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슈 린의 아기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전쟁으로 인해 아들과 며느리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 노인은 태어난지 며칠이 안된 손녀와 단둘이 세상에 남게 된다.

노인은 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손녀를 키우고 싶지가 않아 오로지 손녀를 위해서 길고 긴 망명 길에 오르게 된다.

할아비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채지도 않고 얌전히 있어 주는 손녀 상디유와 노인은(챠오 인) 냄새도 없고 정도 없어 보이는 낯선 나라 피난민 합숙소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말도 통하지 않고 외롭게 고립되어만 가는 노인은 우연히 공원 벤치에서 덩치가 크고 줄담배를 피우는 바르크를 만나게 되면서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서로의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고개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살만한것이며, 나를 믿어주는 단 한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빛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나 또한 굳게 믿고 싶다.

아니, 굳게 믿을 것이다. 노인과 바르크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었듯이...

<그래, 산다는 거, 어쩌면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이 황폐하고 적막할 뿐이라고 믿는 그 순간에도 때로는 기적이 일어나고 웃음과 희망이 다시 샘솟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게 인생인 것이다!>

- 무슈린의 아기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눈에는 악마가 밀리언셀러 클럽 14
루스 렌들 지음, 전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몇 십년동안 한 아파트에서 세들어 살면서 근처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노 신사 아서 존슨...

그는 극도의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며 수십년동안 지켜 온 일정표에 따라 일상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몇번 고기를 요리해먹고, 세탁은 정해진 요일에 하며 다리미질은 주중에 한다는 식으로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생활을 해 나간다.

이는 어린시절에 키워 준 이모의 악영향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사회성 결여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그는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다른 세입자들을 경멸하면서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니셜이 같은 앤서니 존슨이 이사오면서 아서 존슨의 완벽해 보였던 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루스 렌들의 '내 눈에는 악마가'는 1976년에 골드 대거 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루스 렌들의 섬세한 인물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생생함을 전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아서 존슨의 갈등과 억압된 분노, 공포를 따라 갈 수가 있었다.

아서 존슨을 단지 악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소심하고 사회성에 적응하지 못한 힘없는 노인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억눌린 욕망으로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한치도 망설임도 속죄하는 마음도 없다는 사실에 더 큰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만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또 다른 아서 존슨의 모습이 그늘 진 곳에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부터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책 중에 한권이 바로 '나의 프로방스'였다.

그러다 얼마전에 친구한테 선물을 받고는 받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내려 가버린 책도 또한 '나의 프로방스'였다.

일년 전에 광고에서 처음 보게 된 '나의 프로방스'는 현실에 얽매여 있는 나에겐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지고 사치스럽기까지하게 느껴지게 만든 제목을 달고 있어서 괜시리 거부감이 들어었다.

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현실에서 발을 동동 굴고 있지만 '나의 프로방스'를 느긋하게 아주 행복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겨 행복하게 여름 날의 햇살을 받으며 읽어 나갔다.

'나의 프로방스'는 저자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 뤼베롱에서 보낸 일년을 아기자기하게 유머러스러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글과 더불어 간간히 보이는 삽화가 프로방스 시골 길을 꿈꾸게 만든다.

난 항상 생각해왔었다.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이주든 한달이든 살아보고 싶다고...

그 꿈을 당당히 이루어낸 저자는 부인과 함께 영국의 짙은 구름을 피해서 햇살 가득한 프로방스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현실감있게 들려준다.

마을 사람들에게 낯선 영국인부부에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계절의 변화, 시간의 변화를 느끼다보면 저절로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진다.

200여년이 된 농가이다보니, 일녀내내 수리,보수를 해주어야 하는 문제들, 별로 연락도 않하던 친구들이 여름 휴가를 맞아 들이닥쳐서 조용한 시간들을 빼앗아가는 문제들, 변덕스런 미스트랄의 공격으로 메론밭과 길이 망가지고...

아마, 그저 프로방스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한 책이었다면 이리 읽는동안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집을 산 이방인이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나 하나씩 고쳐가면서 생활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용기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조금씩 닮아있음을 알게 되어 안도감이 생긴다고...

그래서 프로방스를 꿈 꿀 수 있게 되었다고...

나만의 프로방스를...

오랜만에 꿈꿀 수 있었고 행복가득한 느낌으로 읽은 책이었다.^^

 * 음식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만큼 모호성과 복잡한 복선을 갖춘 소설은 보기 드물 것이라는 것이 방금 책을 다 읽은 느낌이다.

100년도 전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문체와 기법은 놀랍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처음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갈등을 하게 된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까...

가정교사가 본 것은 사실일까...

아이들은 정말 순수한 그 자체일까...

하는 끊임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어느 장에서는 가정교사가 아이들을 구해내야 한다는 신념아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그 상황이 안타까와 가슴이 아프다.

그 반면에 어떤 장에서는 편집증 증세가 확연한 가정교사의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저택에 일하는 그로스부인이 불쌍하고 화가 났다.

두가지 상황에서 혼란을 느끼면서도 마지막 장에서는 뚜렷한 어떠한 결론이 나겠지 싶었지만 그 선택은 철저하게 독자의 선택으로 남겨져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체는 달라지게 되고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

가정교사의 이야기를 신뢰한다면 악에서 아이를 구한 것일테고, 가정교사의 심리상태를 의심하게 된다면 아이를 심리적 학대를 계속함으로써 궁지에 몰리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교사가 일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심리소설에 더 가깝고, 혼란에 빠진 가정교사와 순수한 모습의 아이들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 공포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직접 읽어보시면서 선택을 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드 마마 자마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열정'을 담고 있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열정을 담은 마음에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육체가 함께함을 안다.

세편의 이야기 속에는 여자가 사랑을 할 때의 심리상태가 잘 표현되어 있어 때론 얼굴을 붏히게도 하고, 질투어린 시선과 어투 속에는 공범자같은 심리상태가 되어 버린다.

개인적으로는 배드마마자마가 마음에 들었다.

마유코가 남자 키스를 만나 연정을 품고 갈등하게 되는 심리상태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마음에 들었다.

사랑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멋진 쿨한 여자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