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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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랫말 아이들>은 젊었을 적에 내 아이들에게 자신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해주려는 마음으로 썼던 것들이다'라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수남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10개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졌다. 한국전쟁 직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냥 우리네 부모님세대의 상황이다. 아직 산업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아이들의 마음새만 놓고 보면 우리네 어린시절과 비슷했다. 도깨비사냥을 한다며 화장터를 향하던 모습을 보면 초등학교시절(국민학교시절) 학교에 동상들에 걸쳐진 귀신 관련 이야기들, 예를 들면 동상들이 새벽에 운동장을 다닌다는...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웃어도 보았다.

'금단추'나 '애인'에 보여지는 소녀를 보면 어린시절의 풋풋한 사랑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미소도 지어보고..

한편으론 장난으로 시작한 쥐불이 예상치 못하게 커지고 그로인해 죽은 꼼배의 처가 있는 '꼼배다리'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미쳐버린 태금이를 보여주는 '잡초'를 보면 그리 마음편하게만 읽은 책은 아니었다.

작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배경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조금은 거리멀게 느껴졌던 책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 시대에 대해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싶어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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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s - O.S.T. - Original Broadway Cast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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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Cats를 관람했다면 고양이들이 저마다 나와서 부르는 노래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을 것이다. 물론 뮤지컬 자체가 노래로 구성되어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주인공 Grizabella가 부르는 Memory는 음악자체 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젤리클 마을의 모든 고양이들이 나와서 함께 부르는 Jellicle Songs for Jellicle Cats는 신나는 광경을 떠올리게 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Macavity라는 곡도 뮤지컬의 한장면이 계속 잔상으로 남게 해준다.

뮤지컬 Cats를 보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Cats CD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씩 그 감동의 시간들을 되살려본다. Cats의 감동을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께 꼭 들어보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하나더 뮤지컬은 대강의 스토리와 음악을 미리 듣고 가야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다. 뮤지컬을 보면서 스토리를 파악하려고 하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아 이장면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구나 하면서 관람할 때 최고의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Cats를 관람하시려고 하는 분들께 꼭 먼저 듣고 가십사 하고 싶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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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쓸쓸한 전화 시작시인선 10
한명희 지음 / 천년의시작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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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읽은 시집중에 한권만 고르라면 나는 한명희시인의 <두 번 쓸쓸한 전화>를 주저없이 선택할 것이다. 이 시집을 읽게 된 계기는 한겨레신문의 났던 신경림 시인의 칼럼때문이다. '낯선 시인 새로운 시 정말 즐겁다'라는 내용의 칼럼에서 신경림 시인은 '그 정서와 문법이 동시대의 다른 시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자기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모호한 내용이나 말을 교과서적으로 배운 시창작법에 따라 교묘하게 짜맞추어 독자를 현혹시키는 시들이 난무하는 판에, 정확히 할 말만 하고 일체의 장식을 배제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라고 평한다.

이 시집은 처음 책장을 넘길때 부터 심상치 않았다. 自序를 읽는 순간 편안히 읽으려던 마음새 고쳐잡고 긴장을 하며 꼿꼿한 심정으로 책을 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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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序

이 길 끝이 천길 낭떠러지라 해도
나는 이 길을 곧장 걸어갈 수밖에 없다
전진!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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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입 꽉 물고 써내려간 시집을 어찌 따뜻한 아랫목에 엉덩이 붙여두고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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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 써도 좋으니까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조카의 첫돌을 알리는
동생의 전화다

내 우울이, 내 칩거가, 내 불면이
어찌 시 때문이겠는가

자꾸만 뾰족뾰족해지는 나를 어쩔 수 없고
일어서자 일어서자 하면서도 자꾸만 주저앉는 나늘 어쩔 수 없는데

미혼,
실업,
버스 운전사에게 내어버린 신경질,
세번이나 연기한 약속,
냉장고 속 썩어가는 김치,
오후 다섯 시의 두통,
햇빛이 드는 방에서 살고 싶다고 쓰여진 일기장,
이 모든 것이 어찌 시 때문만이겠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
한번도 당당히 시인이라고 말해보지 못한 시
그 시, 때문이겠는가

'두 번 쓸쓸한 전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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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제목이 된 표제시다. 시인의 자화상 이라고 생각되는 시다. 문지나 창비에 여러편의 시집을 내고 시집의 인세도 어느정도 되고 문학한답시고 문화강좌를 통해 이래저래 소득을 갖는 유명한 시인이 아닌 문학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문학도의 모습은 이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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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의 대학 생활.
내게 남겨진 건 350만원
부채뿐이다

대학에 들어올 때
나는 할 말이 많았다
나 자신을 향해서 친구를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
그러나 나는 지금 아무 할 말이 없다

'박사 이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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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함', '군더더기 없음' 한명희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떠 오른 단어들이다. 시를 읽으면서 삶에 대한 시에 대한 치열함을 대할 때 마다 마음의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책을 손에 들고 긴장을 한다는 것은 책과 씨름을 하는 것이다. 한 장, 한 장 가볍게 넘길 수 없고, 정신 바짝 모두고 독자를 대하는 책 앞에 나 또한 자세 고쳐앉고 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책과 씨름한다는 것은 참 즐거운 행복이다.

시들을 접하면서 시가 생활속으로 들어와 버린 느낌이다. 일과 문학이 분리되어 버린 것이 아니라 문학이 일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한명희 시인의 시 속에선 생활 하하나 하나가 시어로 다시 태어났다. 삶이시가 되어버렸다. 폼잡고 서서 남의 삶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삶에서 그 삶의 단어들이 꾸미지도 않은채 시가 되었다.

정말 치열하게 시를 한번 읽어보고 싶을 때 그 때 이 시집을 손에 들어본다면 치열하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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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 문예교양선서 38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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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다. 동화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맞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 커서 동화를 손에 든다는 것이 약간은 고민되기도 한다. 특히 유명한 동화일 경우..

키다리아저씨를 읽었다. 사실 스토리만 알았지 읽어본 적은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넛 계속 키득키득 거리면서 읽었다.주인공인 주디 에봇이 기뻐 좋아하는 모습, 토라지는 모습, 고마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토리로만 보면 어느 자선가가 고아 여자애를 대학에 보내주고 그 대가로는 한달에 한번씩 학교에서 있던 일을 편지로 보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 전체가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면서 편지 한통 한통 내용도 재밌었지만,,,한편 일종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4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4년이라는 시간동안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해가고,자아를 찾아 만들어가고,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만들어간다.이런면이라면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동화책속에서는 잘 보여지지 않지만 지금 읽은 키다리 아저씨는 많은 면을 시사해준다. 지난세기 여성의 위치들을 볼 수도 있고, 참정권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설명되고, 주인공 주디는 자신은 사회주의자가 되고 싶다고 까지 이야기하지 않는가?(물론 사상적인 측면이 아니라 주인공의 꿈인 고아원사업을 위해서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여성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단순히 동화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키다리 아저씨 어렸을 적 읽은 피상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재미있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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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창비시선 214
김용택 지음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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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네 집>을 본 후, 손에 들게 된 <나무>를 대하면서 잠시 김용택시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밥상같은 단어들만 보여주던 시인의 입에서 포크레인, 불도저 이런 말이 나오는 걸 생각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섬진강시인 요즘은 도시에 산다고 들었는데, 시간 내어 들러본 집 주변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지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너그들 정말 그렇게 아무 곳이나 올라가 파고, 뒤집고, 자르고, 산을 부술래 이 염병 삼년에 땀도 못 나고 뒈질 놈들아.(나나, 나는 정말 쌍욕을 하고 싶다.) 포크레인이 번쩍일 때마다 나무토막들이 뿔껑 들려져서 반 바퀴 휙 돌아 비탈진 땅에 내동댕이 쳐진다.' - 세한도 중

이런 거친표현들을 통해 김용택시인을 생각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리곤 '세계를 향한 분노를 잃어버린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며 세상에 일침을 놓는다. 이런 단정적인 표현 시인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 아닌데....

1998년, 귀향이라는 시를 보면 '가난은 아름다웠지만/고향은 치욕이다'라며 사뭇 현실직시적인 내용들까지 채워낸다. IMF로 대변되는 경제위기속에 잃어져가는 사람답지않음과 개발의 논리로 훼손되는 우리가 딛고 일어설 땅이 없어져감을 시인은 공포로 받아들인 듯 하다.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끝없이 무너져버릴....

그렇다고 이 시집이 김용택 시인이 변했다? 는 아니다.

'누구나 해가 해같이 천천히 지는 것을 온전히 바라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천천히 오는 어둠속에 꽃이 묻힐 때까지 앉아서 누구나 자기를 보고 싶어한다. 나는 한발 뗄 수 있는 밝음만 갖고 싶다. 그 한줌 빛으로 나는 사랑을 이루고 시를 쓰고 싶다.' - 어둠속에 꽃이 묻힐 때까지 중

여전히 자연과 함께하고 생을 되돌아보고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눈이 오면 참 좋지
그렇잖아
저렇게 깨끗한 것들이 어디에 있다가
저렇게 수도 없이 지상으로 내려오는지
내리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는 일이 일인 날
생이 저 눈송이만큼이나 가벼운
이런 날은 심심해서



해 '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집 보다는 <그여자네 집>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김용택의 시집을 몇 권 대했던 사람에게는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은 그런책이다.

마지막으로 표제 시 '나무'를 읽어보고 싶다.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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