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상은 예전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데 적극 동의한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생존자체가 버거웠던 인류가 지금은 평균 연령 70세라는 점은 경이로운 일이다. 


현대인들이 겪는 질병도 못 먹어서 생긴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다. 


그리고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그런데!!! 난 도무지 이 책을 왜 추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저자가 구분하는 4단계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어 100여 페이지 정도 읽다가 그만 두었다. 


최근 <가짜뉴스, 팩트>를 주제로 독서를 하면서 이 책을 다시 들었는데,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책 66쪽에 있는 그래프를 좀 다시 그려봤다. 정확히는 아니고,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그려본 것이다. 팩트풀니스라고 되어 있는게 책에 있는 그래프이고, 조정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간격을 재 조정한 것인데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첫 번째 그래프는 브라질 총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첫번째 그래프로 보면 엄청난 개선이 있던 것 처럼 보인다. 두번째 그래프는 소득 단계별 인구분포다. 저자는 소득단계를 하루 2달러 미만, 2~8달러, 8~32달러, 32달러 이상 4단계로 구분하는데 그렇게 구분하다 보니 중산층이 가장 많이 차지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소득단계가 아닌 소득으로 그래프를 다시 그려보면 왼쪽에 굉장히 편중된 그래프가 보인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여기에도 생각할 것이 많다. 브라질이 90년에서 2010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비교할 필요도 있고,(일단 좌파가 정권을 잡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텐데)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다. 그러나 저자는 너무 쉽게 '세상은 이렇게 좋아지고 있어' 그런데 너희들은 기본적으로 부정본능이 있어서 부정쪽을 확대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보니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게다가 경제성장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좀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한국이 경제성장을 한 것은 독재시절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한 나라중에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는 발언도 한다. (물론 저자는 민주주의의 필요를 인정한다.) 


* 앞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했던 것 처럼 한국의 경제성장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독재냐 민주주의냐 보다는 세계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봐야 하는데,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고속성장한 나라는 딱 네나라이다. 일본, 한국, 대만, 이스라엘. 뭔가 감이 오지 않나~(냉전과 중동분쟁)


저자는 하루 2달러 이상만 벌어도 중간소득이라고 이야기한다. 곰곰생각하는발 님이 서재에서 지적했듯이(https://blog.aladin.co.kr/myperu/10973702) 하루 70달러에 달하는 최저임금 가지고 사투를 벌이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미 고소득인 32달러가 넘는데도 배부른 투쟁을 하고는 있는 건지 모르겠다. 

  

** 처음에 백여페이지 읽다가 말고는 페이스북에 소득 4단계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어느 페친께서 서구적인 시선이 너무 반영된 것 같다고 글을 달아 주셨다. 서구인이 아닌 비서구인을 보면서 그 정도면 그래도 괜찮게 사네라고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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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9-01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저 역시 빈곤의 문제는 절대적 문제가 아닌 상대적 문제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피난민인 시절에는 단돈 2달러에도 큰 문제가 없지만, 부자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다보면 부의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雨香 2019-09-01 08:50   좋아요 1 | URL
네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책이 이야기하는 소득 분류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 2달러만 넘으면 중간소득이라는게~ 저자가 이야기하는 2단계 소득 중에 ‘더 이상 바닥에서 자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수준이라 동의하기 힘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9-01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꾸역꾸역 읽었씁니다. 이건 정말 자본가 입장에서 쓴 책이에요. 야, 이 노동자 그지새끼들아 ! 너희들 돈 없다고 징징대지 마. 너흰 중산층이라니까 ~ 이런 메시지인데...... 왜 이 책을 현대 사장이 극찬하며 신입 사원 전원에게 이 책을 선물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살아 있었다면 진짜 화끈한 이 책에 대한 반론 글을 썼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가 없음..

雨香 2019-09-02 09:15   좋아요 0 | URL
네~ 뒤쪽에 보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대해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자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내용을 좋아할 사람, 세력은 분명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0-01-20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