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경제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폐해들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한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의 경우 역시 이와 다르지 않고 있다. 집권 초 부터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폈지만 통계와는 달리 경제적으로 좋아진 것은 없다. 70년대식 수출위주 정책으로 환율을 방치해 대기업에는 막대한 이익을 던져주었지만 손해는 고물가로 전이되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 조차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4대강에 의해 가뜩이나 농산물 재배면적이 줄어든데다가 4대강 물난리로 인한 농산물값 급등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를 보면 경제에 대해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시기에 재미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경제운용을 잘 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보면 경제맹이 경제를 잘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듯 하다.

경제학의 배신-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제현주 옮김/북돋움·1만4800원
 
 
"안톤-바빈스키 증후군을 아는가? <경제학의 배신>은 시작부터 요상하다. 일명 ‘안톤의 실명’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뇌졸중이나 외상에 의한 두뇌손상 이후 생기는 시력상실을 말한다. 이 환자는 볼 수 없는데도 자신이 볼 수 있다고 확신하여 정상인의 눈에는 환각증세처럼 보인다.
이 책은 자유시장에 대한 환상을 ‘안톤의 실명’에 비유한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눈이 멀었는데도 볼 수 있는 척 이야기를 꾸며대는 환자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책에 따르면 우리를 이끄는 이는 눈먼 자요, 지팡이 끝을 잡은 우리 역시 눈먼 자들이다.

지은이 라즈 파텔은 옥스퍼드대학, 런던 정경대학을 거쳐 코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세계은행과 세계무역기구에서 일한 바 있는 경제학자다. 그는 책의 전반부를 온통 시장경제 비판에 할애한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그린스펀 의장, 그리고 그린스펀의 정신적 지주인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를 시작으로, 그들이 금과옥조로 삼은 ‘호모 에코노미쿠스’, ‘보이지 않는 손’ 등의 이론적 배경을 존 스튜어트 밀, 홉스, 존 로크, 애덤 스미스를 거슬러 올라가 비판한다.

요는 시장만능주의자의 정책은 힘 있는 자들, 특히 기업을 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곧 법인은 인간으로 치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는 거다. 거짓말, 가명 사용, 사기행위를 일삼고, 걸핏하면 폭행에다 소송을 벌인다. 또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 복지를 희생시키고 하청업체·노동자한테 줄 돈을 미루면서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인위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몬샌토, 맥도널드,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면서 파생하는 비용은 사회에 떠맡긴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법인의 간부들이 정부의 관료로 들어가 기업과 정부의 경계를 흐리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세계화를 빙자해 자원을 약탈하고 오염발생 산업을 수출하면서 오존층 파괴, 남획, 삼림 벌채, 기후변화 등 생태적 손실을 빈곤국에 전가하는 것이다.

책의 미덕은 미쳐 돌아가는 시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점이다. 새 공유지의 발견과 대항운동이 그것. 공유지란 노동계급을 강제창출한 인클로저 운동, 인간을 상품화한 식민지 개척 이전에 누구나 출입하여 그곳에서 나는 과실과 식량을 가져갈 수 있었던 공공의 땅을 말한다. 대항운동은 눈먼 기업과 정부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가질 권리를 되찾으라는 주문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4476.html 


20세기 초 우리는 장하준이라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를 얻었다.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역사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재벌과의 타협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경제학자는 관심만큼이나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장하준과는 다른식으로 세계화를 비판한 경제학자가 소개되었다.

자본주의 새판 짜기-세계화 역설과 민주적 대안
대니 로드릭 지음·고빛샘·구세희 옮김/21세기북스·1만5800원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비주류 경제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유시장과 세계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사람들이 보려 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과감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쏟아진 관심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때 장 교수와 함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경제학자가 있다. 대니 로드릭(사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다. 맹목적 세계화를 비판하는 시각은 장 교수와 비슷하지만, 세계화-국민국가 논의를 넘어 민주주의와의 상관관계나 제도적 접근 등 색다른 통찰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새판 짜기>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삼아 자본주의의 최근 역사와 구조를 폭넓게 풀이한 로드릭의 최신작이다.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로드릭은 “최근 금융위기는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1980년대부터 겪어온 여러 금융위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화 전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최근의 위기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맹목적인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를 비판하지만, 반대를 대안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세계화를 둘러싼 역설을 밝혀내는 데 주력한다.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로서, 로드릭은 세계 경제가 민주주의·국민국가·세계화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좇을 수 없는 정치적 ‘트릴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국민국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높은 법인세, 강력한 노동 관련 법규, 금융 규제 등에 대한 정치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을 뜻한다.” 톰 프리드먼의 주장대로, 세계화를 이루려면 국민국가를 지키기 위한 정책들을 ‘황금구속복’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반대로 국민국가를 지키고자 한다면 민주주의 아니면 세계화,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한편 로드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는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다. “몇몇 사람들에게 득이 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짐이 될 때 세계화는 ‘나쁜 말’이 된다”는 것. 또 하나는 “세계화는 국민국가에 보험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중심이 되어 국가의 혁신적 역량에 대한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복지국가 논의에 대해선 “초세계화 추구에 대한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 대한 의존은 다양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가져오는데, 그것들은 결국 사회보험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국가 규모가 작지만 세계 시장에 크게 개방했던 스웨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이 걸었던 길을, 지금 한국이 걷고 있다는 풀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2255.html 


간혹 식당이나 마트에서 와이프는 비싸다라는 말을 종종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동의를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동의 가치(인건비)에 대해 인색한 편이다. 재료비를 들먹이며 가격이 비싸니 싸니 하는데 그런 비교를 할 것은 명품이지 일반 음식이나 공산품은 아니다. 내가 공정무역주의자는 아니지만 품(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 가격을 소재로 한 책이 꾸준히 출간되었다.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이지만 그 내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출간되었다.

가격파괴의 저주

"지난해 한 대형 마트에서 통닭을 다른 업소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한마리 5000원에 ‘통큰 치킨’이란 이름으로 판매한 바 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반응에서부터 동네 치킨집 다 죽인다, 경쟁 촉진의 계기다 등 수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매장에는 긴 줄이 섰다. 소비자들이야 싸게 사면 좋지 않을까?
  
 
<가격 파괴의 저주>는 ‘통큰’ ‘1+1’ ‘착한’ 등의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값싼 물건들의 뒷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지은이 고든 레어드는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뉴멕시코는 물론 중국 광둥성 선전, 후난성 창사, 신장의 야르칸드(사처), 캐나다 툰드라 지대 등을 찾아가 현실을 살피고 대형 할인점 임원, 노숙자, 불법 이주노동자, 원주민 등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해 우리가 즐기는 값싼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것이 끼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무엇인지 추적했다. 460쪽에 이르는 책을 한마디로 줄이면? “당신들은 할인점한테 낚였다.”

지은이는 생산 없이 이익을 누리는 점에서 할인점을 도박장에 비유한다. 어떤 제품에도 할인점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가치는 없다. 그들의 가치는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매기는 데 있을 뿐이다. 그에 따라 제조업체는 유통업체가 제시하는 값으로 상품을 납품하든가 아니면 판돈을 가지고 꺼지든가 해야 한다. 체제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원가를 줄일 수밖에 없다. 만만한 게 인건비다. 노동자를 줄이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쓴다. 결국 노동자인 소비자들은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그들은 다시 할인점 고객이 된다. 낚여도 제대로 낚인 거다.

.....

가격 파괴를 위해 더욱 값싼 화석에너지를 추구하는 개발 바람은 단순히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 북부는 흙과 기름이 뒤섞인 타르 샌드가 매장되어 있어 현재 3% 정도 채굴된 상태인데, 울창했던 삼림대가 파괴됨은 물론 채굴이 끝난 곳은 50~70m 깊이의 시커먼 웅덩이로 변하고 있다. 또한 채굴 뒤 생긴 오폐수가 북극해로 흘러들어 2차 오염을 진행시키고 있고, 온난화 문제도 야기시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도 문제다. 대부분 공해 상을 오가는 컨테이너 운송선은 규제를 받지 않아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북미해안 지역을 배기가스 통제구역으로 지정해 해안선에서 400㎞ 이내에서는 2015년까지 황 배출량을 96% 줄이기 위해 깨끗한 연료를 써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컨테이너 한개당 18달러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값싼 물건에의 중독은 결국 ‘제 발등 찍기’다. 자기 세대와 다음 세대의 주머니에서 빼내온 돈으로 번영을 구가해온 할인경제 시대는 끝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3348.html 

     


리오 휴버먼의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휴버먼의 자본론
김영배 옮김/어바웃어북·1만6000원
"리오 휴버먼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책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1936) 마지막 장을 당대에 전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의 등장에 맞췄다. 그는 탐욕 때문에 결국 파멸하는 동인도 제도의 원숭이 이야기를 ‘자본가를 위한 교훈’으로 들려주면서 끝을 맺었다. 1950년에 출간된 이 책 <휴버먼의 자본론>은 대공황 이후 1930~40년대를 다뤘다. 시장경제의 맹주인 미국의 사회경제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해부한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어떤 대통령이 통치권을 장악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사회 사상가도 아니다. 우리는 부자들이다. 우리는 미국을 소유하고 있다. (…)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국을 끝까지 장악할 생각이다.” 미국 은행가 프레더릭 타운센드 마틴이 한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기회의 땅, 풍요로운 생활 수준, 민주주의 원리, 자유경쟁적 기업, 자유와 평등 같은 “당신들이 믿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신화와 달콤한 환상은 현실을 바로 보도록 눈뜨게 해주는 풍부한 논픽션 속에서 명쾌하게 무너진다. 때로는 미 의회 보고서와 대통령 연두교서를, 때로는 어느 시인의 시구를, 때로는 의회의 증언대에 선 노동자의 발언을 통해 불평등과 독점이 판치는 현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풍경이 생동감있고 흥미로운 필치로 드러난다. 오직 이윤을 위해 생산하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 미국에 만연한 궁핍과 공황 그리고 전쟁은 자본주의가 피할 수 없는 본질임을 역설하며 여전히 그리 달라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33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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