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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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04

 

통제 불능 】      케빈 켈리 / 김영사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지는 것들

 

1. 살아있는 세포, 사람의 뇌 그리고 증권거래소, 이들은 과학적 주제로서 공통점이 없는 듯 하지만 복잡성 과학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구성 요소가 수많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복잡계(Complex System)라 할 수 있다. 가령 세포는 단백질, 핵산 등 수많은 분자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이들은 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구성 요소를 재조직하면서 능동적으로 적응한다. 예컨대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신경세포의 회로망을 재구성하면서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환경에 적응한다. 복잡성 과학에서는 단순히 그냥 복잡한 물체와 구별하기 위해 이들을 통틀어 복잡 적응계라 일컫는다.

 

 

 

2. 저자 케빈 켈리는 이 책이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아울러 독자들을 비비시스템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만들어진 것이나 태어난 것이든 생명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모두 비비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가령 생명체와 생태계로 알려진 생물 공동체와 로봇, 기업, 경제와 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이 비비시스템에 해당된다. 요컨대 비비시스템은 복잡 적응계의 다른 이름이다.

 

 

 

3.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 기술자들은 생명체와 기계 양쪽으로부터 논리적인 원리를 추출한다. 이를 극도로 복잡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그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만들어진 동시에 살아있는 것을 고안해낸다. 이와 같은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은 어떤 면에선 정략결혼이라고 할 수 있다.

 

 

 

4. 저자의 관심분야는 많고도 많다. 심리학 동네로 건너가 본다. ‘지루함은 마음을 육체로부터 이탈시킬 수 있다.’ 40년 전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은 극도로 지루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보고하는 기괴한 망상에 흥미를 느낀다. 레이더 감시병이나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은 종종 실제로 나타나지 않은 레이더 신호를 봤다고 보고하거나,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히치 하이커를 보고 차를 세우고는 한다는 것이다. ‘몸은 마음과 생명의 닻이다.’ 몸은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낸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아주는 기계이다. 몸이 마음보다 무거운 것이 다행이다. 물론 체감 적으로 마음이 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긴 하다.

 

 

 

5. ‘가장 보편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진화는 단단하게 연결된 그물망이고 생태계는 느슨하게 연결된 그물망이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진화적 변화는 강하게 묶인 절차로 수학 계산이나 사고 과정과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진화는 뇌에서 일어나는 절차로 비유된다. 반면 생태학적 변화는 정신적 측면보다는 우리 몸의 순환계와 같이(우유부단하고 순환적인 절차로) 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서 바람, , 중력, 햇빛, 암석과 직접 부대끼는 절차와 비슷하다.

 

 

6. 이 책 어디에도 융합학문이학문의 융합이니 하는 단어는 전혀 찾을 수 없지만, 저자 케빈 켈리는 여러 분야를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있다. 생물, 자연, 심리, 정신의학, 산업, IT, 종교, 문학, 우주, 경제, 경영 등 종횡무진이다. 방대한 분량의 작업을 한 저자답지 않게 겸손하다. “이 책에 실린 개념 중 내가 독자적으로 생각한 것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한 개념들은 대부분 참고 문헌에 실린 책과 논문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인터뷰, 주고받은 편지를 압축하거나 고쳐 쓰거나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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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1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이 진화를 만들고,,.욕망이 인연을 낳는걸까. 요즘 화두예요..
이걸 통제할 수 있을까 없을까..또 생각나네요..

쎄인트 2016-01-12 16:27   좋아요 1 | URL
이젠 그 무엇보다...인간의 [욕망이라는 열차]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어디까지 연결시킬것인가? 종착지는 어디로 할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때라고 생각듭니다.
 
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
스콧 라이트 지음, 옥타비오 듀란 사진, 김근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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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03

 

오스카 로메로 】       스콧 라이트 / 아르테(북이십일)

 

 

낮은 이들과 함께 한 삶

 

1.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살기 위해 산으로 도망치고, 생존하기 위해 국경을 넘습니다.” 로메로 대주교가 암살당하기 얼마 전, 외국인 기자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고 답한 말이다.

 

 

2. 이 책은 1980324, 미사 도중 암살당한 엘살바도르의 대주교 오스카 로메로의 이야기다. 그의 죽음은 엘살바도르와 중앙아메리카 방방곡곡에 알려졌다. 세계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방신학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스는 라틴아메리카 교회 역사는 로메로 대주교 피살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라고 단호하게 표현했다.

 

 

3. 로메로 대주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선 엘살바도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엘살바도르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이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천천히 죽어가거나 폭력과 억압으로 갑작스럽게 죽어갔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엘살바도르의 가난한 이들의 운명이었다.

 

 

4. 1932, 막시밀리아노 에르난데스 마리티네스 장군의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던 소작농 중 3만 명 이상이 살해당했다. 소수의 부유층은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몇 대에 걸쳐 착취해 더 큰 부자가 되었다. 거의 50년 가까이 지속된 군부독재가 끝날 무렵이던 1970년대 말, 노동자, 소작농, 학생, 교사들은 수많은 기초 공동체를 조직했다. 엘살바도르는 내전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정부는 이에 강경한 진압으로 대응해, 1980년 한 해에만 12000명 이상을 살해했다. 같은 해 로메로 대주교도 살해당했다.

 

 

5. 오스카 로메로의 삶은 여러 면에서 나자렛 예수의 삶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잘 것 없는 나라의 작은 시골,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것. 두 사람 모두 목수가 되는 훈련을 받았다는 것.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편에 섰다는 점. 그리고 불평등과 부패를 강하게 비판하다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는 점.

 

 

 

6. “예수님은 박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를 믿으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들과 같은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은 납치당하고 고문당하며 감옥에 갇히고 시신으로 발견되는 삶입니다.”

 

 

 

7. 로메로 대주교 강론의 가장 큰 특징은 강론과 실제 삶이 일치했다는 점이다. 그는 권위를 가지고가르쳤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용기의 소유자였다. 로메로 대주교가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는 미국이 엘살바도르의 정치적 상황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고 있는가를 가늠하게 한다. “지미 카터 대통령께, 미국 정부의 지원은 엘살바도르의 정의와 평화를 정착시키기보다 불평등과 억압을 강화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투쟁해온 엘살바도르 민중조직의 사람들은 불평등과 억압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만일 대통령께서 진정 인권 수호를 원하신다면, 미국 정부가 엘살바도르 국민들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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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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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02

 

나무 탐독 】        박상진 / 샘터

 

나무 박사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1. ‘내가 특히 좋아하는 나무는 언덕배기에서 바다 쪽으로 길게 줄기가 늘어진 우묵사스레피나무 한 그루다. 나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우묵사스레피나무란 이름이 생소할 것이다. 남해안과 섬 지방에 주로 자라며 잎 끝이 뾰족한 사스레피나무와 달리 잎 끝이 살짝 형으로 들어가 있다.’ 그렇다. 내겐 참 낯선 이름이다. 우묵사스레피나무. 잎 끝이 자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목사스레피나무 라고 이름붙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2. 나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이 뿌리 내린 곳이 돌밭이던, 모래밭이던, 진흙 속이던 간에 개의치 않고 그 자리에서 살아갈 궁리를 하리라 느껴진다. 다른 곳으로 옮겨볼까? 다른 나무처럼 변신해볼까? 하는 생각이야 해봄직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위치에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것이다.

 

 

3. 이 책의 저자 박상진 나무박사는 대학에서 전공으로 나무속의 세포를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나무와 첫 인연을 맺었다. 차츰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공주 무령왕릉의 관재 등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의 재질을 밝히는 일에 직접 관여할 수가 있었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한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무는 이야기에 보탬이 없고 거짓이 없다.’

 

 

 

 

 

 

4. 이 책은 편의상 5부로 구성되었다. ‘나무, 찾아 떠나다는 반평생 나무를 쫓아다니면서 느낀 일상의 이야기를, ‘나무, 새로움을 발견하다에선 흔하디흔한 나무지만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나무, 추억을 기록하다는 직접 경험한 추억의 나무들에 대한 단상이 중심이다. ‘나무, 역사와 함께하다는 연구를 통해 밝혀낸 나무와 관련된 역사, 문화적인 사실들을 풀어냈다. 끝으로 나무, 그늘을 만나다에선 나무를 통해 투영한 사람살이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5.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무들 중에서 특히 이팝나무 이야기가 흥미롭다. 나는 여러 해전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 공원을 산책 하던 중 이팝나무 꽃을 보게 되었다. 무심히 바라보던 중, 꽃 더미 속에서 십자가 모양의 꽃 형태가 눈에 들어와서 폰 카메라에 담았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개인적으로 그야말로 심신이 모두 피곤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크리스천인 내겐 그 꽃 십자가가 주는 메시지가 가슴에 꽂혔다. “엄살 부리지마라. 바닥만 쳐다보지 마라. 눈 들어 하늘을 봐라. 더 멀리 보아라. 그나저나 너 십자가에 달려봤니?” 그 뒤로 어디서든 이팝나무만 보면 그저 좋았다. 그때 그 생각이 나서 다시 힘을 얻곤 했다. 이팝나무는 5월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키가 20~30미터까지 자라고 지름도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다. ‘꽃마다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꽃잎 하나하나는 마치 뜸이 잘든 밥알같이 생겼다. 이들이 모여서 이루는 꽃 모양은 멀리서 보면 쌀밥을 수북이 담아놓은 흰 사기 밥그릇을 연상케 한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으며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비단옷과 고래 등 기와집까진 필요 없고, 이밥에 고깃국이라도 먹어보길 원하는 사람은 우리 이웃에도 여전히 있다. 이밥은 ()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왕조 시대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 쌀밥을 먹을 수 있다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팝나무는 육의 양식인 쌀과 인연이 있지만, 내겐 영적인 양식으로 다가왔다. 그 해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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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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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다할 때까지 한 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무는 이야기에 보탬이 없고 거짓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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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 인생의 굽이길에서 공자를 만나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1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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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립도생(本立道生) 모든 것의 기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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