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내는 조직 -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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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경력직 면접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회사생활에서 직원이 가져야 할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

나는 지체없이 로열티라고 이야기했다. 열정, 로열티가 직원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고 회사는 이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떨어지고 열정이 떨어지면 나는 이직을 고민했고, 결국 수차례 회사를 옮기기에 이르렀다.

저자 김성호의 책들을 보면서 결국은 로열티, 열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치열함이 없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없는 것이다!"

맞다.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왜 그의 책이 100% 다가오지 않을까?  물론 그는 회사에서의 비전의 중요성, 리더의 중요성을 안다고 이야기하면서 직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이야기하는데 그가 안다고 하는 것은 피상적인 부분이 크다. 몇 몇 회사를 경험하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회사가 활력을 가지고 나름의 일을 열심히 하는 조직은 리더(사장, 임원, 부장)의 역할이 굉장이 중요하다. 사장과 임원, 부장이 바뀌면서 조직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리더가 분위기까지 조성할 필요는 없다. 리더가 먼저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임기와 상관없이 묵직하게 한 방향으로 가게 될 때 회사 전체가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해주면서 회사가 바른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는 임원들이 자리잡으면서 눈에 보이는 성과는 좋아졌을지언정 오히려 열정은 많이 떨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성과를 내는 일이야말로 치열함이 더 필요한데 즉각적인 답이 필요한 부분만 강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물과 기름같다고 느끼게 된 배경이다.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지금 회사는 딱 2년이 되었는데 회사 분위기는 1년/1년이 너무 상반된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이 분명하고 그를 위해 당장의 이익이 보이지 않더라도 투자를 하던 1년전에는 직원들이 나서서 사업을 개발하고 야근이나 주말근무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1년 바뀐 임원들은 비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 당장 돈이 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고 현재의 사업에만 몰두하고 매달 매달 실적을 분석해 보상을 해주며 성과보상체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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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9패 유니클로처럼
김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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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유니클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갑작스레 증가한 매장과 광고, 그리고 다른 한국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 그런데 일본 브랜드라니. 그러던차에 일본전산이야기에 이어 저자가 다룬 "1승9패 유니클로"처럼을 도서관에서 동시에 대출하였다.

 

유니클로는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회사이다. 전반적으로 활동성을 잃고 가는 일본기업인데다가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의류업계에서 고가의 브랜드가 아님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성공의 배경으로 저자는 유니클로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들고 있다.

 

유니클로가 강한 것은 스펙이 아닌 열정을 가진 직원들을 뽑아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든 다는 점에 있다. "직원을 뽑을 때 각종 자격증이나 어학실력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실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협업 시스템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는지,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등 팀원으로서 진정성을 우선시한다."(104쪽)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족한 부분이다. 물론 언론을 통해서는 다양한 인재를 뽑는 면이 부각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스펙으로 중무장한 이들이 뽑여 들어온다. 문제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스펙과 어학실력이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는 점이다. 한국기업에서는 일만 열심히 하는것이 해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이런 저런 교육과정을 마쳐야 하며 2년 마다 어학실력을 갱신해야 한다. 아무리 업무 성과가 좋더라도 토익 점수가 없어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유니클로라는 회사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다.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일본에서 중년 이상의 숙련기술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이 없어졌다. 유니클로가 이들을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구축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기업철학, 숙련된 인재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경제발전에 공헌하겠다는 취지였다."(75쪽)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유니클로는 훌륭한 기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업을 찾아볼 수 있을까? 회사를 사적 이익에 사용하는 사주들이 너무 많고, 회사가 부도날 정도이나 이미 자기 재산을 빼돌려 버린 우리나라에서 이런 철학을 가진 기업가가 얼마나 될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기업 유니클로를 다루는 저자의 소양, 역량에는 의문이 든다. 성공한 일본기업을 예를 들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충고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건 '아니올시다'.

" '88만원'세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죽어라 일해도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이 고작 88만 원 이라서 이런 말이 생겼다. 그런데 그 이하의 돈을 받으면서도 사무보조, 아르바이트,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정직원이 되어 과장, 부장이나 간부로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138쪽)라는 부분이다. 저자는 결국 일하는 본인의 문제로 88만원 세대의 문제를 돌리고 있는데, 이건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일단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생겨난 용어이다. 이전 세대에는 아르바이트, 파트 타임으로 시작해 정직원이 되고 간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화는 고착화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에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은 정직원이 되더라도 많이 올라가야 대리급 정도이다.) 처음 시작할 때 정규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다. 특히 인력파견회사가 비일비재한 우리나라 환경속에서 인력파견회사에서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정규직이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열심히 일해서 정규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면 저자의 지적은 맞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극소수인 경우는 개인 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 저자가 변화코칭 전문가라지만 사회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고 일반 회사 경험은 전무한 것 같다.

 

한국에서의 유니클로의 미래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지오다노와 같이 그냥 저가의 브랜드로 남게될지 아니면 저가의 훌륭한 브랜드로 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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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3-12-0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래 전에 쓰여진 서평이 2013년에 올라와있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대 착오적인 부분이 있어 이렇게 한 글자 남깁니다.
먼저 이 서평을 쓰신 분에게 "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라는 책을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유니클로는 2013년 1월에만 하더라도 SPA브랜드 M/S 1위의 업체였는데
미래를 두고봐야 한다, 지오다노와 같이 그냥 저가의 브랜드... 라는 부분은 서평을 쓰신 분의
사전지식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한 SPA브랜드는 유니클로(1980년대)가 처음은 아니지만(GAP이 SPA의 시작) 지오다노(2000년대)가 후발주자인데 지오다노를 SPA 브랜드의 선발주자인 것처럼 쓰신 것도 좀 신경이 쓰입니다.
저자가 사회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 회사 경험은 전무하다라는 비판을 하기 전에 자신부터 제대로 된
조사를 한 뒤에 서평을 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전산 이야기 -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신화가 된 회사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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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내는 조직'이라는 책을 들었다가 저자의 유명한 책인 "일본전산 이야기"를 함께 들게 되었다. 일본전산은 독특한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으로 성공한 한 일본기업의 이야기이다. 여전히 읽고 남기지 못한 후기들이 많지만 이런 경영서적은 별 생각없이 후기를 남길 수 있어 일단 나중에 책에 대한 내용을 기억한다는 의미로 적어본다.

 

일단 저자는 일본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였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책은 일본 회사에 대한 성공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그런면에서 의아하면서도 관심이 생겼다. 일본은 경영,경제적으로 한물간 소재인데, 그런 소재를 다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점이다.

 

일단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에 올랐을까를 생각해보면 각종 경제전문기관에서 추천하기도 했고, 기업들에서도 일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일본전산 직원들을 보면서 똑똑하기는 하지만 열정이 없는 직원들의 변화를 꾀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독을 권하는 이들이 자기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았을지는 의문이 든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사장은 "기업의 존속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고용'이라고 꼽는다. 직원들의 꿈을 실현하고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것이, 기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 다음이 '이윤 추구'다."(23쪽) 과연 우리나라 기업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CEO가 있을까?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업에서는 없다고 단언한다. 나가모라 사장은 가족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경영원칙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원칙은 제1이 사주의 재산증식이고 그다음이 기업의 이윤추구이다. 고용? 고용은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되면 고용을 늘려 이미지 개선에 노력한다.

 

물론 이 책의 긍정적인 면은 많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 운영 방향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10년 넘게 몇 번의 이직 경험을 포함한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회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바로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가진 직원이다. 그러나 정작 회사는 애정을 가진 직원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당장 성과를 내는 직원, 그리고 타이틀을 가진 직원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사 혹은 유명MBA 등) 그런면에서 일본전산은 정말 일본전산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인재를 채용한다. 이들은 소위 3류이다. 하지만 일본전산은 회사에 애정을 가진 인재들을 뽑아 3류 인재로 1류 회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자네는 전혀 걱정할 게 없어, 원래 처음부터 회사가 자네를 채용할 때 '밥을 빨리 먹어서' 선택한 것이지 영어가 유창하다고 뽑은 것은 아니지 않나? 제발 자네가 대단한 인물인 양 큰 부담을 갖지 말게. 회사도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아. 그러니 실컷 한번 해보면 되네. 지금까지 해온 대로 그냥 속된 말로 '빡세게' 대들어 하면 모두 다 간단한 문제들임에 틀림없어"

나가모리 사장은 겁을 먹고 주춤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어차피 실수 없이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뭐가 모자라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고 느끼게 된다. 그것을 깨닫게 되면, 그 때 다시 준비하고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결국엔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125쪽)

 

아마도 책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점은 일반인들이 읽는 것과 다를 수 있다. 내가 잘났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회사생활과 가정 그리고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함께 봐야 하는데 이 책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너는 왜 이렇게 못해?'라고 강요하는데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강요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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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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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주제로 독서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바로 김열규의 한국인의 죽음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도서관에 죽음에 관한 서가에서 가장 먼저 손에 든 책이기도 하다.

 

삶은 곧 죽음을 품고 있듯이 죽음은 삶과 더불어 존재한다. 개인의 삶, 공동체의 삶 그리고 역사는 항상 죽음과 함께 한다. 그래서 문화마다 죽음을 인식하고, 대하는 고유한 것이 있고, 죽음을 맞이하는 절차(예)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죽음 문화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아니, 죽음 문화 자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문화를 잃어버렸다. 그 배경에는 박정희 시절 가정의례준칙이라는 미명아래 과거 문화를 단절시켜 버린 것이 크게 작용한다. 거기에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사회가 우리의 죽음 문화의 뿌리를 잘라내 버렸다. 죽음에 대한 공동체가 간직해 온 역사와의 단절외에 죽음보다는 돈이 먼저라 집값이 떨어질까 공원묘지, 화장장의 혐오하는 문화는 죽음을 천박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죽음은 곧 삶과 강력하게 결부되어 있는데, 죽음에 대한 이런 우리의 태도는 결국 삶(사람)을 천박하게 여기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저자는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문화와 사상, 그리고 현재를 돌아보고 있다.

한국인은 죽음을 두려워했다. 귀신이 비록 사람을 해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귀신을 두려워했다. 망자의 몸을 강하게 결박한 것은 바로 죽음의 세계에서 삶의 세계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처녀시신은 밤에 몰래 네거리 밑에 엎어서 암매장을 하였다. 아기무덤은 옹기속에 구겨넣고 매장한 뒤 큰 바위로 눌러 버렸다. 죽음과 삶이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듯 죽음을 두려워하였다.

이런 두려움은 죽음과 관련한 언어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는 죽음을 '숨을 거두다', '영면하다', '타계하다', '신의 부름을 받다' 등 수 많은 말로 완곡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에서 '죽는다'는 표현은 과잉 사용된다. '소리가 죽는다' 는 표현에서 부터 '배고파 죽겠다','이뻐 죽겠다' 과장법으로 사용된다. 이는 "사람의 목숨에 관련된 죽음의 낱말이 극단적으로 기피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데 대한 역설적인 사례들"(71쪽)이라고 지적한다.

 

죽음은 개인 뿐 아니라 한 공동체에게도 가장 큰 일 중에 하나였다. 죽음 및 장례는 한 공동체의 위기와 그 관리를 위한 계기라는 점"(168쪽)이다. 따라서 죽음과 장례에 어느 문화나 일종의 상례문화가 있고 의례(퍼포먼스)를 갖추게 된다. 장례 절차는 보잡한 양식을 띄고 있는데 결별의 양식이면서도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양식이기도 하다. 특히 '곡'이라는 이름의 소리 퍼포먼스는 문화적으로 허용된 울음이다. 이 울음은 누군가를 잃었다는 슬픔의 역할에 더해 울음을 통해 가족간에 얽힌 갈등이나 느슨해진 유대감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웃과의 울음나눔을 통해 이웃간의 해묵은 감정 또한 털어낼 기회가 된다. 다시말해  가족관의 질서가 회복되고, 친지, 이웃관의 관계도 손질하게 된다. 옛 사회에서 계, 향도, 품앗이의 큰 일 중의 하나가 상례였다. 상례가 공동체 내의 큰 일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죽음의 공동체화가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 한국사회에서의 죽음은 전통과의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가정의례간소화라는 박정희 정권시절의 악법은 전통과 현대의 단절을 강요하였고, 종교간의 차이에 의해 한국에서의 죽음은 많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크레인에 매달아 이삿짐처럼 관을 내리고, 서구식 장의차의 행렬엔 엄숙함이나 경건함 없이 과속을 하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한 장의행렬에 대한 일반인 역시 무관심으로 지나친다. "이 같은 변화는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한국인 우리들의 죽음이 전체적으로 경박해지고 세속화되고 심지어 물질화의 도가 지나친 나머지, 비속화되어버렸노라"(191쪽)

 

물론 이런 죽음이 갑작스럽게 대두된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과 민주화항쟁속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 건물, 다리의 붕괴와 대형사고로 인한 죽음, 각종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까지 한국사회는 삶을 천박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곧 죽음의 천박화로 다가왔다. 이제 한국사회는 또 다른 죽음의 숙제와 마주하고 있다. 뇌사. 이를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삶과 죽음사이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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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죽음과의 만남
정진홍 지음 / 궁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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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죽음과 관련된 책을 들쳐 보았다. 철학적인 차원에서 죽음을 접근한 책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 종교학자 정진홍의 책은 죽음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듯 하여 손에 들었다. 그러나 읽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여러 모습을 묘사합니다.  ... 그것은 완전한 서술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 속에 인간이란 '태어난다'는 사실, 그리고 마침내 '죽는다'는 사실마저 지적해야 비로소 그 삶의 묘사는 완벽해집니다. "(18쪽)

 

종교학자 정진홍의 죽음에 대한 강의를 엮은 이 책은 이렇게 죽음은 곧 삶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부가시키며 시작한다. "이렇듯 죽은 삶 '밖'에 있는 거이 아니라 삶 '속'에 있는 삶의 현실입니다." 곧 삶이 죽음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교과서적인 죽음에 대한 해답이다. 죽음은 죽음과의 거리 즉, 나와 가까운 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남의 죽음일 경우 죽음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죽음 조차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이 때 제기되는 죽음에 대한 물음은 인간의 느낌만이 제기하는 물음도 아니고, 지성만이 묻는 분석적인 물음도 아니며, 삶에 대한 희구가 절규하는 의지적인 물음만도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이른바 全人的인 물음입니다. 죽음이 너무 직접적이고 절박하게 나 자신과 부닥치고 있기 때문입니다."(32쪽) 즉, 나와 결부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죽음에 대한 질문은 머리속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절박함이 모두 섞인 죽음과의 만남이다.

 

그렇기에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많은 슬픔을 안긴다. "없어지고 사라지는 것은 죽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죽은 사람은 죽어 없어지지만, 산 사람은 그 죽음과 더불어 그와 더불어 지녔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여전히 살아야 합니다."(91쪽)

 

이런 슬픔으로 인해 망자와의 만남을 기획한다. 바로 제사 혹은 추모 의식이다. 이 때 음식이 빠질 수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망자를 만나기 위해 음식을 마련하는 일은, 실은 보고 싶음과 이야기하고 싶음과 회한을 한꺼법에 쏟아 빚는 통곡하는 몸짓입니다."(193쪽) 이렇게 공동체적인 삶은 죽은이의 삶과 함께 한다.

 

삶은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 죽음은 삶의 완결이다. 그래서 비천한 삶을 산 사람의 죽음은 비천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바로 죽음을 맞는 윤리가 있다. 삶을 감사하게 의미있게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을 감사하게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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