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난해한 시들이 난무하는 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주 큰 장점이지요.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이 읽기 쉬운 까닭은 두 가지.

먼저 관념어 사용이 적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평이한 일상어가 쓰이는데 구체적인 제시가 가능했지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방 말이 섞여있는 경우도 있지만, 독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현감감을 살리고 있어요.

다음은 이야기성입니다. 마치 소설이나 동화를 읽는 것처럼, 내레이터가 있고 줄거리가 진행되지요. 여기에 현실 인식이 더해집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이 여기 수록되어 있어요. 때로는 제주 4.3이기도, 때로는 광주이기도, 또 때로는 해외기도 합니다.

시인은 스스로 ˝섬과 바람/그리고 사람과 사랑에 대한/ 길을 찾아 헤맸지만/ 어떤 길로도 이르지 못했다˝(시인의 말, 11쪽)라고 고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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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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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는 여행 정보 책자와 분명히 다릅니다.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해석한 내용을 표현하는 글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 책처럼.

수록된 이야기들 중 어느 편, 어떤 부분을 펴더라도 김연수가 썼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그저 작가의 책을 몇 권만 더 읽으면 됩니다. 그만큼 독창적인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이런 개성과 표현력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정보가 아니라 감성 쪽으로 이끕니다. 바로 이것이 작가의 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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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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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은 SF를 유지하고 있지만, 스토리텔링은 로맨스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결국 외계인 남자와 연애하는 이야기에요.

과학적 상상력은 외게 생명체, 우주여행 등에서 주로 발현됩니다. 사실 이런 요소는 여타 SF 작품에서 쉽게 발현되었던 것이지요.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청년세대의 사회 갈등 등과 같은 사회과학적 견해가 더 과학적으로 보여요.

그보다 작품 전체적으로는 환상적인 경향이 더 강합니다. 이는 로맨스 서사의 클리셰에 기인해요. 이상적인 연인, 영원한 사랑, 오글거리는 서술 등등.

SF와 로맨스 어느 쪽이든 크게 기울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로맨스와의 결합이 진입 장벽을 낮추네요. SF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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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고양이
한혜연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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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경계를 잘 걸어요. 사뿐사뿐 우아한 걸음걸이로.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꼭 고양이를 닮았습니다.

고양이와 제과제빵의 결합. 결국 작품의 내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어요. 이 두 가지가 교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이 느슨한 스토리텔링이 용납되기 어렵지요. 또한 과자나 빵이 아니라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바로 이 균형 감각이 핵심이에요.

복잡한 머리를 풀어내고 싶을 때, 혹은 오후의 고양이처럼 나른할 때,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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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 옥이네 겨울 이야기 개똥이네 책방 6
조혜란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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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흥미롭고, 흥겹고,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마무리까지 좋아요. 지금껏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는 엄마.아빠 손을 잡고 갑니다. 그때 할머니는 ˝새로 산 빨간 바지를 입고, / 시끌벅적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 간다는 설정도 좋아요. 종속된 관계가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다음 구절과 같은 세계 인식이 마음에 듭니다. 이 시리즈의 베스트 컷이에요.
ㅡ 집으로 돌아와 다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 그런데 옥이 할머니가 묻습니다. / ˝이 쫄깃한 맛조개랑 싱싱한 굴이랑 / 달달한 개불이랑 감칠맛 나는 조개는 누가 준 것일꼬?˝ / 별이 할아버지는 ‘돌‘이라 하고, / 모래내 할머니와 영식이 할머니는 ‘땅‘이라 하고, / 홍택이 할머니는 ‘바다‘라고 합니다. / 옥이는 ˝아니야, 아니야, 달님이야!˝하고 대답하는데, / 옥이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우리 억센 팔뚝이지!˝(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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