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법칙처럼, 할머니 캐릭터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있다. 이번 편에서는 그 역할이 유독 강조된다. 적절했고 효과적이다. 다만 그 부재를 어찌 채울 지가 남은 문제. 이대로 소비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건 분명한 한계다.
그만큼 결론의 폭발력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그걸 고려했다고는 해도 중반까지의 전개가 너무 지루하다. 예술가를 전면에 내세우며 집착이 강한 인물로 제시하는 설정도 진부하다. 더 속도감 있는 진행과 진중한 메시지 중에서 한쪽을 선택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고민은 심각한데, 그를 받아주는 주제가 빈약하니 단순히 실험으로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