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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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잃는 것이 있으면 채워지는 것이 있고, 채워지는 것이 있으면 비워지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내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림이 안 그려질 때도 있다.


2. 이 소설은 청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중학생 홍알음과 베프 소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담하게 빈집 그것도 오래전에 누군가 목을 매달아 죽었다는 집을 찾아가 의식을 치루는 부분부터 시작이 된다. 


3. 한 동안 중고등학생들 아니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유행처럼 번졌던 분신사마 같은 의식을 치루는 두 아이를 보면서 아이들의 감정과 욕망은 어른들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고 강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문을 외우고 원하는 걸 생각하면 돼. 그럼 귀신이 찾아와서 계약을 해. 내 계약자가 되어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거지."


4. 처음엔 친구 소희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차원에서 동행한 알음에게 어느 날 밤 '계약자'가 찾아온다. 거대한 머리와 털이 난 몸이 흡사 괴물처럼 보였다. '나는 너로 인해 자유를 얻을 것이다.' 그 계약자가 하는 말이다. 이런 말도 한다.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5. 사실 알음에게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어느 날 불쑥 아빠 품에 안겨 온 어린아이. 알음은 그나마 유지되던 가정의 평화가 그 아이로 인해 더욱 엉망진창으로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사라져줬으면 하는 생각. 계약자와 계약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아이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6.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서 알음에겐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몇가지 소소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소희하고의 관계도 불편해진다. 알음은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이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림을 배우는 중에 들은 이야기라곤 '너의 그림을 그려봐.' 이다. 모사화가 아닌 진짜 그림을 그려보라는 충고와 질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도 주춤하게 된다.


7. 종종 꿈에 계약자가 나타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고 한다. 계약이라는 것은 주고 받는 것이다. 알음은 그 게약자에게 그럼 대신 내가 무엇을 주면 되냐고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단다. 그런 계약이라면 괜찮을 듯 싶다. 대신 그 소원을 자져가는 것으로 만족하겠단다. 그 계약자는.


8. 사춘기 아이들에겐 부모나 형제보다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다. 친형제, 자매들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시시콜콜 쏟아 내놓는다는 이야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성장 과정 속에서 겪어 봄 직한 일들이다. 


9.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주변 환경과 마음이 복잡해지던 어느 날, 지칠대로 지친 알음은 계약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만 두고 싶어요.'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늦었다.' 알음이 다시 말한다. '난 이제 혼자라고요.' 계약자의 말이다. "넌 혼자가 되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10. 알음이 마음에 그려지는 계약자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다. 그야말로 자신의 첫 그림이 만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 그림을 그릴 땐 몰랐는데 다 그리고 보니 알음 자신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아무것도 입지 않고 서 있었다. 두려움에 떨면서 그러나 분노하며, 그리고 슬퍼하고 있었다. 정신을 추스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계약자'는 알음 자신이었던 것이다. 욕망이 자라서 그 아이의 안에 내재해있던 또 다른 자신이 드러난 것이다.  계약자는 작가에게 먼저 나타났었다. 어쩌면 그 계약자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계약자와 어떤 딜을 하느냐는 온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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