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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의 탄생 -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의 경제 리더십
토머스 K. 맥크로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평점 :
이 책은 타임머신을 타고(지리적인 이동을 위해 비행기도 함께 타야 한다) 미쿡의 18세기 후반으로 이동한다.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과 앨버트 갤러틴(Albert Gallatin) 두 사람을 조명한 일종의 공동의 개인전기 같은 책이면서, 이 두 사람을 중심에 두고 미역국(아! 실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두둥~
먼저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초대 미역국(아 참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고, 지금 직업은 10달러짜리 지폐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참고로 미역국(아 죄송 미국) 지폐 모델은 역사가 비교적 짧은 신생 국가답게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주로 맡고 있지만, 해밀턴은 대통령을 하지 못했으면서도 그 중 한자리를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당시의 미국이 지금의 강대국이 될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역할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해밀턴은 초기 ‘미국’과 ‘자본주의’의 기틀을 잡은 사람이다. 당시의 미국은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국가였다. 건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하던 상황에 리더십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철학도 기강도 없고, 당연히 경제의 기본도 갖추고 있지 못했고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해 기틀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해밀턴은 초기 연방주의자로서 주정부를 견제하면서 경제 성장을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사업들과 연방정부(주정부가 아닌)의 역할을 강조 하였다. 사사건건 대립했지만 해밀턴의 앞선 생각이 대중의 지지를 얻자 급속하게 안정을 찾아 갔다.
이에 반해 갤러틴의 다분히 정파적이었다. 그래서 잘한 일에 박수치지 못하고 못한 일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책은 적고 있다). 갤러틴은 해밀턴과 유사한 배경(이주자 출신)을 가졌고 유사한 경로로 재정 전문가가 되어 미국 초기의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했다. 해밀턴이 연방주의자(그렇다고 현재 민주당 정부의 정책과 유사하든 뜻은 아니다)라면, 갤러틴은 공화주의자의 역할을 따르고 있다. 낮은 세금과 정부 개입을 최소화 하는 정부 정책을 기조로 하고 있다. 비록 정책 입안과 수립, 집행에는 당파적이었지만, 해밀턴의 세운 시초를 든든히 하였으며, 더욱 발전시켜 초기 불안했던 한 신생국가가 온전한 국가로 자리잡게한 일등 공신이 되었다. 특히 혼란스런 대통령 제퍼슨의 실패한 정책(대표적으론 엠바고 조치, 영국과의 전쟁 같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졌으나, 형편없는 인물들 사이에서 어려운 임무를 수행했다(라고 이 책은 평가한다). 현재 미국 정부도 양당 체제로 개편되어 재정분야에서 때로는 해밀턴의 주장을 따르고, 때로는 갤러틴의 주장을 따르고 있어, 이들 두 사람의 초기 업적과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생명력이 있다고 보면 되겠다.
재무 장관의 목적은 세입을 확대하고 지출은 줄여 국가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일인데, 공화주의자들과 주정부는 각자의 이기적인 생각과 계산이 있어 잘 협의 되지 않았다. 특히 전쟁 같은 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신속하면서도 양이 큰 금액이 들어가는 일임에도 합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일은 특히 기반을 다지지 못한 국가에서는 더욱 힘든 일이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중앙은행의 설립조차 반대하는 주류를 설득해서 정책을 이끌어 내야 했다. 주 정부 각자가 승인한 우후죽순 같은 은행들과 이들이 스스로 발행하는 통화가 유통되는 시대였으니, 현재와 같은 단일국가 단일통화 같은 중앙집중식 재무관리 및 통제 시스템은 개념조차 없던 시기였다.
이 책은 분량도 분량이지만, 관심사가 아니라(미국 초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한 국가의 존립 과정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또한 정책적인 실패가 있었지만 어쨌든 잘 되잖아 하는 성공스토리를 기분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또한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교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를 심은 인물이 기억나지 않는다. 미군정 시절에 자본주의의 직접 이식은 좌우 대립하던 시절에 너무도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 졌거나 아니면 우리의 철학 없이 ‘미제’를 그대로 복사 해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쓴 사람은 기억을 하지만(물론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 책을 복사해 온 사람은 기억하지 않으니까. 우리에겐 아마 해밀턴이나 갤러틴 만큼 똑똑한 사람이 없었거나, 만일 있었더라도 그들의 철학을 들을만한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고, 자주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소화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 그리고 받아들일 사회적인 분위기가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규모는 엄청난 차이겠지만, 국가의 설립 초기의 분위기는 회사의 설립 초기의 분위기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기틀을 세우기 위해선 지도자의 지도력, 구성원들의 협력, 참모(장관 혹은 팀장급)의 통찰력과 수행능력 삼박자가 맞아야 선순환 구조로 옳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에겐 해밀턴이 있었고, 차기 대통령인 제퍼슨과 매디슨에겐 갤러틴 같은 인재가 있어, 리더의 지도력과 참모의 통찰력이 잘 맞아 떨어진 경우라고 보겠다. 물론 이 책은 리더보단 해밀턴과 갤러틴, 두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결함있는 제도는 고쳐 나가는 것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시간과 등장인물을 다르지만 역사는 현재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현실이 자꾸 오버랩되어 답답하다는 생각이 끼어든다. 갑자기 규제로 치부하여 없애야 하는 친재벌 정책과, 우리 국가 내부에서조차 불평등을 조장하는 FTA, 늘어가는 가계부채, 노령화 및 청년실업 문제, 왜곡되는 통계수치, 점점 더 벌어지는 빈부격차, 뒷걸음치는 복지정책, 여기에 색깔을 덧씌우는 이념의 문제들. 건강하지 못한 사회의 단면을 너무나 자주 만나게 되어 그렇다. 아무리 헛점 많은 리더에게라도 뒤에서 든든히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해밀턴과 갤러틴, 이런 인재가 우리에게도 나오길 기대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