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 정치의 죽음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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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읽으려고 강준만이 쓴 두권의 책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도서관에서 빌리고 <힐러리 클린터>은 구매했는데, 대선 당일까지만 하더라도 힐러리의 당선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막상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방향이 이상하게 흘렀다. SNS, 인터넷에는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났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브렉시트는 언론과 함께 노동자조차도 무시했던 백인노동자계층의 등장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차브'라는 책을 읽은 덕이다) 미 대선 역시 몰락한 백인노동자를 민주당과 언론은 무시했다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GM의 파산은 바로 백인노동자 중산층에 철퇴를 내린 사건 아닌가. 공화당은 노동자계층과 거리가 먼 정당으로 알고 있는 만큼, 민주당 역시 노동자계층과는 거리가 먼 정당이다. 게다가 IT 업의 성장뒤로는 공화당보다 정치자금이 더 많은 정당이기도 하다.

 

강준만은 그런점에서 '트럼프'를 잘 드러낸다. 언론과 엘리트들의 무시속에 그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성공하는지를 말이다. 물론 대선전에 쓰여진 책이지만, 그가 공화당에서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들은 대통령이 된 과정의 복선이다.

 

강준만의 <도널드 트럼프>를 읽으면서 가장 깊게 생각한 것이 바로 '정치적 올바름'이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성차별, 인종차별 발언들을 바로 잡으려는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PC(Political Correctness)이다.

공포의 문화에서 비롯된 지나친 비난이었을망정 PC 운동 진영의 포용력 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동에 반대하거나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인종차별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라 는 딱지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

 

이렇듯 PC는 과잉의 연속이었다. 왜 그렇게 된 걸까? 캐스 선스타인 Cass R. Sunstein은 그런 과잉이 이른바 '집단 편향성'에 의한 정보와 평 판의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견해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 서로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서로 간에만 대화를 나눌 것이고, 이는 더욱 심한 극단주의로 이 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많은 캠퍼스에서 정치적 올바름 이 정말 극단적이고 때로는 심지어 터무니없는 수준까지 가기도 한다. 그 결과, 학생들은 미국 사회 전반에서 널리 공유되는 보수적이거나 온건한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 점점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22-25쪽)

 

'차브'라는 책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몰락한 백인노동자들의 주장을 '인종차별'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그들의 주장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거기에 더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은 의제에서 배제가 되어 버렸다. 미국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IT와 연계된 첨단제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간혹 미국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면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백인 건설노동자들은 사회에서 중산층이었다. 자동차 노동자들의 연봉이 1억이 넘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연봉이라고 보자면 미국 자동차 숙련공의 연봉은 1억 5천만원에 육박한다) 그런 백인 노동자들이 몰락했다. 그런데 그들의 불만은 이민자 반대와 더불어 '이민반대자', '인종차별주의자'로 폄하되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무 정치인들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트럼프'의 성공요인이다. 강준만의 <도널드 트럼프>에서는 이를 여러가지로 설명한다.

일단 반 엘리트주의다. 그가 막말을 했다고 언론 특히 엘리트들은 '트럼프'를 비하했지만, 사실 국민 대다수는 엘리트가 아니다.

2015년 10월 21일'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가 초등학교 4학년의 언어를 사용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글 로브는 경선에 나선 민주·공화당 후보 19명(사퇴자 포함)의 단어 선택과 문장구조 등을 '플레시-킨케이드 읽기 난이도 조사'를 통해 분석했다 공화당의 짐 길모어Jim Gilmore 전 버지니아 주지사가 10.5학년 (고등학교 1.5년) 수준의 언어력이 있어야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를 써서 가장 유식했다. 그의 지지율은 0퍼센트였다. 반면 트럼프는 4학년(초등학교 4년) 수준의 단어를 사용해 가장 무식했는데도 지지율은 1위였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도 박사학위까지 있지만, 6학년(초등 학교 6년) 수준으로 유권자와 소통해 공화당 내 여론조사 2위를 차지 했다. 단어 구사력과 지지율이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위원이 월스트리트와 미국자본주의를 비판하다 보니 10학년(고 1) 수준으로 높아졌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7.7학년(중 1.7) 수준으로 여야 통틀어 중간쯤 되었다. 

 

관심 대상은 단연 트럼프였다. 그는 등장할 때부터 “우리 지도자들은 너무 어리석다stupid"는 식의 직설적이고 거친 말을 즐겨 썼다.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처럼 쉬운 단어, 연설이나 텔레비전 토론 때는 거대한huge, 끔찍한terrible, 아름다운beautiful 같은 초급 단어를 많이 썼다. 문장은 간결하고 짧았다. 정치인을 비판할때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all talk, no action"식이다. (190쪽)

 

트럼프는 딱 보통 국민들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트럼프의 언어와 버니 샌더스의 언어는 너무 수준차이가 난다. 이는 몇 몇 좌파 엘리트들이 이야기하듯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였다면 다를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허황됨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강준만의 '정치적 올바름'이 지적이 연결된다. 트럼프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하고 싶지만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반이민, 미국최우선, 여성차별 등을 아무런 제한없이 사용했다. 이것을 엘리트(언론 등)들은 트럼프가 무식하다고 비하하고, 무시했지만, 정작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가 다른 정치인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이렇게 트럼프가 다른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좌파에서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엘리트들도 그런 지식인들을 비판했다. 힐러리를 찍느니 트럼프를 찍겠다라고 말한 좌파들은 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을 읽어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를 모르겠다. 그냥 사람들이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서랜던은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구에게 투표할 거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뭔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크리스 헤이스Chris Hayes가 서랜던의 이 대답에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하자, 서랜던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서랜던은 “일부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즉각 혁명을 할 거라고 느끼고,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거다. 세상이 뒤집힐 거다고 말했다"

 

헤이스가 그런 주장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서랜던은 “현상 유지는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며 "군사화된 경찰력, 민영 교도소, 사형제, 낮은 최저임금, 여성 권리에 대한 위협 등, 이런 식으로 우리가 계속 갈 수 있고, 그런 걸 되돌리는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부연했다. 

서랜던의 요지는 힐러리의 당선은 현상유지에 불과하나, 트럼프는 어쨌든 현재의 판을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 출마 중인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서랜던이 샌더스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본선에서 힐러리를 찍느니 차라리 트럼프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254-255쪽)

 

배우 수전 서랜던은 좌파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그는 이런 발언을 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한둘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좌파 모임들은 대놓고 '힐러리를 찍느니 트럼프를 찍겠다'고 말했다. 샌더스 자체도 힐러리를 공식적으로 지지한건 7월 이후 일이다.

좌파지식인들은 미국이 지금 가지고 있는 국가의 기업화 문제를 기존 정치인은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 바깥에 대한 욕망이 있던 것인데, 일반인들 역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그런 혐오감은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트럼프를 돈을 쓰지 않는 선거를 했다. 그리고 자기 돈으로 선거를 한다고 했다.(물론 그가 부를 쌓은 과정은 비윤리적이지만)

 - 공화당의 2016년 1월 자료에 트럼프는 선거자금으로 300억을 썼는데 다른 후보의 1/3, 1/2 정도만 썼다. TV광고에

   부시는 1,000억을 쓴 반면 트럼프는 100억 밖에 안 썼다. 민주당이라고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IT 기업의 성장뒤로는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쓴다. 정치후원금이 훨씬 더 많으니까.

그는 다른 정치인들은 자금에 묶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공화당이 기존 거대기업에, 민주당이 IT기업 우대 정책을 피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자금줄 때문이 아니가.

 

리뷰라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읽으면서 내 생각과 엮인 부분을 중심으로 적어봤지만, 강준만의 <도널드 트럼프>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성장, 부동산 재벌이 되는 과정들 그리고 미디어와 SNS의 속성이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를 만들어 냈는지 말이다.

 

강준만이 이야기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 정치는 혐오를 넘어 죽음의 단계에 왔다. 그 정치의 죽음이 '트럼프'라는 후보를(이제는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를 읽으면서 우려스러운 건 우니라라 또한 그렇지 않냐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야 말 할 필요가 없지만 야당 또한 일반국민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최근 촛불집회도 국민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계산기 두드리고 있는 민주당을 보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점차 정치는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의 싸움이 고착화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60대 vs 50대 싸움에 40대 중반 이하의 국민들은 무시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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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가 2016-11-20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결과론적 접근인듯 하네요. 트럼프 당선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생각이상으로 반힐러리파가 미국엔 많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박영선 정도의 정치인으로 민주당내에서도 평판이 그리좋지 않습니다. 또한 샌더스현상이나 트럼프현상자체가 기존정치 세력의 반감에서 나온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당선요인을 단어구사력의 적절성이나 정치적 올바름 PC운동의 부작용이니 하는건 결과론적 해석이 아닌가 싶네요. 트럼프가 잘해서 라기보단 힐러리와 민주당이 더 못해서 졌다는게 올바른 해석아닌가 생각합니다

雨香 2016-11-20 21:39   좋아요 0 | URL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 의견을 갖게 된 것은 브렉시트를 찾아보면서 인데요. 그 때 읽은 ‘차브‘라는 책을 읽으니 서유럽과 미국에서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힐러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브렉시트 때도 그랬듯이 점점 여론이 국민전체를 대변하지 못한 것인데, 그것이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백인노동자계층을 인종차별주의자의 발언이라 하여 무시하였는데 그 과정이 영국의 노동당이나 미국의 민주당이나 진배없다고 봐서요.
그렇지만 어찌되었건 개인적인 의견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힐러리가 박영선 정도라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힘든게, 빌 클린턴 시절에도 실질 대통령일정도로 민주당 내 장악력이 장난 아니었죠. 반대세력은 많지만, 대항세력이 없는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징가 2016-11-20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차브 저도 꼭 읽어 볼께요 좋은 답글 감사합니다

雨香 2016-11-20 22:12   좋아요 1 | URL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역시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리뷰이긴 합니다만,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42055
와 몇 개의 페이퍼를 8월말에 남겼습니다.
페이퍼는 주로 발췌이기 때문에 읽기 전에 대충 내용 보시는데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26155
 

    

 

<도널드 트럼프>를 도서관에서 빌리고, <힐러리 클린턴>을 구매했다.

반대로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부터 <도널드 트럼프>를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강준만이다. 트럼프에 대해 잘 정리했다. 파산의 위기에서부터 어패런티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어 파이어를 통해 재기하는 과정. 그리고 젊어서부터 드러는 과시형태 등이 잘 드러난다.

 

<힐러리 클린턴>은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소개를 보면 힐러리가 싸우는 전선이 단순히 트럼프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힐러리 클린턴이 싸웠던 전선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듯 하다.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선거이야기>는 미국의 선거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다. 그 연방제라는 실감하는 것이 바로 대선이다.

 

선거철만 되면 챙겨보는 이가 있다. '조지 레이코프' <이기는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 대선결과가 궁금하다면 <도덕, 정치를 말하다>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사람들이 왜 자신의 이익과 관련없는 정당, 정치인에 투표하는지를 알 수 있다.

       

 

 오전에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차브>라는 책이 떠올랐다.

 

첫째, 이 모든 문제는 SNS 때문이다.

통계물리학이나 복잡계물리학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SNS의 발달이 소통이 아닌 단절을 가져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연결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정치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의견이 대부분인 것 처럼 보여진다. SNS를 사용이 덜한 노년계층, 하층민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둘째, 백인노동계층에 대한 배제때문이다.

<차브>를 읽으면서 백인 노동계층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영국 못지 않게 미국의 백인 노동계층의 몰락은 심각할 것 같다. 연봉 1억이 넘던 자동차사의 몰락과 NAFTA에 의한 멕시코로의 이전은 중산층 백인노동계층의 몰락을 가져왔을 것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도 3-40년전의 백인 건설노동자들의 삶은 중산층이었으나, 지금은 하층민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문제는 IT산업 및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기존 제조업의 침체가 묻혀졌고, 몰락한 백인 노동자들의 의견은 인종차별주의자 혹은 남성우월주의자로 치부받아 무시되어 오지 않았을까. <차브>는 그런 점을 지적했다.

 

백인 노동계급 은 또하나의 하찮은 소수인종이 되었으며 이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오로지 인종의 시각에 머물러 있었음을 의미한다. 백인 노동계급은 역사의 고개를 넘으며 길을 잃은 부족이 되었고, 다문화주의에 의해 방향을 잃었으며, 집단 이민이라는 문화적 침략에 맞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방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인 집단이 되었다. 말하자면 '백인 노동계급'이라는 단어 때문에 새로운 자유주의적 편견이 탄력을 받은 셈이다. 이제 '백인 노동계급'을 혐오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들은 한줌의 인종차별주의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8쪽, 차브) 

 

어찌보면 트럼프의 당선은 이변이 아닐 수도 있다. 한정된 여론을 가지고, 백인 하층민을 배제해버리면서 미국 전체의 의견이 아닌 일부 의견이 여론인 것처럼 떠들었을 수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 선거도 그렇지 않은가. SNS를 보면 박근혜를 찍거나, 새누리당을 찍은 사람은 거의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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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6-11-10 09:25   좋아요 0 | URL
트럼프 당선에 대해 생각해볼께 여러가지일 것 같습니다.

하나는 위에 언급한 것 처럼 백인 노동자 문제일 것이고요 (앵그리 화이트라고 기사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브렉시트 때 책, 자료를 읽으면서 백인노동자를 배제하는 문화를 봤습니다. 책으로는 <차브>가

다른 하나는 조지 레이코프가 이야기하는 프레임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데요. <코끼리는 ~ > < 이기는 프레임>도 비슷한 내용이긴 하지만, 이메일 사건은 이 프레임을 공고화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yureka01 2016-11-16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트럼프가 당선 되고 나서, 나오는 소식들이 상당히 재미있더군요..ㅎㅎㅎㅎ후보때 정책기조가 바뀌는 기분이랄까요..심지어 백악관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 근무가 안되냐고 ㅎㅎㅎ
 

 

나라 돌아가는 모양이 참 답답하다. (이런 와중에 음악을 올리는 것이 좀 뭣하긴 하지만)

 

다른 곳에 관심을 두기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11월 1일,2일 정명훈이 빈 필하모닉과 함께 공연이 있었다. 가격을 확인하고는 이내 마음을 접었지만, 솔직히 가격을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지갑에 부담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애들을 키우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이 공연이 아닌가 싶다. 전시야 조금 부담이 덜하지만,

 

☞ 공연소개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1&contents_id=124442&leafId=191

 

(정명훈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남겨보고)

 

교향곡중에 좋아하는 교향곡을 꼽으라면 여러 곡이 있을테고, 시기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놓치지 않고 꼽는 것이 바로 베토벤 교향곡 7번이다. 교향곡 7번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묘하게도 정명훈과 겹친다. 정명훈이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한 베토벤 7번 교향곡을 들으며 연주내내 푹 빠져 들 수 밖에 없었으니....

 

베토벤7번 교향곡을 종종 들은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5번, 7번 앨범을 클래식을 듣기 시작할 때 부터 가지고 있었고, 5번에 관심을 두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공연장에서 정명훈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는 베토벤을 떠올릴때 7번 교향곡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상이 깊게 남아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듣는 것은 재즈피아니스트 자끄 루시에가 편곡한 버전이다. 바흐 전문가가 그가 들려주는 재즈로 변주하는 베토벤은 신선하다. 그리고 아마도 저가형 앨범 1-2장이 더 있을텐데....

 

정명훈의 SPO(서울시향, Seoul Philhamonic Orchestra) 버전도 녹음이 되었다면 하나 장만할텐데 아쉽다. (정명훈의 SPO 녹음은 베토벤 9번 교향곡이 나와있고, 개인적으로는 드뷔시 녹음판을 가지고 있다.)

 

7번은 대표적으로 리드미컬한 교향곡입니다. 듣는 이의 마음을흥겹게 고조시키는 리듬이 거의 전 악장에 걸쳐서 빈번히 등장합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강물의 에너지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훗날 바그너는 이 곡을 "춤의 성화"라고 표현했습니다. 베토벤의 여러 교향곡 중에서도 '디오니 소스적인 즐거움이 넘치는 곡', 혹은 '강박적인 리듬의 교향곡'이라는 평가도 내려져 있습니다. (더 클래식 하나, 315쪽)

 

 

       

 

 (유투브 연주는 더 클래식 하나에서 추천한 야르비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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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을 주제로 읽기 중이다. <희망의 이유>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다. 제인 구달은 학위도 없었지만(나중에 공부를 하고 학위를 받아 강단에 서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침팬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릴 적 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모-자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틀에 박힌 자녀와의 존중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의 반응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호기심, 관찰, 자녀교육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부분이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점점 더 알쏭달쏭해졌다. 암탉의 어디에 알이 나올 만큼 그렇게 큰 구멍이 있단 말인가? 아무도 이를 적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나는 내 힘으로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암탉을 따라 나무로 만든 작은 닭장 중 하나로 들어갔다. 그러자 닭은 끔찍하게 꽥꽥거리면서 재빨리 도망쳤다. 그때 어린 생각으로는 내가 먼저 그곳에 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닭장으로 기어들어가 닭이 들어와 알을 낳기를 기다렸다. 짚 덤불에 몸을 숨기고 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계속 기다렸다. 마침내 암탉 한 마리가 들어와서 짚단을 여기저기 헤집다가 내 바로 앞에 둥지를 틀고 앉았다. 나는 닭이 놀랄까봐 매우 조용히 있어야만 했다. 이윽고 닭이 반쯤 앉았고 동그란 하얀 물체가 서서히 암탉의 다리 사이 깃털 속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풍 하면서 달걀이 짚 위에 떨어졌다. 암탉은 기뻐서 꼬꼬댁거리며 깃털을 흔들었고 부리로 알을 쿡쿡 찌른 후 떠났다. 내가 사건의 전과정을 이다지도 명확하게 기억 하고 있는 것이 무척 놀랍다.

흥분에 휩싸인 채 암탉의 뒤를 따라 기어나와 집으로 뛰어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그 작고 답답한 닭장에서 거의 네 시간이나 있었던 것이다. 온 가족이 나를 찾아다녔다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집에서는 나를 잃어버렸다고 경찰에 신고까지 해놓았다. 걱정하며 찾고 있던 어머니가 흥분해서 집으로 뛰어오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꾸짖지 않았다. 대신 초롱초롱 빛나는 내 눈빛을 보고는 자리에 앉아서, 암탉이 어떻게 알을 낳았는지 알이 마침내 땅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놀라웠는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나에게 생명에 대한 애정과 지식에 대한 열정을 길러주고 격려해준 현명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행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자녀들은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철학이었다. 내가 만약 엄격하고 무감각한 규율로 모험심을 억누르는 집에서 자랐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때로 궁금해진다. 혹은 규칙도 경계도 없는 가정에서 응석받이로 자랐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하다. 어머니는 규율이 중요하다고 확신하셨고, 왜 어떤 것은 허용되지 않는지를 늘 설명해주셨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공정하고 한결같고자 노력하셨다. (희망의이유, 25-26쪽)

 

나는 그때 매우 어렸지만, 그사건에 대해서는지금도 꽤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달걀이 나올 만한 큰 구멍이 닭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그것을 물어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물어보았어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직접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닭 한 마리가 닭장에 들어가는 것을보며 '아, 이제 쫓아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가 닭을 쫓아 닭장에 비집고 들어가자, 닭은 놀라서 꼬꼬댁거리며 뛰쳐나가 버렸다.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나는 닭장에 먼저 들어가 닭이 들어와 달걀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닭장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던 것이다. 동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참을성이 많아야 한다 (제인구달, 1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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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생각했더 자동차 읽기를 이제서야 한다. 일단 1차로 세권의 책을 읽었다. 앞서 읽었던 '지진' 주제와 겹치고, 현재 읽고 있는 '제인 구달' 주제와도 겹쳐져 읽었다. 바로 2차로 자동차 구조 등을 읽을 생각이다.

 세권의 책에 대한 내용은 리뷰를 작성했고,

 그 중에 자동차 역사에 대한 부분을 공부차원에서 발췌.

 

 1800년대 후반 전기, 가솔린, 증기 등 여러 동력원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나타난 이후 1900년대 초반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기술이 전부 완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V자형 엔진은 최근의 개발인지 알았는데, 이미 100년전에 초기 모델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현대차 빼고) 초기 기술 혹은 구조를 확립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1930년대 이후 자동차는 개량만 있었을 뿐, 혁신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볼 것이 지금 자동차 기술은 전부 내연기관(디젤, 가솔린)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엔진을 얹기 위해 프레임이 필요했고, 기어박스가 필요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으니 기존 프레임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막말로 앞고 뒤가 똑같이 짧은 형태가 될수도)

 

1900년대 초, 각종 자동차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역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의 자동차가 마차에 엔진을 위한 공간을 얹은 형태에 가까웠다면, 이 시기에는 자동차의 형태와 구조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경 쟁을 시작하면서 이전까지 주 이동수단으로 쓰이던 마차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1900년대 초에 미국 텍사스에서 원유가 발견되면서 가솔린 자동차의 경제성이 급등하였고, 가솔린 자동차는 이후 100년 간 전기자동차를 제치고 자동차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1908년 포드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하여 모델T를 대량 생산하면서 자동차의 대중화에 성공하게 된다. 1900년부터 1918년까지는 내연 자동차 구조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는 시기였다. 1880년대와 1890년대에 시도된 수많은 방식들 중에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조가 내연 자동차의 구조로 확립되었다.  당시에 정립된 표준 자동차 구조는 파나르 르바소가 고안한 파나르 시스템이었다. 파나르 르바소는 여러 제작 업체들에게 파나르 시스템을 알려주었고, 비로소 표준화된 자동차가 제작되었다. 파나르 시스템의 구조는 엔진을 자동차 앞부분에 위치시키고, 후륜 구동 굴림 방식, 내연 기관 그리고 활동 기어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즉, 우리가 현재 접하고 있는 자동차들의 핵심적인 구조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수백 개의 자동차 제작 회사들이 등장했다. 이 회사들은 서로 매우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결과 자동차 기술 개발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1930년 로버트 보쉬Robert Bosch가 고안한 전기 점화 방식, 1910년과 1911년 사이에 찰스 커터링Charles Kettering이 개발한 전기 자동 시동기 등, 그 외에도 독립 현가식 장치, 4륜 브레이크 등도 이 시기에 개발되었다. 1919년부터 1929년에 만들어진 자동차들은 지붕을 가지고 있었고, 엔진이 앞에 있었다. 그리고 표준화된 제어 프로세스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내연 기관 엔진의 개발로 인해서 고급 차량에서는 다중 밸브와 오버헤드 캠 엔진이 채택되었다. 심지어 최고급 차종에는 V8, V12, V16 엔진들이 장착되기도 했다. 

 

대공황이 일어난 이듬해인 1930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복구 시기인 1946년까지의 시기에 제작된 자동차를 클래식 자동차라 부른다. 물론 최근까지도 계속 기능이 개선되고 있지만, 1930년대까지 자동차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기술이 발명되었다. 예를 들어, 전륜 구동 굴림 방식은 이전에 고안되었지만 앙드레 시트로엥André-Gustave Citroen이 1934년 새롭게 고안해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Citroen Traction Avant 에 적용하기도 했다. (68-71쪽, 자동차와 IT융합, 스마트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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