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고 있다. 창작방법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힘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니 더 읽어보자. 작가 역시 그렇게 착각하고 있으니. 1권의 장점은 조선 이전의 고려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는 것. 고려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알려준다는 것.
작가가 만든 허구의 이야기 속에 논어의 구절을 녹여냈다. 논어의 변용에서 가장 멀리 위치한 셈. 그러하기에 스토리텔링적 흥미요소도 높은 편이다. 다만 논어의 대척점에 게임을 위치시킨 설정은 동의하기 어렵다. 게임은 절대악이 아니다.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놀이 중 하나일 뿐.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배척하려고 하니 고루할 수밖에. 게임에 대한 작가의 이해가 부족하다.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 일차적인 가치가 있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데, 이는 내용보다 형식에 원이 있다. 인쇄출판 방식보다는 AR.VR 등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라는 제주도의 옛 모습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것. 이제 새로운 전달 방법을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
"오, 우리 다현이 똑똑한데! 맞아. 누가 나를 싫어하면 혹시 내게 고칠 만한 단점은 없나 생각해 보고, 그게 아니라면, 그러니까나의 존재 자체를 누가 싫어하는 거면,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아." "그런데 말이 쉽지 그게 잘 안 돼. 누가 나를 엄청 싫어하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잖아." 내 말에 엄마는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그렇지, 어려운 문제지. 하지만 자기 인생에 집중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이더라. 욕이 내 배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미워하라 그래. 어쩌라고!" 엄마 말에 내가 웃었다. 어쩌라고 이 단어 때문에.(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