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는 악마가 밀리언셀러 클럽 14
루스 렌들 지음, 전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몇 십년동안 한 아파트에서 세들어 살면서 근처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노 신사 아서 존슨...

그는 극도의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며 수십년동안 지켜 온 일정표에 따라 일상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몇번 고기를 요리해먹고, 세탁은 정해진 요일에 하며 다리미질은 주중에 한다는 식으로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생활을 해 나간다.

이는 어린시절에 키워 준 이모의 악영향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사회성 결여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그는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다른 세입자들을 경멸하면서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니셜이 같은 앤서니 존슨이 이사오면서 아서 존슨의 완벽해 보였던 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루스 렌들의 '내 눈에는 악마가'는 1976년에 골드 대거 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루스 렌들의 섬세한 인물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생생함을 전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아서 존슨의 갈등과 억압된 분노, 공포를 따라 갈 수가 있었다.

아서 존슨을 단지 악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소심하고 사회성에 적응하지 못한 힘없는 노인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억눌린 욕망으로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한치도 망설임도 속죄하는 마음도 없다는 사실에 더 큰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만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또 다른 아서 존슨의 모습이 그늘 진 곳에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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