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용 없을 것 같은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에 아직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나는
마이 도러가  제일 좋아하는 곰인형 '베이지'를 위해 세일중인 애견용 티셔츠를 사서
깜짝선물한다든지, 인형들에게 미니어처 살림을 장만해 준다든지, 그러고 놀면서(!)
정작 청소상태랄지 주방상태랄지 내 살림은 개판 오분 전이다.

쓰고 있는 프라이팬들이 낡아서 코팅이 다 벗겨져 계란프라이 하나를 해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데 왜 새 프라이팬 살 생각을 못했는지.
쇼핑과 관련하여서는 나의 정신연령이 초등 저학년 정도라고 판단한 나는,
3주 전 큰맘먹고 홈쇼핑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인 마블 양면프라이팬 세트를 구입했다.

중국집 주방장이 쓰는 것 같은 크고 우묵한 프라이팬을 비롯해
계란말이를 끝내주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각 프라이팬,  그리고 둥근 프라이팬,
거기다 찜 겸용 국수 삶는 참한 솥에, 깜찍한 사이즈의 양면마블냄비까지,
택배로 도착한 상자를 풀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때로 인생은 커피 한잔의 문제, 혹은 커피 한잔이 가능하게 해주는
따스함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 소설에서 인용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저 얄궂은 구절에
프라이팬을 그대로 대입해 보면, 
때로 인생은 새 프라이팬 하나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우리집 식생활에 일대혁명이 일어났으니......

그동안은 대충 식은밥을 레인지에 데워 있는 국에 한 숟가락 말아서
아침에 아이들 먹여 내보냈는데, 깜찍한 양면마블냄비가 너무 좋아서
 때때마다 2, 3인분의 뜨신 밥을 짓게 된다.
그리고 우묵하고 큼직한 전골냄비형 프라이팬에는 버리지 않고 간직해둔 파뿌리와
멸치와 표고버섯 기둥과 무와 양파와 다시마를 넣어 펄펄 끓여 국물을 내어놓고
된장국을 끓이고 카레에도 넣고 어묵을 볶고 생선을 조릴 때도 자작하니 넣어준다.
생선을 구워도 뜨거운 물로 한 번 씻어주면 말짱하게 새 얼굴로 돌아오는 신기함이라니!
밥에 뜸이 들고 된장국이 펄펄 끓으니 어느 집 아침이 부럽지 않다.

새 프라이팬 세트를  사지 않았더라면 솜씨가 신통찮은 목수처럼 연장 탓만 하며 
계속해서 주방 근처엔 얼씬도 안했겠지.
과장해서 말하면 새 프라이팬이 생기자 인생이 바뀐 듯한 기분이 든다.

프라이팬으로 크게 필을 받은 나는 내친김에 더욱 알뜰주부가 되기로 했다.
지난주 토요일, 모 홈쇼핑을 보다가 콘크리트 벽을 뚫고 철판에 구멍을 내는
전동드릴의 묘기에 매료되어 블랙&데커 전동공구 풀세트를 주문했으니.....

전동공구 풀세트는 평소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줄 모르는 변변찮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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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1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 프라이팬세트....
홈쇼핑을 신뢰하지 않는 저도 볼때마다 사고 싶었는데, 이렇게 강렬하게 유혹하시다니요...

가랑비 2006-09-1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지난 토요일에 난생처음 무슨 황토 코팅 프라이팬 세트 홈쇼핑에 주문했어요! 제 인생도 바뀌게 될까요?

로드무비 2006-09-1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벼리꼬리님, 어머, 황토코팅이라구요?@,.@
아무튼, 새 프라이팬을 사셨으니 인생이 바뀔 거라고 확신합니다.^^

건우와 연우님, 이 좋은 걸 왜 진작 안 샀는지
모르겠어요.=3=3=3

paviana 2006-09-1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라서 행복해요까지는 아니지만,새 프라이팬에 계란후라이나 전을 부칠때의 그 미끈함 혹은 만족감을 남자들은 모를거에요.

chika 2006-09-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어느날 갑자기 로드무비님 댁에 찾아가 문 두들기고, 밥 주세요! 하면, 제 인생이 바뀔 것 같아요. ^^

물만두 2006-09-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걸 모르는 집이라서 ㅜ.ㅜ

로드무비 2006-09-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어머님이 요리 잘하시잖아요.^^

모테치카생일주간님, 님이 직접 프라이팬을 사셔야지요.
밥만 얻어먹어서는!=3=3=3=3

파비아나님, 아, 그 미끈함이 주는 만족감에 대해서도
한 줄 쓸 걸 그랬군요.^^

mong 2006-09-1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달라지지는 말아주세요~
지금의 로드무비님을 좋아라 한단 말입니다아-

해리포터7 2006-09-1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남편이 그거 사자고 해서 콧방귀꼈는데 사야하는군요..제인생을 바꾸기위해서뤼.ㅎㅎㅎ저도 필받았습니다..안그래도 테프론 운운하는 테팔후라이팬이 지겹던찬데요.ㅜ,ㅜ

로드무비 2006-09-1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 님, 6마넌 돈에.
감격했답니다.
그나저나 그 집도 남자가(!) 쇼핑을 부추기는군요.^,.~

mong님, 제가 좀 유능하고 바지런한 모습으로 바뀌더라도
계속 좋아해 주세요.=3=3=3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저 좋아해 주신 것 다 알아요.( '')

Mephistopheles 2006-09-1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로드무비님댁에 바람구멍이 숭숭 뚫리는 건 아니겠죠..??

waits 2006-09-1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수대 하수구 막혀서 캠프 생활 중인 제게는 정말 꿈 같은 얘기네요...;;
전 프라이팬세트보다 전동공구 풀세트가 더 탐나는데요. 그거랑 널찍한 마당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로드무비 2006-09-1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액자가 몇 개씩 주렁주렁 벽에 걸리겠죠.
철판을 큰 것 하나 사서 우울한 날 구멍 몇 개씩 내볼까요?
공사 현장에서 남는 것 있으면 부탁 좀.^^

집에서 캠핑 기분 내는 나어릴때님,
화면을 지켜보는데 가슴이 막 두근거리더군요.
전동공구의 묘기도 묘기지만 그런 게 이제 눈에 들어오는
제 자신이 대견해서.ㅎㅎ

클리오 2006-09-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손잡이를 탈부착해서 공간수납을 쉽게하는 매직핸즈 후라이팬냄비세트가 무척이나 갖고 싶답니다. 좀 있다 사려고 참고 있어요... ㅎ~

비자림 2006-09-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님의 글 읽다가 "살림은 개판 오분 전"에 정말 가슴이 뜨끔했답니다. 일과 살림만 하던(?) 제가 요새 아주 게으른 여자가 되었거든요. 에공 반성!!!!
후라이팬 하나 갖고서도 이렇게 재미있고 나긋나긋하게 이야기를 하는 님, 미오!!!!!ㅎㅎㅎ

hnine 2006-09-1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이팬 하나로도, 새 만년필 하나로도, 대청소 한번으로도, 국화 꽃 화분 하나로도... ^ ^

아영엄마 2006-09-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라이팬 세트 사고 싶어요~~.오늘 아침에 프라이팬에 계란 달라붙어서 망침..ㅡㅜ). 하지만 청소기를 산 달이라.. 아, 인생이 새 프라이팬 하나의 문제라면 제 인생은 고민과 망설임으로 점철된 인생이어라우~.

로드무비 2006-09-1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땡빚을 내더라도 프라이팬은 사시는 게...^^
청소기는 한경희 스팀 청소긴가요?

hnine님, 프라이팬 사용할 때마다 좋아서 춤춥니다.
그러니 어찌 페이퍼 하나가 안 나오겠습니까!^^

비자림님, 개판 5분 전, 제가 무지 좋아하는 말입니다.
님도 그 말에 주목하시다니!
그리고 제가 보기에 님 정도면 양반이신데요, 뭐.^^

클리오님, 다음달에 곗돈 타면 그것도 살까요?ㅎㅎ
(곗돈은커녕==3 콧김.)

2006-09-18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9-1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마술 팬이라며 사자고 조르던 그 팬이군요. 하긴 새로 장만할 때가 되긴 했는데 말이죠. 끄응.

chika 2006-09-1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알았어요. 로드무비님 댁 방문시에는 필히 손에 프라이팬을 들고가야된다,라고 생각할텐께! =3=3=3

로드무비 2006-09-2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말없이, 꾸벅.^^

엽서쓰는모테치카님, 감귤쪼꼬렛하고요.^^

FTA 반대 조선인 님, 맞습니다.
밀가루 국물이 팬 밖으로 흘러도 요술처럼 떨어져 나오죠.
마로가 신기했나 봅니다. 이 기회에 장만하시죠.^^

살림살이들도 저랑함께님, 우리집도 10년째 접어들다 보니
농짝, 냉장고, 세탁기 등 뭐 하나 온전한 게 없습니다.
그런 거죠 뭐.
아니 그런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으시다니!
'늙어가면서'가 어쩌고 저째요?! 떽!^^

sayonara 2006-09-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드무비... 그 사람도 그랬구나... ?!... !!... ?... !...
님의 성찰에 경의를 표합니다. *^^*

로드무비 2006-09-2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도 새 프라이팬을 사고 인생이 바뀌셨나 봅니다.
아니면 전동공구 풀세트?ㅋㅋ
아무튼 반갑습니다요.
 

엊그제 서재의 어느 분과 공통으로 아는 이가 있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더니만  어제, 오늘, 계속해서  그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신촌의 한 카페 주인이다.
3년 전 겨울, 유명을 달리했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다섯 계절이 지난 뒤의 일이다.
그 카페에서 종종 만나던 후배로부터 그의 부음을 전해듣고, 솔직히,
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았다.

나와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그저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 낯을 익힌 정도의 관계에 불과한데,
그는 나에게 알수없는 영향을 끼쳤다.

맨 처음 친구들과 어울려 그 카페에 갔을 때가 1990년.
어쩌다 보니 카페의 주인장과 어울려 술을 마시게 되었고
문 닫을 시간이라는 말에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살면서 내가 이때까지 잡아본 바짓가랑이는 딱 두 개.
교복 치마 외에는 치마를 입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은 
여성들의 그것이었다.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그 카페에서 계속 마시면 안 되느냐고 자꾸 묻는 친구의 입을 나는 틀어막았다.
자신의 가게에서 손님과 밤새워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옆의 허름한 주점인지 식당인지로 자리를 옮겼다.
생선구이와 찌개를 안주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로 그의 살아온 이야기였다.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는데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슬며시 어느 순간, 모르는 이 앞에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 심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다시 그곳을 찾은 건 후배와 함께 2년쯤 뒤.
술김이지만 '일생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너무 늦은 발걸음이었지만,  내 하는 짓이 그렇지 뭐.

이후, 그 후배와 신촌에서 만날 땐 언제나 그곳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마음대로 맥주를 꺼내 마시고, 아무 이야기나 지껄였다.

홍대앞의 주점으로도 진출해 봤는데 그곳만큼 마음 편한 곳이 없었다.
어느 날, 퇴근하다가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이 나 약속도 없는데 내렸다.
맥주 두 병을 혼자 마셨으며, 그날은 카페에 손님도 없었지만
별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래도 내 집 내 방인 듯 편해서 세상에 이렇게 잠시 기어들 곳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몇 년 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내려오는 계단에서 그와 마주쳤다.
고개만 끄덕하고 지나치려는 그를 문득 불러세워 술 한잔 하자고 했다.
(그때 나에겐 구체적으로 심란한 일이 있었다.)
잠시 망설이는 눈치더니 점심이나 먹자고 응해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언젠가 페이퍼로도 쓴 적 있다.)

우리는 심상한 표정으로 그 무렵 본 책과 영화,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얼마 전엔 읽은 책을 가게에 쌓아놨더니 손님들이 좋아하며 가져가더라고 했다.
다음 책 처분 때는 나에게 먼저 슬며시 소식을 넣어달라고 말했더니
낄낄 웃었다.
허무를 깔았지만 아주 귀여운 데가 있는 웃음이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그 웃음을 아는 이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이상하게 그의 앞에선 웬만한 엄살이나 허튼 소리는 절로 쑥 들어갔다.
그에겐 그런 힘이 있었다.

백반을 시켜 반주를 몇 잔 마셨다.
대낮에 두 여성이 터억하니 두꺼비를 한 마리 시키니 주인 눈이 화등잔만해지고.
마음 같아서는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부탁하고 그를 따라가고 싶었다.
카페 문을 함께 열고 청소를 간단히 한 후 맥주를 한잔 시원하게 마시는......
그러나 시장도 좀 봐야 한다 해서 아쉽게 돌아섰다.

그리고 그 얼마 후 동생 부부가 그 카페에서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한잔하고 왔다며
쿠킹호일로 싼 무언가를 내밀었다.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 그와 점심 먹은 걸 그날 저녁 자랑했더니,
근방의 학교에 다닐 때 연극부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그곳의 단골이었다는 우리 올케가
기억을 했다가 아는 체한 것이다.

우리가 올케 시누이 사이인 걸 너무너무 신기해 하더란다.
그리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마침 그 날 안주로 마련해둔 수제햄 좋은 것이 있다며
푸짐하게 한 접시 썰어서 보낸 것이다. 형님 갖다주라고.
받아드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했다.
그런데 얼굴빛이 너무 나빠서 걱정이라는 동생과 올케의 말에  철렁 내려앉는 가슴.

그 햄 한 접시!
맥주 안주로 아구아구 잘 먹었다.
어쩌면 생각만큼 그의 건강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자위하며.

서울을 뜨기 전 꼭 한 번 들러 햄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나중을 기약하다 영원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꼭 한 번쯤 쓰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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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7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09-07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너무 자기본위로 해석하는지 모르지만....세상 한 구석, 기댈자리 하나 잃었다는 상실감....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님의 기분이 낯익은지.

건우와 연우 2006-09-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기억을 정작 모르는 이앞에서 털어놓는것은, 낯설다는게 때로 바람막이처럼 저이가 내 과거를 타박하지 않으리라는 안도감 때문일까요...
동지처럼 좋은벗이었을텐데 그렇게 떠나간 이가 안타깝네요....

2006-09-07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마 한켠 님, 그냥 좀 쓸쓸할 뿐이지요.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건우와 연우님, 믿지 않으면서 다 내어주는.....
신기생뎐 읽다가 만난 구절인데 어쩌면 뜻이 통하는 건지도.

진/우맘님, 제가 아쉬운 건 그 카페의 구석자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르고요.

맘에 떠오르는 님, 그분 맞지요?

비자림 2006-09-0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치 그 분과의 만남이 영화처럼 그려지네요.
살다가 이따금 많이 친하진 않은데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는데, 님과 그 분이 다시 만날 수 없다니 안타깝네요...

2006-09-07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님, ( '')

비자림님, 마음 통하는 사람이 사실 그리 많지는 않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기뻤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또 사실이고요.

플레져 2006-09-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페이퍼 생각나요...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제게도 그런 카페가 하나 있어요. 내가 알아서 술을 갖다 마시고 바쁠땐 조금 도와주기도 하는... 문인들이 많이 와서 그이들 훔쳐보는 맛에 다니곤 했던... 그곳 주인장은 제게 아주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셔터문을 내리고 피아노를 쳐주며 와인 파티를 열어주었답니다. 축하 받아놓고... 발걸음을 접기 시작했으니... 어쩐지 그날의 파티가 제겐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urblue 2006-09-0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오래 전 연락 끊긴, 친구같던 선생님 생각이 나네요. 연락 한 번 해 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6-09-0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씨네21에 대학로 LP판 틀어주는 카페가 소개되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카페를 드나들던 시절도 나름대로 좋았다는 생각이.
그땐 또 뭐가 불만이어서 입 쑥 내밀고 다녔는데....
셔터문을 내리고 와인 파티라니, 플레져님이 그에겐 각별한 존재였을까요?
발걸음을 접은 건 너무하셨어요.
(뭐 저도 이런 말 당당하게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블루님, 연락해 보고 나서 페이퍼 올려주세요.^^

sudan 2006-09-0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을 기약하다 영원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하시고 비우신 저 한 뼘 정도의 공백이 가슴에 확 와닿아요.

oldhand 2006-09-0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페이퍼를 보다보면 대책없는 저의 빈약한 문장력이 무지 원망스럽습니다. 그저 추천만...

2006-09-0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9-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아합니다. 딱 가을 문턱 들어서는 이 계절의 느낌이네요. 그렇게 추억 한자락만 남기고 가시다니...ㅠ.ㅠ 제목부터 내용까지, 로드무비님은 시인이세요.

산사춘 2006-09-0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사람과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절 부끄럽게 하셔요. 흡...

뷰리풀말미잘 2006-09-0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익숙하지 않은 종류의.. 이를테면.. 우정.. 이네요. 알듯모를듯 뭉클합니다..

waits 2006-09-0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콧등이 시큰해지네요. 괜히 지쳐 있다가 반가운 편지 한 통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거든요.

마태우스 2006-09-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분 얘기를 읽은 기억이...책에서 읽었는지 님 페이퍼에서 읽었는지... 그 마음 저도 알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9-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페이퍼에 쓴 적 있거든요.
오래 전에 쓴 건데 기억이 나신다니.....^^

평택 나어릴때 님, 그 언니가 읽고 눈살 안 찌푸렸음 좋겠어요.
허튼 짓을 할 때 의식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분입니다.

뷰티풀말미잘 님, 현실에서는 우정으로까지 발전시키진 못했지만
그렇게 스치듯 만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산사춘님, 사실 음식 & 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좀 부끄럽더라고요.
그런데 님이 계셔 든든하다는 말씀.^^

마노아님, 아아, 처음 들어봅니다. 시인 같다는 말.
덤덤하게 쓴 글에서 시를 봐주시니 고맙고 황송하군요.^^

목로주점과 계란말이 님, 그러고 보니 상호가 생각나네요.
희미한 인연의 그림자, 좋습니다.
문패는 안 걸었지만 홍등가라고 하여 새벽까지 여는 매머드급 포장마차촌이
부근에 있었는데 거기서 피조개 드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계란말이 이야기 인상적입니다.
계란 한 판 통째 넣고 푸짐한 계란말이 만들어드리고 싶네요.ㅎㅎ

올드핸드님, 아무렇게나 내갈기듯 쓰는 글인데 문장력 어쩌구 하시니,
안목이 보통이 아니십니다.=3=3=3
(너무 심한 겸손을 뭐라 하더라? 님의 너무 겸손한 댓글에 대해
한마디 하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나네요.;;)

수단님, 한자 덧붙인 걸 보셨군요.
님이 보셨으면 했는데......^^

2006-09-08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다른 궤도의 님, 감사하긴요.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가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아요.
님이야 지금 학문에 용맹정진 중이시니,
이런저런 생각들은 한구석에 꿍쳐두시고
지금의 삶에 매진하시길 바랍니다.
건강도 챙기시고요.
 

어제는 난데없이 '시래기'에 필이 꽂혔다.

일요일 오전에 즐겨보는 텔레비전 맛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래기를 듬뿍 넣고 끓인 민물새우 매운탕이 나온 것.
민물새우와 시래기가 반반인 얼큰하고 걸쭉한 매운탕을 보고
입맛을 쪽쪽 다셨다.
'인생을 알면 국물맛을 안다'는 박중식 시인의 유명한 시구도 있는데.....

그 맛집에서 보물단지처럼 모셔놓고 애지중지하는 건 다름아닌
지난해 석 달 동안 햇볕과 바람에 말린 무청 시래기.
시래기를 한 뭉텅이 꺼내 가마솥에 푹푹 삶다가 열 시간이나 찬물에 담가놓고
헹궈주길 반복하는데, 그 시래기를 된장으로 무쳐 민물새우매운탕에 듬뿍 넣어준다는 것.

여성 진행자가 완성된 매운탕에서 시래기를 한 젓가락 집어 맛보더니
"예술이네요!" 하며 감탄하는데,  그 순간 전류가 찌르르 흘렀다.
살다살다 시래기에 이렇게 반하기는 처음!

가족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 아이의 학용품 등 살 게 있어
모처럼 대형마트에 들렀다.
삶아놓은 시래기는 한 뭉텅이 샀는데 민물새우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차 안에서 부랴부랴 결정한 저녁 메뉴가 민물고기 매운탕.
동네 초입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수락산 계곡에
동생이 봐둔 매운탕집이 몇 개 있다는 것이다.

사설 수영장처럼 계곡의 물 웅덩이 주변으로 천막을 치고 평상을 펴서
손님을 받고 있는 식당들.
여름의 끝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차를 대는 동안 먼저 내려 식당 음식맛 염탐에 들어간 책장수님이
파전을 부치고 있는 주인장에게 물었다.

"이 집 메기매운탕 맛있어요?"

"글쎄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그 솔직하고 덤덤한 대답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차려내온 짠지며 파김치며 마늘쫑도 얼마나 맛나던지,  혹시나 뜨내기 손님 위주의
엉터리 식당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 한구석의 염려를 깨끗이 접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 곳이 집 가까이 있는데 모르고 여름을 나다니
안타깝다는 흰소리를 하며 매운탕을 기다렸다.

닭볶음탕이며 파전을 시켜놓고 먹다가, 꽤 깊은 계곡 물웅덩이에 들어가서
첨벙첨벙 놀다가, 술도 한잔 먹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화투도 치고,
그렇게 하루종일 노는 곳이란다.
둘러보니 정말 그렇다.

유원지 매점 수준의 허름한 식당 꼴과 달리, 맛은,
여름 휴가지에서 먹은 유명 맛집의 매운탕과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오매불망 고대하던 시래기도 듬뿍.

오늘아침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냉장고 속에 넣어둔 어제 사온 시래기.
넙적한 냄비에 된장과 멸치가루를 풀고 시래기국을 끓였다.
내 고향 부산에서는 '시락국'이라고도 한다.

어느 집구석 부럽지 않게 알뜰하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시작한 하루였다.

 

 



 
**구글에서 업어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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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침넘어갑니다. 저도 시래기 엄청 좋아한답니다^^..
민물생선 아니어도 지지면 정말 맛나요!! 들깨가루도 넣구요^^

건우와 연우 2006-09-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맛나겠어요, 저 시래기. 물자박하게 넣고 들깨가루 넉넉하게 뿌리고 볶아도 맛있는데...^^

치유 2006-09-0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저도 밥 먹어야 겠어요..꿀꺽!@@

urblue 2006-09-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도 그 프로 보고서, 저녁에 대하랑 꽃게랑 사다가 굽고 쪄서 엄청 잘 먹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보고도 떠올리는 게 다르네요. ^^

로드무비 2006-09-0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채썬 감자 휘감고 튀긴 왕새우도 먹고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시가 있습니다.
늙으면 국물맛을 안다.=3=3=3

배꽃님, 아직 안 드셨어요?
아점이겠군요. 맛나게 드시길.^^

건우와 연우님, 아참, 들깨가루.
고등어 지져먹을 때 무청시래기 넣어도 맛있고.
언제 님 말씀처럼 자작하게 볶아서 먹어볼게요.^^

따우님, 시래기 넣은 음식 좋아하시죠?
다 알아요.^^

반딧불님, 금목걸이보다 잘 말린 시래기가 탐납니다.^^


클리오 2006-09-0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래기 된장국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문득, 전 매운탕을 안먹으니 그런 집에서의 닭백숙과 한가한 오후가 엄청 그리워지네요...

로드무비 2006-09-0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백숙과 한가한 오후, 라는 말에 울림이 있습니다. 클리오님!^^
(매운탕을 못 드시는군요. 저런!)

물만두 2006-09-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래기에 묵은지 넣고 국끓이면 죽이죠^^

비자림 2006-09-0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로드무비님, 중견주부신가 봐요. 시래기국 뚝딱 끓이시니.ㅎㅎ
아, 매운탕 먹고 싶어요. 밥 금방 먹고 왔는데 넘치는 이 식욕은 어찌 하누..쯧쯧

Mephistopheles 2006-09-0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통해 시래기가 산삼으로 둔갑해 버렸습니다...^^

urblue 2006-09-0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도 국물맛 안다구요, 다만 만들지를 못할뿐. 어제도 살 통통하게 오른 꽃게를 쪄 먹으면서, 이걸 탕으로 끓이면 얼마나 맛있을까 했답니다. 그치만 꽃게탕을 제가 어찌 끓이겠어요. 흑흑.

sooninara 2006-09-0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에서 시누이가 사주는 민물새우 시래기 먹었었는데..
정말 맛나더군요.
전 시래기 맛나게 할 자신이 없어서 무조건 ..감자탕 해먹어요^^

반딧불,, 2006-09-0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블루님. 꽃게탕도 된장국 끓이듯이 끓이면 되는데 안타까워요..

로드무비 2006-09-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호호~ 앞으로도 좀 갈챠드리세요.^^

수니나라님, 님의 감자탕은 정말 맛나 보이더군요.
전 민물새우탕이 있다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블루님, 꽃게탕은 무 큼직하게 썰어넣고 마늘과 고춧가루만
풀어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된장 조금만 넣고.
꽃게 살 발라먹는 것 귀찮아서 안 끓입니다.
뭐 저도 할 말이 없는 처지네요.^^
그나저나 국물맛을 정말 아실까?( '')

메피스토님, 산삼으로 변한 시래기라니, 헤헤~~

비자림님, 어머 제가 너무 유능해 보였나요?
제 스스로 지은 별명이 '명색이 주부'랍니다.=3=3=3

물만두님, 맞아요.^^

하루(春) 2006-09-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그거 봤는데요. 저는 중새우 또띠가 먹음직스러워보여서 사실 시래기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저희 엄마도 시래기 좋아하시는데...

하루(春) 2006-09-0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사진은 매운탕집에서 찍으신 거예요?

로드무비 2006-09-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참 출처를 안 밝혔네요.
아침부터 시래기 이미지 검색하느라.
구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음식 왕새우 또띠가 아니었나요?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전 국물 쪽! 술꾼답게.=3=3=3


sudan 2006-09-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실런지 모르겠는데, 전 로드무비님때문에 국물 컴플렉스가 생길라 그래요. 아직 국물 좋을 줄 모르겠어서요. 전에는 국물맛을 알아야 인생을 아는거라고 말씀하시더니. -_-

로드무비 2006-09-0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와라락=3 반가워서.....
제가 요즘 총기가 바닥나 시구를 엉뚱하게 착각했지 뭐예요.
고쳐줬습니다.
어쩌면 저것도 예전에 제 마음대로 바꾼 건지도 몰라요. 히히~
아무렴 어떻습니까.
sudan님을 만나니 반갑기만 한걸요.^^
(전 어려서부터 국물 맛을 알았던 것 같은데.=3=3=3)
 

아침에 즐겨보는 맛집 프로그램에 '병어회 무침'이 나왔다.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더니,
병어라는 생선을 보는 순간 잊고 있던 한 여성작가의 단편소설이 생각나면서
그 선량하고 맑은 눈망울과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떠올랐다.
'병어회'의 이순(李旬),  80년대 초에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한 이이다.

당시에는 미모가 뛰어난  작가가 흔하지 않았는데, 조분조분한 말솜씨와
탤런트 뺨치는 해사한 얼굴로  텔레비전의 한 문학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도 꿰찼었다.
초대손님으로 나온 작가와 책 이야기를 나눌 때 보면 그이는 꽤나 논리적이고
빈틈이 없었다.

<소설문학>이라는 문예지의 표지모델이 되었을 때, 그는 말했다.
이 나이에 기미와 주근깨투성이의 확대한 얼굴 사진을 표지에 싣다니, 무모한 도전이라고......
이상하게 그 말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 때 그이의 나이가 30대 중반, 혹은 후반?)

'백부의 달'이니 '네게 강 같은 평화'니 하는 그의 대표소설들을 발표된 지 몇 년 지나 
겨우 챙겨본 터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뭐랄까, 하나같이 조미료를 치지 않은
삼삼한 맛의 음식 같았다.
다소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았다.
한 소시민 가족의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한 '병어회'는 꽤 재밌게 읽었다.
TV문학관인가 아무튼 어떤 방송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어 방영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런데 소설을 발표하고 대학 강의도 맡고 한창 열심히 일하던 인생의 절정에서
어느 날 그이는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의 그로 돌아올 수 없었다.
나중에 의식이 돌아왔다고는 하나 어린아이의 단계에 머물렀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힌지.
처음 그 소식을 접하고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인생이란 놈에게 언제 어떻게 잡아먹힐지 모른다!

그의 남편이 바로 소설가 한남철(혹은 한남규, 두 가지 이름을 썼다.).
창작집 <바닷가 소년>이 1991년인가 창비에서 나왔는데, 그 무렵 가진 어른들의 술자리에
운좋게 나도 낄 수 있었다.
내가 무지 좋아하던 <사양>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풍의 얼굴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내와 사는 세월이 어떠했는지
그의 얼굴이 그 눈빛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소설가 이순 씨 부부의 자세한 이야기는 90년대 초반, 나이를 떠나 우정을 느낀
한 초로의 여인에게서 들었다.
그는 유명한 작고문인의 아내이며 딱 한 편의 소설을 써서 등단한 이후
이십여 년째 소설을 발표하지 않고 책만 열심히 읽고 있었다.
업무 때문에 만났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카를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가 막 나왔을 때
재미있게 읽고 그녀에게 한 권을 사서 부쳤다. 간단한 엽서와 함께......
그랬더니 어느 날 나를  점심에 초대한 것이다.

그가 사는 용산의 주택가,  분위기 좋은 스파게티집이었는데
그날 나는 난생 처음 스파게티란 걸 먹었다.
또 사람이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점심을 다 먹고 차를 마실 때 그녀의 가까운 이웃인 소설가 부부 이야기가 나왔고,
젊은 아이가 이순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게 대견하다며
얼마 뒤 그들의 저녁식사에 나를 불러주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뒤 그 소설가는 아내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병어회, 하면 그들 부부의 얼굴이  연이어 떠올라서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 어느 식당에서 먹어본 병어조림은 살이 아주 연하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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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3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만 발라 먹을 때는 즐겨 먹었던 생선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봐버렸을 때...
가까히 안하는 음식이 되버린 생선이 병어...랍죠..

물만두 2006-08-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수록 기억만 남아 작은 것 하나 예사롭게 보게 하지 않는군요.

니르바나 2006-08-3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작가님은 아기같은 아내를 두고 어떻게 눈 감았을까요.
소설가 이순의 '병어회'
저도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갸름했던 얼굴과 눈동자가 기억납니다.
최근 문학전집에 포함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전에 발간된 전집에는 한 몫 했지요.
결코 가볍지 않은 로드무비님 이야기입니다.

로드무비 2006-08-3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오늘은 오랜만에 영화 리뷰나 하나 써야지, 하고 들어왔는데,
병어회가 머릿속에 먼저 들러붙는 바람에.......
기억하시는군요.
저도 생생하게 그 모습 기억합니다.
(와락=3 더더욱 반갑습니다.)
그리고 검색해 봤더니 창비에서 나온 20세기 한국소설 몇 권인가에
이순 씨의 두 작품도 포함되어 있네요.^^

FTA반대 물만두님, 지나간 기억만 끈질기게 껌처럼 들러붙는 듯.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 어쩌고 하는 책 어제 재밌게 읽었답니다.^^

메피스토님, 병어는 솔직히 맛없게 생겼어요.
그런데 그렇게 맛나다고 사람들이 짭짭거리더군요.
무 넣고 조림은 한 번 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2006-08-30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8-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제 사촌입니다. 입이 작아서 늘 병어라고 놀림을 당한지라 절대 그 생선은
안먹어야지 했었는데 요사이 울집 주식이 언니가 준 병어군요ㅠㅠ;
그이가 누구인지 저는 모릅니다. 단지 이렇게 추억을 풀어놓는 무비님은 어쩐지
이상하게도 친근감이 느껴지고 그리고 애잔한 물기가 비쳐서 왠지 마음이
안좋습니다. 물론 좋은 내용이 아니지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이상하게도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은 쉬이 잊히질 않는다싶어요.....

urblue 2006-08-3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시간에 본 책에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마들렌빵'이 나오더군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왔다나 어쨌다나. 근데 그보다는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은 기억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눈길을 잡아끕니다.

로드무비 2006-08-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마들렌빵 인용한 부분도 재미있었어요.
'개'가 어쩌구 하는 표현에는 밀렸지만요.ㅎㅎ

반딧불님, 오늘아침처럼 강렬한 기억으로 떠오르는 건 짧은 글로나마 기록하려고요.
그래야 나중 늙어서 저의 소소한 기억의 서랍을 펼쳐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반딧불님은 가만 보면 참 예민하세요.
제가 이 글 덤덤하게 쓰려고 꽤 노력했는데 '감상'의 기미를 포착하시다니.^^
(병어 보내주는 언니라니, 너무 정답습니다요.)

파견근무님, 저도 한 권만 더 읽으면 끝납니다.
가을이 깊어갈 때 한 번 더...어때요?^^

건우와 연우 2006-08-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가 이순의 흑백사진이 가물가물 기억납니다. 그이가 그렇게 되었다는게 잘 믿기지 않네요...
로드무비님 글을 읽으니 좀 쓸쓸하네요, 가을도 오는데....

oldhand 2006-08-3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도 병어 조림 맛만 떠오르는 저의 형이하학적 머리가 원망스럽습니다. 저희 집은 제사상에 병어찜도 올라가요. ^^

로드무비 2006-08-3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참 기막힌 일이지요.
그나저나 쓸쓸하게 해드렸다면 좀 죄송한데요?

올드핸드님, 저도 그런걸요, 뭐.
먹는 것이 최우선 가치인 인간입니다.ㅎㅎ
(아하, 병어찜을 올리는 제사상도 있군요.)


국경을넘어 2006-08-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어회 무침이 뱅어회 무침하고 같은 건가요? 가느다랗고 하얀 물게기... 당진의 고모댁에 4-5월 경이면 진짜 맛있는데...

nada 2006-08-3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병어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어디선가 병어를 만나면 로드무비님 생각이 나겠네요~

로드무비 2006-08-3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우리 그것 한 번 해볼까요?^^*
병어말고 고등어를 보면 저를 떠올려 주세요.=3=3=3

폐인촌님, 뱅어는 멸치보다 가늘고 작은 그것 아닌가요?
전 밴댕이회 강화도에 꼭 먹으러 가던 몇 년 전이 생각나는군요.
봄이면 연례행사였는데.
병어는 좀 묘하게 생긴 물고기랍니다.^^

진/우맘 2006-08-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선을 먹지 않는 바닷가 출신....진/우맘입니다. ^^;
병어회는 다른 회와는 좀 다르답니다. 갖 잡아 신선한 병어를 회 뜨는 게 아니라, 꼭 냉동을 시켰다가 살짝 녹혀 썰어 먹지요. 참치회처럼요. 그래야 제맛이라나요.
여수지역도 병어회를 즐겨먹지요, 먹는 사람들은 회중 최고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

로드무비 2006-08-3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그런 말 얼핏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병어회를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니.
부산 지역 횟집엔 병어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냉동시켰다 살짝 녹여 먹는다니 한 점 입에 넣으면
무지 시원하겠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진/우맘님.^^

진/우맘 2006-08-3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
 

좀 전, 일은 진도가 안 나가고 몹시 피곤하여 브로콜리 가루를 생수에 타서
한잔 마시려는데 난데없이 '선물'에 대해 떠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브로콜리 가루는 지난 가을 지리산에 함께 놀러간 가족에게 선물받은 것이다.
지리산에 놀러간 세 가족 중 한 가족의 가장은 책장수님의 '선배' 뻘이고,
다른 한 집 가장은  후배 뻘.

그런데 그 후배의 아내가 두 통의 브로콜리 가루를 미리 준비해와
한 통씩 선물하는 게 아닌가!
투명한 예쁜 용기에 가득 담아 리본으로 묶은 브로콜리 가루는
시중에서 구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고마웠던 나머지 돌아오던 날, 큰 초코케이크를 한 상자 사서 손에 들려주었는데
뭔가 미진한 기분을 느꼈다.
그토록 성숙한 어른의 선물에, 급조한 아이의 선물이라니!

얼마 전  만리포 바닷가에 놀러갈 때 그녀는 또 깜짝선물을 준비해 왔다.
매실을 사서 먹기 좋은 뭉근한 액체 상태로 직접 달인 것.
아이들 배 아플 때 한 찻숟가락 물 반잔에 타서 먹이면 즉효라고 한다.
소주 한 병에 소줏잔으로 반 잔 정도의 매실액을 섞어서 마시면 숙취도 없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그의 어른스럽기 짝이 없는 선물에
무엇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해야할지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별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 도로 옆에 천막을 친 그 지역의 특산물 서산육쪽마늘에
관심을 보이는 그녀.(어쩜,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사람이 그토록 성숙하고 알뜰살뜰한지.)

서산육쪽마늘이라니, 어른의 선물 중에서도 정말로 흐벅지고 알토란 같은 선물이 아닌가.
물론 어렵게 공수한 브로콜리 가루나, 직접 달인 매실액에는 견줄 수 없겠지만......

차를 세우고, 세 접짜리 마늘을 큰 망으로 하나 사서 세 자루로 나누었다.
그리고 기세좋게 지갑을 빼들었다.
아아, 마늘 한 자루씩을 선물하고 나니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진정한 어른, 성숙한 어른의 세계에 비로소 입문한  듯한 기분.

다음이 바로 자랑하고 싶은 어른의 선물이다.
브로콜리 가루를 탄 물을 마시려다 색이 너무 예뻐서 부랴부랴  카메라를 찾아 한 컷 찍었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둔 매실액도 덩달아 끌려나와 한 컷.

서산육쪽마늘 사진은 거시기해서 안 찍었다.
이것이 진정한 어른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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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브로코리가루라니!!!!
첨 보았습니다..행복해하시는 심정이 여기까지 밀려옵니다~~.

하늘바람 2006-08-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첨이에요 브로콜리 가루라 아주 신기하네요 맛보고 싶어요

sooninara 2006-08-2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차보다 더 진해보여요. 핸드메이드라니..부럽..
어른의 선물이나 아이의 선물이나 선물을 다 좋은거 아닌가요?

urblue 2006-08-2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 가루를 직접 만든건가요? 부러워요~
어떻게, 만드는 방법 좀 알 수 없을까요? ^^;;

로드무비 2006-08-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물론입니다.
어른의 선물이든 뭐든 선물은 좋지요.
그런데 저런 선물을 준비하여 주는 이는 처음 봤어요. 너무 신기해서...^^

하늘바람님, 여동생이랑 반 나누느라 조금밖에 없어서.
맛 좀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

반딧불님, 매실이든 브로콜리든 한잔씩 타마실 때마다 신기하고 흐뭇하고.
사실 반딧불님도 저것 못지않은 멋진 선물을 주시는 분이잖아요.^^

로드무비 2006-08-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그이의 오빠가 소량(판매용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하던데......
듣자하니 곧 또 만들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정보 입수되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mong 2006-08-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쯤 저런 어른스러운 선물을 해 볼까요? ㅎㅎ
(받는건 꿈도 못꾸는...)

Mephistopheles 2006-08-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감성포인트는 아기자기한 핸드메이드였군요..^^

로드무비 2006-08-2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잘 만든 핸드메이드요.ㅎㅎ
공산품에도 약하고 먹을 것이라면 더더욱!=3=3=3

mong님, 전 아예 흉내조차 안 내기로 했어요.
그런데 나름대로 '서산육쪽마늘'은 꽤 괜찮은 선물 아이템.
이름부터 멋지지 않습니까!^^


2006-08-2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2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뜯어서 님, ㅋㅋ,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아무튼 연구 끝에 영양소 조금도 파괴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하던데.
비법 알면 갈챠드릴게요.
함께 동업하실래요?^^

2006-08-21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08-2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옹 브로콜리 가루, 맛은 어떤가요? 맛만 괜찮으면 흡연가인 저도 시도해보고 싶은데...브로콜리가 니코틴 제거에 좋다고 어디서 주워들어서.

blowup 2006-08-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내용 모두 근사해요. 근데, 브로콜리를 왜 굳이 가루로 먹어야 할까, 궁금해요. 그냥 먹기도 편한데 말이죠. 맛도 좋구요. 가루보다는 데쳐서 먹는 게 더 맛날 것 같은데. 아닐까요? 아님 말리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증가하는 걸까요? 알려주세요!!

로드무비 2006-08-2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브로콜리가 아무리 몸에 좋다지만
매일 데쳐 먹게 되지는 않잖아요.
녹차처럼 손쉽게 한잔 타서 쭉 들이키는 게 좀 더 간편할 듯.
영양소 파괴가 전혀 없이 어찌어찌 가루로 만들었다는데
나중에 통화할 때 자세히 물어볼게요.
브로콜리 냄새가 너무 생생해서 물에 타주면 남편은 싫다는데
전 그래서 더 좋아요. 아무래도 몸에 좋겠지 싶어서.^^

치니님, 브로콜리 냄새가 확 납니다.
조금 비린 듯하기도 하고 꼬숩고.
브로콜리 가루를 파는 곳은 아직 못 봤네요.
그래서 더 흐뭇했던 선물.=3=3=3
(맛을 한 번 보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벌레 먹은 브로콜리 님, 그렇구만요.
벌레들도 브로콜리의 영양가를 아는지.ㅎㅎㅎ
님의 텃밭 궁금합니다.^^

해리포터7 2006-08-2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첨 들었어요..늘 브로콜리를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을 줄만 알았지요..맛은 어떤가요? 영양이 넘치겠군요.ㅎㅎㅎ님께서도 잘 대처 하셨구만요...그만하면 최선을 다했잖아요^^맘이 중요한것이 아닐까요? 님의 마음을 다 아실거에요...

sudan 2006-08-2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저렇게 이쁜 컵에 들어 있어서 그렇지, 맨 유리컵에 덜렁 담겨져 있었으면 보나마나 전 '우엑, 녹즙이당.' 했을 것 같아요. (초록 녹즙은 써요. -_-) 어른의 선물도 어른 심성을 가진 분한테만 통하나봐요. ^^

waits 2006-08-2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준 마늘 야채칸에 한참 뒀다가 물 줄줄 흐르는 채로 버렸는데... 역시, 선물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가야하는 모양이예요. 그나저나 브로콜리 가루가 저리 예쁜 컵에 담기는 줄 아신다면, 선사하신 분 기분이 아주 좋아질 것 같은데요...^^

에로이카 2006-08-2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가 몸에 좋군요... 베풀고 베품 받고... 로드무비님 페이퍼의 한 테마인 것 같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부러운... ^^

치유 2006-08-22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게 가루도 있었어요??첨 알았네요..색이 정말 이뻐요..컵색과 환상입니다..정성스런 선물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2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담긴 선물은 받는이나 주는이나 두고두고 흐믓해요...^^
브로콜리가루 색이 정말 곱네요.^^

2006-08-22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22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24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건우와 연우님, 정성이 안 담긴 선물도 선물이라면 좋더라고요.
이 탐욕.ㅎㅎ
안 그래도 물 색상이 너무 이뻐서 충동적으로 사진을 찍었답니다.^^

배꽃님, 마침 저런 컵이 하나 있어서요.
투박하게 생긴 것이 잡으면 안정감이 있어 늘 애용합니다.
부로콜리 가루와 천생연분이죠?^^

에로이카님, 브로콜리 많이 드세요.
그렇게 몸에 좋다네요!
몸에 좋다면 양잿물이라도 마실 기세.ㅎㅎ
흐뭇하시다니 저도 좋습니다.^^

평택 나어릴때님, '평택'으로 붙이셨군요.
마늘은 갈아서 냉동실에 보관하는 게 좋은데 아깝네요.
오늘부터 노는 손에 마늘을 좀 까려고요.
여러 가지 생활정보를 들려주는데 참 유용하더군요.
전 그에 비하면 주부라고 할 수도 없어요.;;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

수단님, 전 아직 기분에 천둥벌거숭이 같은데......
가끔 비감스럽고 당황이 돼요.
아직 인생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데 어른의 심성이라고 해주시니... 만세!!!

해리포터7님, 그나마 마늘 선물할 생각이 떠올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집에 돌아와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올리브님, 컵에 일가견이 있으시죠?
싸구련데 마음에 드는 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