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내는 격주간 출판전문잡지가 얼마전 300호를 맞으며 300호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꼽았다. 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연스레 기획회의 300호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의 저자 300인'은 "최근 5년간 1종 이상의 단행본 저서를 출간한 저자 중에서 현재까지의 성취와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가능성에 더 주목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회의 300호를 읽으면서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저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읽거나 소장한 저자들의 책이 꽤 있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알게된 저자도 있다. 대여섯명씩 구분해 정리해 볼 요량이다.   

강명관성호, 세상을 논하다』(자음과모음, 2011), 『조선풍속사 1~3』(푸른역사, 2010), 『시비를 던지다』(한겨레출판, 2009) 

강명관의 이름을 처음접한 것은 대여섯해전 한 일간지에서 고전을 소개하던 꼭지에서 였다. 주로 역사, 한자와 관련된 고전들을 소개한데서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강명관의 저작들을 항상 눈여겨 보았지만 아직 읽은책은 없다. 그렇지만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나오다』,『조선의 뒷골목 풍경』,『조선풍속사』는 꼭 읽어보고자 하는 책이다. 

             

기획회의에서는 '강명관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등의 책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생각을 한층 친숙하게 만들어놓았다'(176쪽).' '책에 대한 책'은 '책 벌레들의 책'으로도 영역이 확장되었는데, 강명관의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김풍기의『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김상웅의 『책벌레들이 동서고금 종횡무진』등이 그에 속한다'(179쪽)  

          

강명관은 기획회의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개 재래의 한국사 연구는 거창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경제,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문화를 다룬다 해도 기본적으로 그것은 민족문화의 우월성을 말하는, 일종의 영웅서사시다. 나의 일상, 아니 대한민국 거의모든 사람의 일상이란 그저 그런 것! '범상'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범상함은 역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위대한 한국사에 등장하지 않는 그런 범상한 일상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조선사회에 대한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양반체제가 여성과 평민, 노비를 제도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억압하여 그들로부터 성性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체제라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억압과 착취가 매우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때로는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역사 연구는 그 점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왜냐? 그것은 현재사회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146,147쪽) 저자의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역사라는 것이 큰 줄기 외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인데 사실 기존의 역사는 이런 점에 부족했다. 다만 근래에 들어서 미시사라는 이름으로 실제 삶을 역사화하려는 시도가 있어 반갑다.  
             

 

김용석『철학 광장』(한겨레출판, 2010),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푸른숲, 2010), 『메두사의 시선』(푸른숲, 2010)  

        

김용석교수는 오래 전 한 TV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책과 관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오래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그를 계기로 김용석교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왔었다. 개인적으로는 『두글자의 철학』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사회, 문화와 철학을 엮어냄(단순히 철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을 읽었다.   

     

'전통적인 문학비평이 독자들의 시야에서 한걸음 물러나면서 비평의 카테고리를 장악한 것은 문화비평과 고전비평이다. 김용석의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그러한 경계의 지표가 될 만하다. 그는 문화전반과 일상에 대한 문화철학적 성찰을 통해서 일종의 블루오션을개척했고 『깊이와 넒이 4막 16장』,『서사철학』같은 유래없는 책을 낳았다.'해리포터에서 피버노까지' 아우르는 넓이에서만큼은 견줄 만한 저자가 드물다.'(176쪽)

 

박정자『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기파랑, 2011),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기파랑, 2009),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조각』(기파랑, 2009)   

           

박정자는 예전에 고흐읽기를 할 때 『빈센트의 구두』라는 책을 지은 저자 정도로만 알고 있다. 예술권하는 저자들이라는 꼭지에서 '현대철학으로 미술을 해석하며 예술과 인문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빈센트의 구두』의 저자 박정자'(219쪽)로 소개하고 있다. 잘 몰랐던 저자라 살펴보니 예술을 철학으로 설명하는 많은 책을 내었다. 다만 기파랑에서 출간한 책들이 대부분인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책에 관심이 조금 있으면 출판사이름에서 출판 성향이 보이기도 하는데 기파랑은 썩 땡기는 출판사는 아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보자면 하지만, 책 제목으로만 본다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이남석『논리를 찾아라!』(토토북, 2011),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사계절, 2010), 『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토토북, 2009)   

           

이남석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가이다. ' 마지막으로 주목할 저자는 『자아 놀이 공원』의 이남석이다. 이남석은 심리학자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다. 철학, 심리,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라면 앞의 작가들과 큰 차이는 없으리라. 그는 더 나아가 지식을 소설 형식에 녹여내 감성적 지식을 풀어낸다. 

『자아 놀이 공원』은 청소년인 주인공이 특별한 놀이공원에 초대받으며 시작한다. 프로이드의 빙하 놀이관, 융의 UFO 전시관, 스키너의 입체 게임관, 매슬로의 피라미드관, 에릭슨의 서바이벌 게임장 등에서 벌어지는 환상 여행을 통해 유쾌하게 심리학 지식을 전한다. 일종의 에듀테인먼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이 전하는 정서적 지식은 독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자아의 발견과 성장으로 이끈다. 이남석 저자는 자아, 사랑, 폭력을 주제로 한 청소년 지식소설 3부작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청소년 교양서의 평가가 인색한 한국출판계가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35쪽)

 

정수일『21세기 민족주의』(통일뉴스, 2010),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창비, 2010), 『문명담론과 문명교류』(살림, 2009)   

           

정수일 교수는 깐수라는 이름의 간첩사건으로 옥고를 치뤘다. 그의 사상에 대한 의심을 떠나서 대한민국학계는 중국에서 중동에 이르는 이슬람 혹은 씰크로드의 대가를 얻은 셈이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옥고를 치루면서도 치열한 학자정신을 발휘하여 『씰크로드학』,『고대문명교류사』,『이슬람문명』,『문명교류사연구』 등의 저서를 쓰고, 『이븐 바투타여행기』,『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 난해한 고전을 번역하여 역사학계를 놀라게 했다. 동서 문명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콘을 만들어낸 것이다.'(185쪽)  

          

항상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았지만 읽을 기회가 나지 않았지만 학술적인 성격이 덜한 대중서들의경우 작가의 전집을 읽어볼 필요가 있음을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실크로드 문명기행』,『이슬람문명』,『한국속의세계』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한창호『영화와 오페라』(돌베개, 2008),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돌베개, 2006),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돌베개, 2005)  

         

한창호라는 이름은 씨네21을 정기구독하면서 알게 되었다. '영화와 오페라'라는 꼭지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영화와 다른 장르의 예술을 엮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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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평론가들의 평론을 읽어보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냥 일반인으로 그런 실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비평과 전망' 이후 '작가와비평'을 관심있게 보고는 있지만 한 사오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만큼 문학에 대한 관심 또한 적었다. 오랜만에 손에 든 책이 김정남의 평론집 '꿈꾸는토르소'였다. 하지만 최근 문학작품을 손에 든 기억이 적기 때문에 공감할만한 내용을 찾아낼수는 없었다. 생소한 시인, 소설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시 부분에 있어서는 처음 들어보는 시인의 이름이 많았다. 대신 흥미를 갖게 된 시인이 몇 있다. 꿈꾸는 토르소를 통해 소개받았다고 보면 된다.  

'관념적이고 작위적인 것보다 사실적이고 질박한 것이 더 힘이 세고 오래 간다는 게, 문학에 대한 내 생각이다. 장식적 수사와 관념의 찌꺼기는 그것이 화려하면 할수록 스스로 가짜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시인 김선태의 '시 맛'은, 잘 차린 남도 음식이 그러하듯, 속 깊게 곰삭은 인생의 속내를 맛깔스럽게 전해준다. 여기에 올라온 산해진미는 바다에서 오른 것들이 많지만, 그러한 단순한 소재주의에 주목하는 것 또한 편식이 아닐까. 그의 시는 오히려 자연사와 인간사 그 전부를 꿰뚫는 탁월한 직관을 통해서 얻어진 황홀한 세계이다. 그의 시심으로 건져올린 세상사에는 고통도 슬픔도 상처도 모두 익을 대로 익어, 비로소 딱 알맞게 발효된 생의 진면목이 숨어있다. 이러한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는 더 이상 엄숙주의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시집 『살구꽃이돌아왔다』(창비,2009)에는 진솔한 눈물이, 질박한 관능이, 수수한 웃음이 있다.'(69쪽)

   
 

흔히 보름게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왜냐구요? 이놈들은 주로 보름 물때엔 탈피를 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겉은 번드르르해도 속은 텅 비어 있으니 그야말로 무장공자라는 말씀이지요.  

허나, 서해 어는 갯마을에는 이 속설을 살짝 뒤집은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지요. 보름달이 뜨면 괜시리 시골 처녀들이 밤마실을 나가듯 야행성 꽃게들도 먹이를 찾아나선답니다. 그런데 달빛이 하도 밝아 물속까지 훤히 비추면서 꽃게들도 그림자를 드리우니, 아 글쎄 제 그림자인 줄을 모르는 이놈들은 등뒤의 무슨 시커먼 물체에 화들짝 놀라 삼십육계 게걸음을 친다는 겁니다. ..... 

어허, 그런데 말입이다. 호랑이 앞에서도 집게발을 쳐들고 대드는용기를 가진 이놈들이 그깟 제 그림자에 속아 도망을 치다니 참 우습지 않아요?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놈은 다름아닌 제 자신이 아니었을까요?

 
 

꽃게이야기 중

시인 김선우는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이미 『내 혀가 입속에 갖혀 있기를 거부한다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김정남이 소개한 '쓸쓸하다'라는 시가 가슴에 팍 꽂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시는 시집의 형태로 아직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 (실천문학 2009년 봄호에 실림)

   
 

쓸쓸하다,는 형용사 / 하지만 이 말은 / 틀림없는 마음의 움직임 

쓸쓸하다,를 / 동사로 여기는 부족을 찾아 / 평생을 유랑하는 시인들 

유랑이 끝날 때 / 시인의 묘비가 하나씩 늘어난다

 
 

쓸쓸하다-그림자의 사전 3

'김선우 시인의 짧은 시가 가슴을 울린다. "쓸쓸하다"라는 단어의 품사는 형용사다. 구체적인 사건없이 제시되는 이 단어는 추상적인 감정일 뿐이다. 막연하게 제시되는 '쓸쓸하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 어떠한 환기력도 지니지 못하는 관념어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인은 쓸쓸하다,라는 말이 마음의 정태적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감정상의 동태적 상황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이 마음의 움직임! 이때 "쓸쓸하다"는 동사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그 "쓸쓸하다,를 / 동사로 여기는 부족을 찾아 / 평생을 유랑하는 "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관념의 여지가 만들어낸 쓸쓸함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감정에서 배태된 현재진행형의 감정을 지닌 존재들 말이다. 세상에 쓸쓸하고 상처 받은 존재들을 찾아나서는 자, 누구인가. 그가 바로 시인이다. 이처럼 존재의 외곽에 버려진, 쓸쓸한 삶의 궤적을 좇아, 고독함의 시업을 쌓아 올린 시인들은 그 유랑을 마친 후, 하나의 묘비로 남는다.'(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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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꽂이에 꽂혀 있던 달려라 아비를 며칠 동안 읽고는 책 정보를 살폈다. 1판 2쇄 . 2005년 12월 언저리에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1년 9월에야 손에 들었다. 책을 구매하고 시간을 놓쳐 그냥 묻혀두었던 것인데 '두근두근내인생'이 출간되자 '침이 고인다'와 함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손에 들었다.

김애란은 2000년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만큼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이 접해 본 터였다. 게다가 몇해전 이효석문화제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던 작가이다. 이런 기대에 맞게 첫 페이지부터 맛깔난 문장에 빠져 들었다.   

 '나는편의점에간다'는 집 주변의 세 개의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나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 디스를 사고, 제주 삼다수를 사고, 쓰레기봉투는 10리터를 산다. 나의 삶은 디스, 삼다수, 쓰레기봉투 10리터로 이루어진다. 단골로 삼았던 첫 편의점에서 점원은 주인공인 그녀에게 알은체를 하고 그녀는 두번째 편의점으로 옮긴다. 콘돔 구매에서 일어난 신분증요구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세번째 편의점으로 단골을 옮긴다. 자신의 삶은 순전히 소비행태로만 연결될 뿐인데 그녀의 삶에 개입하려는 행위에 주인공은 편의점이라는 삶의 패턴을 바꾼다. 그러나 이제 반대의 경우가 생겼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생을 위해 열쇠를 어디엔가 맡겨야 할 때 그녀는 편의점을 떠올렸고, 그 곳에서 '저 아시죠? 저 이 근처 사는 ... 항상 제주 삼다수랑, 디스플러스랑 사갔었는데....'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돌아온 대답은 '손님, 죄송하지만 삼다수나 디스는 어느 분이나 사가시는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나는편의점에간다'는 인간소외라는 거창한 주제보다는 실제로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단순히 소비행태로만 알려지기를 원하지만 정작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난감함을 표현한다.

표제작 '달려라아비'는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와 연계가 된다고 생각한다.  '달려라아비'의 나는 아버지가 없고,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는 어머니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 부재한 상황에서 오는 가족의 해체나 정신적 아픔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의 부재상황을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태도는 삶을 관조한 듯한 태도이다. 사실 김애란의 문학성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달려라 아비를 썼을 때가 20대였을텐데 작품에서는 살만큼 살고 세상을 그려러니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최근 작품 '두근두근내인생'이 조로증에 걸린 아이를 소재로 한 것이 바로 그녀의 이런 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16쪽)
 

'종이물고기'는 작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단편이다. 서울로 올라와 옥탑방 한칸에 자리잡은 주인공은 벽면에 포스트잇을 부치기 시작한다. 첫 벽면에는 책에서 골라낸 말들로 채웠다. 두번째 벽면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세번째 벽면은 스치듯 지나치는 생각을 적었다. 그리고 네번째 벽면은 실제 삶속에 있는 살아있는 언어로 채우고 마지막 천장에 비로소 소설을 적어나간다. 이것은 작가의 글쓰기 과정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자전소설이 아닌가 싶다. 언어로 채워진 그리고 소설로 엮여진 옥탁방은 무너진다. 채워진 포스트잇이 옥탑방의 균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너진 옥탑방에서 주인공의 모든 포스트잇 역시 무너져 내렸다. 옥탑방이 자기만의 문학세상이라고 한다면 무너진 옥탑방은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온 현실 혹은 문학이라는 현실과의 마딱드림에서 나온 좌절로 보인다. 하지만 그 좌절속에서 '그것은 마치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가쁘게, 그러나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220쪽) 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는 문학에의 열정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애란에 대한 문학적 호평과 문단과 기대 그리고 그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달려라아비'는 단편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그녀의 다음 '침이 고인다'를 손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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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내는 격주간 출판전문잡지가 얼마전 300호를 맞으며 300호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꼽았다. 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연스레 기획회의 300호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의 저자 300인'은 "최근 5년간 1종 이상의 단행본 저서를 출간한 저자 중에서 현재까지의 성취와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가능성에 더 주목하여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회의 300호를 읽으면서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저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읽거나 소장한 저자들의 책이 꽤 있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알게된 저자도 있다. 대여섯명씩 구분해 정리해 볼 요량이다.  

강만길 『역사가의 시간』(창비, 2010), 『20세기 우리 역사』(개정판, 창비, 2009),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개정판, 서해문집, 2008) 

지금 현재 40대 이상에게 강만길은 거의 우상일 것이다. 그리고 30대 후반에 있어서는 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두권 읽어봤을만한 저자일 테고.  90년대 초까지 강만길의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는 필독서였다. 창피한 고백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다만 2000년도 이후에 나온 『우리 역사속 왜』와 『우리역사를 의심한다』를 읽었고 소장하고 있을 뿐이다. 하여간 강만길 교수가 최근까지도 저작에 힘쓰고 있고, 그의 책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는행운이다.  

             

           

 

김영한『스티브 잡스의 창조 카리스마』(개정판, 리더스북, 2011), 『넛지마케팅』(한국경제신문, 2010), 『칭찬하는 멘토 리더가 명품을 만든다』(북플래닛, 2010)   

김영한은 기획회의300호를 통해서 처음 접한 저자이다. 나름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는 있는데도 저자의 이름은 처음 접한다. 다만 『넛지』를 책을 읽었던 터라 『넛지마케팅』이라는 책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경제경영서적 전문 블로거로 유명한 김은섭은 2010년 이후 18개월 동안 무려 9권의 도서를 출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달에 한번씩 채을 썼다는 뜻인데 그만큼 깊이가 있을지 우려되면서도 그 열정에 감탄한다. 김영한은 '앱컨설팅 대표로써 기업과 공공기관의 스토리 창조를 교육하고있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경영도서를 쓰고 있다.'(202쪽)

               

           

박정욱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 미술』(학고재, 2010), 『무의식의 마음을 그린 서양미술』(이가서, 2009), 『트윈픽스 가는 길』(서해문집, 2009)   

박정욱에 대해서는 『거꾸로 서있는 미술관』으로 알려졌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설명이 없는 편이다.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동서양 미술, 미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잠깐 파리에 다녀올 때 프랑스 혹은 파리와 관련된 책들을 뒤져본 적이 있었는데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 미술』이 2010년에 출간되어 아쉽다. 2008년 이전에 출간되었다면 꼭 챙겨보았을 책이다. 『트윈픽스 가는 길』은 미국을 소재로, 『따뜻한 하루』는 파리를 소재로 한 포토에세이집이다.  

             

           

이권우『죽도록 책만 읽는』(연암서가, 2009),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그린비, 2008),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해토, 2005)   

북칼럼니스트 이권우의 글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물론 요즘은 좀 게을러졌기는 하지만. 책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책 가이드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권우는 바로 그런 저자중에 하나이다.

             

           

정수복『파리의 장소들』(문학과지성사, 2010), 『파리를 생각한다』(문학과지성사, 2009),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나무, 2007)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정수복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저자이다. 잠깐 언급했듯이 2008년 잠깐 파리를 다녀오면서 프랑스, 파리에 대한 책들을 많이 찾아봤다. (읽은것이 아니라 많은 책들을 카테고리화 한 후 읽을 책들을 따로 분리했다.) 파리에 대해서 여행서적과 인문학의 성찰이 적절히 가미된 책을 애타게 찾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이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 바로 정수복의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파리의 장소들』,『파리를 생각한다』인데 모두 파리를 다녀온 후인 2009년 이후에 출간되었다. 앞으로 다시 파리를 찾을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손에 들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책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한윤형『안티조선 운동사』(텍스트, 2010),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텍스트, 2009),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 2009),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웅진지식하우스, 2011)  

한윤형은 기획회의300호를 통해서 알게 된 저자인데, 왜 그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나로서도 의문이다. 왜냐하면『안티조선 운동사』,, 『뉴라이트 사용후기』,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출판 소개기사를 열심히 읽었기 때문이다.  

한윤형은 젊은 그들이라는 꼭지로 설명이 되고 있다. '저자로서 한윤형이 가진 미덕은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다. 안티조선운동의 분화, 이를테면 강준만과 진중권의 논쟁은그에게는 좋은 교본이었다. 필자는 게시판 논쟁에서 보여주었던 한윤형의 미덕이 아직 그가 쓴 책에서는 충분히 만개하지 않았다고 보낟. 

또한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는 전체 판을 읽고 담론지형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 2009)나 그가 공저한『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2011)는 그런 맥락에서 탄생한 책이다. 기존 사학계가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배척했고, 지금도 "진지한 논평을 낸다는 것이란, 지는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하는 현실에 그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민족주의사학(김기협)이나 정통 정치경제학(주종환)이 아닌, 탈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뉴라이트를 비판한다면? 극우와 신자유주의,탈 민족주의가 기묘하게 결합해 있는 이 담론구성물에 대한 분석과 대중적 비판은 '한윤형이 아니더라도 누군가'했어야 할 이야기이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윤형이 나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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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플러스 2016-03-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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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복지는 못사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시혜성'의 시각이 대수였는데, 이제는 국민 전체의 복지를 이야기하는 '보편적 복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국민들의 생각의 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찌되었건 복지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적절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복지’가 사회적 화두다. 시쳇말로 ‘대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를 재확인해줬다. 하지만 복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보면서 괴로울 때도 적잖다. 정치적 이익이나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혀 사실과 다른 얘기를 대놓고 반복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명백한 거짓말을 더욱이 공영방송에 나와 버젓이 펼쳐댈 땐 분통마저 인다. 요즘엔 ‘복지포퓰리즘’이란 신무기를 만들어 여기저기 낙인찍듯 쏘아대기도 한다.

이런 막무가내식 거짓 주장에 일침을 가한 교양서가 나왔다. <대한민국복지 7가지 거짓과 진실>이 그것이다. ‘복지는 좌파의 정책일까’, ‘복지국가의 큰 정부는 비효율적일까’,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 것일까’, ‘복지국가는 성장 및 세계화와 상극일까’, ‘보편적 복지는 무책임한 퍼주기일까’. 김연명·신광영(중앙대)·양재진(연세대)·윤홍식(인하대)·이정우(경북대) 교수 등 지은이들은 이런 물음에 답하면서 복지를 둘러싼 거짓 주장은 물론 세간의 그릇된 오해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하나하나 논박한다.

가령 ‘복지를 하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주장에 대해 윤홍식 교수는 ‘재정위기와 복지지출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 복지확대가 힘들어지긴 하나, 복지확대로 재정부담이 커져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는 건 ‘사실’(fact)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현실은 복지를 확대한 나라가 재정도 좋고 경제도 탄탄하다. 책은 더불어 대한민국이 왜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하는지, 어떤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쉽고도 명료하게 풀어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2.html 

       

8월에 소개된 기사 중에 가장 관심있게 본 책은 인정투쟁이다. 사회적 갈등이 바로 인정받지 못한데서 온다는 점을 주목한 책인데 문제를 단순화 시켜 보는 현대 한국 사회의 갈등을 설명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 같다.

〈인정투쟁-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악셀 호네트 지음·문성훈·이현재 옮김/사월의책·2만3000원
인간 사회에서 결코 끊이지 않는 사회적 투쟁들은 과연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근대 서구 사회철학은 사회적 삶이 근본적으로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관계라고 규정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규정한 토머스 홉스가 대표적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과 사회를 ‘좋은 삶’을 추구하는 정치적 공동체로 파악했으나, 근대 철학은 이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별적 원자로서 인간의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을 중시한 것이다.

사회적 투쟁의 핵심 배경이 ‘자기보존’보다도 ‘인정’이라고 분석한 <인정투쟁>은 이런 기존 관점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시킨 획기적 저작으로 꼽힌다. .....
 
<인정투쟁>의 핵심적인 명제는, “사회적 투쟁은 상호인정이라는 상호주관적 상태를 목표로 한다”는 주장으로 압축된다.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긍정적인 자기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라고 봤다.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인정해주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사랑·권리·연대 등 세가지 층위에서 이런 사회적 인정질서를 풀이할 수 있다고 한다.

.......
만약 개인 또는 집단이 자기 정체성을 타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모욕’을 당할 경우엔 어떨까? 호네트에 따르면,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다.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이 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폭동이나 봉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분출되는 사회적 인정투쟁에는 모두 이런 도덕적 분노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인정투쟁 이론은 특히 급격히 변화하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풀이하고 해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계기로 터져나온 촛불집회에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치 엘리트의 권력 장악 수단으로 변질된 데 맞서 ‘주권적 존재’로서 인정받으려는 대중들의 욕구가 있었다. 차별 철폐와 고용 보장을 부르짖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사회적 존재로서 제대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들어 있다.

단지 ‘생산과 분배’의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사회적 갈등들에 대해, 인정투쟁 이론은 좀더 폭넓고 세심한 접근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

호네트의 제자이자 이 책을 옮긴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는 “특히 한국 사회는 ‘사회적 무시’라는 독특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 인정투쟁 이론이 좀더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는 명문대를 가지 못해서, 장애인이라서, 못생겨서, 여자라서, 외국인 노동자라서, 노동자라서 등등 수없이 많은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는 병리적 현상이 있는데, 인정투쟁 이론은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에 적합한 틀이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3.html 



니얼 퍼거슨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두해 전 영국을 주제로 책 읽기를 할 때였다.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이 제국이 된 후 몰락한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구매를 고심하다, 도서관에 신청목록에 남겼지만 결국 손에 들지는 못했다. 니얼 퍼거슨의 책이 최근 국내에 잘 소개되고 있다. 2010년에만 '금융의 지배', '콜로서스 : 아메리카제국흥망사', '증오의세기' 가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시빌라이제이션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니얼 퍼거슨 지음·구세희 김정희 옮김/21세기북스·2만2500원
 
"15세기 세계 최대의 도시는 인구 100만명의 중국 난징이었다. 난징에 견주면 그때 영국 런던은 산골 소읍 수준이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살고 있었고, 유럽은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했다. 유라시아 서쪽 끝의 가난한 나라들은 동쪽 끝의 제국 중국을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00년이 지난 1913년 유럽제국은 전세계 경제의 75%를 좌우했고, 1968년 미국인들은 중국인들보다 최고 70배쯤 잘살았다. 이 50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국 제국과 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을 다룬 책을 펴냈던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새 책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을 내놨다. 앞서 영국과 미국이 어떻게 세계의 패권을 잡았는지 들여다본 그는 이제 이 호기심을 서양 전체로 확장했다. 하지만 서양 제국주의의 찬미가 아니라 지난 500년간 이어져온 서양의 영화가 이제 벼랑 끝에 섰다고 보고 그 이유를 들여다본다. 퍼거슨은 지금의 금융위기를 과거 로마 제국과 스페인 제국 그리고 대영 제국이 무너질 때와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경계한다. 최대 70배까지 벌어졌던 미국과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이제 5배로 줄었고,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그는 서양이 패권을 잡은 이유를 알아야 오늘날 서양의 쇠퇴와 몰락 시점이 얼마나 임박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비장한 말을 책 곳곳에 써놓았다.

퍼거슨이 보기에 문명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패키지다. 서양이 동양을 따라잡은 것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민주주의, 과학, 식민지 등의 개별 품목 덕분이 아니라는 것. 그는 서양이 부상한 이유를 6가지로 정리했다.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윤리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특히 경쟁과 재산권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1400년대 당시 유럽은 1000여개의 국가조직으로 찢겨 있었다. 반면 중국은 강력한 왕조 국가였다.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까지 가서 마카오라는 상업도시를 개척한 것도 이런 지독한 경쟁 때문이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포르투갈처럼 무역과 식민지 경영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쟁은 지방 호족의 자율권이 보장돼 도시간에서도 치열했다. 이런 경쟁은 직업군간의 경쟁을 불러왔고 1100년부터 태동했던 상공업자조합인 길드가 활성화됐고, 길드는 다시 도시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도시화를 뜻하는 시빌라이제이션이 문명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 연유다.

반면 당시 세계 최강대국 명나라는 환관 정화에게 수백척의 함대를 보내 메카 등을 방문하고 술탄에게 기린을 받아오는 전시성 사업에 매달렸다. 영락제 사후 원정대는 폐지됐고 해상무역은 사라졌다. 이후 중국은 침체 속에서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1842년 아편전쟁으로 동양의 패배는 공식화됐다.

....책은 문명이 일정 주기로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라고 진단한다. 잘 쌓은 피라미드보다는 아무렇게나 지은 흰개미집에 가깝다. 그래서 문명이란 늘 혼란의 가장자리에 있고 아주 작은 요소도 내부에서는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그 폭발적인 변화의 전조로 본다. 지금 서양 문명도 중국 문명처럼 한순간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과 직업을 정당화해 서구 문명을 이끌어낸 기독교마저 이제 동양이 더 열렬하게 믿는다며 서양은 지금이라도 역사교육과 직업윤리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56.html 

      

8월에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도 소개되었다. 임진왜란을 중계하는 듯 한 책이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정명섭 외 5명 지음/북하우스·1만6000원
임진왜란(1592~1598) 하면 대개 무능한 조선 정부와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떠올린다. 혹자는 한산도 해전, 행주산성 싸움, 진주성 싸움 등 3대첩과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 결과와 영향 등의 교과서의 도식을 따라 시험용으로 외웠기 때문이다. 조선의 에이스 신립이 패배해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주하게 된 탄금대 전투의 내막, 탄금대와 유사한 지형인데도 승리로 이끈 행주산성 싸움의 진상 등을 제대로 쉽게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균의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전투는 묻히고, 남은 13척으로 500척의 일본 수군을 무찌른 이순신의 명량해전은 부풀려 전하는 등 애국주의가 힘쓰기도 한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는 탄금대, 행주산성, 칠천량, 명량, 노량 등 임진왜란 중 5개 전투를 비롯해 사르후, 쌍령, 광교산 등 병자호란 3개 전투와 조선초기 여진족 정벌 중의 파저강 전투, 조선후기 미 해군의 침략에 맞선 강화도 손돌목돈대 전투 등 조선시대의 10가지 전투의 진실을 승패와 무관하게 소상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행주산성 싸움의 아낙네들의 행주치마, 명량해전의 쇠사슬 작전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걷어내고 전투가 벌어진 곳의 지형지물, 피아 장수들의 시간대별 작전 등 실제 전투상황을 되짚어본다.

이런 취지에 맞게 독특한 서술 방식을 들고 나왔다. 전투의 앞뒤를 먼저 서술한 뒤 실제 전투장면을 생중계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처럼 전황을 전달하고 평가한다. 노량해전의 시작은 이런 식이다.

중계자 “노량을 빠져나간 (고니시 유키나가 쪽) 배는 다른 곳에서 철수한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는 남해도 건너편의 창선도에 가서 구원을 요청하는군요. 이순신 장군이 배후에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합니다. 퇴각해야 하나요?”

해설자 “보통 지휘관이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이순신이 누굽니까. 이미 상황판단을 끝내고 대책을 세우죠.”

중계자 “말씀드리는 순간, 조선 수군이 노량으로 진격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원수들을 무찌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향을 피우고 하늘에 비는군요.”

.......


자칫 역사를 희화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중계 형식을 쓴 것은 지은이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집필자 정명섭씨는 역사추리소설 <적패>, 한국사의 주요 암살사건을 다룬 <암살로 읽는 한국사>를 쓴 작가. 그는 작전기획 및 교관을 지낸 현역 소령, 한·일 교류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아마추어 신미양요 전문가와 한국화 전공자로 팀을 꾸려 이 책을 만들었다. 2년여의 자료수집, 토론과 연구, 현지답사 끝에 복잡한 전황을 설명하기에 생중계 방식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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