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은 없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복지는 못사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시혜성'의 시각이 대수였는데, 이제는 국민 전체의 복지를 이야기하는 '보편적 복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국민들의 생각의 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찌되었건 복지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적절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복지’가 사회적 화두다. 시쳇말로 ‘대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를 재확인해줬다. 하지만 복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보면서 괴로울 때도 적잖다. 정치적 이익이나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혀 사실과 다른 얘기를 대놓고 반복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명백한 거짓말을 더욱이 공영방송에 나와 버젓이 펼쳐댈 땐 분통마저 인다. 요즘엔 ‘복지포퓰리즘’이란 신무기를 만들어 여기저기 낙인찍듯 쏘아대기도 한다.

이런 막무가내식 거짓 주장에 일침을 가한 교양서가 나왔다. <대한민국복지 7가지 거짓과 진실>이 그것이다. ‘복지는 좌파의 정책일까’, ‘복지국가의 큰 정부는 비효율적일까’,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 것일까’, ‘복지국가는 성장 및 세계화와 상극일까’, ‘보편적 복지는 무책임한 퍼주기일까’. 김연명·신광영(중앙대)·양재진(연세대)·윤홍식(인하대)·이정우(경북대) 교수 등 지은이들은 이런 물음에 답하면서 복지를 둘러싼 거짓 주장은 물론 세간의 그릇된 오해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하나하나 논박한다.

가령 ‘복지를 하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주장에 대해 윤홍식 교수는 ‘재정위기와 복지지출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 복지확대가 힘들어지긴 하나, 복지확대로 재정부담이 커져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는 건 ‘사실’(fact)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현실은 복지를 확대한 나라가 재정도 좋고 경제도 탄탄하다. 책은 더불어 대한민국이 왜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하는지, 어떤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쉽고도 명료하게 풀어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2.html 

       

8월에 소개된 기사 중에 가장 관심있게 본 책은 인정투쟁이다. 사회적 갈등이 바로 인정받지 못한데서 온다는 점을 주목한 책인데 문제를 단순화 시켜 보는 현대 한국 사회의 갈등을 설명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 같다.

〈인정투쟁-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악셀 호네트 지음·문성훈·이현재 옮김/사월의책·2만3000원
인간 사회에서 결코 끊이지 않는 사회적 투쟁들은 과연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근대 서구 사회철학은 사회적 삶이 근본적으로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관계라고 규정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규정한 토머스 홉스가 대표적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과 사회를 ‘좋은 삶’을 추구하는 정치적 공동체로 파악했으나, 근대 철학은 이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별적 원자로서 인간의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을 중시한 것이다.

사회적 투쟁의 핵심 배경이 ‘자기보존’보다도 ‘인정’이라고 분석한 <인정투쟁>은 이런 기존 관점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시킨 획기적 저작으로 꼽힌다. .....
 
<인정투쟁>의 핵심적인 명제는, “사회적 투쟁은 상호인정이라는 상호주관적 상태를 목표로 한다”는 주장으로 압축된다.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긍정적인 자기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라고 봤다.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인정해주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사랑·권리·연대 등 세가지 층위에서 이런 사회적 인정질서를 풀이할 수 있다고 한다.

.......
만약 개인 또는 집단이 자기 정체성을 타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모욕’을 당할 경우엔 어떨까? 호네트에 따르면, 인정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의식을 가지게 하는 심리적 조건이다.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이 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폭동이나 봉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분출되는 사회적 인정투쟁에는 모두 이런 도덕적 분노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인정투쟁 이론은 특히 급격히 변화하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풀이하고 해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계기로 터져나온 촛불집회에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치 엘리트의 권력 장악 수단으로 변질된 데 맞서 ‘주권적 존재’로서 인정받으려는 대중들의 욕구가 있었다. 차별 철폐와 고용 보장을 부르짖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사회적 존재로서 제대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들어 있다.

단지 ‘생산과 분배’의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사회적 갈등들에 대해, 인정투쟁 이론은 좀더 폭넓고 세심한 접근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

호네트의 제자이자 이 책을 옮긴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는 “특히 한국 사회는 ‘사회적 무시’라는 독특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 인정투쟁 이론이 좀더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는 명문대를 가지 못해서, 장애인이라서, 못생겨서, 여자라서, 외국인 노동자라서, 노동자라서 등등 수없이 많은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는 병리적 현상이 있는데, 인정투쟁 이론은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에 적합한 틀이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3.html 



니얼 퍼거슨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두해 전 영국을 주제로 책 읽기를 할 때였다.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이 제국이 된 후 몰락한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구매를 고심하다, 도서관에 신청목록에 남겼지만 결국 손에 들지는 못했다. 니얼 퍼거슨의 책이 최근 국내에 잘 소개되고 있다. 2010년에만 '금융의 지배', '콜로서스 : 아메리카제국흥망사', '증오의세기' 가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시빌라이제이션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니얼 퍼거슨 지음·구세희 김정희 옮김/21세기북스·2만2500원
 
"15세기 세계 최대의 도시는 인구 100만명의 중국 난징이었다. 난징에 견주면 그때 영국 런던은 산골 소읍 수준이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살고 있었고, 유럽은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했다. 유라시아 서쪽 끝의 가난한 나라들은 동쪽 끝의 제국 중국을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00년이 지난 1913년 유럽제국은 전세계 경제의 75%를 좌우했고, 1968년 미국인들은 중국인들보다 최고 70배쯤 잘살았다. 이 50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국 제국과 아메리카 제국의 흥망을 다룬 책을 펴냈던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새 책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을 내놨다. 앞서 영국과 미국이 어떻게 세계의 패권을 잡았는지 들여다본 그는 이제 이 호기심을 서양 전체로 확장했다. 하지만 서양 제국주의의 찬미가 아니라 지난 500년간 이어져온 서양의 영화가 이제 벼랑 끝에 섰다고 보고 그 이유를 들여다본다. 퍼거슨은 지금의 금융위기를 과거 로마 제국과 스페인 제국 그리고 대영 제국이 무너질 때와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경계한다. 최대 70배까지 벌어졌던 미국과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이제 5배로 줄었고,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그는 서양이 패권을 잡은 이유를 알아야 오늘날 서양의 쇠퇴와 몰락 시점이 얼마나 임박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비장한 말을 책 곳곳에 써놓았다.

퍼거슨이 보기에 문명은 단일 제품이 아니라 패키지다. 서양이 동양을 따라잡은 것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민주주의, 과학, 식민지 등의 개별 품목 덕분이 아니라는 것. 그는 서양이 부상한 이유를 6가지로 정리했다.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윤리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특히 경쟁과 재산권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1400년대 당시 유럽은 1000여개의 국가조직으로 찢겨 있었다. 반면 중국은 강력한 왕조 국가였다.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포르투갈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까지 가서 마카오라는 상업도시를 개척한 것도 이런 지독한 경쟁 때문이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포르투갈처럼 무역과 식민지 경영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쟁은 지방 호족의 자율권이 보장돼 도시간에서도 치열했다. 이런 경쟁은 직업군간의 경쟁을 불러왔고 1100년부터 태동했던 상공업자조합인 길드가 활성화됐고, 길드는 다시 도시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도시화를 뜻하는 시빌라이제이션이 문명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 연유다.

반면 당시 세계 최강대국 명나라는 환관 정화에게 수백척의 함대를 보내 메카 등을 방문하고 술탄에게 기린을 받아오는 전시성 사업에 매달렸다. 영락제 사후 원정대는 폐지됐고 해상무역은 사라졌다. 이후 중국은 침체 속에서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1842년 아편전쟁으로 동양의 패배는 공식화됐다.

....책은 문명이 일정 주기로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라고 진단한다. 잘 쌓은 피라미드보다는 아무렇게나 지은 흰개미집에 가깝다. 그래서 문명이란 늘 혼란의 가장자리에 있고 아주 작은 요소도 내부에서는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그 폭발적인 변화의 전조로 본다. 지금 서양 문명도 중국 문명처럼 한순간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과 직업을 정당화해 서구 문명을 이끌어낸 기독교마저 이제 동양이 더 열렬하게 믿는다며 서양은 지금이라도 역사교육과 직업윤리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56.html 

      

8월에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도 소개되었다. 임진왜란을 중계하는 듯 한 책이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정명섭 외 5명 지음/북하우스·1만6000원
임진왜란(1592~1598) 하면 대개 무능한 조선 정부와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떠올린다. 혹자는 한산도 해전, 행주산성 싸움, 진주성 싸움 등 3대첩과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 결과와 영향 등의 교과서의 도식을 따라 시험용으로 외웠기 때문이다. 조선의 에이스 신립이 패배해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주하게 된 탄금대 전투의 내막, 탄금대와 유사한 지형인데도 승리로 이끈 행주산성 싸움의 진상 등을 제대로 쉽게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균의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전투는 묻히고, 남은 13척으로 500척의 일본 수군을 무찌른 이순신의 명량해전은 부풀려 전하는 등 애국주의가 힘쓰기도 한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는 탄금대, 행주산성, 칠천량, 명량, 노량 등 임진왜란 중 5개 전투를 비롯해 사르후, 쌍령, 광교산 등 병자호란 3개 전투와 조선초기 여진족 정벌 중의 파저강 전투, 조선후기 미 해군의 침략에 맞선 강화도 손돌목돈대 전투 등 조선시대의 10가지 전투의 진실을 승패와 무관하게 소상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행주산성 싸움의 아낙네들의 행주치마, 명량해전의 쇠사슬 작전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걷어내고 전투가 벌어진 곳의 지형지물, 피아 장수들의 시간대별 작전 등 실제 전투상황을 되짚어본다.

이런 취지에 맞게 독특한 서술 방식을 들고 나왔다. 전투의 앞뒤를 먼저 서술한 뒤 실제 전투장면을 생중계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처럼 전황을 전달하고 평가한다. 노량해전의 시작은 이런 식이다.

중계자 “노량을 빠져나간 (고니시 유키나가 쪽) 배는 다른 곳에서 철수한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는 남해도 건너편의 창선도에 가서 구원을 요청하는군요. 이순신 장군이 배후에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합니다. 퇴각해야 하나요?”

해설자 “보통 지휘관이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이순신이 누굽니까. 이미 상황판단을 끝내고 대책을 세우죠.”

중계자 “말씀드리는 순간, 조선 수군이 노량으로 진격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원수들을 무찌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향을 피우고 하늘에 비는군요.”

.......


자칫 역사를 희화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중계 형식을 쓴 것은 지은이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집필자 정명섭씨는 역사추리소설 <적패>, 한국사의 주요 암살사건을 다룬 <암살로 읽는 한국사>를 쓴 작가. 그는 작전기획 및 교관을 지낸 현역 소령, 한·일 교류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아마추어 신미양요 전문가와 한국화 전공자로 팀을 꾸려 이 책을 만들었다. 2년여의 자료수집, 토론과 연구, 현지답사 끝에 복잡한 전황을 설명하기에 생중계 방식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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