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 일방통행에 들어선 청춘에게
전아론 지음 / 샘터사 / 2016년 3월
평점 :
【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 전아론 / 샘터
“이십대 후반을 통과하면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썼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으리라 짐작하지 못했다. 왜 내가 이런 글들을 썼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쓰기 위해 썼다는 답뿐이다. 나를 잠식했던 어둠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갈 때마다 조금씩 물러났다. 희미하게나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셰퍼드 코미나스는 그의 저서 『치유의 글쓰기』에서 “글쓰기의 목적은 긍정의 힘을 얻는 데 있다. 자기 스스로 그 힘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만날 수 있다.” 라고 썼다. 글을 쓰면서, 내 안의 어둠이 물러가고, 나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청년이 청년에게 주는 메시지를 들어본다. 이미 무엇인가 이뤄놓고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주는 이야기보다는 청년이 동연배의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욱 진솔하게, 깊숙이 들어오는 그 무엇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전아론은 ‘언제나 낯설고, 그래서 매번 제멋대로 사는 사람, 특기는 좋아하기, 취미는 독서, 춤추는 것을 즐긴다. 에세이는 물론이고 시, 소설, 편지, 가사..무엇이든 쓸 기회를 노리고 있다.’ 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 끝에는 결국 늘 그 자리에, 그러니까 ‘그냥’ 있어줄 존재를 얻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고양이처럼..” 지은이는 고양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키울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 고양이뿐 아니라 어떤 동물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지금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누군가와 살기에도 적합한 인간이 아니고, 심지어 혼자 살기에도 그다지 적합한 인간이 아니다.”라고 고백한다. 이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와 같이 살 수 있다. 혼자 못사는 사람이 누군가와 같이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감은 서로 피곤하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마주쳐서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다보면 좋을 때는 아주 좋고,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지은이의 생각이 깊다. ‘그저 거기 있고 함께 지내는 것’외에 다른 것을 지나치게 요구하다보면 서로 예민해지고, 싸움이 잦아지게 되고, 결국 서로 깊은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조금씩만 어른이 됩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한껏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해방감도 느낀다. “쫓기듯 이뤄내려고 했던 것들을 가만히 훑어보면, 이것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의아할 때가 있다.”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늘어났다고 한다. ‘어른스럽다’는 말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삶이 버겁다는 이야기다. 한창 정수리부터 쏟아지던 자유에 허우적거리다가. ‘어른’이란 과제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무척 당혹스럽다. 이해가 된다. 취업, 결혼이라는 과제가 눈앞에 다가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조금씩, 적당히 어른이 되어도 괜찮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불안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떠나, 성별을 떠나, 직업을 떠나 모두의 마음속에 불안이라는 ‘무거운 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알랭 드 보통의 말대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이게 정말 나의 불안인지, 누군가가, 내게 던져놓고 간 불안은 아닌지, 그 생각만 놓지 않는다면 우린 아직 괜찮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청년들을 지칭한다. 다독가인 지은이는 그녀가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소개해준다. 《육체탐구생활》(박하, 2015)의 지은이인 김현진 씨도 이 책의 지은이 전아론처럼 술 많이 마시는 게 고민이었나 보다. 혹은 그게 아니라 술을 자꾸 마시게 하는 현실, 그 불안이 더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육체탐구생활》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옮겼다. 그녀(김현진)가 자주 다니던 약수동 ‘나주순대국’ 가게의 할머니 이야기를 전해준다. 아마도 무슨 괴로운 일이 있거나 괜스레 복잡할 때 순댓국집을 찾았을 것이다. 그녀가 자리에 앉아 “저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요”하고 자책하고 있으면 할머니가 “아가,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거시기 쪼그만한 새끼들이 뭐라고 시벌시벌 떠드는 거는 신경도 쓰지말거라잉”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돼지 간을 더 얹어줬단다. 그 말이 뭐라고 책을 읽던 전아론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