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를 듣겠다고 생각한지가 벌써 반년은 되어 가는데 아직 지지부진하다. 애 둘 딸린 아빠라는 것이 큰 단점이다. 휴대폰이며 TV는 벌써 아이의 것이고, 승용차에도 유아용 CD가 항상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사무실에서 잠깐 휴식시각(점심 혹은)을 이용해 듣는 것이 전부이다. Listen & Lesson 과 백건우 앨범에서 아직 한걸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문득 리스트의 편곡에 대해 관심이 들었다. 리스트의 편곡은 단순히 편곡 뿐만 아니라 작곡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까지 들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교향곡 등의 관현악곡의 경우 입장료가 비싸 대중들이 즐기기에 힘들었던 당시의 상황도 반영이 되었다고 한다.  

리스트의 편곡을 평하는데 있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경우 리스트의 편곡판이 더 낫다고 말할정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베토벤 편곡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니카차리스의 작품이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카차리스의 경우 전곡 녹음판이어서 조금 부담이 된다. 필요할 때 하나씩 준비하려고 하고 있기에 다른 구매방법을 모색해 본다. 일단 글렌 굴드를 축으로 엮어 글렌 굴드의 5번 교향곡과 저렴한 낙소스판으로 3번과 7번을 엮어 볼 생각이다. 7번의 경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크 루시에가 재즈로 편곡한 앨범과의 차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3번의 경우는 저렴하다고는 하나 비렛 (Idil Biret)의 연주이니 가격대비 만족도는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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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내는 격주간 출판전문잡지가 얼마전 300호를 맞으며 300호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꼽았다. 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연스레 기획회의 300호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의 저자 300인'은 "최근 5년간 1종 이상의 단행본 저서를 출간한 저자 중에서 현재까지의 성취와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가능성에 더 주목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회의 300호를 읽으면서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저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읽거나 소장한 저자들의 책이 꽤 있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알게된 저자도 있다. 대여섯명씩 구분해 정리해 볼 요량이다.   

강명관성호, 세상을 논하다』(자음과모음, 2011), 『조선풍속사 1~3』(푸른역사, 2010), 『시비를 던지다』(한겨레출판, 2009) 

강명관의 이름을 처음접한 것은 대여섯해전 한 일간지에서 고전을 소개하던 꼭지에서 였다. 주로 역사, 한자와 관련된 고전들을 소개한데서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강명관의 저작들을 항상 눈여겨 보았지만 아직 읽은책은 없다. 그렇지만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나오다』,『조선의 뒷골목 풍경』,『조선풍속사』는 꼭 읽어보고자 하는 책이다. 

             

기획회의에서는 '강명관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등의 책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생각을 한층 친숙하게 만들어놓았다'(176쪽).' '책에 대한 책'은 '책 벌레들의 책'으로도 영역이 확장되었는데, 강명관의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김풍기의『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김상웅의 『책벌레들이 동서고금 종횡무진』등이 그에 속한다'(179쪽)  

          

강명관은 기획회의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개 재래의 한국사 연구는 거창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경제,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문화를 다룬다 해도 기본적으로 그것은 민족문화의 우월성을 말하는, 일종의 영웅서사시다. 나의 일상, 아니 대한민국 거의모든 사람의 일상이란 그저 그런 것! '범상'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범상함은 역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위대한 한국사에 등장하지 않는 그런 범상한 일상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조선사회에 대한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양반체제가 여성과 평민, 노비를 제도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억압하여 그들로부터 성性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체제라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억압과 착취가 매우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때로는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역사 연구는 그 점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왜냐? 그것은 현재사회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146,147쪽) 저자의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역사라는 것이 큰 줄기 외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인데 사실 기존의 역사는 이런 점에 부족했다. 다만 근래에 들어서 미시사라는 이름으로 실제 삶을 역사화하려는 시도가 있어 반갑다.  
             

 

김용석『철학 광장』(한겨레출판, 2010),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푸른숲, 2010), 『메두사의 시선』(푸른숲, 2010)  

        

김용석교수는 오래 전 한 TV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책과 관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오래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그를 계기로 김용석교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왔었다. 개인적으로는 『두글자의 철학』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사회, 문화와 철학을 엮어냄(단순히 철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을 읽었다.   

     

'전통적인 문학비평이 독자들의 시야에서 한걸음 물러나면서 비평의 카테고리를 장악한 것은 문화비평과 고전비평이다. 김용석의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그러한 경계의 지표가 될 만하다. 그는 문화전반과 일상에 대한 문화철학적 성찰을 통해서 일종의 블루오션을개척했고 『깊이와 넒이 4막 16장』,『서사철학』같은 유래없는 책을 낳았다.'해리포터에서 피버노까지' 아우르는 넓이에서만큼은 견줄 만한 저자가 드물다.'(176쪽)

 

박정자『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기파랑, 2011),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기파랑, 2009),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조각』(기파랑, 2009)   

           

박정자는 예전에 고흐읽기를 할 때 『빈센트의 구두』라는 책을 지은 저자 정도로만 알고 있다. 예술권하는 저자들이라는 꼭지에서 '현대철학으로 미술을 해석하며 예술과 인문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빈센트의 구두』의 저자 박정자'(219쪽)로 소개하고 있다. 잘 몰랐던 저자라 살펴보니 예술을 철학으로 설명하는 많은 책을 내었다. 다만 기파랑에서 출간한 책들이 대부분인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책에 관심이 조금 있으면 출판사이름에서 출판 성향이 보이기도 하는데 기파랑은 썩 땡기는 출판사는 아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보자면 하지만, 책 제목으로만 본다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이남석『논리를 찾아라!』(토토북, 2011),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사계절, 2010), 『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토토북, 2009)   

           

이남석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가이다. ' 마지막으로 주목할 저자는 『자아 놀이 공원』의 이남석이다. 이남석은 심리학자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다. 철학, 심리,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라면 앞의 작가들과 큰 차이는 없으리라. 그는 더 나아가 지식을 소설 형식에 녹여내 감성적 지식을 풀어낸다. 

『자아 놀이 공원』은 청소년인 주인공이 특별한 놀이공원에 초대받으며 시작한다. 프로이드의 빙하 놀이관, 융의 UFO 전시관, 스키너의 입체 게임관, 매슬로의 피라미드관, 에릭슨의 서바이벌 게임장 등에서 벌어지는 환상 여행을 통해 유쾌하게 심리학 지식을 전한다. 일종의 에듀테인먼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이 전하는 정서적 지식은 독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자아의 발견과 성장으로 이끈다. 이남석 저자는 자아, 사랑, 폭력을 주제로 한 청소년 지식소설 3부작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청소년 교양서의 평가가 인색한 한국출판계가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35쪽)

 

정수일『21세기 민족주의』(통일뉴스, 2010),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창비, 2010), 『문명담론과 문명교류』(살림, 2009)   

           

정수일 교수는 깐수라는 이름의 간첩사건으로 옥고를 치뤘다. 그의 사상에 대한 의심을 떠나서 대한민국학계는 중국에서 중동에 이르는 이슬람 혹은 씰크로드의 대가를 얻은 셈이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옥고를 치루면서도 치열한 학자정신을 발휘하여 『씰크로드학』,『고대문명교류사』,『이슬람문명』,『문명교류사연구』 등의 저서를 쓰고, 『이븐 바투타여행기』,『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 난해한 고전을 번역하여 역사학계를 놀라게 했다. 동서 문명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콘을 만들어낸 것이다.'(185쪽)  

          

항상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았지만 읽을 기회가 나지 않았지만 학술적인 성격이 덜한 대중서들의경우 작가의 전집을 읽어볼 필요가 있음을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실크로드 문명기행』,『이슬람문명』,『한국속의세계』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한창호『영화와 오페라』(돌베개, 2008),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돌베개, 2006),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돌베개, 2005)  

         

한창호라는 이름은 씨네21을 정기구독하면서 알게 되었다. '영화와 오페라'라는 꼭지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영화와 다른 장르의 예술을 엮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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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평론가들의 평론을 읽어보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냥 일반인으로 그런 실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비평과 전망' 이후 '작가와비평'을 관심있게 보고는 있지만 한 사오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만큼 문학에 대한 관심 또한 적었다. 오랜만에 손에 든 책이 김정남의 평론집 '꿈꾸는토르소'였다. 하지만 최근 문학작품을 손에 든 기억이 적기 때문에 공감할만한 내용을 찾아낼수는 없었다. 생소한 시인, 소설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시 부분에 있어서는 처음 들어보는 시인의 이름이 많았다. 대신 흥미를 갖게 된 시인이 몇 있다. 꿈꾸는 토르소를 통해 소개받았다고 보면 된다.  

'관념적이고 작위적인 것보다 사실적이고 질박한 것이 더 힘이 세고 오래 간다는 게, 문학에 대한 내 생각이다. 장식적 수사와 관념의 찌꺼기는 그것이 화려하면 할수록 스스로 가짜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시인 김선태의 '시 맛'은, 잘 차린 남도 음식이 그러하듯, 속 깊게 곰삭은 인생의 속내를 맛깔스럽게 전해준다. 여기에 올라온 산해진미는 바다에서 오른 것들이 많지만, 그러한 단순한 소재주의에 주목하는 것 또한 편식이 아닐까. 그의 시는 오히려 자연사와 인간사 그 전부를 꿰뚫는 탁월한 직관을 통해서 얻어진 황홀한 세계이다. 그의 시심으로 건져올린 세상사에는 고통도 슬픔도 상처도 모두 익을 대로 익어, 비로소 딱 알맞게 발효된 생의 진면목이 숨어있다. 이러한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는 더 이상 엄숙주의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시집 『살구꽃이돌아왔다』(창비,2009)에는 진솔한 눈물이, 질박한 관능이, 수수한 웃음이 있다.'(69쪽)

   
 

흔히 보름게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왜냐구요? 이놈들은 주로 보름 물때엔 탈피를 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겉은 번드르르해도 속은 텅 비어 있으니 그야말로 무장공자라는 말씀이지요.  

허나, 서해 어는 갯마을에는 이 속설을 살짝 뒤집은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지요. 보름달이 뜨면 괜시리 시골 처녀들이 밤마실을 나가듯 야행성 꽃게들도 먹이를 찾아나선답니다. 그런데 달빛이 하도 밝아 물속까지 훤히 비추면서 꽃게들도 그림자를 드리우니, 아 글쎄 제 그림자인 줄을 모르는 이놈들은 등뒤의 무슨 시커먼 물체에 화들짝 놀라 삼십육계 게걸음을 친다는 겁니다. ..... 

어허, 그런데 말입이다. 호랑이 앞에서도 집게발을 쳐들고 대드는용기를 가진 이놈들이 그깟 제 그림자에 속아 도망을 치다니 참 우습지 않아요?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놈은 다름아닌 제 자신이 아니었을까요?

 
 

꽃게이야기 중

시인 김선우는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이미 『내 혀가 입속에 갖혀 있기를 거부한다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김정남이 소개한 '쓸쓸하다'라는 시가 가슴에 팍 꽂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시는 시집의 형태로 아직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 (실천문학 2009년 봄호에 실림)

   
 

쓸쓸하다,는 형용사 / 하지만 이 말은 / 틀림없는 마음의 움직임 

쓸쓸하다,를 / 동사로 여기는 부족을 찾아 / 평생을 유랑하는 시인들 

유랑이 끝날 때 / 시인의 묘비가 하나씩 늘어난다

 
 

쓸쓸하다-그림자의 사전 3

'김선우 시인의 짧은 시가 가슴을 울린다. "쓸쓸하다"라는 단어의 품사는 형용사다. 구체적인 사건없이 제시되는 이 단어는 추상적인 감정일 뿐이다. 막연하게 제시되는 '쓸쓸하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 어떠한 환기력도 지니지 못하는 관념어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인은 쓸쓸하다,라는 말이 마음의 정태적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감정상의 동태적 상황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이 마음의 움직임! 이때 "쓸쓸하다"는 동사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그 "쓸쓸하다,를 / 동사로 여기는 부족을 찾아 / 평생을 유랑하는 "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관념의 여지가 만들어낸 쓸쓸함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감정에서 배태된 현재진행형의 감정을 지닌 존재들 말이다. 세상에 쓸쓸하고 상처 받은 존재들을 찾아나서는 자, 누구인가. 그가 바로 시인이다. 이처럼 존재의 외곽에 버려진, 쓸쓸한 삶의 궤적을 좇아, 고독함의 시업을 쌓아 올린 시인들은 그 유랑을 마친 후, 하나의 묘비로 남는다.'(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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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꽂이에 꽂혀 있던 달려라 아비를 며칠 동안 읽고는 책 정보를 살폈다. 1판 2쇄 . 2005년 12월 언저리에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1년 9월에야 손에 들었다. 책을 구매하고 시간을 놓쳐 그냥 묻혀두었던 것인데 '두근두근내인생'이 출간되자 '침이 고인다'와 함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손에 들었다.

김애란은 2000년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만큼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이 접해 본 터였다. 게다가 몇해전 이효석문화제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던 작가이다. 이런 기대에 맞게 첫 페이지부터 맛깔난 문장에 빠져 들었다.   

 '나는편의점에간다'는 집 주변의 세 개의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나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 디스를 사고, 제주 삼다수를 사고, 쓰레기봉투는 10리터를 산다. 나의 삶은 디스, 삼다수, 쓰레기봉투 10리터로 이루어진다. 단골로 삼았던 첫 편의점에서 점원은 주인공인 그녀에게 알은체를 하고 그녀는 두번째 편의점으로 옮긴다. 콘돔 구매에서 일어난 신분증요구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세번째 편의점으로 단골을 옮긴다. 자신의 삶은 순전히 소비행태로만 연결될 뿐인데 그녀의 삶에 개입하려는 행위에 주인공은 편의점이라는 삶의 패턴을 바꾼다. 그러나 이제 반대의 경우가 생겼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생을 위해 열쇠를 어디엔가 맡겨야 할 때 그녀는 편의점을 떠올렸고, 그 곳에서 '저 아시죠? 저 이 근처 사는 ... 항상 제주 삼다수랑, 디스플러스랑 사갔었는데....'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돌아온 대답은 '손님, 죄송하지만 삼다수나 디스는 어느 분이나 사가시는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나는편의점에간다'는 인간소외라는 거창한 주제보다는 실제로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단순히 소비행태로만 알려지기를 원하지만 정작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난감함을 표현한다.

표제작 '달려라아비'는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와 연계가 된다고 생각한다.  '달려라아비'의 나는 아버지가 없고,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는 어머니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가족의 해체나 정신적 아픔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의 부재상황을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태도는 삶을 관조한 듯한 태도이다. 사실 김애란의 문학성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달려라 아비를 썼을 때가 20대였을텐데 작품에서는 살만큼 살고 세상을 그려러니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최근 작품 '두근두근내인생'이 조로증에 걸린 아이를 소재로 한 것이 바로 그녀의 이런 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16쪽)
 

'종이물고기'는 작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단편이다. 서울로 올라와 옥탑방 한칸에 자리잡은 주인공은 벽면에 포스트잇을 부치기 시작한다. 첫 벽면에는 책에서 골라낸 말들로 채웠다. 두번째 벽면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세번째 벽면은 스치듯 지나치는 생각을 적었다. 그리고 네번째 벽면은 실제 삶속에 있는 살아있는 언어로 채우고 마지막 천장에 비로소 소설을 적어나간다. 이것은 작가의 글쓰기 과정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자전소설이 아닌가 싶다. 언어로 채워진 그리고 소설로 엮여진 옥탁방은 무너진다. 채워진 포스트잇이 옥탑방의 균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너진 옥탑방에서 주인공의 모든 포스트잇 역시 무너져 내렸다. 옥탑방이 자기만의 문학세상이라고 한다면 무너진 옥탑방은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온 현실 혹은 문학이라는 현실과의 마딱드림에서 나온 좌절로 보인다. 하지만 그 좌절속에서 '그것은 마치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가쁘게, 그러나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220쪽) 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는 문학에의 열정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애란에 대한 문학적 호평과 문단과 기대 그리고 그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달려라아비'는 단편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그녀의 다음 '침이 고인다'를 손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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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내는 격주간 출판전문잡지가 얼마전 300호를 맞으며 300호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꼽았다. 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연스레 기획회의 300호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의 저자 300인'은 "최근 5년간 1종 이상의 단행본 저서를 출간한 저자 중에서 현재까지의 성취와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가능성에 더 주목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회의 300호를 읽으면서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저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읽거나 소장한 저자들의 책이 꽤 있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알게된 저자도 있다. 대여섯명씩 구분해 정리해 볼 요량이다.  

강만길 『역사가의 시간』(창비, 2010), 『20세기 우리 역사』(개정판, 창비, 2009),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개정판, 서해문집, 2008) 

지금 현재 40대 이상에게 강만길은 거의 우상일 것이다. 그리고 30대 후반에 있어서는 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두권 읽어봤을만한 저자일 테고.  90년대 초까지 강만길의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는 필독서였다. 창피한 고백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다만 2000년도 이후에 나온 『우리 역사속 왜』와 『우리역사를 의심한다』를 읽었고 소장하고 있을 뿐이다. 하여간 강만길 교수가 최근까지도 저작에 힘쓰고 있고, 그의 책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는행운이다.  

             

           

 

김영한『스티브 잡스의 창조 카리스마』(개정판, 리더스북, 2011), 『넛지마케팅』(한국경제신문, 2010), 『칭찬하는 멘토 리더가 명품을 만든다』(북플래닛, 2010)   

김영한은 기획회의300호를 통해서 처음 접한 저자이다. 나름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는 있는데도 저자의 이름은 처음 접한다. 다만 『넛지』를 책을 읽었던 터라 『넛지마케팅』이라는 책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경제경영서적 전문 블로거로 유명한 김은섭은 2010년 이후 18개월 동안 무려 9권의 도서를 출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달에 한번씩 채을 썼다는 뜻인데 그만큼 깊이가 있을지 우려되면서도 그 열정에 감탄한다. 김영한은 '앱컨설팅 대표로써 기업과 공공기관의 스토리 창조를 교육하고있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경영도서를 쓰고 있다.'(202쪽)

               

           

박정욱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 미술』(학고재, 2010), 『무의식의 마음을 그린 서양미술』(이가서, 2009), 『트윈픽스 가는 길』(서해문집, 2009)   

박정욱에 대해서는 『거꾸로 서있는 미술관』으로 알려졌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설명이 없는 편이다.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동서양 미술, 미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잠깐 파리에 다녀올 때 프랑스 혹은 파리와 관련된 책들을 뒤져본 적이 있었는데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 미술』이 2010년에 출간되어 아쉽다. 2008년 이전에 출간되었다면 꼭 챙겨보았을 책이다. 『트윈픽스 가는 길』은 미국을 소재로, 『따뜻한 하루』는 파리를 소재로 한 포토에세이집이다.  

             

           

이권우『죽도록 책만 읽는』(연암서가, 2009),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그린비, 2008),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해토, 2005)   

북칼럼니스트 이권우의 글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물론 요즘은 좀 게을러졌기는 하지만. 책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책 가이드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권우는 바로 그런 저자중에 하나이다.

             

           

정수복『파리의 장소들』(문학과지성사, 2010), 『파리를 생각한다』(문학과지성사, 2009),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나무, 2007)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정수복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저자이다. 잠깐 언급했듯이 2008년 잠깐 파리를 다녀오면서 프랑스, 파리에 대한 책들을 많이 찾아봤다. (읽은것이 아니라 많은 책들을 카테고리화 한 후 읽을 책들을 따로 분리했다.) 파리에 대해서 여행서적과 인문학의 성찰이 적절히 가미된 책을 애타게 찾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이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 바로 정수복의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파리의 장소들』,『파리를 생각한다』인데 모두 파리를 다녀온 후인 2009년 이후에 출간되었다. 앞으로 다시 파리를 찾을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손에 들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책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한윤형『안티조선 운동사』(텍스트, 2010),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텍스트, 2009),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 2009),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웅진지식하우스, 2011)  

한윤형은 기획회의300호를 통해서 알게 된 저자인데, 왜 그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나로서도 의문이다. 왜냐하면『안티조선 운동사』,, 『뉴라이트 사용후기』,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출판 소개기사를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다.  

한윤형은 젊은 그들이라는 꼭지로 설명이 되고 있다. '저자로서 한윤형이 가진 미덕은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다. 안티조선운동의 분화, 이를테면 강준만과 진중권의 논쟁은그에게는 좋은 교본이었다. 필자는 게시판 논쟁에서 보여주었던 한윤형의 미덕이 아직 그가 쓴 책에서는 충분히 만개하지 않았다고 보낟. 

또한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는 전체 판을 읽고 담론지형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 2009)나 그가 공저한『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2011)는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책이다. 기존 사학계가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배척했고, 지금도 "진지한 논평을 낸다는 것이란, 지는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하는 현실에 그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민족주의사학(김기협)이나 정통 정치경제학(주종환)이 아닌, 탈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뉴라이트를 비판한다면? 극우와 신자유주의,탈 민족주의가 기묘하게 결합해 있는 이 담론구성물에 대한 분석과 대중적 비판은 '한윤형이 아니더라도 누군가'했어야 할 이야기이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윤형이 나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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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플러스 2016-03-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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