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에 소개된 책들 중 미국과 자본주의로 엮어볼 만한 책들이 여러권 소개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있는 듯 하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와 같이 삶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책이 흥미롭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토머스 게이건 지음·한상연 옮김/부키·1만5000원


"1993년 그는 소련이 해체된 뒤 모스크바의 실상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무턱대고 2주의 휴가를 낸 뒤 그는 호기심 해소를 위해 러시아로 떠났다. 중간에 일단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하게 됐는데, 바로 여기서 뜻밖의 현실을 만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시카고의 거리는 쓰레기와 오줌 냄새로 가득한데, 취리히는 제비꽃 향기로 가득했던 것이다. 모스크바에서도 내내 그의 머리에는 취리히가 떠올랐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잠시 비틀거렸던 기억처럼.

시카고로 돌아온 그는 도대체 왜 미국보다 국내총생산은 적은 유럽이 더 행복하게 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건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과 대척점에 서 있는 사회민주주의를 채용한 독일 특유의 자본주의 모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

그는 미국 사람과 독일 사람의 대표로 각각 바버라와 이사벨이란 캐릭터를 설정해 둘의 생활 현실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바버라와 이사벨은 똑같이 수입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지만, 사는 모습은 180도 다르다.
먼저 미국 중산층 바버라. 그는 교외에서 살며 수입의 41%를 세금으로 낸다. 통근거리가 멀고 상습적인 교통 정체에도 시달리지만 도심 학교는 위험해 교외로 나와 산다. 매일 밤 10시에 퇴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한다. 장기 휴가는 꿈도 못 꾼다. 해고가 되면 의료보험을 받을 수 없고 아이들을 4년간 수십만달러를 내야 하는 사립대에 못 보낸다. 결국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한다.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비싼 미국 병원비 때문에 아파도 병원 갈 엄두도 못 낸다.

독일 중산층 이사벨은? 전철이나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대중교통은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저렴하다. 자전거도로도 기본이다. 연장근무는 거의 없고 연 6주의 휴가가 보장된다. 보육비는 물론 대학 등록금까지 전액 국가에서 지원한다. 수입의 48%인 세금 덕을 톡톡히 본다. 해고 걱정도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다니면 사용자가 직장평의회와 합의해야 해고가 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쪽과 노동자가 절반씩 들어가는 이사회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고가 되어도 보험과 연금혜택을 받는다.

수입의 비슷한 비율을 세금으로 내지만 이사벨과 바버라는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살까? 독일의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를 낳았고 이는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 반면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강국으로 나갔다. 결과는? 미국은 각종 금융위기에 시달리는 반면, 독일은 인구는 8500만명인데 15억명이 사는 중국과 같은 수출 실적을 올린다. 미국의 경쟁력 높은 공장들은 폐쇄되거나 운이 좋으면 중국으로 팔려가는 실정인데도, 미국인들은 “독일은 복지로 돈을 낭비하고 노동유연성이 없어 망할 것”이라는 허세를 부린다고 개탄한다.

지은이는 지금이라도 독일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미국이 도입해야 하며, 약간의 법만 수정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결론내린다. 오로지 미국만을 대안으로 삼으며, 경쟁을 위해서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고, 금융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미국식 논리가 판치는 한국의 현실에서 책은 죽비처럼 우리 의식을 내리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26.html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베서니 매클린·조 노세라 지음·윤태경·이종호 옮김/자음과 모음·1만7000원

"30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해왔다고 자부하던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30년 전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이 된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을 만든 패기만만한 루이스 라니에리, 래리 핑크, 데비이드 맥스웰 3명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원래 이 증권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30년짜리 채권을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으로 변화시키려 만든 것이다. 엠비에스는 1980년대 금융기관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다양한 파생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헤지펀드가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이 세사람이 만든 이 상품은 역사상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어 폭탄돌리기 대상이 되어버렸다.

경제전문지 <포천>에서 10년 넘게 기자로 활약해온 베서니 매클린과 조 노세라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발했고 이를 막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어떻게 이를 악화시켰는지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여기에 있도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금융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금융기관 임원들과 이를 비호한 정부 고위 관계자 정치인들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0862.html 


그림자시장
에릭J.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랜덤하우스·2만원

"월 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오랫동안 국제경제 분야를 분석해 온저자는 이처럼 미국의 ‘돈줄’을 쥐고 있는 UAE와 같은 나라들을 ‘그림자시장’의 일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림자시장은 물리적 실체가 없다. 중국과 중동의 산유국, 노르웨이와 싱가포르 등 세계적 부국들과 이들 나라가 보유한 국부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의 ‘보이지 않는 연계’를 지칭한다. 저자는 “권력은 이미 이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신문 1면에 나오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빤히 보이는 곳에 감쪽같이 숨어 있고, 어떤 것들은 평범하게 숨어 있다”는 점에서 ‘그림자’다.

“유동성이 경제를 지배한다”는 말은 그림자시장의 힘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자금, 즉 유동성을 제공하는 집단이다. 세계 금융위기도 대부분 갑작스러운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했다. 저자는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자본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이제 빈털터리가 됐다”고 말한다.

대신 UAE처럼 그림자시장의 신흥 경제대국들이 유동성 공급을 맡게 됐다. 2008년 말 미국 금융위기로 대규모 은행들이 파산할 지경에 이르자, 부시 정부가 ‘돈’을 구하려고 특사를 파견한 곳도 중국과 싱가포르, UAE와 쿠웨이트 등이었다. 특히 전 세계 총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차지한 중국은 2009년 현재 2조4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75%가 달러화 표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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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마약중독자와 마약상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미국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는 얘기다. “미국에 투자한 나라들이 미국을 지배한다. 그들은 사실상 미국 주식회사의 주주”라는 표현이 적확하게 들린다.

미국을 제외한 그림자시장 국가들 간에는 미국도 모르는 사이 동맹관계가 형성돼 있다.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제재 조치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란의 석유 개발에 600억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부른 베네수엘라에 2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대신 석유로 돌려받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도 한다. “외교적으로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따돌림받는 국가이지만 그림자시장에서는 고립돼 있지 않다”는 말이 새롭게 들린다.

저자는 미국의 쇠퇴보다 “유럽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더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21세기의 유럽은 그림자시장 국가들의 ‘식민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유럽은 돈이 말라가고 있다. 영국만 살펴봐도 예산 적자가 285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고 있다. 멕시코만을 오염시켜 막대한 방제비용이 들게 된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손을 벌린 곳은 미국이나 영국의 은행이 아니라 쿠웨이트, 카타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였다.

그림자시장에 속한 국가들은 2012년쯤이면 석유를 수출하거나 무역수지 흑자로 발생한 외환으로 조성한 국부펀드를 통해 10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가 주축이 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2013년쯤 19조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미국의 GDP가 16조달러 정도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들은 이 돈으로 전 세계의 기업과 자원과 식량을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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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관계는 역전됐지만 그림자시장의 국가들은 예전의 미국처럼 세계의 주도권을 쥐려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유럽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을 때도 그들은 오히려 수익성을 따져 미국 채권을 사들였다. 그럼에도 그림자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는 거의 베일에 싸인 채다. 그것은 물론 미국이 만들어낸 ‘전 지구적 자유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롯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강조한 결과, 그림자시장 국가들이 그 열매를 차지한 것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1110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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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인간생활의 기본토대이다. 환경에 맞게 의식주를 맞춰 개발해왔고, 의식주에 맞게 삶의 방식을 바꿔왔다. 음식 역시 문화, 환경의 기본 조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는 맛 위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아마도 사람들의 관심이 음식하면 맛이 떠오르기 때문일텐데 음식과 진화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음식을 익혀먹게 된 것이 진화의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남녀의 역할 구분과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사이언스북스ㆍ1만7000원

"랭엄은 침팬지 연구자로 유명한 제인 구달의 학문적 후계자로, 인류의 진화를 자기 학문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 진화의 결정적 요인이 바로 ‘요리’다. 인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바로 ‘불의 발견’인데, 이 불을 이용해 인간이 이룩해낸 가장 중요한 것이 불로 음식을 요리하는 ‘화식’의 발견이며, 이 화식이 인간의 모든 것을 바꿨다는 것이 ‘요리 본능 학설’이다. 랭엄은 이 요리 본능 학설을 이어받아 이 책으로 정리했다. 인간의 정의는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란 것이다. 인간 말고도 사회를 이루고 협동하는 동물도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도 있지만 불로 요리하는 동물은 오로지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책은 불로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이란 열쇳말을 통해 인간 진화의 역사를 탐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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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지금 인류와 해부학적 특징이 거의 비슷한 ‘직립원인’이 나온 것은 ‘육식’ 덕분이었을 것으로 인류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전보다 뇌가 커지고 협동 사냥 능력이 발달한 덕분이었을 텐데 그러면 왜 구강구조는 약해졌을까? 그 근거가 화식이다. 음식을 익히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나고, 녹말이 젤라틴화되는 등 음식이 부드러워져 소화가 쉬워지며, 음식섭취에 들이는 에너지를 줄이는 동시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소화과정도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다. 화식 덕분에 내장이 작아진 인간은 대형 유인원에 견줘 하루 에너지 소모량의 10%를 절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활동에 투입할 시간과 능력을 얻게 되었고, 신체와 사회 모두 화식에 맞게 변했다는 점을 책은 역설한다. 침팬지의 경우 음식을 씹는 데 하루 6시간 정도를 소비하는데, 만약 인간도 날 음식만을 먹는다면 적어도 하루 5시간 이상을 음식을 씹으며 보낼 것이라고 랭엄은 말한다.

특히 화식이 인간 진화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부분으로 지은이는 뇌가 커진 점을 든다. 뇌는 인간의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지만 소비하는 에너지양은 먹는 음식의 5분의 1에 이른다. 인간이 음식의 질을 높이는 화식 요리 문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은 구조로 진화한 덕분이란 가설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요리로 인해 남성과 여성 노동 사이에 분업과 차이가 생기면서 이게 하나의 문화로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장이다. 머나먼 옛날 불에 익힌 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한 무리가 화식을 통해 직립원인으로 진화하고, 창자와 이빨이 작아지고 털은 사라지는 자연선택 과정을 거치며, 여성은 남성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고, 남성은 고기와 꿀을 구하러 다닐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며 남녀 결합이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을 것이란 게 책의 결론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32.html 


경제학콘서트로 일상사례를 통해 경제이론을 설명했던 팀 하포드가 실패한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하였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진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읽을 만 할 것 같다. 다만 기업의 성공이나 실패사례가 너무 급변하고, 이런 종류의 책들이 미래를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대신 과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혹은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해주는 만큼 미래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팀 하포드의 책을 뒤지다 보니 The undercover economist라는 책이 눈에 띈다. 영문본으로 가지고 있는 책인데..)

어댑트
팀 하포드 지음·김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팀 하포드는 가계도를 연상케 하는 조직도를 그려놓고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열망할수록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단언한다. 그 사례로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미군을 꼽았다. 베트남전에서 민심에 기반한 북베트남군의 게릴라 전술에 완패를 당했음에도 미군은 이라크에서 주민 지지를 얻는 데 소홀했다.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이 잇따랐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믿었던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 등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런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장에서 올라온 각종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나대지 마라”며 묵살했다.

지은이는 수많은 변수들로 넘쳐나는 복잡한 현실에서 ‘완벽한 3중 안전장치’ ‘전지전능한 리더’ 따위의 환상은 도태를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나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그런 환상 때문에 생긴 실패다.

대신 그는 진화의 알고리즘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진화의 핵심은 ‘변이’와 ‘선택’이다. 진화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유전자의 교합을 통한 변이는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물 가운데 가장 최적의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 지은이는 이런 이유로 생명체나 기업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진화는 필연적인 실패를 수반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실패의 교훈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실패의 교훈을 거부한다. 이는 우리 뇌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심지어 뇌는 실패마저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편집해주는 보상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자신만의 갈라파고스 섬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갈라파고스섬은 대륙과 떨어져 있는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에 따라 부리가 달라지는 핀치새들처럼 병렬적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혁신과 함께 실패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록히드마틴이 1950년대 스컹크워크스(사무실이 냄새나는 플라스틱 공장 앞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라는 별도의 팀을 운영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스텔스 전투기와 유2(U2) 정찰기를 고안해냈듯이 혁신은 늘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온다. 구글은 ‘갈라파고스섬’을 회사 내부로 끌어들인 대표적 기업이다. 구글은 모든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할 수 있게 해주는 20% 시간의 법칙을 적용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구글의 강점이 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런 아이디어는 실패해도 회사 경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채택된 경우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3025.html 

           
 


대상 혹은 생각을 대변할 짧은 말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품에서 부터 정보까지 넘쳐나는 시대에 짧은 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전에 읽은 '1초만에 읽는 메시지'라는 부제의 <스틱>이라는 책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던 책이다.

마이크로스타일
크리스토퍼 존슨 지음· 옮김/반비·1만5000원


"‘마이크로메시지’는 시인, 카피라이터, 네이미스트(상품이나 브랜드, 기업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짧은 언어를 가리킨다. 한 단어, 한 음절 같은 ‘문체의 원자’에 의미를 담고, 요리저리 뒤바꾸며 창조한 새로운 언어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마이크로메시지를 활용하는 글쓰기 전략과 방식을 공식 글쓰기인 ‘빅스타일’에 빗대 ‘마이크로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스타일은 한순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신속하게 의사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짧은 메시지에 많은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스타일에서 “표현의 경제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언어적 관심의 경제학” “인터넷 시대의 수사학”이라고 정의한다. 또 마이크로스타일은 “일상 언어의 창조성, 구어로 쓰는 시의 토대”이다.

책의 줄기는 “우리 주변에 포진해 있는 작은 언어들의 다채로움”의 사례들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스타일 사례와 여러 준칙을 함께 소개한다.

...
“올바른 단어 선택”도 원칙이다. 고대 영어에서 유래한 ‘Kiss’(키스)는 친숙하고 내밀하게 들린다. 라틴어에서 파생한 ‘osculate’(구강접촉)는 어떤가. 무감각적이고 의학적인 느낌의 단어다. 키스란 단어를 써야 할 때 구강접촉을 쓰는 일이야 봐줄 만하다. 리복이 1995년 내놓은 여성용 조깅화의 이름은 ‘Incubus’(인큐버스)다. 그런데 인큐버스는 중세 민담에서 잠들어 있는 여성을 강간하는 악마의 영혼을 뜻하는 단어였다.
......
저자는 펜티엄, 블랙베리를 작명한 렉시콘의 네이미스트이자 시카고대학의 언어학 교수다.

책은 재미있는 사례들로 넘쳐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의미’ ‘소리’ ‘구조’ ‘사회적 맥락’의 네가지 층위에서 사례들을 분석한다. 영화 <에일리언>의 슬로건이었던 ‘우주에서 찍은 <죠스>’를 ‘개념혼합’이나 ‘심적공간이론’으로 설명하듯 언어학, 수사학, 심리학을 아우른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34245&code=900308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청원>이라는 영화 소개를 보았다. 최고의 마술사에서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주인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의 고통으로 그가 죽음을 원했다는 사실에 사회는 그를 위선자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반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반론도 제기되는 영화였다. 영화와 연계될만한 책이 발간되었다. 사회적 현안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내는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로 <안락사는 살인인가>인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와 더불어 소개되었다.


안락사는 살인인가
토니 호프 지음·김양중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안락사는 살인인가>는 안락사, 의료자원 분배, 정신질환자 강제치료, 환자에 대한 비밀유지 등 의료윤리 문제를 다룬다. 지은이 토니 호프는 영국 옥스퍼드대 의료윤리학 교수로, 친숙한 영화, 유명사건을 실마리로 복잡한 주제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 죽음을 앞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는 노인이 극심한 통증을 못이겨 의사한테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의사는 이를 불쌍히 여겨 환자를 위한 행동이란 믿음으로 치사량의 약물을 주입해 사망케 한다.

의사는 유죄인가? 답은 ‘그렇다’다.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상황에서 처치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달리 시술을 통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는 현실적으로 위법이다. 실제로 적극적인 안락사를 시행한 영국의 의사는 살인미수죄를 적용 받았다. 하지만 지은이는 ‘살인하지 말라’는 율법에 이의를 제기한다. 죽음이 당사자한테 이로울 수 있다면 적극적 안락사를 반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은 ‘안락사’ 대신 ‘존엄사’라는 용어를 쓰며, 소극적인 안락사까지는 법률이 아닌 판례로 인정하는 추세다.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알리 라탄시 지음·구정은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인종주의는 본성인가>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갈등의 원인을 짚어보고 인종주의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인종주의는 대체로 피부색으로써 우열을 구분짓고 자신과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것을 말한다. 지은이는 콜럼버스 이후 ‘이방인’을 금수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노예무역을 거치며 인종에 대한 편견이 굳어지고 민족주의가 이를 고착화했다고 말한다. 1960~70년대 인종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최근 세계경제가 악화돼 가난뱅이 유색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노골화하고 있다. 지은이는 인종주의가 비합리적인 일탈이 아니라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해 마치 그것이 인류문화의 본질인 양 외피를 둘러쓰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기초조사를 하면서도 기존의 인종분류에 따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인종주의적 관념의 틀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학이 아니라 문화적·정치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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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하반기에 들어서 대한민국은 격랑의 시대를 맞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까지.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던 대통령에 이어, 부자가 되는 방법인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건 국회의원들에 질린 서울시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거부했다. (민주당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했다.) 복지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책이 한권 소개되었다. 바로 얼마전 <복지국가>,<대한민국복지7가지 거짓과 진실>을 읽은데 이어 <복지국가 스웨덴>을 읽을 참이었는데 <우리는 중산층까지 복지확대를 요구한다>까지 엮어서 읽고 한꺼번에 후기를 올려야 겠다.
우리는 중산층까지 복지확대를 요구한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밈ㆍ1만3900원

"“죽을 만큼 발버둥치지 않아도 최소한 사람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복지 아닌가?” 이 책의 저자들이 인터뷰한 ‘삼포세대’ 젊은이들의 물음이다.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삼포세대’의 출현은 복지 부재의 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어지며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트리클 다운’이라는 세련된 용어로 포장된 ‘선성장 후분배’의 개발주의를 지적한다. ‘트리클 다운’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감면해 투자를 이끌어내면 경제가 성장하고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국민 전체에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납부하는 하청업체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2010년에 40% 이상 올랐는데 단가를 후려쳐서 수익 내는 대기업에서 이런 하청업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그 결과로 10대 대기업은 2010년 사내 유보금이 57조원에 달했지만 전체 일자리의 90%를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은 점점 고사하고 있다.

저임금노동자와 비정규직의 확대는 가계의 시장임금을 낮춰 결국 장시간 노동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또 그것은 삶의 질과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저자들은 “복지국가는 양극화된 노동시장과 조세제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공정임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보편적 복지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빈곤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면서도 복지에서 소외된다면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13305&code=900308 


정치적 이슈에 묻혀 있었지만 교과서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논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국회의원포함)측에서는 '자유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북한으로 가라'고 말을 했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 의심스럽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라는데 그 네들 말대로 반대로 해보면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말이 될 수도 있고, 대한민국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헌법에 이미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되어 있으니 그럼 '자유민주주의'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뭠미? 


친일파는 살아있다
정운현 지음/책보세ㆍ1만9000원

"<한국방송>은 6월24~25일 백선엽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시민단체들이 우려한 대로 백씨의 친일행적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그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었다.

백씨는 1942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3년 동안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이 부대는 간도 지역에서 활동하던 항일 세력들을 토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해방 뒤에는 국군 중위로 변신해 한국전쟁 때 최일선 부대를 지휘해 1953년 전쟁이 끝날 무렵엔 별 네개를 달았다. 육군참모총장, 연합참모부 의장(현재 합참의장)을 끝으로 예편한 그는 같은 만주군 소위 출신의 박정희 정권에서 대사와 교통부 장관, 국영기업체 사장을 지냈다.

오랫동안 친일파를 연구해온 언론인 정운현씨의 새 책 <친일파는 살아 있다>는 왜 공영방송이 앞장서 친일파 백선엽을 미화하고, 왜 조중동이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지를 짚으면서 친일파가 미디어는 물론 사회 곳곳에 똬리 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초의 친일파였던 구한말 김인승부터 을사오적들, 해방 이후 친일전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지도층이 된 역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료와 정치인들, 독립유공자로 변신한 친일파들,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왜 친일파 선정 대상에서 빠졌는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일세력은 친일파 청산을 위해 만들었던 반민특위를 어떻게 와해시켰는지 등의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친일파들이 어떻게 역사를 비틀어 국민들을 속여왔으며, 그들의 행적을 숨기는 동조자들이 이들을 영웅으로 미화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9826.html 


한국사회에서 박정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아직도 선거 때면 박정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고픈 시절이라는 경제성장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30대 이하의 세대에서는 윗세대만큼의 관심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경제성장이라는 혜택아래 누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IMF 이후 취업난에 허덕이는 세대에게 박정희는 낯설어보인다.
박정희의 공과에 대해서는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그 인식이 다르다.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게 되면 정치를 희생하더라도 성공했다는 평가인 반면, 형식적 실질적 민주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현재의 대기업위주와 정경유착의 비정상적인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평가이다.
개인적으로 박정희의 경제성장은 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7-80년대에 압도적인 경제성장을 한 나라는 세나라밖에 없다. 한국, 대만, 이스라엘. 냉전과 중동이라는 화두아래 자유경제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금융경제사 측면에서 보더라도 1960년대 서구의 투자를 받아왔던 남미에 좌파정부가 들어서고, 1970년대 중동 오일머니가 서구 은행에 넘쳐나면서 미국의 보증아래 한국, 대만, 이스라엘에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졌다. 박정희가 아니더라도 경제성장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박정희의 경제적 공과에 대한 연구를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박정희의 맨얼굴
유종일 엮음/시사인북ㆍ1만5000원

‘박정희 신화’라고 한다. 그 신화는 ‘그래도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박정희 덕’이라고 결론낸다. 신화는 과거를 필연화하고, 현재를 과거에 종속시킨다.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인 양극화, 이 양극화를 추동하는 재벌 문제가 박정희 시대에 배태됐지만, 박정희 신화는 오히려 양극화에 대한 불만과 재벌에 대한 환상으로 자라난다. 경제학자 8명이 <박정희의 맨얼굴>에서 실증하려는 것이다. 책을 엮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성장의 신화의 허와 실’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최대 정책 실패로 거론되는 양극화가 이미 1990년대 전반에 본격화됐고, 이는 박정희의 유산임을 실증한다. 유종일은 1980년대 이후 지니계수 등 소득분배 추이, 학력별·성별·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추이, 산업별·기업규모별 생산성 격차에 대한 실증적 통계를 내밀며, ‘외환위기발 양극화’를 반박한다. 그가 활용한 통계들을 보면, 분배추이는 1991~1994년 사이에 악화로 방향을 틀며, 고착화된다. 이는 양극화를 외환위기와 민주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1990년대 이전 시기로 거슬로 올라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개발독재가 키운 두 괴물, 물가와 지가’에서 박정희 시절인 1963~1979년 지가는 100배가 올라, 막대한 불로소득으로 인한 양극화 체제가 완성됐음을 실증한다. 이런 지가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은 326조원으로 생산소득 131조원의 250%가 된다. 그 시절 연평균 9.1%의 경제성장률 속에서 상위 5~10%는 평균성장률 이상의 생산소득 분배에 더해 거대한 불로소득까지 챙긴 반면 땅과 집 등 자산이 없는 하위계층들은 평균성장률 이하의 생산소득을 배분받았음을 고려하면, 그 시절에 양극화의 물질적 토대는 완성됐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3020.html 


정당한 위반
박용현 지음/철수와영희ㆍ1만3800원

"‘공정사회’라는 단어가 비웃음을 사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은 불티나게 팔린다. 정의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당한 위반>은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시사주간지 <한겨레21> 편집장을 지낸 지은이가 잡지에 썼던 편집장 칼럼 ‘만리재에서’를 묶은 책이다. 매 주 다른 주제로 써 내려간 글이고 다양한 글쓰기 형식을 선보이지만, 밑바탕에는 언제나 법학을 전공한 필자의 ‘법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법조계’를 향한 문제의식이 흐르고 있어 책 전체가 한 주제를 다룬 것처럼 읽힌다.

책은 법치와 상식의 실종을 묻는다. 경찰버스로 둘러싸였던 서울광장과 미네르바 사건, 천안함 사건 등을 접하며 느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얼굴 붉히지 않으며 간결하게 꼬집어 나간다. 풍성하게 인용하는 역사 속 인물과 사건, 해외 판례 등이 지금 한국 사회를 느끼고 이해하는 데 힘을 보탠다. 지은이는 “나쁜 세상에 대한 기록이자, 그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모색”이라고 책을 설명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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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듣게 되면서 조금씩 관심이 넓어졌다. 재즈에 대한 책도 몇 권 들쳐보고 유명한 작품들도 손에 들어보고 그러면서 만나게 된 이가 아트 블레이키와 재즈메신저스이고 그들의 Moanin은 내 귀를 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기마타 마코토의 재즈 연재 첫번재는 아트 블레이키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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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는 흑인 재즈와 백인 재즈가 분명히 나뉘어 있었다.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이스트 코스트는 흑인이 우세했고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하는 웨스트 코스트는 백인 지역으로 명확하게 갈려 있었다. 흑인 재즈의 리더로는 디지 길레스피, 아트 블레이키, 맥스 로치, 호러스 실버, 백인 리더로는 제리 말리건, 쳇 베이커, 빌 퍼킨스 등이 활약을 하면서 재즈계를 이끌었다. 그 이후 흑인 뮤지션들이 서서히 세를 넓히게 되면서 웨스트 코스트를 압도하게 된다. 그 선두에서 활약을 한 것이 ‘아트 블레이키 & 재즈 메신저스’였다.

1954년 아트 블레이키는 호러스 실버와 만난다. 그리고 클리퍼드 브라운, 루 도널드슨, 컬리 러셀과 새로운 퀸텟을 결성한다. 바로 이 그룹이 재즈 메신저스 탄생의 실제 계기가 되었다. 그 뒤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쳐 1958년부터 아트 블레이키와 재즈 메신저스의 세계 제패가 시작된다.

리더인 아트 블레이키의 목표는 젊은 뮤지션을 기용하고 육성하는 것이었다. 당시 차세대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트럼펫의 리 모건이나 피아노의 바비 티먼스, 테너색소폰의 베니 골슨, 웨인 쇼터 등을 기용하면서 재즈 메신저스로서의 길을 확실하게 다져 나갔다. 1958년 펑키재즈 붐의 발화점이 된 곡인 ‘모닌’(Moanin)을 ‘블루노트’에서 리코딩했는데 발매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재즈 메신저스가 만들어내는 멋진 멜로디에 열광하게 되었다. 
 
내가 블레이키와 처음 만난 것은 그로부터 20여년 뒤인 1982년이다. 재즈 메신저스는 1950년대 후반부터 10년 이상 질풍같이 세계를 누비며, 그야말로 황금시대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펑키 붐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일렉트릭 사운드, 퓨전뮤직이 등장하자 인기는 나날이 떨어져 갔다. 그래도 블레이키는 오로지 자신의 길만 걸어갔지만, 재즈 메신저스한테 1970년대는 암흑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다.  

...... 

아트 블레이키의 당시 첫인상은 지금도 강렬하다.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가면서 전원에게 최고의 연주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강한 집념의 모습이 지금도 확실히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리더란 어떤 것인지 그 전형을 아트 블레이키를 통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됐다. 그래서 3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재즈 메신저스의 역사를 쌓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아트 블레이키도 일을 떠나서는 자애로움이 가득하고 재치가 넘치는 성품이었다.

1984년 겨울, ‘아트 블레이키 & 올스타 재즈 메신저스’ 팀은 일본 투어를 위해 도쿄에 체류하고 있었다. 2월의 어느 날, 그들이 묵고 있던 호텔의 커피숍에서 베니 골슨과 그의 다음 리코딩에 대해 미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트 블레이키가 말을 건네왔다. “합석해도 될까요?”

그와의 이야기가 무르익어, 예전 이야기나 지금까지 가장 인상에 남았던 일들, 이번에 특별 편성한 올스타 재즈 메신저스에 관한 얘기 등을 한 시간 이상에 걸쳐 들을 수 있었다.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뭐죠?” 내가 물었다. “클리퍼드(클리퍼드 브라운)가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클리퍼드와는 언젠가 함께 그룹을 결성할 생각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웠어요. 그 뒤 리 모건이나 프레디 허버드 등 훌륭한 트럼펫 연주자가 나왔지만 그들의 롤모델은 브라운이었어요.” 블레이키는 쓸쓸하게 말을 이었다.

당시 리코딩에 대한 느낌을 물었더니, 경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주 즐거웠어요. 모두가 메신저스 출신이고 지금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라 음악이 환상적인 것은 당연하겠죠. 게다가 연주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다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연주하는 사람이 즐기지 못하는데 듣는 사람이 즐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재즈의 에센스랍니다. 생큐, 기마타!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꼭 리코딩 합시다.” " 

http://www.hani.co.kr/arti/SERIES/332/4985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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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esc를 보다가 재즈 연재 기사를 읽었다. 4번째 연재물 쳇 베이커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지난 연재물을 찾아 다시 읽다 문득 정리를 해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마타 마코토는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를 기획했다고 한다. 편안한 재즈에 대해 이야기하던데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와 같이 연결되는 부분이다.  

"기마타 마코토(68). 1970년대부터 40여년 동안 재즈 음반 500여장을 제작·발표한 일본의 세계적인 프로듀서이다. 아트 블레이키, 케니 드루, 쳇 베이커 등의 앨범을 제작했고,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를 직접 발굴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재즈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서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재즈 음반만 고집스럽게 만들어왔던 그가 이번에는 연필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좀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나섰다. 지난 40여년간 유명 재즈 음악가들과 만나 음반을 제작하며 겪은 일화를 그가 직접 소개한다. ‘재즈는 편안한 선율’임을 강조하는 기마타 마코토. 선율과 함께하는 가을 여행이 더욱 편안해지도록 이제 그가 다섯 차례에 걸쳐 길을 안내한다. "  http://www.hani.co.kr/arti/SERIES/332/498501.html 

재즈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심심찮게 재즈를 듣곤 하는데 2000년대 초반 재즈로 연주한 클래식을 컨셉으로 재즈를 찾아 들었다. 그 때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를 듣곤 했다. (함께 자크 루시에, Eugene Cicero 등을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별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는 듣기 편한 재즈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21일 한국 공연을 마친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는 기마타 마코토와 인연이 더욱 깊다. 1990년 이들 그룹의 발굴과 첫 앨범 제작을 기마타 마코토가 진행했다. “그는 유럽의 젊은 재즈 트리오를 찾고 싶어했죠. 그와 함께 첫 앨범 <노르웨이의 숲>을 만들었고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어 공연을 하러 일본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어요.” 이제 벌써 그들이 데뷔한 지도 22년째이지만, 그와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한국 공연을 마치고 일본에 가서 기마타 마코토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들이 이처럼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데는 역시 기마타 마코토의 성품이 영향을 미쳤다. 이 트리오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프란스 판 데르 후번은 “그는 모든 음악 장르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는 자세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다른 성향의 음악가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이런 성품이 창의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가 재즈 클래식에 다가서게 된 계기도 기마타 마코토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들은 “기마타 마코토가 없었으면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http://www.hani.co.kr/arti/SERIES/332/4985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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