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삶이 많이 변했는데 그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퇴근후 가사(육아)를 분담해야 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진작에 끝냈어야 할 지진읽기가 아직도 지지부진하면서 다른 책 읽기에도 시간을 못 들이고 있다. 이런 저런 개인사 때문인지 5월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책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읽을 책들 투성이다.) 

참 아쉬운 책들이 있다. 필요할 때 없었다가 나중에 출간된 책들이다. 2011년 4월에 출간된 책 중에 <라틴현대미술 저항이 그렇다>는 몇 해전 라틴아메리카 미술전을 위해 준비할 당시 없었던 책이었다. 또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께>는 런던을 다녀오고 나서 출간되었고,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 역시 파리를 다녀올 때 없었던 책이었다. 그러던 차에 아름다운 유럽의 서점을 다루는 책이 소개되었다. 유럽 혹은 미국 여행시 가끔 서점에 들어가 본다. 우연찮게 마주친 중고서점에도 들어가본 기억이 있는데 어쨌거나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유럽의 명문서점〉
라이너 모리츠 지음·박명화 옮김/프로네시스·1만8000원  

"

책이 소개하는 명문 서점들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서점이 들어선 공간이 독특한 점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화려한 쇼핑가의 한가운데 있는 서점, 퇴근길 전차철로 고가 아래에 자리잡은 서점, 교회 건물을 서점으로 바꾼 서점 등등이 이어진다.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서점들은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도, 오래 묵은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고서점에선 책에서만 만나온 옛 명사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미술사에 등장하는 천장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점도 있다. 라이너 모리츠의 말마따나 이 책에서 ‘노스탤지어’만 확인하게 되는 건 아니다. 고객 전용 서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에코백 유행을 불러일으킨 서점도 있다. 이런 명문 서점들의 흥미진진한 면모는 텍스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두명이 찍은 사진들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유럽 여행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책 뒤편에는 스무곳의 주소와 연락처 등 외에 이밖에 더 가볼 만한 서점들을 소개해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8985.html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현재 돈이 행복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돈이 행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음껏 소비할 때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행복에 대해 고민할 만한 책이 하나 소개되었다.


〈행복의 함정〉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정은아 옮김/북하이브·1만5000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벤담의 이상은 고결하다. 하지만 중심개념인 ‘행복’의 본질과 그 조건이 다소 모호한 까닭에 종교적 도덕성,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대체되어 왔다. 급기야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인간의 운명을 맡기면서 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배, 일본은 6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설문에 ‘매우 행복하다’는 응답은 늘지 않았다. 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는 소득과 행복지수의 관계가 개발도상국처럼 정비례하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일견 허무맹랑해 보이는 벤담의 꿈을 복권해야 하며 그럴 때가 되었다는 게 레이어드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뇌과학, 심리학의 증거를 원용하여 행복을 구체적이며 측정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지금은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설파한다.

......
지은이가 들려주는 끔찍한 우화는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품고 있다. 

두 소년이 숲에서 놀고 있을 때 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를 본 한 소년이 재빨리 운동화를 찾아 신었다. 다른 소년이 말했다. “뭐하러 그래? 어차피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없잖아.” 그러자 앞의 소년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보다는 빨리 달릴걸.” 두 명 중 한 명은 잡아먹힐 것이며 문제는 누가 잡아먹힐 거냐다. 즉 사람들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 또는 재화는 제한돼 있으며 가장 적합한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제로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빗대고 있다. 하지만 삶의 더 많은 부분은 제로섬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행복의 총합계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른바 포지티브 게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돌려야 한다.
지은이는 최대 다수의 행복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소득의 증가와 감소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소득의 증가와 감소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행복 기여분이 낮은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옮기면 전체 사회의 행복 총량은 커진다는 논리다. 생산의욕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 한도까지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 지은이는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된 시장의 힘을 현명한 세금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작은 손실이 확실할 경우 그것을 피하고자 더 큰 손실을 마다지 않는 어리석은 정부다.

1965년 조지 볼 미국 부국무장관은 린든 존슨 대통령한테 베트남 전쟁을 계속한다면 5만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존슨은 재임 때의 오명을 피하기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전쟁을 계속하는 위험성을 선택했다.

대기업 사장 출신 대통령과 시장경제 옹호론자들이 판치는 한국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9068.html 


<모든 것의 가격>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1만4000원  

"16세기 종교개혁의 원인은 무엇인가? 다음 중에서 골라보시오.

① 교회의 부패와 타락. ② 북유럽을 초토화한 몇 차례 전쟁에서 지는 쪽의 대의명분을 지지했기 때문. ③ 신자들이 헌금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했기 때문.

저널리스트 출신의 에두아르도 포터의 답은 ③이다. 해설이 걸작이다.

가톨릭교회는 구원과 지옥에다 연옥을 보태 면죄부 값을 세분화했다. 또 죄의 고백을 사제 앞에서 비공개로 하게 함으로써 고해자의 지불능력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했다. 돈을 내면 친척을 연옥에서 빼낼 수도 있었다. 부유한 귀족들에게는 특별헌금을 받고 근친결혼도 허용했다. 

   이처럼 돈을 거두기 위해 다양한 가격표를 선보이다 보니 신자들에게 가톨릭은 너무 비싼 반면 그 대가로 돌아오는 서비스가 적은 존재가 되었다. 그 틈새로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등장해 좀 더 좋은 가격에 신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뉴욕 타임스> 경제 전문기자를 지낸 언론인 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은 통상적인 상품, 서비스, 노동뿐 아니라 생명, 신앙, 행복, 문화, 미래, 심지어 공짜에까지 가격을 매기고 왜 그런지를 이야기한다. 또 그 가격이 어떻게 상품을 사게 하며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고, 가격이 통제력을 벗어났을 때 어떻게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지를 보여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929.html 

           

월스트리트 몰락을 예견한 블랙스완의 저자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먼저 블랙스완에 대한 설명이다. " 좋은 주인 만난 칠면조가 있다. 1000일 동안 계속 먹을 것을 준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인 1001일째, 칠면조는 잡아먹히고 만다. 주인이 날 사랑한다고 생각해온 칠면조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인 셈이다.
레바논 출신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매니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7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이런 칠면조 신세가 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칠면조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그는 ‘검은 백조’라고 불렀다. 서구인들은 수천년 동안 백조는 모두 하얗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신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깨지고 말았다. 이처럼 경험에 의존하면 존재 가능성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이 바로 ‘검은 백조’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상되는 것이 지배하는 ‘평범의 왕국’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것들이 지배하는 ‘극단의 왕국’이 되면서 검은 백조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 <블랙 스완>을 썼다. 

탈레브의 주장에 미국 주류 학자들과 언론은 냉소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가 <블랙 스완>을 낸 지 꼭 1년 만이었던, 2008년 9월16일 세계 증시는 9·11 테러 이래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전세계에서 6000억달러(우리 돈 600조원가량)의 주식이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사태를 예견한 탈레브가 운영하던 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기록했고, 그는 단숨에 월가의 현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랙 스완>은 경제번역서로는 드물게 3만5000부가 팔렸다."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김현구 옮김/동녘사이언스·1만4000원
  

"이 책은 <블랙 스완>을 낸 지 3년이 지는 시점에서 그가 지난해 한국에서 한 강연과 새로 쓴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그사이 그의 주장과 비판 강도는 더욱 세졌다. 신랄하게 주류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을 난도질하는 독설은 미국이라면 꺼뻑 죽는 우리나라 풍토를 생각하면 통쾌한 느낌을 준다. 독설은 시원하지만 오만함도 그 못지않게 강한 것도 사실이다. 강연과 에세이여서 내용이 간결하고 부담 없는 대신 책값은 책두께에 견줘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는 스스로를 “응급의사가 아니라 오류를 최소화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블랙 스완>은 경제학책이 아니라 지식의 허약성에 대한 체계적인 한계를 설정하려는 최대한의 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는 검은 백조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검은 백조를 모르는 무지한 시스템으로 인한 단순한 위기였으며, 진짜 검은 백조는 지금처럼 위기가 계속되다가 결국에는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빨리 검은 백조에 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폐지하고 우리를 이 지경에 빠뜨린 은행들에서 보너스를 환수하고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자신이 금융전문가이면서도 정부와 가정 모두 탈금융화해야 하며 부채를 줄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잘라 말한다.

특히 일반 시민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융 자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금이나 보험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미리부터 검은 백조에 대비해 개인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최선이란 이야기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867.html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거두라 할만한 김수행교수가 금융위기를 짚은 책을 내놓았다.

세계대공황 
김수행 지음·김현구 옮김/돌베개·1만2000원
  

"김 교수에 따르면 이미 세계는 20세기 이후 두번의 공황을 경험했다. 1930~1938년 대공황으로 2차세계대전이 터졌고, 1974~1982년 석유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두번째 공황으로 국가 개입과 복지국가 노선을 폐지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최근까지 세계를 지배해 왔고 결국 2008년 신자유주의의 ‘오래된 모순’이 3차 공황을 가져왔다.

김 교수는 이번 공황이 과거처럼 실물경제의 과잉생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의 이윤 극대화에 몰입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넘쳐나는 자본은 투기로 흘러들었고 노동자들마저 돈을 빌려 투기에 몰입했다. 금융기관은 비우량모기지증권 따위의 온갖 금융기법을 동원해 묻지마 대출을 벌였고 세계금융시장은 취약한 기반에 노출됐다. 결국 리먼 브러더스 같은 은행이 저소득층 대출자들의 원금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붕괴됐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온갖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현대 금융경제에서도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행 지음/돌베개·1만2000원.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909.html 

      

구제역 매몰 이후 제주산 생수를 사 먹고 있다. (삼다수 등) 20여년전인가 물을 사먹는 나라가 있다며 재밌어하던 기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가끔 생수 유통의 문제가 뉴스를 통해 나오곤 한다.  생수를 다룬 책이 소개되었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글렉 지음·환경운동연합 옮김/추수밭·1만3000원
 

"그는 이 책에서 생수가 기업의 환경마케팅의 산물이며 지구적인 물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골칫거리라고 고발한다.

미국에서는 1초마다 1000병의 생수가 소비되고 연간 300억병(11조원어치)의 생수가 소비된다. 그러나 이 생수가 수돗물보다 안전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맑은 샘물이 금속통에 모아진 다음 공장 라인을 통해 플라스틱병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긴 거리를 이동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한마디로 샘물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용기도 안전하지 않다. 대용량 생수통의 재질은 유해물질인 비스페놀이 나와 이미 아기용 젖병 등으로 사용금지된 폴리카보네이트를 쓰고 있다. 일부 생수는 살균을 위해 오존을 사용하는데 발암물질인 브론산염이 검출된다. 거기다 용기의 재활용률은 미국의 경우 10%를 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생수는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제품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생수의 대안으로 공공재인 수돗물을 마시자고 말한다. 정부나 세계 각국이 수돗물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고 그 노력을 개별기업에 맡길 경우 수돗물은 샤워나 청소용으로만 쓰이고 가진 자만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물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의 수돗물에 대한 무관심을 생수회사가 마케팅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6782.html  

    

"지금껏 국내 출판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평전 시리즈가 선보였다. 100명의 국내 역사 인물을 국내 연구자들이 제대로 조명하는 역사인물평전 시리즈다. 한겨레출판은 그 첫 성과물로 세 권 <이완용 평전>과 <안중근 평전> <최남선 평전>을 먼저 출간했다.

이 방대한 평전 시리즈는 출판사와, 인문학 대중화 작업을 펼쳐온 부산대 점필재연구소가 함께 준비한 대형 기획물이다. 정출헌(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점필재연구소 소장은 발간사에서 평전 작업의 필요성과 의미를 한마디로 “평전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앞서 살아간 옛사람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마음과 시대를 헤아려보는 여정”이라고 정리했다.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는 사실 그 총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또한 특정 관점의 역사 담론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그 관점으로만 재단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를 만날 수 있는 평전은 일반 대중들이 역사와 시대를 만나기에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 된다. 자기의 삶을 일방적으로 펼쳐낼 수밖에 없는 자서전과 달리 평전은 제3자인 지은이가 당대가 아닌 후대에 평가하는 것이어서 자서전보다 역사적 객관성이 앞서는 것도 장점이자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전은 가장 펴내기 어려운 책으로 꼽힌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자료가 충실히 갖춰져야 하고, 평전을 쓰는 필자로서는 다른 책보다 훨씬 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집필이 가능하고, 집필 과정에서도 역사적 사실과 필자가 살아가는 지금의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평전은 출판계에서는 대표적인 ‘선진 출판 장르’로 꼽힌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 연구 성과가 새롭게 축적될 때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주목할 부분도 바뀌기 때문에 출판 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주요 역사인물의 경우 꾸준히 다른 판의 평전들이 출간된다.  

.... 

        
<이완용 평전>
김윤희 지음/한겨레출판ㆍ1만6000원
<안중근 평전>
황재문 지음/한겨레출판ㆍ1만8000원
<최남선 평전>
류시현 지음/한겨레출판ㆍ1만5000원
 
 


1차분 세 권 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이완용 평전>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지만 정작 이완용의 친일 행적과 그 과정을 역사학자가 정리한 대중서는 그동안 없었다.

<최남선 평전> 역시 1960년대 최남선 평전이 나온 뒤 현재 시중에선 이 인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서가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반가운 책이다. 최남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류시현씨가 민족주의자에서 친일파로 변절한 최남선 인생 전반에 걸쳐 최대한 풍성한 자료를 정확하게 보여주며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반면 <안중근 평전>은 안중근에 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 대신 이견도 많았는데, 이런 이견들을 충실한 자료 분석을 통해 종합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 책들이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를 강조하다보니 확인되지 않고 유포된 통념들이 정설처럼 다뤄진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짚은 점도 눈에 띈다.

가령 청년시절 안중근은 의병을 일으켜 동학군과 맞서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를 거꾸로 동학군과 한편이 되어 싸운 것으로 적은 책들도 많았다. 또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총알 앞부분에 열십자 모양을 그렸던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저격당하는 이토에게 더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 위해서란 해석과,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이란 의견이 주로 나오는데 지은이는 천주교 신자설이 더 유력하다고 봤다.

출판사 쪽은 이 세 평전에 이어 앞으로 조선 시대 인물로는 조광조 윤선도 유자광 김종직 남효온 등, 근대 인물로는 신채호 고종 명성황후 정인보 김옥균, 여성 인물로는 지소태후 황진이 최송설당 등의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0160.htm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ERRA 테라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 - 인류의 역사를 바꾼 4대 재난의 기록
리처드 험블린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테라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이라는 이름의 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4대 재난>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광포한 지구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소재는 다음과 같다.


 - 1755년 리스본 대지진

 - 1783년 유럽기상이변

 -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 1946년 하와이 힐로 쓰나미

 

지은이가 이 네가지 주제를 선택한 것은 '지구와 대기사이의 상호연관과 과정에 대한 많은 실마리를 제공했고, 각 사건이 과학적 이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선별되었다.' 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은 지진을 이야기할 때 많이 거론되는 사건이다. 본격적으로 지진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지진학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리스본은 가장 종교적인 도시였기 때문에 자연재해를 신의 심판으로 보던 신중심의 세계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또한 리스본 대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유럽 각국의 원조가 있었다. 물론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당시 협력관계였던 영국의 원조가 컸고, 반대로 프랑스의 경우는 원조를 하지 않았지만 국제 원조의 시초가 된 사건이다. 이 뿐만 아니라 카르발류(폼발 후작)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지진피해 파악과 재건은 재난관리의 기틀을 닦았다.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가 대두되긴 하였지만 종교재판(개신교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한)등 종교의 힘이 여전히 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때에 리스본 대지진은 본격적으로 신중심 사회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1783년 유럽은 이상했다. 몇달씩 운무(짙은 안개)가 유럽전역을 뒤덮었고, 잦은 폭풍우와 낙뢰에 의한 피해가 지속되었다. 이 사건은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가 지속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대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철학자 및 과학자들이 이런 현상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신학적인 설명이 아닌 과학적인 설명을 시도하게 된다. 아직 언론이 제 모습을 갖추기 전이었지만 언론들은 대기 불안정 현상에 대해 특집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역할이 점차 커지게 된다.

이 때 유럽에 거주했던 벤자민 플랭클린은 피뢰침을 발명하게 된다. 파리의 한 집에서 피뢰침을 설치하려고 하자 종교적인 이유로 이웃들에게 고소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후에 공포정치로 유명한 로베르피에르가 이 사건의 변호를 맞게 된다. 기상이변을 더 이상 신의 섭리로 보지 않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 있는 크라카타우 화산폭발은 역사상 최고의 폭발 화산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동인도회사 등 주변에 많은 상선들이 정박되어 있어 많은 이들이 이 화산폭발을 경험했다. 자바와 수마트라 섬에는 수십미터의 쓰나미가 닥쳤다.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은 최초로 세계적으로 연구된 화산폭발이다. 당시 발명된 전신기술의 발달로 화산에 대한 소식이 즉각 전세계로 타전되었고,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화산폭발의 심각성과 화산폭발로 인한 기상효과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946년 하와이 힐로 쓰나미는 태평양에 쓰나미 경보시스템이 만들어지게 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힐로 섬에 쓰나미가 닥쳐 섬을 쑥대밭으로 만들 당시 미국의 비키니섬 원폭실험이 계획되어 있어 많은 과학자들이 하와이에 머물러 있었다. 해양학자들은 즉각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를 토대로 쓰나미 경보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재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과학적인 대응책을 낸다. 그러나 여전히 자연재해의 힘은 과학을 무력화 시키곤 하고, 인간이 항상 재해관리에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질학자들이 일본 동해에서 지진이 날 것을 예측했다. 그리고 그것은 올해 일본 동북부지역 지진해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예측했다고 해서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앞으로 30년 이내에 지진이 날 확률~'이라는 식의 예측은 실제적인 경고가 되지 못한다. 문제는 이런 예측 후에 예측지점이 아닌 간사이 지역 고베에서 1990년대 초반 지진이 발생해 버려 과학자들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하와이 경보시스템의 경우는 1946년 쓰나미 이후 효과적인 경보체계로 자리잡았지만 경보가 내려졌다고 항상 쓰나미가 닥친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의 경보에도 쓰나미가 오지 않자 사람들은 경보체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칠레 지진에 의해 힐로 지역은 다시 쓰나미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재난관리가 오히려 퇴보되는 모습도 보인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미국 남서부지역이 초토화되었지만 재해복구에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완전 복구가 되지 않았다. 재난관리를 시작하는데도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 190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 지진 때는 지진 발생 하루만에 연방정부에 의한 복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카트리나 피해에 있어서는 100년 전 보다 못한 대비책을 보였다.

동남아시아 쓰나미의 경우 몇 몇 학자들에 의해 쓰나미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전달할만한 네트워크가 동남아시아에 없었다. 한쪽에서는 쓰나미가 발생해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해당지역은 정보가 전혀 없었다. 여기에는 이런 경보체계에 대한 비용도 관련이 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런 경보체계에 대한 예산을 아까워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경제상황도 역할을 했을 테지만,

 

때로는 과학보다 경험이 앞서기도 한다. 쓰나미에 대해 원주민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일본의 격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바다가 갑자기 사라지면(멀어지면) 최대한 바다에서 멀리 도망가라는 옛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할로 쓰나미 당시 공사중이던 인부(원주민)들은 바다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경고했지만 문명인들(? 백인들)은 재미있는 광경이라며 오히려 바다를 보려고 했다.

개발관련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이 있다. 동남아시아 쓰나미에 있어서도 방글라데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개발이 덜 되었기 때문에 맹그로브 숲과 산호숲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이는 쓰나미의 완충작용을 했다. 개발의 한가운데 있던 휴양지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인간은 자연재해를 통해 발전 해 왔지만 그것이 항상 발전만은 아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의 개발은 인간을 더 위험한 환경에 내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점 더 지질학적으로 위험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다. 광포한 지구와 인간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포르투갈의 리스본은 지리상 발견의 시대의 대표적인 도시였다. 스페인과 더불어 15,16세기 활발한 해외 탐험을 통해 교역로를 확보하고 신대륙의 많은 나라를 정복했다. 신대륙(브라질)에서 발견된 금광은 리스본을 17세기 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리스본은 또한 가장 강력한 카톨릭 국가의 하나였다. 막대한 부로 로마 교황청의 최대 후원자였으며 유럽내 가장 독실한 카톨릭국가였다. 이는 제2차 십자군 원정당시 이슬람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 리스본의 종교재판소는 많은 이들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화형에 처했던 곳이기도 하다.
 

1755년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축일이라 불리던 만성절이었다. 리스본의 모든 이들이 미사를 보려던 시점 땅은 크게 요동쳤다. 저 멀리 스코틀랜드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큰 지진은 90분 후 세차례의 큰 해일로 리스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처음 지진이 나고 사람들은 지진에서 안전해 보인 해안가로 몰려들었는데 이후 닥친 해일을 피할 수 없었다. 리스본의 모든 것들은 무너졌고 왕조차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직자들은 리스본의 타락을 이야기했고 신의 징벌이라 외치며 회개를 강요했다. 무너져 버린 왕궁탓에 천막으로 된 임시처소에 머문 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도를 옮겨야 된다는 이 부터 회개를 이야기하는 성직자들 틈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한 카르발류라는 대신이 왕을 알현했다 그는 왕에게 " 죽은자를 묻고 산자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유일하게 현실적인 대답을 한 사람이었다. 카르발류는 곧 왕의 전권을 뒤에 엎고 지진 현장에 나타난다.

 

그는 곧 병력을 동원하고 피난한 건장한 남자들을 소집해 시신을 수습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는 전염병의 창궐을 막게 된 것이다. 이 후 무너진 리스본 재건에 나선다. 평민출신에서 리스본 도시 건설 최고 책임자가 된 마이아의 제안으로 수직으로 반듯한 도로, 대칭적인 건물, 거대한 광장으로 리스본을 재설계했다. 4층 높이의 건물과 넓은 도로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둔 리스본 재건계획은 곧 귀족과 성직자들의 반발을 산다. 집으로 평민들과 차별을 두어야만 했던 귀족들은 건축의 통일성속에 전복적인 평등사상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런 여러 이유로 리스본 재건계획은 더디어 갔지만 계몽주의를 실현하고자 한 카르발류의 독재덕에 리스본은 새로운 세계를 맞게 된다.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리스본의 아름다운 도시미학은 바로 이때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카르발류는 곧 지진의 피해를 조사하게 되는데 지금의 시각으로야 아주 단순한 질문이지만 지진이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지진의 피해는 어떤지, 그리고 지진에 의해 어떤 구축물들이 피해를 입었는지와 인명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종교적인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리스본의 재건 과정까지 살펴봤을 때 카르발류는 근대 재난관리의 장을 열었다.

 

사실 이 리스본 대지진은 단순히 지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유럽의 지성들에게도 큰 사건이었고, 유럽인들에게도 큰 일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도시가 지진에 의해 폐허가 된 것은 유럽에서는 처음 있는 일었다.  상식적이었던 유럽의 철학자들 눈에 신의 징벌이라는 소리는 말이 되지 않았다. 당시 리스본은 종교적인 도시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개신교와의 갈등이 있었긴 하였지만 철학자들이 보기에 신의 징벌이 될만한 도시들은 따로 있었다. 즉시 볼테르는 그이 낙관주의 철학을 버렸고 루소 또한 지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영국의 지질학자들은 지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리스본 대지진은 유럽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 당시 낙관적 계몽주의는 인간이 얼마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냐며 이성과 신학의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리스본 대지진으로 이런 낙관적 계몽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특히 성인의 축제일에 일어난 이러한 사건은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가져왔다. 바로 볼테르를 비롯한 철학자들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여전히 고집스러웠다. 개신교는 리스본 대지진을 카톨릭이 가지고 있던 무자비한 종교재판소와 종교적 차이에 의한 신의 징벌이라고 봤다는 점에서 카톨릭과 다름 없었다. 칼뱅파를 위시한 개신교와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이런 비판에 앞장섰는데 근본적으로 신의 징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런 종교적인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남아시아를 휩쓸었던 쓰나미에 이슬람은 그들이 코란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였고 비기독교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서 미국의 목사들은 신의 징벌임을 강조했다. 이번 일본 동북부지역의 지진에 대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목사들 또한 신의 징벌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1755년과 지금의 종교가 과연 어떤 점에서 다른지 궁금하다. 카톨릭과 개신교 모두 신의 징벌이라는 무지한 논리를 편 반면 영국성공회는 자연재해 보다 매일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오히려 더 놀랍다며 이런 광신도적인 접근에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접근을 보였다.

 

인간은 아직도 지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직 지진에 대한 완벽한 이론도 없다. 하지만 리스본 대지진 이후 더디지만 지진 연구의 괄목할 성장을 보였다. 단순히 지진에 대해서만 알아간 것은 아니다.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라는 인간에 대한 이성에 대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 뒤에 리스본 대지진을 통해 신중심주의와 결별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매티스 레비 외 / 기문당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1755년 11월 1일 리스본을 쑥더미로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지진이었다. 이 지진은 저 멀리 스코틀랜드에까지 충격이 있을정도였다. 특히 '성인의날(카톨릭종교의 날)'에 발생한 이 지진에 성직자들은 타락한 세상에 대한 신의 경고라 하였고, 많은 이들이 성직자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마르쿠에스데 폼발이라는 사람에 의해 건물들은 다시 수리되었고, 전염병이 돌기 전 죽은자들을 매장하도록 하였다. 신의 징벌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진은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강조한 그에 의해 리스본은 재건되었다. 그리고 이 때 부터 지진이 문서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진학의 시초가 되었다.


리스본 지진이 일어난 후 캠브리지대학의 지질학자에 의해 지진파가 제시되었고 이후 연구를 통해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던 P파와 S파가 발견되었다. 지진파의 발견은 지구내부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지진의 신비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진원이 어디인지 지진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지진에 위험한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이다

 

판구조론.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그리고 작은 필리핀판의 경계에 있어 지진 및 화산에 취약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인지적한계 때문에, 지구과학시간에 배웠음에도 불구하고,지구는 멈춰있는것으로 지각은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무식하게도 일본동북부 지역의 지진에 대해서 신의 징벌 운운하는 목사들이 있다. (우스운 점은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목사라 하는 자들이 불법, 헌금횡령, 돈선거 등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인데 신이 징벌하려고 했다면 과연 누구를 했을까.) 아직 지구에 대해서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일부분이다. 아직 지구 내부까지 관찰도 못했다. 그럼에도 여러 실험으로 지구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일단 지각은 핵과 맨틀위에 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지각에 대해서 대륙설, 대양설등이 있었는데 1950년대 태평양 및 대양에 해령(해저산맥)이 발견되면서 판구조론이 받아들여졌다. 판구조론으로 지진과 화산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판과 판이 마주하는 곳에서는 쉼없이 지각운동이 일어난다. 물론 인간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지만. 그 태평양판의 양쪽 끝에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가 존재한다. 지진에 의한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지진의 예측에 많은 연구를 쏟아붇고 있지만 지구는 쉽게 그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은 지진을 경험하면서 지진에 대비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진을 예측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지진과 건물의 진동주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지진시 건축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내진설계를 하게 된다. 콘크리트 기초구축물을 강화해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는 노력에 진동에 건물이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지하를 이용하거나 인위적인 가력기를 통해 지진시 건물에도 동일한 진동을 강제하는 방법 등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여러 면진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림. 미국의 경우 보통 1층을 차고로 사용하면서 약한 벽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지진 발생시 집이 그대로 주저앉게 되었는데 여기서 면진의 한 방법을 찾게 되었다. 1층이 찌그러지면서 2층 이상의 부분이 안정적인 형태로 그대로 주저 앉았는데 지하층에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건물의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이렇게 지구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진학의 탄생, 지진 그리고 면진 및 대처방안까지 지진에 집중된 이야기를 한다.  특히 다양한 도표와 그림이 사용되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L.A 지역의 지진의 위험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주변에는 3개의 단층과 숨겨진 1개의 단층이 있는데 1994년의 지진에 숨겨진 단층이 수평단층을 노출시켰는데 과거와는 다른 큰 지진피해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절판되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후기를 남기며 조회해보니 다시 판매가 되고 있다.)


또한 아쉬운 점 중에 하나는 1923년 관동대지진 설명 말미에 지진과 화재 후의 공포상황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불을 질렀다 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체포되었지만 질서가 회복되어 풀려났다고 한 부분이다. 실제로는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에 대한 대학살이 있었는데 단순히 일본측 자료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 - 지진과 해일은 예측이 가능한가 고정관념 Q 12
크리스토프 부아쟁 지음, 한정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지각은 항상 움직이고 있다. 지구상에는 하루에 수차례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거대한 지진 역시 며칠에 한번씩 발생하는데 지표면에서 멀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친다. 그러나 바로 얼마전 일본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발생은 해구형지진으로 대규모 쓰나미를 일으켰고 쓰나미에 의한 피해가 무엇보다 크다.


날씨도 예보를 하는데 지진은 왜 못할까? 여기에는 사실 결정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에도 큰 문제가 있지만 과학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오류를 감안한 예측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진학자들은 언제든 특정 오류를 범한 채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 주민들의 반응 역시 지진 자체보다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재난의 예고는 광범위한 불안을 유발하고 인간성 상실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학력이 높은 주민들은 군소리 없이 도시를 떠난다. 과학자들의 예측의 불확실성은 첫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날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주일 후에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마을로 다시 돌아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밖에서 기다릴 것인가? 결정은 훨씬 어렵다."(100쪽~101쪽)

 

이와 관련된 중요한 예가 있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쓰나미 경보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커다란 지진이 쓰나미 상습 발생 지역에서 일어났음이 확인된 후 하와이에 지진이 예고되었다. 경보가 발령되었고 주민들은 대피했다.
많은 지진이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이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특히 1957년 북태평양 알레우티엔트 섬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는 희생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 칠레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하와이의 소규모 항구 힐로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미리 통고를 받았다. 하지만 1958년과 1959년에도 해일 경보가 발령되었지만 해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지 않았던 것이다."(90쪽~91쪽)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문제는 사람들은 지구를 멈춰있는 것으로 느끼지만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있고, 그 정체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지구'는 고정관념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이다. 지진과 해일은 지구의 활동이라는 3부에서 설명되는데 지진, 화산, 해일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한다. 이외에 지구의 생성과 변화 등 지구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판구조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냥 쉽게 읽어나가기에 괜찮은 책이다. 문제는 조금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은 찾기가 힘들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