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열어구 지음, 김영식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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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자(列子)]를 읽습니다. 열자는 노자, 장자 등과 함께 도가사상을 담고 있는 중국의 고전입니다. 전국시대 열어구(列禦寇)가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노자]는 도(道)의 원리와 작용을 설명하고 있으나 문장이 짧고 어려워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장자]역시 정신을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그 뜻을 간과하기 쉽고, 단어 하나가 다양하게 풀이 될 수 있기에 역시 어렵습니다.  반면 [열자]는 문장이 간결하고 쉬울 뿐 아니라 도의 원리와 도를 터득하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2. "자라는 것과 자라지 아니하는 것이 있고,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아니하는 것이 있다. 자라지 아니하는 것은 자라는 것을 잘 자라나게 해주며, 변화하지 아니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을 잘 변화하게 해준다." 

그렇군요. 자라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에너지를 다른 대상에게 보내주었군요. 그러니까 역시 자라고 변화한다고 봐야겠지요. 물론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고 변화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도울 수가 있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3. 자공(子貢)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위(衛)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로 춘추시대의 대재산가였으며, 외교가였다고 합니다. 자공이 배우는 일에 싫증이 나서 공자에게 말합니다. "좀 쉬었으면 합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인생은 휴식은 없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휴식을 할 수가 없습니까?" 공자가 말합니다. "있지, 저 무덤을 바라보면, 높이 솟아있고, 크고 볼록하고, 세상과 고립된 모습인데, 휴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 자공이 말합니다. "죽음은 정말 대단한 것이군요! 군자(君子)는 휴식을 하며, 소인(小人)은 누워 있군요." 


4. 이어서 공자는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삶의 즐거움은 알지만, 삶의 괴로움은 모른다. 그리고 늙음의 피곤함은 알지만, 늙음의 편안함은 모른다. 또한 죽음이 싫다는 것은 알지만, 죽음이 쉬는 것이라는 것을 모른다.


5. 책을 읽으며 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떠나가시는 이들을 '돌아가셨다'고 표현합니다. 과연 그 분들은 어디로 '돌아가신' 것일까요?  죽은 사람을 돌아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면, 산 사람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길을 가는데 돌아갈 줄을 모르면, 그 사람은 집을 버린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6.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향을 떠나 부모와 형제와 처자식을 버리고, 집안의 일을 내던지고서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돌아갈 줄을 모른다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그를 미치고 방탕한 자라고 하겠지요. 또 어떤 사람이 세상의 일에 열중하여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며, 명예를 구하여 과장되게 선전하면서 그만둘 줄을 모른다면, 이 사람은 또한 어떠한 사람인가? 세상 사람들은 그를 지혜와 꾀가 있는 자라고 생각할 것이라는군요. 그러니 세상 사람들은 후자를 칭찬하고 전자를 책망하는데, 오직 성인(聖人)만이 어떤 사람을 칭찬해주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버려야 할지를 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두 사람은 칭찬의 대상은 못되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 예화에 등장하는 후자에게 관대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갈 그곳'이 각자의 마음에 다를지언정 우리 누구나 '돌아 갈 사람들' 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7. 통상 [열자]는 열어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의 사상과 행적을 중심으로 후세 사람이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열어구의 생애가 불확실해서 허구적인 인물로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생존 자체를 부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 또한 없다고 합니다. 


8. 유가사상은 이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현실적인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나, 도가사상은 무위(無爲)의 도를 따르고 자연스러움에 순응하여 달관된 인생관을 갖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지혜를 제시한다고 합니다. 이 책 [열자]는 문학적인 상상력이 한껏 담겨 있는 글들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9. 이야기 하나를 더 옮겨 봅니다. "양주가 송(宋)나라를 지나다 동쪽에 있는 한 여관에 가서 묵게 되었다. 그에겐 두 사람의 첩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아름다웠고 다른 한 사람은 미웠다. 그런데 밉게 생긴 사람이 오히려 귀하게 대접받았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 천하게 취급되었다. 그래서 양주가 그 까닭을 묻자 여관 주인이 대답했다. "예쁘게 생긴 사람은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가 어디가 예쁜지를 모르겠으며, 밉게 생긴 사람은 스스로 밉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가 어디가 미운지를 모르겠습니다."  웬지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입니다. 


10. 양주가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 너희 제자들은 기억해 두어라. 좋은 일을 하고서 스스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자부심을 버릴 수 있으면, 어디에 가든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겠느냐?"  

내가 살아가면서 혹 실수와 실패에 처할지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지혜도 이와 같이 설명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힘 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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