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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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5-005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경이수 / 책비

 

1. 인문학과 친해지고 싶어도 인문학의 바다가 깊고도 넓어서 감히 접근을 못하고 그저 수평선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2. “인문학은 머리로 정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듬어야 진정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3. 인문학은 자연스럽게 고전(古典)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고전을 마주하다보면 고전(苦戰)이 된다. 내 삶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나섰지만 더 많은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4. “저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의 현실적 삶과 닿아있는 고전을 위주로 소개하면서 우리의 일상과 작품들을 함께 엮어 제시해보고자 했습니다.”

 

5. 고전 속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즉시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내가 갖고 있는 삶의 의문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6. ‘숲으로 바다로 훌쩍 떠나고 싶다면’, ‘전지현이 부러워지기 시작할 때’, ‘왜 사니?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면’, ‘사람과 부대끼는 삶이 고단하다면’, ‘상사에게 돌직구 날리는 통쾌함을 맛보고 싶다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면등 몇 가지 추려본 꼭지 글들의 제목이 신선하면서도 리얼하다.

 

7. 지은이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어쩌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며 각 물음에 걸맞은 작품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8. ‘왜 사니?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면’. : 니체는 이런 말을 남겼다. “(Why)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사실 왜 사니?’란 질문을 안 하고 사는 것이 더 건강하고 지혜로운 삶이다. ‘왜 사니?’란 물음이 스스로 또는 타인의 입에서 나온다면 뭔가 잘 못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9.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소개된다. 내가 읽은 기억 중엔 수용소 안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은 살아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국 그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곳에서 왜 사니?’ 묻는 것은 사치다.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동력의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 먼저 가스실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 깨어진 유리조각을 몰래 주워서 이른 새벽에 면도를 하는 모습은 살아남기 위한 단장(丹粧)이었다.

 

10. 지은이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여행하기 위한 Tip을 준다. “‘나는 왜 사는가?’ 이 질문은 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은 왜 살고, 혹은 그렇게 사는 것이 힘들고 괴로우면 왜 자살하지 않는지 어떤 사소한 이유라도 좋다. 그 이유를 떠올리며 읽어보자. 이 책이 단순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지낸 이들의 비참하고 잔혹한 일상과 고문들을 고발하기 위한 책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오히려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11.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안에 숨어 있는 많은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질문은 많으나 답은 잘 안보일 수도 있다. 같은 질문에 답은 시시때때로 변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은 그 답안지를 더욱 알차게 채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답게만들어가는 길을 인문학이 안내해주리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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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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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04

 

10% 행복 플러스댄 해리스 / 이지북

 

1. 앵커와 리포터로서 종군 기자, 사건기자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 지은이 댄 해리스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내 머릿속 목소리는 개망나니로 할까 한 동안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연방통신위원회의 바르고 고운 말 쓰기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직업의식 때문이다.

 

2. 하긴 지은이의 말에 지극히 공감이 간다. 우리 내면에는 누구나 한 자리 하고 있는 내레이터를 키우고 산다. 떠드는 내용은 대부분 원망이나 질책, 욕구 등이 대부분이다.

 

3. 명상, 명상수련에 대한 이야기에 힘을 준다. 제대로 명상을 할 수 있다면 10%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명상 수련을 하면 두뇌 속에 일종의 완충지대가 형성된다. 분노와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 완충지대를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적절하게 반응할 준비를 갖출 수 있다. ,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머릿속 목소리의 준동에 휩쓸린 나머지 나중에 후회하게 될 반발을 제지해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4. 나의 경험상 명상은 우선 번잡한 생각과 몸의 피로로 인한 거친 호흡을 잠재우는 피워가 있다. 호흡이 안정되면서 몸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과긴장된 근육들이 이완됨을 느낀다.

 

5. 200467, 굿모닝 아메리카생방송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댄 해리스에게 생방송 중 불안 발작이 일어났다. 20초 분량의 간추린 뉴스 여섯 가지를 보도하는 도중에 느닷없이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면서 틱 현상이 발생했다. 댄 해리스는 이 상황을 모두 내 탓이오한다. “인생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오직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려왔기 때문이다.”

 

6. 그리 나쁜 욕심은 아니다. 몰입하며 전진하는 것은 이 시대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그리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나아가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7. 댄 해리스에게 닥친 안 좋은 상황은 일차적으로는 스트레스다. 그러나 댄 해리스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우울증을 치료한답시고, 기분 전환 해보자고 딱 한번만 해볼까? 접근했던 마약이 문제였다. 중독단계까지 갔다.

 

8. 그의 몸과 마음을 다시 살린 것은 바로 명상이었다. 다른 명상 서적은 효능과 방법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은이가 명상을 접하게 된 과정과 명상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9. 책의 전반부는 방송인으로서 현장에서 적응해가는 과정과 9.11사태, 유명인 들과의 인터뷰 그 뒷이야기를 담고 있고 후반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명상 체험 위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0. “명상은 내가 아는 한, 머릿속 목소리를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에고는 늘 판단하고 갈망하며 가정하고 불안해한다. 단순히 호흡을 느끼는 수련만으로도 평생에 걸쳐 몸에 익은 그 습관을 타파할 수 있다. 복부의 기복에 신경을 모으거나 콧구멍을 들고 나는 공기에 집중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에고는 잠잠해진다. 판단 없이 인식하는 능력은 자주 사용하지 않을 뿐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다. 생각하지 않고 유념하는 것이 명상수련, 혹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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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의 경제학 - 마이너스를 통해 플러스를 얻다
서정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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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03

 

손해의 경제학서정락 / 21세기북스

 

1.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애매모호한 말이 없다. 지고이기는 것은 명료한데 어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인가? 사실 말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행이 어렵다. 마음의 수련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다.

 

2. 지은이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손해를 보면 오히려 더 큰 이익으로 돌아 올 수 있다.” 역시 여간한 심성 아니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3. 경영과 인간관계에서 일순간의 손해는 결국 성공을 위한 에너지를 재창출한다는 경험적 결론부터 내놓고 있다.

 

4. 지은이의 생각은 계산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손해를 받아들임으로 상대방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보다는 일, 일보다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5. 책은 손해의 경제학, 세심, 자아, 동료애, 열린 사고, 리더십, 의지, 마음관리 등을 키워드로 한다.

 

6. “나는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방하착은 불가에서 나온 말이다. ‘내려놓아라!’는 의미이고 외부, 잡념을 끊어야 수행에 전념할 수 있다는 속뜻을 갖고 있다. 나는 인생을 늘 방하착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7. 사실 우리의 삶에서 입으로는 내려놓는다하면서 더 세게 움켜쥐는 일이 허다하다. 나의 욕심대로 되지 않을 때 몸과 마음이 더욱 피폐해진다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내려놓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마음을 비운다면 그 욕심의 실체를 더욱 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8.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열린 사고의 소유자라고 한다. 누구나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 장점과 단점은 매우 주관적이다. 보는 각도나 주어진 상황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9. 지은이는 하이브리드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진 것을 말한다.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쓸 수 있는 차를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한다. 하이브리드형 인재는 한 가지 장점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계속 발전해 나가는 인재를 의미한다.

 

10. 각자의 삶의 여정에서 붙잡고 갈만한 이 필요하다. 목표일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그 끈을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키우고 더욱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 용어에 자기 효능감이라는 것이 있다. “한 번의 성공, 한 번의 긍정이 무한한 영향을 줍니다.” 한 번의 좋은 경험과 좋은 영향의 결과를 계속 유지하려는 마음이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자 나의 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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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의 산
토마스 만 지음, 윤순식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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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02

 

마의 산토마스 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어떤 단순한 젊은이가 한 여름에, 고향인 함부르크를 떠나 그라우뷘덴 주에 있는 다보스 플라츠(요양원)를 향해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3주일 예정으로 누군가를 방문하러 가는 길이었다. 함부르크에서 그곳까지는 참으로 긴 여정이다. 3주일이라는 짧게 머물 기간에 비하면 사실 너무 먼 거리다.”

 

2. 작품의 무대인 스위스의 다보스는 현 시대에선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하다. 토마스 만이 이 작품을 쓴 시대엔 결핵요양원으로 유명하고, 겨울 스포츠 센터로도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3. 여기서 단순한 젊은이로 소개되는 한스 카스토르프는 23세의 견실한 시민계급 출신이다. 대학에서 조선공학을 전공하고 이제 막 조선기사 시험에 합격하여 곧 함부르크의 조선소에 취직할 예정이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전 그는 고향을 떠나 스위스 고산지대인 다보스로 여행을 간다.

 

4. 이곳에서 방문 예정인 누군가는 사촌 요아힘 침센이다. 침센은 치료를 위해 5개월째 입원해 있다. 그의 병문안 겸 바람도 쐴겸 고향을 떠났다.

 

5. 여행 중 한스 카스토르프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의 죽음이 아니라 가족들의 죽음이다. 그의 부모는 그가 다섯 살과 일곱 살이 되던 해 짧은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뒤이어 할아버지도 떠나셨다.

 

6. “죽음은 경건하고 명상적이며 슬프고 아름다운, 즉 종교적인 성질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또 이것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성질, 지극히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성질, 아름답지도 명상적이지도 경건하지도 아니한, 사실은 슬프다고도 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7. 다보스에 도착한 카스토르프는 본인도 폐결핵의 징후가 있어 사촌 침센과 같이 요양생활을 한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3주 예정이었던 여행이 한없이 길어져 무려 7년간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8. 작품 속에선 러시아 출신의 쇼샤부인이란 환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머무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9. 카스토르프는 요양원 생활의 단조로움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키를 배운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혼자 스키를 타고 나갔다가 길을 잃고 눈보라에 갇힌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꿈을 꾼다. 새로운 인간상이 만들어진다. 인간이 착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선 죽음에 대한 공감에서 벗어나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10.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초기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했던 삶과 죽음의 갈등, 몰락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종국적으로 이끌어낸 휴머니즘의 비전은 전쟁이라는 현실로 나타난다. 이는 주인공의 내적 자아와 사회적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극심한 괴리감으로 표현된다.

 

11. 이 작품이 태동한 배경이 흥미롭다. 폐렴 증세로 다보스 요양원에서 치료 중이던 그의 아내를 문병하러 간 3주 정도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때 그곳 의사는 만 역시 폐렴 증세가 있으니 그곳에 입원하여 6개월간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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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의 산책
이지민 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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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01

 

여신과의 산책이지민 외 / RSG(레디셋고)

 

1. 젊은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은 흥미롭다. 감각적이다. 강가에서 물고기가 튀어 오르며 은빛 몸체를 살짝 보여주고 다시 잠수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맛으로 비유하면 새콤달콤하다.

 

2. 여덟 명의 소설가가 여덟 편의 소설을 내놓았다. 각기 다루는 소재와 작법이 다르다.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지독한 상실감이다. 그러나 그 상실감이라는 것을 냉정히 바라보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잃었나?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원래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오며 내가 획득했다는 것은 그저 게임 중 득템한 정도에 불과 할 수도 있다. 그 마당에서만 쓸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

 

3. ‘케네디가 죽었을 때 나는 태어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이지민의 여신과의 산책은 어느 여인의 이야기다. 교제하는 남자들과 함께 있을 때 그 가족이 죽는 일이 반복된다. 하필이면 그 때 숨을 거둘게 뭐람. 교제하던 그들의 가장 큰 세상이 무너지던 날 그녀는 늘 그들 곁에 있었다. 이젠 사람을 사귀는 일이 힘들어진다. 행운의 여신이 아니라 불운의 여신이라는 닉네임이 붙는다. 그러나 불운도 상대에 따라 행운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4. ‘사람들의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무대는 외국이다. ‘언제, 어디에, 어떤 무덤을, 의사가 병을 선고한 뒤부터 나는 무덤의 형식을 생각한다.’ 시한부 삶이다. 낯익은 사람들에게 병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그들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년필을 쓸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을 산다. ‘만년(萬年)과 만년(晩年), 나는 만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만년을 책상위에 두고 온 만년필과 함께하고 싶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오르고 싶다. 그녀는 그의 삶에서 왕복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편도 티켓을 끊으려하나 그마저도 안 된다. 스키 시즌이 아니라서 그렇단다. 그렇게 그녀는 산에서 사라졌다. 산의 일부가 되었다. _한유주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

 

5. 김이설의 화석은 일상의 일탈이 그려져 있다. 현재가 과거를 만났다. 함께 하지만 옛 향기가 아니다. 그나마 유지하던 현재마저 놀란다. 혼란스러워진다.

 

6. “이 사람 이원씩 씨잖아!” 이원식은 개그맨이다. 그리 잘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때가 있다. 응급실 의사가 어찌 알아봐준다. “코마 상태군. 빨리 의식부터 찾아. 근처에 있을 거야! 어서!” 응급실 구석구석 의식을 찾느라 난리친다. 그 소동을 지켜보던 119 구급대원이 한 마디 한다. “소용없소. 이원식 씨가 쓰러져 있던 계단 위아래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으니까.” 하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는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긴 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감지하지만 표현을 못하는 식물인간이 되어서 병실 화분에 갇혀 있는 벤자민과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하긴 같은 과이긴 하다. 식물.

_박 상 매혹적인 쌍까풀이 생긴 식물인간

 

7. ‘이 글은 1995년 봄에 시작되어 여름이 가기 전에 끝이 난다.’ 해이수의 뒷모습에 아프다의 첫 문장이다. 이 단편의 제목처럼 때론 뒷모습이 더 진솔하다. 외로움과 그리움, 상실감은 앞면보다 뒷면에 더 진하게 배여 있다. “아마도 조물주가 나를 진흙으로 빚고 나서 숨을 불어넣을 때 기쁨보다 슬픔의 함량을 더 많이 불어넣었나봐. 그러니까 내 책임이 아닌 거지.”

 

8. “‘사랑하다의 어원은 생각하다이다. 이제는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가? 어쩌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보다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이 더 간절하지 않은가? 유혹으로 만연한 삶에서 사랑은 구원이며 또한 함정이다.” _박주영의 칼처럼 꽃처럼

 

9. “창작은 무료함과 허무함에서 시작되고, 완성은 창작자와 세계의 심연 그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진다.” _권하은 그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10. ‘결국엔 모든 것이 같다.’ 박솔뫼의 차가운 혀는 이렇게 시작된다. 무엇이 똑같다는 이야기? ‘추운 겨울이든 따뜻한 봄이든 결국에는 말이다.’ 다른 뜻이 내포된 듯한 표현이다. 그저 모든 것이 시들하다는 느낌이다. 화자인 나와 애인이기도 한 누나와 아르바이트 나가는 카페의 사장은 삼각형을 이룬다. 순서는 상관이 없다. 기둥이 필요하다. 지지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삼각형이 되진 못하지만 우리 셋은 똑같다.’

 

11. 각기 다른 맛의 나물 여덟 가지를 버무려 먹은 기분이다. 따로 먹어도 괜찮고 같이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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