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소개된 책들 중 서평과 관련된 고명섭의 '즐거운 지식'과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 그리고 원자력의 문제를 다룬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별도로 다루었기에 이외의 책들을 정리해본다.  

  상상목공소 김진송지음

TV를 보다가 창의력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왠 목수가 나왔다. 순간, 창의력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항상 세대의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이 창의력이라는 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창의력을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창의적이지 못할 것인데 말이다. 그 때 보게 된 이가 바로 김진송이다. 물론 책에 관심이 많은 터라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라는 책 제목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못했다.  

이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제목하여 '상상목공소'  

"<상상목공소> 역시 글을 푸는 실마리로 볼 때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목하 그는 나무로 ‘만들기’를 하는 사람이다. 또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 두 직업의 공통점은 창작가라는 것. 없던 것을 ‘상상하여 만드는’, 창조하는 사람이란 것. <상상목공소>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지를 고집스럽게 바닥까지 파고들어 사유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려주는 머리글도, 맺는글도 없다. 지도도 없이 낯선 도시를 헤매듯, 독자는 이 낯선 책의 체계와 전모를 파악하려 바지런히 읽어야만 한다. 이는 지은이가 의도한 것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상상력이란 낯선 것에 대한 감정이입(공감)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그는 쓰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책처럼 ‘상투적인’ 서술의 체계를 세우지 않은 것은 이 글 자체가 (상상력을 제약하는) 상투성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들 역시 그랬으면 하는 그의 의도인 셈이다. 그의 사유를 따라가는 일이 처음엔 다소 요령부득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내리 읽다 보면 그가 힘겹게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응할 수 있다. 
 ..... 

다른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상상력이며 이는 곧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공감) 능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상상력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만이 아니다. 상상력은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와 타자를 보는 시각의 상투성을 넘어설 수 있으니,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타자를 느끼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고 놀라움을 느끼는 것은 감정이입이 일어나기 때문”이며 “감정이입은 자연이 지닌 상상력의 한 귀퉁이를 (인간이) 차지하는 방편”이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결국은 자연의 상상력에서 배우는 것이니, 상상력에 대한 그의 탐구는 과학(학문)지식 밑에 경험지식, 그 아래에 자연지식이라는 식으로 ‘서열화된 지식’이 우리의 상상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으로 나아간다. “인간은 자아를 통해 타자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이제 막 타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출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0026.html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간혹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무지하면서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지식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나 먹거리에서도 그렇다. 수많은 실험에서 그 허위가 들어났음에도 펩시와 코카콜라를 구분할 수 있다고 여전히 말하는 사람들, 스타벅스와 다른 커피맛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 그에 관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 김명철 옮김/김영사 1만4000원

"재밌는 실험에 참가해보자. 인터넷 누리집(invisiblegorilla.com/gorilla_experiment.html)에 방문해보면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뒤섞여서 서로 농구공을 주고받는 동영상이 나온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공을 주고받은 횟수를 세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동영상이 끝나자 이렇게 물어본다. “혹시 중간에 나타났던 고릴라는 보셨나요?” 정신없이 농구공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로 고릴라 탈을 쓴 여학생이 태연하게 걸어들어오더니, 화면 중앙에서 가슴을 두들기곤 다시 화면 밖으로 걸어나갔던 것. 와, 그걸 어떻게 못 볼 수가 있냐고?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또 우리가 얼마나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는 자기 착각 속에 빠져 있는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지은이인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1999년 이 ‘고릴라 실험’을 했고,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특정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실험심리학에서 ‘무주의 맹시’라 부른다.

그러나 지은이들이 더욱 흥미를 느낀 것은, ‘무주의 맹시’ 자체가 아니라 뒤늦게 무주의 맹시를 깨달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고릴라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고릴라를 못 봤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곧 ‘내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

지은이들은 인지 능력의 한계를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일상 속의 착각을,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했다. 고릴라 실험이나 운전중 통화와 관련된 착각은 ‘주의력 착각’이다. 같은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왜 엇갈릴까? 미리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갑작스레 변해버린 사물들을 눈치챌 수 있을까? 이는 기억력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기억력 착각’의 사례들이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그릇된 결정을 내리곤 하는, ‘자신감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하다. 실력이 낮으면 자신감이 높고 실력이 늘어갈수록 자신감은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고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7.html 

대한민국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책들도 출간이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등록금문제인데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별도로 정리했고 검찰과 룸살롱을 다룬 책이 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서보학 오창익 하태훈 지음/삼인 1만3000원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가장 강력한 권한을 한국 검찰은 독점하고 있다.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도 막강한데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법률이 정하지 않은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것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일정한 ‘정치적 독립성’ 노력을 보이던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급속하게 ‘권력의 손발’로 되돌아갔다. 그 위세는 커졌지만, 국민은 검찰을 믿지 못한다. 검찰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스폰서 검사”에서 “그랜저 검사”, “정치검찰”, “최대 암적 존재”까지.
.... 

정부조직법상 행정부(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한 조직이 어찌하여 ‘검찰공화국’임을 실감케 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나.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앞서의 유례없는 독점 권한들이 주어진 데 있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이 독점 권한은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권력은 나눠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검찰권은 통제되고 감시돼야 한다. 기소권은 검찰이, 수사권은 경찰에 줘야 한다. 이는 영미법계 국가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영미법 국가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아예 분리시켰다. 독점 부작용 방지다. 프랑스는 기소권의 일부를 판사가 갖고 있다. 독일은 기소편의주의 남용을 막기 위해 기소 법정주의를 하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권도 재고돼야 한다. 재정신청은 고발사건까지 전면 확대해야 한다.

검찰이 사실상 한 개 중앙부처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데는 현행 법률상 독점 권한들 외에도 청와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 비대해진 검찰의 자체 조직 논리가 숨겨져 있다. 검찰은 모두 한몸이라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행정은 총장 1인에 집중돼 있다. 그 1인이 수장으로 있는 대검찰청을 정점으로 강력히 중앙집권화돼 있다. 검사동일체 논리는, 각각의 검사가 하나의 독립적 관청이어야 한다는 법집행기관의 기본 취지를 파괴하고 개별 검사의 소신 수사를 가로막는다.

이뿐이 아니다. 외청을 지휘해야 할 법무부 자체가 검찰조직에 장악돼 있다. “법무부 외청의 공무원인 검사 또는 검사 출신들이 장관?차관?실장과 국장 등 법무부 주요 보직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각 부서 과장?실무 책임자도 대부분 현직 검사들이다. …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에 의한 법무부 장악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하급기관 종사자들이 상위기관을 거꾸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8.html  

강준만의 작업은 항상 놀랍다. 누군가 놓쳤지만 한국사회의 중요한 소재를 찾아내는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책은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속살인 룸살롱이다. 강준만교수가 이제 안식년을 맞아 교환교수로 잠시 한국을 떠났다. 새로운 작업이 기대된다.

<룸살롱 공화국>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1만2000원.

  
"2002년 검찰 수사로 도마에 오른 연예기획사의 방송 관계자 룸살롱 접대는 지난해 장자연씨가 죽음으로써 드러낸 ‘연예인 성접대’의 빙산의 일각이었다. 20여년간 검사들의 ‘스폰서’였다고 폭로한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도 1999년 대전지역 변호사의 판검사 접대향응 사건, 2004년 춘천지법 판사들의 ‘룸살롱 접대’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한다. 강준만 교수는 <룸살롱 공화국>에서 해방정국의 요정에서 시작해 룸살롱으로 장소를 바꿔 지속돼 온 ‘밀실접대’의 역사를 오롯이 기록한다. 한국의 온갖 권력이 룸살롱에 반복적으로 드나드는 이유는 뭘까. 그는 그 답을 ‘칸막이’에서 찾는다. “룸살롱의 물리적 본질은 칸막이가 아닌가. 칸막이는 패거리 만들기의 필수요소이며, 패거리주의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이다.” 책장을 덮으면 칸막이 안에서 ‘유사친분’을 쌓으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라는 과제가 떠오른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8829.html 

이 책은 자칫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사회변혁을 꿈꾸는 듯 하지만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니. 골수 좌파들의 눈에는 진보의 모양을 한 자본주의의 하수인일 뿐이라 치부할 테지만 골수 좌파들이야 말로 세상을 바꿀 의지가 없는 사람들 아닌가. MB 세상과 같은 세상이 와야만 자신들이 빛나니까. 대중은 안중에도 없는. 이책에 대한 소개를 읽다가 조지 레이코프가 생각났다.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는 프레임을 이야기 하면서 진보의 과제를 보여준 조지 레이코프의 생각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제이슨 델 간디오 지음 김상우 옮김/동녘 1만5000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의 유별나면서도 매력적인 지점은, 단순히 수사의 중요성을 외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디오는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더불어 구체적인 수사 전략까지 제시한다. 한마디로 활동가들을 위한 수사 지침서이자 실용서인 셈이다. 책의 부제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이며 원제가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수사학’인 것도 그래서다.

......
그가 강조하는 혁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사는 글쓰기와 말하기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두 가지 수단. 활동가의 글쓰기와 말하기의 전략은 치밀해야 한다. 메시지는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독자나 청중은 어떤 이들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제안은 매우 구체적이다. 가령 글쓰기와 말하기는 완전히 다르게 준비해야 하는데, 글은 첫문장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말은 숫자나 전문용어를 배제한 채 몸짓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


각론으로 들어가면 언어 선택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이를 테면 ‘짭새’와 ‘경찰’, ‘미등록 노동자’와 ‘불법 이주민’ 중 어떤 단어 선택이 더욱 효과적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권력을 위해 조작된 언어의 본래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역시 활동가의 몫이다. “언어를 바꾸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믿음, 가치, 태도, 행동이 바뀐다. 이렇게 모든 것이 바뀌면 사회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말의 언어를 넘어 몸의 언어도 지은이는 강조한다. 수사와 마찬가지로 몸의 맵시 역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여기서 수많은 활동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다. 혁명가는 외모를 가꾸고 몸에 치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말하기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의 분위기와 연설가의 외적 효과에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는다. 말하는 사람의 겉모습이 낳는 수사적 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속 가능, 윤리적 소비 등을 연상시켜야 할 채식주의자가 뚱뚱하고 기름진 얼굴로 나타난다면 그의 올곧은 주장의 효과도 반감될 공산이 크다. 하다 못해 메시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플래시몹 같은 거리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것도 효과적인 수사라고 간디오는 강조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19.html   

       

이 책은 2월에 소개된 책이지만 소설가 장정일의 독서후기로 한겨레신문에 소개되었다. <녹색성장의 유혹>이라는 책에서도 의료산업이 어떻게 포장되고 과장되고 있는지 지적했는데 연관되어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에단 와터스 지음 · 김한영 옮김/아카이브 1만8000원

"2004년 인도양 연안 국가를 휩쓴 쓰나미가 25만명의 사망자를 낸 직후,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겠다고 미국인 심리치료사들이 스리랑카로 몰려 왔다. 이 치료는 외상에 붕대를 감듯이 심리적 외상을 받은 사람에게도 즉각 ‘심리적 붕대’를 감아 주어야 한다는 이론에 근거하지만, 이 치료 기법이 모든 문화권에 적용될 수 있을까? 미국인 치료사들은 생존자를 상대로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할 것’과 ‘기억회상하기’ 등을 주문했고, 똑같은 기법으로 현지인 상담사를 훈련시켰다. 하지만 이 기법은 30년 넘게 민족·종교 분쟁을 치르면서 스리랑카 민중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완곡 어법’을 파탄냈다. 미국인 치료사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한답시고 권장한 ‘직설 화법’은 스리랑카 사회의 또다른 쓰나미가 됐다.
.........

2000년께만 해도 일본에서는 우울증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심한 정신질환만이 치료와 격리를 필요로 했다. 미국의 약품업계는 우울증을 삶의 예술(?)로 여기는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끝에, 1990년 초 일본 공황과 함께 부쩍 늘어난 과로사에서 ‘과로사=자살=우울증’이란 등식을 완성했다. 자살의 증가와 우울증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과로사가 속출하는 기업 환경이 더 문제 되어야 했으나,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식으로 친근하지만 방치하면 안 되는 가벼운 정신질환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약을 팔기 위해 새로운 정신질환 범주를 늘려 가려는 약품회사와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은밀한 결탁을 상세히 폭로한 크리스토퍼 레인의 <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출판·2009)과 직결된다. 자칫 ‘미국 까기’로 독해가 축소될 염려가 없지 않은 이 책은, 프로이트 없는 정신의학, 다시 말해 모든 정신병 증상을 뇌와 유전자 결함으로 몰아야만 ‘알약’을 팔 수 있는 대형 약품회사들의 생의학적 관점과 인간의 마음이 다양한 종교적·문화적 믿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교차문화적 정신의학의 날카로운 대결장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6554.html  

   

2009 년에 런던을 다녀오고 나서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께>가 출간되어 참 아쉬웠다. 내가 찾던 여행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책은 단순히 여행서적은 아니지만 책과 사색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나의 여행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파리를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 바로 정수복의 책이다. 2008년 파리에 다녀오기 전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와 <파리의 장소들>이 출간되었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에 체류중인 정수복씨의 새 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이 나왔다. 이제 프랑스와 관련된 독서목록이 충실한 책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는 1990년대에 사회학자로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환경운동에 몰입하다, 2002년 문득 그만두고 집을 내놓고 6년 유학생활의 장소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그는 이를 ‘정신적 망명’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쓴 홍세화 선생은 정치적 망명을 하신 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 제 의지로 떠난 정신적 망명자입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에 적응을 강요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시 귀농운동하던 이병철 선생께 여쭈었죠. ‘프랑스 남부로 가서 귀농해도 귀농이죠?’라고. 그랬더니 당황하시면서 ‘어, 귀농이지’ 하고 답하더라고요. 환경운동을 10년가량 하면서 한계를 느꼈죠.”

그는 파리에서 9년 남짓 생활하면서 파리를 걷고 또 걸었다. 리옹, 브르타뉴, 프로방스 등등 프랑스 전역을 걷고 여행했다고 한다. 2009년 파리 산책기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을, 지난해엔 <파리의 장소들-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을 펴냈다. 걷기는 사색이요 영감의 원천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책에서 오늘의 국내 사회학이 현실과 호흡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술지 논문평가 제도화로 학자가 논문제조기로 전락했다” 비판한다. 그 자신을 좌도 우도 아니고, 사르트르 팬이지만 때론 카뮈에 가깝게 다가가는 그런 지식인, 분류가 불가능한 독자적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는 개인주의다. 그는 한국에서 건강한 의미의 개인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이야기했듯이)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답이 안 나오지만 그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개인주의입니다. 그러려면 문학, 예술, 교양을 책을 통해 폭넓게 체험해야겠지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95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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