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모처럼 핸디한 책을 손을 잡았습니다. 스캐닝하듯 책을 볼 때 그랬습니다. 중간 중간 아가들 책에 나오는 삽화처럼 수채화같은 은은한 톤의 그림을 보면서 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작은 책을 꽤 진지하게 봤습니다. 다독가이며 속독가를 자처하는 내겐 드문 일입니다. 


2.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무겁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책에 실린 글과 말들이 예사롭게 넘길 부분들이 아닙니다. 혹시 이 책을 만나게되면 끝까지 진지한 자세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3. 책 제목이 좀 그렇지요?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 원제 역시 같습니다. [The Uncommon Reader]입니다. 책을 펼치면 윈저 성이 나오고, 프랑스 대통령이 얼굴을 비치고, 이 책의 주인공인 영국 여왕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조금 긴장이 됩니다. 뭐야? 왕실 스토린가? 영국 여왕 퀸 엘리자베스 2세. 이 분 아직 살아계시지요? 


4.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들어가보니, 아직 정정하시군요. 올해 87세랍니다. 장수하시는군요. 훌쩍 건너 뛰어서 뒷 부분으로 가보면 여왕이 80세 생신 축하 파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국 총리가 나서서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다고 하자 여왕이 이런 말을 하는군요. "너무 법석을 부리지는 맙시다. 짐이 여든 살이고 이 자리가 생일 파티인 것은 사실이지만, 축하할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축하받을 것도 없지만 한 가지를 짚으라면, 적어도 짐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 죽을 수 있는 나이에 다다랐다는 것이지요."  


5. 실화냐구요? 실제로 책에 실린 일들이 영국 왕실에서 일어난다면, 영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변화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그렇다고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구요. 이쯤에서 이 책의 작가 '앨렌 베넷'을 소개합니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익살스럽고 통렬한 문체와 이야기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답니다. 이젠 눈치채셨지요?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되었답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세계 삼십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는 점도 덧 붙여드립니다.


6. 작가는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가? 키워드는 [독서]입니다. 독서가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는구나. 자신만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변화를 주는구나. 물론 그 변화는 각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만, 아뭏든 책의 맨 마지막에 여왕이 하는 말은 대단한 결단입니다. 작가의 희망사항이기도 하겠지요. 아직 생생히 살아있는 여왕이 살아 생전에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아직 읽었다는 이야긴 못 들어봤기에..)만약에 읽는다면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7. 공사다망하신 여왕님이 어느 날 운명처럼 영국 왕실 정원에 가끔 오는 '웨스트민스터 시영 이동 도서관' 차에 오른 것이 화근입니다. 여왕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자로 된 것이라곤 공식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 전부였던 여왕에게 책은 그저 장식용에 불과했을 뿐이었는데 여왕의 손에 책이 들려지고, 읽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책에 빠집니다. 아주 푹 빠집니다. 여왕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무슨 책부터 읽어봐야 하나 허둥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작주의'로 바뀝니다. '전작주의'는 또 무슨 소리냐구요? 한 작가의 작품에 매료되어서 그 작가의 작품을 줄줄이 찾아 읽는 것이지요. 그리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직 그 만한 작가를 못 만났다구요?


8. 여왕이 책에 빠지면서 당황한 것은 왕실 사람들과 관료들 그리고 왕실의 시종들까지도 혼란에 빠집니다. 이해가 안 되시지요? 쉽게 설명드리면 콘티에 맞춰서 대사를 읊어야 할 출연자가 애드립을 연발하는 바람에 다른 출연자가 보조를 못 맞춘다고 할까. 아니 책에 실린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드리면 여왕의 존재는 이미 상징적인 것으로 굳혀져 있으므로, 주위 사람들은 여왕이 그 역할에만 충실해주기를 원하는데 사람이 변하고 있으니 작당해서 여왕이 책을 못 읽게 하려는 계획까지 동원됩니다. 여왕이 더욱 사려깊어지고, 배려심과 인내심이 생기고, 이제껏 아무 생각없이 잘 해왔던 공식행사들이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니, 여왕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멋진 연기를 해야하는 관료들은 죽을 맛입니다. 


9. 작가가 여왕의 말과 생각을 빌려서 독서에 대해 이야기한 몇 꼭지만 옮겨보렵니다. "책 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책은 상상력에 불을 붙이는 폭탄이지."  "책은 사람을 부드럽게 만들죠."


10. 후반부로 갈수록 여왕이 확실하게 변합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에서 '일반적인 독자'로 갔다가 다시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로 갑니다. 결국 다시 원점(책을 안 읽는 상태)으로 갔냐구요? 예, 맞습니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된 상태입니다. 이젠 읽는 것에서 쓰는 것으로 넘어갑니다. 책을 쓸 단계까지 갑니다. 이 점은 저와 같은 과입니다. 여왕은 이 땅에 머무를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 것이겠지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권해주면 좋겠습니다. 아, 책을 읽으면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더군다나 여왕이 이렇게 변할 정도면 책, 정말 대단한데. 하는 마음만 심어주어도 언젠가 책과 친해지겠지요. 꼭 먼저 읽어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자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열어구 지음, 김영식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열자(列子)]를 읽습니다. 열자는 노자, 장자 등과 함께 도가사상을 담고 있는 중국의 고전입니다. 전국시대 열어구(列禦寇)가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노자]는 도(道)의 원리와 작용을 설명하고 있으나 문장이 짧고 어려워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장자]역시 정신을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그 뜻을 간과하기 쉽고, 단어 하나가 다양하게 풀이 될 수 있기에 역시 어렵습니다.  반면 [열자]는 문장이 간결하고 쉬울 뿐 아니라 도의 원리와 도를 터득하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2. "자라는 것과 자라지 아니하는 것이 있고,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아니하는 것이 있다. 자라지 아니하는 것은 자라는 것을 잘 자라나게 해주며, 변화하지 아니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을 잘 변화하게 해준다." 

그렇군요. 자라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에너지를 다른 대상에게 보내주었군요. 그러니까 역시 자라고 변화한다고 봐야겠지요. 물론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고 변화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도울 수가 있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3. 자공(子貢)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위(衛)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로 춘추시대의 대재산가였으며, 외교가였다고 합니다. 자공이 배우는 일에 싫증이 나서 공자에게 말합니다. "좀 쉬었으면 합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인생은 휴식은 없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휴식을 할 수가 없습니까?" 공자가 말합니다. "있지, 저 무덤을 바라보면, 높이 솟아있고, 크고 볼록하고, 세상과 고립된 모습인데, 휴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 자공이 말합니다. "죽음은 정말 대단한 것이군요! 군자(君子)는 휴식을 하며, 소인(小人)은 누워 있군요." 


4. 이어서 공자는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삶의 즐거움은 알지만, 삶의 괴로움은 모른다. 그리고 늙음의 피곤함은 알지만, 늙음의 편안함은 모른다. 또한 죽음이 싫다는 것은 알지만, 죽음이 쉬는 것이라는 것을 모른다.


5. 책을 읽으며 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떠나가시는 이들을 '돌아가셨다'고 표현합니다. 과연 그 분들은 어디로 '돌아가신' 것일까요?  죽은 사람을 돌아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면, 산 사람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길을 가는데 돌아갈 줄을 모르면, 그 사람은 집을 버린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6.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향을 떠나 부모와 형제와 처자식을 버리고, 집안의 일을 내던지고서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돌아갈 줄을 모른다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그를 미치고 방탕한 자라고 하겠지요. 또 어떤 사람이 세상의 일에 열중하여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며, 명예를 구하여 과장되게 선전하면서 그만둘 줄을 모른다면, 이 사람은 또한 어떠한 사람인가? 세상 사람들은 그를 지혜와 꾀가 있는 자라고 생각할 것이라는군요. 그러니 세상 사람들은 후자를 칭찬하고 전자를 책망하는데, 오직 성인(聖人)만이 어떤 사람을 칭찬해주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버려야 할지를 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두 사람은 칭찬의 대상은 못되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 예화에 등장하는 후자에게 관대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갈 그곳'이 각자의 마음에 다를지언정 우리 누구나 '돌아 갈 사람들' 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7. 통상 [열자]는 열어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의 사상과 행적을 중심으로 후세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열어구의 생애가 불확실해서 허구적인 인물로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생존 자체를 부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 또한 없다고 합니다. 


8. 유가사상은 이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현실적인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나, 도가사상은 무위(無爲)의 도를 따르고 자연스러움에 순응하여 달관된 인생관을 갖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지혜를 제시한다고 합니다. 이 책 [열자]는 문학적인 상상력이 한껏 담겨 있는 글들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9. 이야기 하나를 더 옮겨 봅니다. "양주가 송(宋)나라를 지나다 동쪽에 있는 한 여관에 가서 묵게 되었다. 그에겐 두 사람의 첩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아름다웠고 다른 한 사람은 미웠다. 그런데 밉게 생긴 사람이 오히려 귀하게 대접받았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 천하게 취급되었다. 그래서 양주가 그 까닭을 묻자 여관 주인이 대답했다. "예쁘게 생긴 사람은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가 어디가 예쁜지를 모르겠으며, 밉게 생긴 사람은 스스로 밉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가 어디가 미운지를 모르겠습니다."  웬지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입니다. 


10. 양주가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 너희 제자들은 기억해 두어라. 좋은 일을 하고서 스스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자부심을 버릴 수 있으면, 어디에 가든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겠느냐?"  

내가 살아가면서 혹 실수와 실패에 처할지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지혜도 이와 같이 설명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힘 내십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잃는 것이 있으면 채워지는 것이 있고, 채워지는 것이 있으면 비워지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내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림이 안 그려질 때도 있다.


2. 이 소설은 청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중학생 홍알음과 베프 소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담하게 빈집 그것도 오래전에 누군가 목을 매달아 죽었다는 집을 찾아가 의식을 치루는 부분부터 시작이 된다. 


3. 한 동안 중고등학생들 아니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유행처럼 번졌던 분신사마 같은 의식을 치루는 두 아이를 보면서 아이들의 감정과 욕망은 어른들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고 강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문을 외우고 원하는 걸 생각하면 돼. 그럼 귀신이 찾아와서 계약을 해. 내 계약자가 되어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거지."


4. 처음엔 친구 소희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차원에서 동행한 알음에게 어느 날 밤 '계약자'가 찾아온다. 거대한 머리와 털이 난 몸이 흡사 괴물처럼 보였다. '나는 너로 인해 자유를 얻을 것이다.' 그 계약자가 하는 말이다. 이런 말도 한다.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5. 사실 알음에게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어느 날 불쑥 아빠 품에 안겨 온 어린아이. 알음은 그나마 유지되던 가정의 평화가 그 아이로 인해 더욱 엉망진창으로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사라져줬으면 하는 생각. 계약자와 계약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아이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6.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알음에겐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몇가지 소소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소희하고의 관계도 불편해진다. 알음은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이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림을 배우는 중에 들은 이야기라곤 '너의 그림을 그려봐.' 이다. 모사화가 아닌 진짜 그림을 그려보라는 충고와 질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도 주춤하게 된다.


7. 종종 꿈에 계약자가 나타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고 한다. 계약이라는 것은 주고 받는 것이다. 알음은 그 게약자에게 그럼 대신 내가 무엇을 주면 되냐고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단다. 그런 계약이라면 괜찮을 듯 싶다. 대신 그 소원을 자져가는 것으로 만족하겠단다. 그 계약자는.


8. 사춘기 아이들에겐 부모나 형제보다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다. 친형제, 자매들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시시콜콜 쏟아 내놓는다는 이야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성장 과정 속에서 겪어 봄 직한 일들이다. 


9.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주변 환경과 마음이 복잡해지던 어느 날, 지칠대로 지친 알음은 계약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만 두고 싶어요.'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늦었다.' 알음이 다시 말한다. '난 이제 혼자라고요.' 계약자의 말이다. "넌 혼자가 되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10. 알음이 마음에 그려지는 계약자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다. 그야말로 자신의 첫 그림이 만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 그림을 그릴 땐 몰랐는데 다 그리고 보니 알음 자신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아무것도 입지 않고 서 있었다. 두려움에 떨면서 그러나 분노하며, 그리고 슬퍼하고 있었다. 정신을 추스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계약자'는 알음 자신이었던 것이다. 욕망이 자라서 그 아이의 안에 내재해있던 또 다른 자신이 드러난 것이다.  계약자는 작가에게 먼저 나타났었다. 어쩌면 그 계약자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계약자와 어떤 딜을 하느냐는 온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한의사 엄마가 깐깐하게 고른 최고의 양육처방 : 태어나서 열 살까지
방성혜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1. 오늘은 [동의보감]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모두 잘 알고 계시는 사항이겠지만, [동의보감]은 허준이 대표 집필자로 되어 있는 한의학에 대한 임상의학 백과사전입니다. 1610년(광해군 2년)에 완성된 의학서입니다. 우리나라 보물로 등재되어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 되어있기도 한 우리의 귀한 문화유산입니다.

 

2. 이 책의 저자 방성혜 원장은 한의사가 되기 전에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포기하지 못해 늦은 나이에 한의과 대학에 입학합니다. 이미 아이가 하나 있었고, 둘째를 임신 중이었음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것을 보면 이 분 또한 대단하십니다.

 

3. 저자가 동의보감을 통해 깨달은 양육의 원칙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기다려 주는 양육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정해 주는 양육법'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두 아이를 키운 선배 엄마로서 해 주고 싶은 조언, 그리고 한의원에서 만난 엄마들의 고충과 그에 따른 처방을 동의보감에 수록된 양육의 지혜에 빗대어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4.[동의보감]은 크게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내경 편]은 인체의 내부에서 생기는 질병에 대해, 두 번째 [외형 편]은 인체의 외부에 발병하는 질병에 대해, 세 번째 [잡병 편]은 인체 내외의 부조화로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을 설명하고 있으며, 네 번째 [탕액 편]은 질병의 치료에 쓰는 약재에 대해, 다섯 번째 [침구 편]은 질병의 치료를 위한 침, 뜸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동의보감]에서 특히 [잡병 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겉과 속의 부조화로 인해 생기는 온갖 질병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여성과 아이에 관한 내용만 별도로 뽑아 '부인 문'과 '소아 문'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남녀노소 중 남자나 노인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엄마와 아이에게 더 큰 관심을 두었다는 뜻입니다.

 

5. 어쩌면 상식적인 이야기로 들릴지라도 우리가 잊기 쉬운 점이 아이가 태어난 후 10년 남짓한 시간이 전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정신적, 육체적인 기본이 이 시기에 형성된다고 봐야겠지요. 허준은 이 점을 간파했기에 여성과 아이에 대해 기록으로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6.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동의보감에서 배우는 양육의 지혜에 대해, 2장은 아이가 자주 앓는 몸의 병에 대해, 3장은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성격에 대해, 4장은 아이들을 더욱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것입니다.

 

7.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다는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몸이 협조를 제대로 못해 주는 경우도 있겠지요. 어쨌든 가장 좋은 엄마는 '건강한' 엄마입니다. 건강한 엄마라야 건강한 정신으로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하여서 아직 생기지 않은 병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8. [동의보감]을 텍스트로 했다고 해서 여느 건강, 의학서적처럼 전문용어와 아리송한 문체로 채워져 있진 않습니다. 저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체험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진료실이나 저자의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병에 걸리거나 몸의 상태가 나빠진 후 회복되는 과정이나 아이들의 성격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9. 세상 모든 엄마는 아이가 총명하게 자라기를 바라지요. 저자는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대체 총명하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똑똑하다는 걸까?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걸까? 아니면 기억력이나 암기력이 좋다는 걸까?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력이 뛰어난 것을 말하는 걸까? '총명'이라는 단어는 귀 밝을 총(聰), 눈 밝을 명(明)을 씁니다. 저자는 이렇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총명하게 키운다는 것은 많이 보고 많이 들어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외부의 좋은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많이 보여주고 많이 들려줄수록 총명한 사람으로 자라난다는 말입니다."

 

10. 책의 부록으론 [한의사 엄마가 꼼꼼하게 정리한 증상별 치료음식]이라는 타이틀로 엄마가 간직해야 할 음식처방중 준비해야 할 '재료'와 조리상의 tip. 그리고 시식평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 되어있군요. 이 책을 읽은 것이 참 시의적절합니다. 딸이 낳은 아기가 생후 약 40일 되었네요. 지금은 산후 조리차 함께 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딸은 이젠 혼자서 키워보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네요. 딸에게 이 책을 선물로 줍니다. 잘 읽어보면서 아기를 키우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름답게 건강하게 잘 키워야겠지요. 몸 건강, 마음 건강하게 잘 자라서 이 땅에 태어난 자신의 몫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가길 소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허 무한도전 - 카이스트 한동수 교수의
한동수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1. 오늘은 특허에 관한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쁘고, 내 일 하기도 버거운데 웬 특허? 하시겠지요. 하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록 특허는 못내더라도 최소한 저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학문의 응용을 생각해보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저자에 대한 소개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카이스트 실내위치 인식센터장, 카이스트 위치공학연구회 의장, 지능형교통학회(ITS)이사, 철도기술연구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한동수 교수는 이외에도 여러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군요. 과학자이면서 60여 편의 시를 발표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3. 저자는 198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변의 권유로 의과대학에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1년 3개월 만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둡니다. 졸업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 의사라는 직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도전 없이 살아가게 될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 과감하게 다시 공부해 공과대학에 들어갑니다. 당시 의과대학 동기생들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도 저자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4. 공과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이고 싶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휴일도 반납한 채 도서관에서 지내며 학업에만 매달렸습니다. 덕분에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학과 최초로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교육부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교토대학 정보공학과에서 정규과정으로는 처음으로 2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5.  저자에게 터닝 포인트가 있었군요.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로 임용된 뒤 10년이 지났을 때 동료 교수가 저자에게 던진 질문이 자극이 되었습니다. "한 교수님, 지금까지 한 일 중에서 어떤 일이 가장 자랑스러우세요?"  나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던져 볼만한 질문입니다. 저자는 자신 있게 대답을 못했다고 합니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이제부터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세상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필요하다면 나 자신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하는군요. 그 나를 바꾸는 일 중 하나가 그때까지 써본 경험이 없었던 특허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6. 책은 총 5부로 나뉘어집니다. 특허 초보자, 특허 고수가 되다. 특허 그런 거였어?.  특허는 가까이 있다. 특허의 주인공이 되자. 특허와의 동행입니다.  저자는 특허와 관련해서 평균 이하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지만, 글쎄요 그것은 아닌 듯 합니다. 저자가 특허에 대해 몰입하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 무렵부터라고 합니다. 거의 매일 특허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주말마다 남산도서관에 박혀 그 아이디어를 정리했다고 합니다. 


7. 2008년 휴대기기가 있는 장소를 무선 랜 신호를 이용해 인식하고 해당장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그 장소에서 즉석으로 휴대기기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수십 편의 특허를 출원하게 됩니다. 저자가 특허 출원한 것 중에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LED 디스플레이에 자신이 탑승해야 하는 버스와 목적지 정보가 표시되는 스마트 버스 정류소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8. 특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는 크고 작은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역발상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는 것이지요. 고정관념에서 벗어 날 때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출력 수단이었던 화면을 입력 수단인 키보드로 사용하게 한 아이디어를 역발상의 예로 소개합니다. 새뮤얼 모스의 전신 시스템도 전기선으로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생각에서 출발한 특허기술이라고 합니다. 


9. 그렇다면 어떤 분야가 특허출원에 유망할까?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할 수 있고 언제 어떤 특허기술이 널리 활용될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 전기, 전화, 자동차, 자전거 모두 특허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특허기술에 뒤덮여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허는 누구나 금세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전문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는 것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합니다. 


10. 이 책은 특허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려고 애쓴 책도 아닙니다. 단지 저자가 특허와 관련해선 거의 백지상태나 다름없음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특허와 씨름하면서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작은 성공을 맛보며 특허를 알아가게 된 과정을 진솔하게 고백한 글입니다. 비록 특허를 못 낼지라도 저자의 열정을 내 가슴과 내 머리에 담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겠지요. 늘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나의 일상에서의 삶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자극의 촉매 역할을 한다고 생각듭니다.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가 특허로 연결될지도 모르지요. 클립이나 포스트 잇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