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A C T F O O L E S S E S  :










사실과 진실



                                                                                                       내가 아는 사람(A씨)은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 그는 라면 1개를  끓일 때 2인분 분량의 물을 붓고는 라면 스프를 1/2만 넣는다. 다른 사람은 그가 끓인 라면은 싱거워서 한두 번 젓가락질하다가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은 그를 싱거운 사람이라 부른다. 허어, 이 싱거운 사람 보게나 ! 그런데 그는 한 끼를 먹을 때 라면 10봉지를 먹는 대식가'다. 그는 싱겁게 먹는 사람일까, 아니면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는 사람일까 ?  라면 스프 1개가 나트륨 1일 섭취 제한 권고량2000mg을 웃돈다는 점에서 그는 한 끼 식사만으로도 1일 섭취 권고량보다 5배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 팩트 = 진실 > 이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각론으로 보자면 A씨는 라면 1개를 끓일 때 라면 스프를 1/2만 넣기( = 팩트)에 A씨는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진실). 하지만 총론으로 보자면 A씨는 한 끼에 라면 10봉지를 먹기에 나트륨을 과다 섭취한다( = 진실). 즉, 팩트와 진실은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다(팩트 ≠ 진실).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현대는 풍부한 곡물 생산으로 인해 굶주림이 감소했다는 수치를 통해 세계는 더 좋은 쪽으로 진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반대로 세계는 더 나쁜 방향으로 흐른다고 경고하는 것은 가짜 뉴스일까 ?


현재, 세계 인구는 77억 명이지만 식량 생산량은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식량을 과잉 생산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굶어서 죽는 인구는 없어야 하지만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9명 중 1명은 극심한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10살도 안된 아이들은 5초에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 지금 당신이 내 문장을 읽느라 소비한 그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한 아이가 굶어서 죽었다. 그리고 이 사실에 놀라서 깊은 한숨을 쉬며 정말 ? _ 이라며 스스로 되묻는 사이에 또 한 아이가 굶어서 죽었다. 그렇다면 과잉 생산된 식량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 과잉 생산된 식량에서 상당수는 글로벌 식량 기업이 곡물 가격 하락을 우려하여 밤에 몰래 바다에 버린다. 


그리고 전세계 음식물의 1/3도 버려지고 있다. 유통 기한은 지났으나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은 노숙자나 저소득층 가정에 분배되지 않고 전량 소각된다. 식품 회사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하여 재고 사실을 은폐한다. 과거에는 먹을 식량이 없어서 1000명이 굶어죽었다면 지금은 인구 대비 2배에 가까운 식량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특정 계급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식량은 고의적으로 버려진 끝에, 100명이 굶어죽는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느 쪽이 더 잔인한 결과인가 ?  다윈은 << 비글호 항해기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이 책의 저자가 새겨들어야 할 다윈의 말이다. 이 책은 현대인이여, 옛날에 비하면 굶어죽는 일은 없으니 불만 따윈 가지지 말고 매사에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루 수입 2달러 벌이는 중간 소득 계급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입장을 보고 있노라면,  최저임금 시급 만 원'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한국 노동자의 어마어마한 탐욕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전경련이 좋아할 내용이어서 누가 내게 이 책에 대한 20자 감상평을 작성하라면 이렇게 적겠다. " 전경련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 "  아닌 게 아니라 현대 정몽규 회장이 이 책을 읽고 크게 감읍하여 신입 사원 전원에게 무료로 책을 배포했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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