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를 찾아서
하나 미쉘 지음, 이윤정 옮김 / 정은문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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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정치권의 공생관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현대적‘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탐욕과 그 그늘에서 희생당하는 민중에 대한 고발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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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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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꽃 》 1 _조정래 (지은이) / 해냄(2026-08-24)

 

 

조정래 작가님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2023년 『황금종이』이후 처음 인 듯하다. 『서리꽃』은 해냄에서 출간된 전 2권 장편소설이다. 등단 56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자 작가 스스로 마지막 장편이라고 밝힌 소설이다. 혹자는 눈꽃보다 서리꽃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일반적인 눈꽃은 내린 눈이 쌓여 만들어지지만, 서리꽃(상고대)은 ‘공기가 빚어낸 예술’이다. 눈꽃보다 훨씬 섬세하고 투명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그러나 햇빛이 강해지면 금방 녹아버리는 것이 단점이다.

 

 

주인공 이재이는 미국 유학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다. 절친 민태석을 만난다. 재이는 금수저 집안 형제 중 둘째이자 막내다. 재이의 형은 아버지의 사업을 전략적으로 잘 키워가고 있다. 약 1조원의 기업가치가 있다는 회사다. 재이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재이의 아버지와 형은 재이가 못마땅하다. 문과 중에서도 지지리 취업운이 없는 철학과이기 때문이다. 재이의 아버지는 대학졸업을 마치자마자 졸업식도 마치기전에 재이를 미국으로 쫒아냈다. 가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오라는 이야기다. 재이는 등 떠밀려 미국으로 간다. 그러나 일 년 만에 학과를 바꿨다. 다시 철학과로. 물론 집에는 비밀이다. 난리가 날건 뻔하기 때문이다. 재이는 귀국 후 태석에게 처음으로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미혼인 재이와 달리 태석은 학교 후배와 일찌감치 결혼을 했다, 태석의 부인과 함께 나온 여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여인(윤소인)은 재이가 대학 재학 중 글쓰기 동호회에 가입해서 대학 4학년 때 시화전을 열었었는데(가을축제) 재이에 시에 그림을 그려준 미술대생이었다. 2년 후배이다. 재이는 소인을 학교에서 처음 보고 말을 더듬을 정도로 첫 눈에 반했다. 그러나 그 후 두 사람이 만날 기회가 없었다. 재이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소인의 보드라운 미소와 맑고 깊은 눈은 사라지고, 소인의 얼굴에는 잔뜩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충격이었다. 그 후 재인과 소인이 거듭 만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리고 재이는 소인에게 문자 그대로 무조건의 아낌없는 사랑을 부어준다. 그렇게 소심하고 내향적인 재인이 소인을 위해서 팔을 걷어붙이고 거침없이 앞길을 열어간다.

 

 

그래, 세상에 이런 사랑이 아직 남아있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먼 훗날 내가 차지할 크나큰 재정적 이익도 포기하고, 오직 현재 사랑하는 사람의 상황을 회복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사랑이야기만 진행했다면 밋밋했을 것이다. 시대감각과 의식에 투철하신 작가님께서는 등장인물들을 여행을 떠나게 해서, 독자에게 기억해야 할 부분을 상기시킨다. 제주도에 가선 ‘제주 4.3평화기념관’을 들른다. 재이의 입을 통해 4.3의 진상을 간략하지만 핵심내용을 정리해서 담았다. 소인에 대한 재이의 사랑은 뜨겁고 믿음직하다. 아직 1권만 읽었기에, 2권에선 ‘아낌없는 사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해가 뜨면 사라지는 서리꽃처럼 그 사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의 투병기인 작가의 말, ‘직업병의 행렬 속에서’를 가슴저려가며 읽었다. 작가의 작품마다 병명이 하나씩 붙었다. 소설가라는 직업병 때문이다.『태백산맥』을 쓸 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작품을 끝내고 『아리랑』을 시작하려던 참에 위궤양이 두 군데 생겼다. 『아리랑』을 절반쯤 쓰고 있을 때는 오른팔 마비현상이 찾아왔다. 이 소설 『서리꽃』을 쓸 때는 복부대동맥 팽창으로 수술을 받았다. 원인은 글 쓰느라 책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휘고 복부가 접혀진 탓이다. 본격적으로 소설 『서리꽃』을 쓰기 전, 2024년 9월 초순경에 반 고흐(소설 중에 자주 등장)의 그림을 따라 프랑스 파리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취재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저 대단한 작가의 의지와 열정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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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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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권만 읽었기에, 2권에선 ‘아낌없는 사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해가 뜨면 사라지는 서리꽃처럼 그 사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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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문학적인 서울 산책 - 근대소설 속 장소를 따라 걷는 도시 인문학
이순자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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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사랑한 근현대 명작소설의 무대를 걷는다. 그 시대 풍경과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윤동주, 현진건, 박완서, 염상섭, 방정환, 박태원 등의 문인들의 작품 속 배경을 치밀하게 고증했다. 책들에 담긴 장면들을 떠올리며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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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사 강의 -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사 쉽게 이해하기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바타 미치오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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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통해 작성한 리뷰 〉



《 프랑스사 강의 》 -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사 쉽게 이해하기 | 이와나미 시리즈 _시바타 미치오(지은이), 정애영(옮긴이)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한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하긴 내 나라 역사도 아직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틈틈이 역사관련 도서를 찾아서 읽는 일은 나름대로 목적이 있다. 그 나라의 문학, 사상, 예술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이해하려할 때, 그 나라의 역사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이 때 한국(조선 또는 그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든가 비교해보기도 한다.

 

 

‘프랑스’는 언제부터 있었는가? 현재 ‘프랑스’로 불리는 땅이 옛날 옛적부터 ‘프랑스’였는가? 물론 아닐 것이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수없이 쪼개지고 합해지는 과정 속에 현재의 지도가 그려진 것이다(이 상황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분열과 합병이 이뤄지는 상황은 대부분 전쟁이다. ‘프랑스’라는 이름은 옛 로마제국 안에서 탄생한 수많은 게르만 부족국가들 중 프랑크왕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나 이론도 부딪힘이 있다. 프랑스혁명(1789년 5월 5일부터 1799년 11월 9일까지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 혁명, 대개 1789년의 혁명만을 가리킨다) 전야에 귀족들의 특권을 공격한 정치 책자 중 유명한 시에예스(에마뉘엘 조제프 시에예스, 프랑스의 정치가로. 프랑스 혁명의 중심인물이었으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손잡고 총재정부를 무너뜨린 인물)의『제3신분이란 무엇인가』에서 프랑크인들이 프랑스의 기원이라는 설은 자신들(귀족들)이 정복자 인종의 후예이고 그 때문에 정복권을 계승한 것이라는 어리석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공격한다. 즉, 프랑크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했기 때문에 귀족들은 프랑크인의 후예라고 내세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에예스는 갈리아인이야말로 프랑스의 기원이라는 설을 대치시켜 귀족 특권을 비판했다.

 

 

이 책의 지은이 시바타 미치오는 서양사학자이다. 전공은 프랑스 근대사이다. 지은이는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작지만 알찬 프랑스 통사이다.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인들이 서지중해로 진출한 이야기부터 제4공화정, 제 5공화정 그리고 현재 상태인 포스트 골리즘(드골 이후)까지 이어진다. 중세사회와 카페왕국, 절대왕정으로 전환된 근대국가의 성립, 계몽의 시대, 프랑스 혁명, 공화정 체제, 제1,2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사건들이 기록되어있다. 유럽 지역세계에서 중세 중기는 질서 형성의 시대였다. 반면 중세 후기(14, 15세기)는 전반적인 위기의 시대였다. 이 위기를 거쳐 근대국가로 이행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도 이 위기의 시대를 그냥 넘기지 못했다. 기근, 역병(페스트), (백년)전쟁의 세 가지 재해가 덮쳤다. 이 때 잔 다르크가 등장한다. 백년전쟁의 내면은 오직 왕조간의 대립이었다.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분출된 민중적 정열의 상징인 잔은 철저히 왕권에 의해 이용당하고 버려진다(화형).

 

 

지은이는 프랑스라는 한 나라의 역사만 정리한 것이 아니다. 유럽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프랑스가 거쳐 온 시간들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일본인 연구자의 위치에서 일본이나 동아시아의 비교사적 시각에서도 통찰했다. 서양인이 정리한 프랑스사와는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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