿔 드릴까요?"

"카드 담당자가 따로 있다니 지금 저와 얘기하시는 분은 그럼 누구십니까?"

갑자기 전화가 탁 끊어지며 뚜뚜~ 신호음이 울린다.

내가 알기로 예전엔 사기를 쳐도 1 대 1로 직접 만나서 쳤다.
얼굴이라도 직접 보여주면서 시나리오도 직접 짜고 명연기(?)를 펼치는
최소한의 성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사기꾼들은 날로 먹으려고 든다.(물론 나름대로 애환은 있겠지.)
불특정다수에게 무더기로 전화를 걸어 어리숙하게 걸려드는 몇 안 되는 사람을 노린다.
짐작건대 이런저런 정보들로부터 차단된 상태에 있는 순진한 노인이나
주부들이 타깃이 아닐까.

문득 부산의 부모님이 이런 전화를 받으시면 어떨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여동생과 통화를 하는데 가슴이 찡했다.
엄마의 수술을 앞두고 입원을 할 때였던가 퇴원을 할 때였던가,
병원 창구 앞에서 아버지는 외투의 지퍼를 열고 미리 준비한 두툼한 봉투를 꺼내셨다고.
수표도 없고 오로지 1만 원짜리 현금으로만.
우리 부모님은 이때까지 카드를 한 번도 발급받으신 적이 없는 것이다.
(그 봉투를 쓰게 할 동생 부부가  아니다.)

이번 주말 부산에 다녀왔다.
홍삼이니 몇 가지의 반찬들보다 오히려 내가 흐뭇한 마음으로 준비한 건 엉뚱하게도
베이지색의 '앙드레김 담요'였다.
쇼핑몰 측에서 보낸 메일을 받고 특가(29,000원)로 사게 된 것인데 부드럽고 따뜻하고
가볍고 좋아서 한 장을 더 샀다.

자식들이 제발 따뜻하게 지내시라고 당부하며 보일러 기름값을 따로 드리더라도
아버지는 그 기름값을 제대로 사용하신 적이 없다.
엄마는 차가운  안방에서 20년도 더 된 낡은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내가 보낸 박완서와 장영희의 책들을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계셨다.
서강대 영문과 교수 장영희 씨 산문집의 앞부분에는
살아생전 너무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신 부모님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일화가
소개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아침 앙드레김 담요는 안방 장롱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엄마는 다시 그 낡은 담요를 두르고 책을 읽으실 생각인가 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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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왠만하시면 그 퐌따스틱한 담요...쓰시지..어머님도 참...로드무비님 맘도 몰라주시고..^^

로드무비 2007-12-17 14:35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헤헤, 퐌따스틱하다기보다는 의외로 수수해서
마음에 드는 담욥니다.
어쩌면 자식들이 떠난 후 그 담요를 다시 꺼내지 않으셨을까요?^^
심술이 좀 있는 분이라.=3=3

무스탕 2007-12-1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저런 사기전화가 끊기질 않았군요 --++
저희 부모님도 가끔 그렇게 사드린 물건들 넣어둘 가능성이 있다 싶을때 전 사용하고 계시던것 그냥 홀랑 버려버릴때도 있어요 ^^;

로드무비 2007-12-17 15:06   좋아요 0 | URL
무스탕 님, '아직도'라니, 그런 전화가 아주 일반화된 모양이군요.
우째야 쓰까......
어제 아침, 칠 벗겨져 검댕이 묻어나오는 찻주전자 하나를
몰래 처리하고 왔습니다.
님의 경험에 기대어 다음엔 프라이팬 두 개를 교체하고 오겠습니다.
불끈.=3(그런 상태가 되면 건강에 안 좋은 게 확실한데도
괜찮다고 우기시니 정말.)

2007-12-17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고 싶으신 거겠지요.^^
그러나 자식들에게서 받은 물건은 나중에 이웃 분들에게 자랑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로드무비 2007-12-17 20:48   좋아요 0 | URL
L-SHIN 님, 자랑할 만한 이웃분도 없고 연세도 많으셔서......
예쁜 옷탐은 여전하신 분이 이상한 부분에서 아끼세요.
많이 속상합니다.



라로 2007-12-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부모님과 똑같으시네요,,,현금박치기,,,,ㅎㅎ
저두 뭐 사드리려면 됐다시고 필요없다시는데 속상해요.....
뭐 자식이 능력이 없으니 보주셔서 그런건지 알지만
가끔, 아니 한번만 "그래 고맙다"라며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로드무비 2007-12-17 23:34   좋아요 0 | URL
nabi 님, 그러게요.
현금 봉투라도 자주 넉넉하게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노년'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먼 후일의 일이 아니어서리.^^
(전 주는 것마다 넙죽넙죽 기쁘게 받는 엄마가 될겁니다.)

2007-12-18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8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7-12-1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부모님 댁에 가서 옛날 제 물건들을 갖고 오면서 내가 보기 싫어하는 물건들을 몰래 버리곤 하는데요... 정말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것들을 얼른 제 손에서 뺏아서 딴 데 감추곤 하세요... 저도 깨끗하게 치워놓고 살 부지런함은 없으면서도 버리지는 또 못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깝깝할 때가 참 많은 것 같아요. ^^

로드무비 2007-12-19 23:13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저도 깔끔이나 정리와는 거리가 먼 주제에. 헤헤.^^
아무튼 부모님과의 그런 숨바꼭질은 재밌기도 하고 깝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깝깝하기만 합니다.
한편으로 책장수 님이 확 내다버리고 싶어하는 여러 물건들을
저는 또 애지중지하는지라 '쓰잘데기 없는 것'의 기준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 우리 부모님이 좀더 편안하고 화사하고 쾌적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님도 그러시죠?

마노아 2007-12-1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기에도 상도가 있거늘 정말 날로 먹으려 드는 세상이에요. 따땃한 담요 두르시고 자식들 생각 한 번 더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서로 포근할 거야요..

로드무비 2007-12-19 23:05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능력도 안 되면서 잔뜩 긴장하여 사기를 치려던 저 무리는
차라리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나 먹고살기 힘들었으면......
'돈'도 모자라서 '권력'까지 장악한 인간도 있잖아요.

2007-12-21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8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9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9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3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3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2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0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1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밥헬퍼 2008-01-1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전화 받은 적 있습니다. 처음에 당황했지만, 이내 알아챘지요, 새해 복 많이 누리십시오.

로드무비 2008-01-11 13:47   좋아요 0 | URL
밥헬퍼 님, 이 전화 안 받은 집이 드문가봐요.
아까 님의 새 글들 반갑게 읽고 왔습니다.^^
 

지난달부터 운동이랍시고 하루 한 번 동네 한 바퀴, 공원 한 바퀴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어제는 낮에 일찌감치 과제를 마쳤건만, 부득부득 자전거를 타겠다는 아이와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동네를 돌았다.
아파트 주위를 따라 두툼하게 깔아놓은 푹신푹신한 초록빛 길이 끝날 즈음에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불 위에 뭐 올려놓고 나왔어?"
전화를 받던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아, 먹다 남은 대구탕! 쉴까봐 끓여 놓는다는 것이 그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만치 오는 딸아이는 본체만체 나도 숨이 턱에 닿도록 뛰었다.

다행히 우리 동 앞에는 치솟는 불길도, 검은 연기도, 구경하는 주민도,
소방차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던 관리실 직원 한 분과 경비 아저씨가
나를 보자마자 끌끌 혀를 찼다.
갈색 반투명 유리냄비는 내용물이 꺼멓게 눌러붙은 채 깨지지도 않고 멀쩡했다.

앞으로 제발 조심하라는 부탁을 남기고 아저씨들이 나가는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냄새를 처음 맡고 관리실과 경비실에 신고했다는
3층의 여성과 바로 옆 106호 할머니가 현관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허리를 90도 각도로  접어 사죄하고 잠시 집 안으로 모셨다.
내 인상을 척 보아하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 같은지
3층 여인이 내게 전화번호를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
전화번호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달래도 끽 소리 없이  술술
불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사실 어제 낮 나로서는 정신없는 일이 있었다.
멀리서 고통에 동참하는 의미로 아침점심을 굶으며 엄마의 수술 소식을 기다렸다.
동네 공원의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더 얹기 위해 예쁜 돌을 찾아 눈에 불을 켰으며
모든 화분에 물을 듬뿍 주고 방범창 안쪽에 매달린 징그러운 벌레도 
고이고이 떼내어 날려 보냈다.
자기 전 딸아이와 함께 간절한 기도를 올린 건 물론이고
베개 속에 워리돌(과테말라의 걱정인형)을 넣으며 한참을 중얼거렸다.
그 며칠 전부터 기도와 함께 자기암시격인 행위들로  하루를 채우는 형국이었는데,
어제 오후 다행히 경과가 아주 좋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긴장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머리가 나쁜 나는 그만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헤롱헤롱거렸던 것이다.
그러다 자칫 우리 아파트를 홀랑 태워먹을 뻔했다.

아들을 스물다섯에 낳았고 지금 아들이 스물몇 살이라는 3층의 여인에게 나는
늦게 결혼했고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넉살 좋게 대꾸하며
그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마음속으로 몰래 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그만 열 손가락을 모두 동원하여
꼬부리고 있었으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었다.

냉장고에 있는 큼지막한 사과 두 알을 꺼내어 한 알씩 내밀며 "사과 드립니다!"하고
재치(?)까지 부리고 나니 내가 꽤나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서 잠시 의기양양했는데,
오늘 새벽 눈을 떴을 때 이부자리 속에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그 민망한 장면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과는 빨간색 스티로폼 머리띠까지 두르고  때깔만 좋았지
추석 무렵에 들여온 것이라 속이 부석부석하지 않았을까?
문득 얼굴이 벌게졌다.

조만간 차라도 한잔 마시자며 그들에게 전화할 생각이다.
이유야 어쨌건 이웃의 전화번호를 두 개나 얻고 보니 
생각잖은 보너스라도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두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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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6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1-0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에요..냄비만 태워먹으셨다니..
그리고 더더군다나 어머님 경과가 좋다면 그깟 냄비 몇개쯤이 재로 변한들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나저나..사과...ㅋㅋㅋㅋ

로드무비 2007-11-06 14:59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님은 역시 저의 유머(!)를 알아주시는군요.=3=3=3
그러믄요, 그깟 냄비 태워먹은 게 대수겠습니까.
그나저나 머리띠 두른 사과가 몇 개 남았는데 자셔보실랍니까?ㅋㅋ

Mephistopheles 2007-11-06 15:26   좋아요 0 | URL
왠지 운동권 사과같다는 뉘앙스가 팍팍...^^

로드무비 2007-11-06 18:33   좋아요 0 | URL
운동권 사과면 그래도 싱싱함이 좀 남아 있겠네요.^^

조선인 2007-11-0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병이 홀랑 다 타서 나간다는 징조일 거에요. 쾌유를 빕니다.

로드무비 2007-11-06 15:00   좋아요 0 | URL
앗, 조선인 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믿을랍니다.^^

Koni 2007-11-0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큰일날 뻔하셨네요. 그래도 냄비 하나 태우고 끝난 게 참 다행이에요. 이웃과의 연도 잘 이어가면 좋겠네요.

로드무비 2007-11-06 16:48   좋아요 0 | URL
냐오 님,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웃과의 연'이라는 말 듣기 좋네요.

산사춘 2007-11-0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다행이어요. 조선인님 말씀대로 수술경과 좋으려구 그런 걸 거야요.

로드무비 2007-11-07 10:13   좋아요 0 | URL
산사춘 님,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그런 거지요, 뭐.^^
(믿셥니다.)

2007-11-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청국장 쉬지말라고 끓여놓는다는것이 두시간뒤에 들어와 보니 까맣게 탔더군요. 근데 그 갈색 반투명 유리냄비 진짜 강한가보네요 우리집것도 깨지지않고 지금도 사용하고 잇답니다. 웃고 넘겨야지 어쩌겟어요.

로드무비 2007-11-07 10:12   좋아요 0 | URL
청국장 탄 냄새도 그렇게 지독하던가요?
현관문을 열면 지금도 그 냄새가 확 달려듭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모두 그 냄비로 개비할까봐요.
정 님 댁은 두 시간이나 타고도 멀쩡했다니!^^

니르바나 2007-11-0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이 참 명쾌한 해석을 남기셨군요.
어릴 적 친구분 책꽂이에 있던 책을 다 기억하시면서
머리 나쁘다는 말씀은 어찌 통하는 구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새 이웃과 친하게 지내라는 하늘의 뜻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7-11-07 10:10   좋아요 0 | URL
언제 어떻게 해서 처음 인상 깊게 들었던 유행가와 책 제목은
잘 안 잊히더라고요.
다른 건 거의 백치 상태에 가깝습니다.
니르바나 님, 이웃과 친해지는 건 둘째고, 다시는 그런 실수 안하도록
마음 단속을 좀 해야할까봐요.^^

oldhand 2007-11-0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엔 문신(스티커)박은 사과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부사'라고 처억 붙여 놓았던..
(3번째 추천은 제가 했어요. 속닥)

로드무비 2007-11-07 10:05   좋아요 0 | URL
요즘은 부사라고 뭐 특별히 쳐주지도 않잖아요.ㅎㅎ
제가 먹어본 것 중엔 '밀양 얼음골 사과'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세 번째 추천에 대한 답례로 언젠가 그 사과를 몇 알 얻어 드리고 싶군요.^^

icaru 2007-11-0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액막이 뭐 이런 상징적인 해석이 일단 들었는데요.
로드무비 님 "사과 드립니다."에서 너무너무 귀여우신데요 ^^
만약 우리 옆지기 같았음 책장수 님처럼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고, 일단 나를 닦달했을 듯 싶어요..ㅎㅎ

로드무비 2007-11-07 10:03   좋아요 0 | URL
icaru 님, 헤헤, 사람들 모두 나가고 문을 닫고 돌아서자마자
책장수님 품으로 머리통을 들이밀었죠.(두 팔에 못 안깁니다.)
한마디 듣기 전에 꼼수를 썼다고 할까요?
"사과 드립니다"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3=3=3



에로이카 2007-11-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드라마 한 편 본 것 같습니다... ^^

로드무비 2007-11-07 12:30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그 중에서도 시트콤?^^

마노아 2007-11-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랐지만 유쾌한 결말이에요. 사과드립니다~ 애교쟁이 로드무비님, 센스쟁이로 임명합니다! ^^

로드무비 2007-11-12 11:43   좋아요 0 | URL
얼마만에 받아보는 임명장이랍니까?
마노아 님, 고맙습니다.
님이야말로 센스쟁이!^^

딸기 2007-11-0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글 읽으면서 저도 깜딱 놀라고 걱정하다가... 웃었네요 ^^
근데 그 갈색 반투명 유리냄비.. 그거 눌어붙은 거, 지워지던가요?
그거 갖고싶은데... 거기다가 튀기면 기름이 안 튄다고 들었거든요.
(진지한 글에 냄비 얘기... 죄송, 제가 워낙 살림에 관심이 많다보니 -_-;;)

로드무비 2007-11-12 11:45   좋아요 0 | URL
딸기 님, 그 냄비 다시 사용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웠는데
숟가락으로 긁어내고 쇠수세미로 빡빡 씻었더니 말짱해졌습니다.
조금 더 짙은 갈색이 되었다고 할까요?
딸기 님이 살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3=3=3
성실하게 답변 드렸습니다.^^

딸기 2007-11-21 17:04   좋아요 0 | URL
살림에 관심... 많다고도 할 수 없고 많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어딜 도망가셔요!

roadmovie 2007-11-22 10: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확히 말하면 '살림'이 아니라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으신 것 아닌가요?
저처럼.=3=3=3
(메일의 답글 따라 들어왔더니...저도 이런 댓글 한 번 달고 싶었써요.)

프레이야 2007-11-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 보니 어머니 수술 이야기가 보이네요.
모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빌어요.
참, 그 사과는 아마도 아주 맛날 거에요^^

로드무비 2007-11-12 11:40   좋아요 0 | URL
혜경 님, 그 사과는 다행히 맛이 괜찮더군요.
님 덕분입니다.^^

2007-11-07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7-11-0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 마시게 되면 꼭 얘기 전해주세요.
어머님 경과가 좋다니 참말 다행.
:)

로드무비 2007-11-12 11:37   좋아요 0 | URL
샌드캣 님, 차보다 가까운 비오는 날 막걸리 두어 병 사놓고 부를까봐요.
메밀묵이랑 부침개 몇 장 부쳐서.^^
(전 요즘 뜨거운 국수처럼 만들어 먹는 메밀묵에 꽂혀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워낙 게을러서......^^
 

오래 전,  대기업 비서실에 소속되어 5, 6년간 근무했던 적이 있다.
문학과 관련하여 큐레이터 비슷한 일들을 하는 문화재단으로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재벌 총수 어머니의 문화활동을 위한 사조직에 불과했다.

60대 중반이던 사모님은 시조 창작에 열을 올리셨는데
당대의 유명 소설가, 무용가, 대학교수, 시인 들을 한 명씩 자신의 방에 불러들여
단독으로 강의를 들었다.
강의 후에는 상기된 얼굴로 사모님께 하사받은 넥타이니 스카프 선물을 들고
호텔 식당에 예약된 점심을 먹으러 따라 가는 그 유명인들이
내 눈에는 참 한심해 보였다.
한심해 보였다, 고 썼지만 월급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나는 더욱 한심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침부터 출근하여  행운의 편지를 몇 통씩 썼던 날.
대문 우편함에 꽂혀 있는 행운의 편지를 어느 고지식한 이가 읽고
사모님께 전해준 모양이었다.
손자 앞으로 왔으니 몰랐으면 모를까 찜찜해서 안 되겠다며
우리들에게 몇 통씩 할당하여 베껴 쓰게 한 것.
그때 나는 알았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 직원들이 가정부나 운전기사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하나마나한 일을 했던 우리에 비하면 그들이 사실은 더 전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지금에야 말이지만......)

한번은 유명한 원로시인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까지 보내어 모셔왔다.
시조잡지를 만들자는 둥 고문으로 모시겠다는 둥 흰소리를 하며 극진히 모시다가
몇 번 만나지 않아 시들해진건지 그분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사모님의 변심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존경하는 시인의 전화를 받는 건
행운의 편지를 쓰는 것보다 더 고역이었다.

하루는 분기탱천하여 택시를 직접 잡아타고 사무실에 온 노시인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부들부들 떠셨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고......
왜 아니겠는가.
누구보다 청렴했고, 시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서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 관계였을 텐데 그 사모님은 가장 악랄하게 시인을 모욕했던 것이다.
다음해 그 시인이 돌아가셨을 때 사모님은 화환을 보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손에 쥐가 나도록 쓴 그 행운의 편지가 오래되어 효험이 떨어졌던 것일까,
그 사모님은 얼마 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일생의 치욕을 맛보게 되었다.
돈이 좀 많다는 이유로 예술과 사람을 가지고 놀았던 그 여인.
그 꼴을 옆에서 구경만 했던 우리들.

참, 나로선 작은 반항을 꾀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신문을 인수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직원들에게
구독하는 신문을 바꾸는 건 물론 구독자를 모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어느 날, 숙제검사를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한 사람씩 불러세우더니
몇 부를 확장했는지 묻는 게 아닌가.
10년째 읽고 있는 ㅎ신문을 바꿀 생각도 없었던 나.

" 한 부도 못했는데요."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그 말을 발설하던 순간의 쾌감을 잊을 수 없다.
그래봤자, 그 사모님은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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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5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5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7-10-0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의 표정과 제스추어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
"한 부도 못했는데요."

로드무비 2007-10-05 15:18   좋아요 0 | URL
누에 님,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3=3=3
(제가 잘린 게 그 이유도 한몫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비로그인 2007-10-0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L모 증권에 있었는데 L모 텔레콤으로 전화를 바꿔라 확보해라 어쩌라 할때 그냥 누적포인트 때문에 안되요. 그랬어요 (으쓱)

로드무비 2007-10-05 15:17   좋아요 0 | URL
새초롬너구리 님, 그럼요, 누적 포인트, 그것 절대 무시 못하지요. 그런데 포인트와 마일리지가 같은 건가요? 헤헤.^^

마노아 2007-10-0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제가 다 통쾌해집니다.(책임은 로드무비님이 지셨지만요^^;;

로드무비 2007-10-06 10:36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헤헤, 그래도 꽤 오래 버텼답니다.
저까짓것도 반항 축에 끼는지 몰라도 통쾌하긴 하더군요.^^

치니 2007-10-05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모님이 누군가 상상 중.

로드무비 2007-10-06 10:21   좋아요 0 | URL
그 사모님이 누군지 알 수 있게 썼다가 몇 줄 뺐어요.
무서운 일가라.^^

건우와 연우 2007-10-0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것과 아래사람의 심리적 거리가 궁금해지는 가을이랍니다...^^

로드무비 2007-10-06 10:20   좋아요 0 | URL
윗것이었던 적이 없어서.ㅎㅎ
그 심리적 거리는 아마 측량이 안 될걸요?

날개 2007-10-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저도 무지하게 뜸했지만, 님도 뜸하게 오시는 바람에 마주치질 못했네요..^^
에.. 그리고 여전한 글솜씨....!

로드무비 2007-10-06 10:19   좋아요 0 | URL
날개 님, 아이고 반가워라. 요즘 통 서재에 못 들어왔어요.
님도 뜸하셨나 봐요. 잘 지내셨죠?
이럴 게 아니라 님 방에 가볼랍니다.=3

oldhand 2007-10-0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주옥같은 로드무비님의 뻬빠를 보고 나니 저절로 추천버튼에 손이 가누만요. ^^

로드무비 2007-10-06 10:16   좋아요 0 | URL
그 손에 축복 있기를.=3=3=3

비로그인 2007-10-0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드무비님 글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꿀걱)

로드무비 2007-10-06 10:15   좋아요 0 | URL
한 접시 더 올릴까요?^^

비로그인 2007-10-07 02:21   좋아요 0 | URL
오, 좋죠.^^

로드무비 2007-10-08 18:28   좋아요 0 | URL
꽝꽝 언 고기 해동시키고 있습니다.^^

릴케 현상 2007-10-0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몇 년 전에 읽은 글에서 좀 진도가 나갔네요^^ 한 10년에 걸쳐서 더 들어야겠네요

로드무비 2007-10-08 18:27   좋아요 0 | URL
진도 팍팍 뺄까요?^^
(흥, 짓궂으시긴.=3=3=3)

2007-10-12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3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3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8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9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래 전 읽은 이청해의 어느 소설 대목은 잊을 만하면 가끔 나타나 나를 실소케 한다.
무더운 여름날 무위의 고독과 우울에 몸을 맡기고 혼자 산길을 걷는 여성이 있다.
심각한 얼굴의 장병들을 잔뜩 태운 탱크와 군용트럭이 지나간다.

이 더위에 중요한 작전수행중인가?
좋겠다, 저들은 함께라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트럭이 일으키고 간 흙먼지를 피해 그녀는 비칠비칠 산길을 걷는다.

얼마 후 그녀가 목도한 것은 계곡에서 등목을 하고 물장구를 치는 장병들의 모습.
중요한 작전수행중인 줄 알았더니 물장구......
"혹시, 사람들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그녀는 화들짝 놀란다. 인생의 베일을 한 꺼풀 벗긴 느낌.

이사 간 집에 찾아갔더니 김치도 없이 카레라이스만 달랑 내놓았던 친구가 있었다.
희한한 것이 그런 행동조차 주변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독특한 미모와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정사각형의 톱밥상자를 스무 개쯤 쌓아놓고 책들을 쑤셔넣은 것이 서가였는데
한쪽 구석에 숨어 있는 멋진 은제 보석함이 눈에 띄었다.

"반지도 하나 없는 사람이, 나처럼 플라스틱 쪼가리들을 보석이라고 넣어놓았남?"

웃으며 뚜껑을 열었더니 이상한 잔해가......
언제적 것인지 모르는 그녀의 발 뒤꿈치 굳은살들은 투명함을 잃어버리고
말라 비틀어졌다.

"어쩐지 버리기가 싫더라고요."

민망하고 어색한 웃음.
그런 표정은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조금 더 가깝게 여겨졌다.

내가 오기 며칠 전 시인과 소설가, 화가인 친구들이 놀러왔단다.
한 시인과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되면서, 그녀는 예술가 친구들을 무더기로 얻게 되었다.
눈빛이 좀 무서운 소설가 김 모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문짝과 서랍을
열어보았단다.
심지어는 안방 장롱의 속옷서랍까지.
"미친 것 아닌가 싶어 섬뜩하더라고요. 두꺼비집까지 열어봤다면 말 다했죠."

몇 년 뒤, 나는 그가 그동안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함부로 열어제꼈던
수많은 서랍들 속을 한 권의 책을 통하여 구경할 수 있었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프리즘을 통하여 그 모든 다양한 빛깔들을 굴절시키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 모든 인간은 발가벗겨졌다.
이해가 안 되는 건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

얼마 전 친한 사람이 함께 일해 보라며 누군가를 전화로 연결시켜 주었다.
카페에서 얼굴 마주보고 인사 나누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장면이 어색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다.
그는 어느 대낮에 병에 든 오렌지주스 세트를 덜렁거리며 집으로 왔다.

알고봤더니 부동산으로 돈을 좀 벌어 재테크 관련 책을 내보겠다고
출판사를 차린 케이스.
알고봤더니 그가 바라는 건 최소한의 경비로 교정을 딱 한 번만 보고
일정에 맞춰 후닥닥 책을 내는 것.
그동안 나온 두 권의 책을 훑어봤더니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엉망이었다.
신생출판사와 손잡고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나마라도 안하는 것보단 낫지 않아?  당분간 책값은 되잖아."
그를 보내고 돌아와서 나는 종이박스에서 주스를 꺼내고
냉장고 문을 열며 중얼거렸다.
'당분간 책값'이라고 시건방을 떨었지만, 그때 내 지갑은 거의 바닥이 나 있었다.
두꺼운 병 속의 오렌지주스 색이 그렇게나 선명하고 예쁜 것이
조금 위로가 되었던가 말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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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07-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서재에 맨 처음 들어왔을때, 전세보증금 얘기가 있었어요.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한 이야기'라는 카테고리 제목이 딱이다 싶었는데, 오늘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로드무비 2007-07-12 14:59   좋아요 0 | URL
수단 님, 김서령 소설 읽고 너구리 속의 다시마 조각 하나에 줄줄이 생각나더군요.
이청해의 소설부터 오렌지주스까지.ㅎㅎ
이 카테고리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제 방 가끔 들른다고 하셨죠?
다행 + 흐뭇.^^

nada 2007-07-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은살 상자는 조금 무서워요. >.<

로드무비 2007-07-12 14:51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 님, 사람들의 서랍 속엔 별 게 다 들어 있죠.
굳은살 정도가 대수예요?=3=3=3

2007-07-12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3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2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7-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전 이 페이퍼 읽을 때마다 섬뜩,해요.
가볍게 처리하시는 삶의 무게에.. 오늘, 제 서랍들을 하나씩 열어 살펴보고
싶어져요. 정리 안 하고 사는데... 제맘의 서랍들도 열어봐야겠어요.
이 페이퍼를 좋아하는 한 사람.^^

로드무비 2007-07-13 12:44   좋아요 0 | URL
혜경 님, 전 하도 엉망진창이어서 처박아 두고 자꾸 새 서랍만 삽니다.^^
 

미국과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던 올케가 돌아왔다.
4박 5일 예정이었는데  일이 꼬여 사흘을 더 잡아먹고 어젯밤에 돌아왔다.
공교롭게 동생도 남편도 늦는다고 하여, 올케가 먹고 싶다는 아귀찜을 시켜
우리끼리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출발 전, 나이가 지긋한 그 비행기의 기장이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와
편안하냐고 물으며 인사를 하더란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응시하며.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건성으로 그 인사를 받았는데.
비행기 착륙  직후 아까 그 기장님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흘러나오더라나.

"승객 여러분, 오늘이 제 30년 비행 인생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모시는 승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어서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비행기에서 내리시기 직전 바쁜 시간에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챙겨 나오는 승객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승객들도 진심을 담아 그동안 그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날을 축복했다고.

듣기만 해도 코끝이 찡했다.
한편으로 쓸쓸했겠지만, 얼마나 홀가분했을 것인가.
사회적인 노동의 임무 완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건강하게 무사히 그 기간을 채우고,
웃으며 그렇게 직장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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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7-06-2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어제오늘 아귀국(?) 먹었는데.. 탕도 아니고 국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비린 데다가 못생긴 게 뼈도 많더군요..- -; 저도 지금 하는 일 육십 넘어서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 인사 받아줄 고객은 없겠지만..

Mephistopheles 2007-06-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장님 멋지신 분 같아요..자기일에 그만큼 애착을 가지지 않았다면...
저런 모습이 나오질 않았겠죠...기장님도 기장님이지만 승객들이 감동
제대로 받았을 듯..^^

마노아 2007-06-2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찡해져요. 장인 정신이 느껴집니다. 승객분들도 오래오래 기억할 테죠. 아름다운 이야기에요. ^^

비로그인 2007-06-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습니다. 정말 멋진 분입니다.

비자림 2007-06-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당당함과 너그러움이 느껴집니다.

조선인 2007-06-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텔레스님의 표현을 빌자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말이 되겠지만 퇴직할 때 *** *** 산업의 초창기 에피소드를 회고하는 연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3=3=3

네꼬 2007-06-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런 얘기 들으면 진짜로 울어요. 울어버렸어요. 뭉클하고 아름다워라.

라주미힌 2007-06-3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다니면서 원망하고, 떠나면서 저주하는데.. ㅡ..ㅡ;
저 기장의 일과 삶을 엿볼 수 있는 말이네용. 부럽당.

향기로운 2007-06-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장님의 말씀이 멋지세요.. 좋은 추억을 가진 승객들에게도 축하해요~

홍수맘 2007-06-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케분이 의미가 깊은 비행기를 타셨군요.
제가 다 마음이 짠~ 해와요.

로드무비 2007-07-0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고맙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 인생의 그런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