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해고하라 - 익숙한 경영과의 결별
김인수 지음 / 부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놓고 볼 때 보스들은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라고 써있나 궁금해서 펼쳐보는 보스라면 아직은 가능성이 있지요. 함께 갈 만한 사람이지요. 반대로 보스를 해고한다고 그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기도 합니다. 고쳐서 같이 가야 정상이지요. 책의 부제는 '익숙한 경영과의 결별'입니다. 


뭐라고 써 있나, 어떤 생각을 전해주고 있나 들여다볼까요?  언론인인 저자 김인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영은 결국 실패할 수 없으며 현대인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타인을 착취하지 않는 문명화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 믿음에 한 표 찍습니다.


책 서두에 재밋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의 이름이 무엇일까요? 7가지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1. 윗사람 눈치 무진장 살핀다.  2. 윗사람이 말하면 사소한 것도 한다. 3. 아랫사람 감정은 무시한다.  4. 아랫사람이 뭐라고 말하면 먼 산 바라본다. 5. 직접 하는 게 없다. 오로지 시키기만 한다.  6. 책임은 안 지려 한다. 그래서 사소한 것도 윗사람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 

7. 욕심은 무진장 많다.     답은 '보스 병'입니다. 부장급 이상의 보스들에게 발병률 90퍼센트이며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보스, 즉 ~장을 그렇게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던 사람들이 막상 그 자신이 ~장이 되고 나면 이미 전염이 되고, 오염이 되어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쫄병때 군생활을 힘들게 하면서 내가 고참이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를 많이 사랑해줘야지 그렇게 마음 먹긴 하지만 막상 그 위치에 서면 그렇게 하던가요?


사실 위 질환의 증상을 옮기면서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내 안에도 그런 증상이 한 두 가지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스가 되면 권력의 맛에 길들여져 인성마저 변한답니다. 인간은 마약에 중독되듯이 권력에 쉽게 중독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스가 되면 두뇌의 생리학적 작용이 정신장애인과 비슷해진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습니다. 


'보스를 해고하라'  저자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기업이 되려면 보스 제도를 없애버리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래야만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조직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당장 보스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직원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악질 보스부터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하기 위해 '내성적인 리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율적인 분위기로 일을 해나갈 때 '외향적인 리더'보다 '내성적인 리더'들이 직원 융화는 물론 더 높은 성과를 낸다고 합니다. 


내성적인 리더의 성공 사례와 전략은 물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각 기업이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기업 운영에 실제 적용하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를 직원처럼 훈련시켜 성공한 기업의 사례와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기업의 새로운 존재 양식으로 '관계(사이)'를 맺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제시합니다. 기업은 내적으로는 직원과의 관계를 통해, 외적으로는 고객과 자연 환경, 협력 업체, 공동체와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모닝스타 컴퍼니라고 들어보셨나요? 매출이 연간 7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토마토 가공 회사라고 합니다. 이 회사는 여러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그 중 '보스가 없다'는 점이 압권입니다.  회사 설립자인 크리스 루퍼가 창업 멤버인 직원들을 불러 모아 "어떤 회사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직원들은 토론 끝에 다음과 같은 3가지 결론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 할 수 있을 때 가장 생산적이고 행복하다.

- 인간은 생각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창조적이고, 타인을 돌보는 성실한 존재다. 

- 타인에 의해 관리되지 않으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최고의 조직이다. 이곳에서는 스스로가 인간 관계를 관리하며,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헌신한다.

이런 생각을 뽑아낸 직원들 대단합니다. 크리스 루퍼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군요. 이 세가지는 이후 모닝스타의 핵심 경영 철학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간의 사회생활 경험에서 얻은 나의 결론은 조직이나 기업이 잘 되기 위해 필요한 단어는

[신뢰]입니다. 이 신뢰감이 깨지면 그저 시늉만 열심히 하는 일상이 됩니다.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입니다. 캠벨의 코넌트가 '신뢰'에 대해 한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당신(리더)은 신뢰를 불어넣어야 한다. 일단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면 당신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은 셈이다. 신뢰는 당신이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협력하여 일을 완수하기까지 필요한 활력을 줄 수 있다는 허가증과 같다. 신뢰가 있어야 탁월하게 실행 할 수 있고, 뛰어난 결과물도 내놓을 수 있다. 일단 탁월하게 실행하고 결과를 내놓는다면 더욱 쉽게(사람들에게) 신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례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탈장 치료 전문 병원인 숄다이스 병원의 사례입니다. 이 병원은 자신들의 치료법에 적합한 환자들을 골라 입원시킨다는 것입니다. 재발률과 치료 비용을 낮추는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의료사고 역시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적인 의료 현실에서는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참고를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듭니다. 숄다이스 병원에서 수술 받기 위해선 탈장 문제이외엔 다른 검사상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릅니다. 환자 입장에선 "뭐 이래?"라는 반응이 따르겠지요. 그러나, 병원 방침이 부적합한 고객은 아예 버스에 태우지 않겠다는데, 버스 문손잡이 붙잡고 매달리거나 버스 앞을 가로 막고 태워달라고 떼를 쓰느니 얼른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겠지요.


이 병원이 단순히 환자를 초이스하는 병원이라면, 좋은 케이스에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이 병원에서는 하루에 대략 30명의 신규 환자들이 수술 전날 입원을 합니다. 이들은 마치 한 반의 동급생과 같습니다. 몸무게, 혈압,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어울리게 됩니다. 배정된 병실은 모두 2인실 입니다. 숄다이스 병원은 환자의 직업과 개인적 관심사 등을 고려해 최대한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병실을 배정합니다. 직원들이 환자를 케어하는 경우보다 회복기의 있는 수술 선배(?)들의 케어가 많습니다. 경험적으로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아무리 말로 달래고 이해를 시켜도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앞서 같은 병명으로 수술한 환자(수술 결과에 만족하고 현재 상태가 양호한 사람)와 면대면 연결을 시켜줍니다. 10사람의 의료진이 매달리는 일보다 그 한 사람의 역할이 당연히 큽니다. 


보스를 해고하라~!!  막상 보스가 되고나서 이런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것입니다. 해고 되지 않고 자리를 잘 지키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보스가 되고 나선 늦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팀장이니 실장, 부장, 차장, 과장 이상의 직급에 오른 사람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기 되는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보스'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 된 '보스'적인 생각입니다. 

스스로 "그래도 내가 '보스'인데.."하는 우쭐한 생각은 지금 '보스'병  3기에 들어섰다고 진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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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의식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탐구한 시간 심리 분석서라는 점에 관심이 갑니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진실을 인류학, 물리학, 철학, 문학, 초심리학을 동원해 폭 넓게 조명하고 있다네요. 시간을 지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간 자체를 초월하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안내한다고하니 그 길을 따라가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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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사상가로서 철학·문학비평·소설의 영역에서 방대한 양의 글을 쓴 모리스 블랑쇼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블랑쇼의 후기 사유가 단상들로 구성되어 있는 책입니다. 마치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듯 단상 형식으로 구성된 그의 글들은 그의 삶이 드러나지 않는 은거의 삶이었던 것처럼, 그의 언어 역시 현실을 설명하고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구성적 전망의 언어가 아니고, 현실의 맹점을 밝혀 보이는 명철하고 비판적인 언어도 아니며, 드러나지 않는 침묵의 언어임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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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대답은 안 들려도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질문 조차도 못 던진다면 우리의 의식 또한 잠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행동과 욕망을 파헤치며 문제의 근원을 탐색할 뿐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33가지 질문을 탐색하노라면 우리 삶의 모든 문제는 결국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욕망에 굴복하고 정치와 경제에 영혼을 판 건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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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해 명작의 반열에 든 작품들. 사람들 개개인이 생각하는 명작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명작이라고 평가한다면, 그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어떤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 보편적 가치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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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첨단에 선 사람들의 생각을 모은 책이라고 합니다. 5년에 걸쳐 예술가, 물리학자, 저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유전학자, 무용가, 소설가, 철학자 등 ‘지금 여기’ 현대의 최고 지성 44인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눕니다. 과학에는 미리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종교처럼 중심인물도 없고, 단일한 교리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특징이 역설적으로 과학의 독특한 힘과 안정성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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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문을 두드리다 - 오늘의 중국 문화와 예술 들여다보기
인지난 지음, 김태만 옮김 / 학고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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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술 작품이나 예술 현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고 해서 모두 결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마음과 부딪혔을 때라야 남을 수 있다. 모든 예술의 문을 다 두드릴 수는 없지만 오늘도, 여기서 나는 홀로 문을 두드린다.”


문학도 마찬가지지만, 회화 또는 설치미술같은 경우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난 후엔 감상자에게 넘어갑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오롯이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작가 어떤 작품을 놓고 '이 작품은 이러이러한 의도로 창작되었으니 이 범주내에서만 받아들이시오'하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술평론가는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을 관람자 또는 감상자에게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줍니다. 작가가 그의 작품을 놓고 사족을 단다는 자체가 불합리하기 때문에 평론가의 평론은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예술은 그 시대의 트렌드가 반영됩니다. 시대적 사조가 태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그 예술의 마당을 중국이라는 나라의 시대적 상황에 국한시켜 봅니다. 중국은 문화혁명기간 동안 정치적, 사회적 급변을 겪은 후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초까지 중국 예술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중국'속에 은폐되어 있던 '표현의 욕망'이 개혁개방이후 서서히 터져나오게 됩니다. 1980년대의 정치적 개혁개방은 당시 중국 사회 최대의 주제였고, 중국의 예술 역시 이들 주제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예술연구원의 랑사오쥔은 이 책을 놓고 '문화대혁명 이래 가정 영향력 있는 미술비평집'이라고 평했습니다. 저자 인지난의 부친 윤재원 선생은 경남 통영 출신의 음악가였다고 합니다. 어려서 중국으로 건너가 동북의용군에 가담했고, 모친 김애현 여사는 평안북도 용천군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중국의 선양, 스좌장, 베이징 등을 전전하다가 1945년 광복이 되면서 평양으로 귀화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부모는 남북한의 결합이라고 표현됩니다. 음악을 하는 남한 출신의 윤재원 선생과 북한 출신의 사학도 김애현 여사사 평양에서 첫 사랑의 연을 맺게됩니다. 저자는 자신의 학구적 태도나 예술적 감성을 부모로부터 전승받았다고 믿습니다.

 

저자는 중국 단동에서 고교 생활을 마치고, 우수한 성적으로 베이징 대학 역사과 고고학 전공에 입학하게 됩니다. 베이징 대학에 재학하던 20대, 저자는 치열한 독서와 엄격한 감정(鑑定)실습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재학 중에 저자가 발표한 고고학 관련의 몇몇 논문들은 발표될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깊고 철저한 관점과 논지는 '전인미답의 성과'라는 극찬을 받습니다.

 

이 책은 저자에게 중국에서 출판된 첫 번째 저술입니다. 미술평론서이기도 한 이 책은 중국 현대 예술사에서 거대한 변화가 발생했던 1985년에서 1993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 중국 예술 평론서 출판사상 최다 쇄수(刷數)라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출간후 전국 각지에서 무수한 해적 출판이 출현할 정도로 대단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치적 예술만이 지배하던 자리에 이 책은 중국에 "자유로운 글쓰기의 전형"이라는 칭호가 붙기도 했다는군요.

 

"예술은 인생을 뒤섞어 혼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허장 성쇄의 거대 관념에 사람들이 지쳐있을 때 생명에 대한 관찰을 중시하는 '근거리' 경향이 출현했다. 이런 경향은 지나치게 평화롭고 고요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소리 없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근거리'에 대한 궁금점이 생깁니다. 저자가 어떤 의도에서 '근거리'라는 호칭을 붙였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근거리'와 다르게 '신생대'라는 표현도 눈에 띕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두 의미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의 평론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생대 예술인들은 대부분 베이징에 집중되어 있다. 1960년대 출생한 이들은 홍위병과 지식 청년이라는 역사 기억 속의 트리우마가 없기 때문에 195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과의 사이에는 확연한 정신적 단층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체로 집단의식이 약하고 상호 인정할 만한 통일된 인생 원칙이나 예술적 주장이 없다. 신생대가 연령상 개념이라면 근거리는 예술 상태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이른바 근거리라는 것은 예술과 관념, 예술과 생활이라는 삼자 간의 정신적 거리를 좁히자는 것이었다. 생활과 관념, 이 두 개념은 줄곧 중국 예술가들 생각의 양극단이었다."


봇물처럼 번진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그 작품들을 대하는 중국 인민의 정서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띕니다. 저자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서 이 부분에 대한 깊은 평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1989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화인체예술전'이 그것입니다. 예술계를 통해 크나큰 사회적 충격을 준 한 해 였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는 지금까지 중국에 존재했던 그 어떤 것보다 많은 '최고'들을 기록했다고 하는군요. 최대 규모, 최고강의 입장료와 최고의 판매 수익, 최다 관람객 수와 최다 화보 판매량...이 전시회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유화인체예술'이라고 표현된 '누드화'입니다. 누드의 모델들이 전시회측에 소송을 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한 이 전시회.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던 한 화가는 이러한 사태를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떤 관객은 그림을 보러왔고 어떤 관객은 벗은 엉덩이를 보러왔다."   관객 중 한 노인은 "2위안으로 벗은 몸뚱이를 볼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합니다.

 

"정말이지 중국의 성 문화가 독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변태와 기형의 상태에 처해 있다면, 중국의 문화와 예술은 지속적으로 고통과 조롱을 당할 것이며, 중국 민중도 마찬가지로 조롱과 고통을 받을 것이다."

 

책의 내용도 충실하지만, 책이 참 잘 만들어졌습니다. 140여 장에 달하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전시회 상황과 관련된 사진이 매우 훌륭한 인쇄로 담겨져 있습니다. 당장은 눈이 즐겁습니다. 책말미엔 중국 당대 예술가 60명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이 그들의 사진과 함께 실려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중국의 1980~90년대를 관통하는 대표적 예술가들인 만큼, 이들을 알면 중국 현대 예술 전체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회화를 전공하는 분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중간에 언급한대로 중국에서'자유로운 글쓰기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저자의 글들이 주는 깊은 사색과 고독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홀로 두드린 문'을 열고 '함께 들어가 보는 계기'를 마련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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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간된 국내서적중 인문/사회/과학/예술 - 11월 신간 중

다음 도서들에 마음이 머뭅니다.

 

 

 

에코는 <비판은 엄격하고 무자비해야 한다>는 일종의 전제로 이 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코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들은 대부분 관성화된 세상과 관련된 것이지요. 관습이라는 이름 아래 타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세상에 만연한, 그중에서도 악습에 의해 타락한 세태를 겨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비판의 권리가 검열에 의해 묵살되지 않을 때에야 대중의 분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작들과 비교하여 그 어느 때보다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쓴소리를 내뱉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움베르토 에코를 만나보렵니다.

 

 

 

 

파동도 양자역학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게 시작했던 일반인들. 그들의 눈높이로 시작한, 그래서 그 어떤 책보다도 쉽고 재미있는 파동의 법칙과 양자역학의 법칙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지구의 생명의 신비에 도전했다! 세포와 DNA를 통해 바라본 지구의 신비, 그리고 물리와 화학의 매력!

 

 

 

 

 

 

 

 

 

 

세계사는 시간상으로나 공간상으로, 혹은 정치와 학문, 예술 어느 면으로 보아도 엄청나게 방대하며 온갖 사건들과 인물들로 가득하합니다. 엄청나게 중요한 대사건이 있는가 하면 사소하지만 눈길을 끄는 기이한 사건도 있지요. 휴 윌리엄스의 <키워드로 읽는 세계사>는 이렇게 만화경처럼 다채롭고 복잡한 사건들을 부, 자유, 종교, 정복, 발견 등 5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50가지 사건으로 정리하여 풍성한 지식과 균형 있는 안목, 그리고 독특한 관점에 입각해 잘 정리해놓았다고 합니다.

 

 

 

 

 

 

 인류의 흥망성쇠가 반복되는 가운데 19세기 파멸적 식민지 정책은 세계의 절반을 빈곤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그 후유증은 결코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놀라운 농업 생산성과 유전자변형 작물의 이 시대에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식량 위기를 겪고 있지요. 이 책은 기후 변화, 연료비 상승, 한계에 다다른 농경지 등의 문제에 취약한 21세기 ‘음식의 제국’을 진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슬리보에 지젝. '위험한 철학자'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습니다. 그가 한국을 찾아왔답니다.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아무런 의미 있는 내용을 갖지 못하는 인상비평을 넘어, 그가 우리와 어떻게 만나려 했고 어떤 대화를 나누고싶어 했는지, 어떤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려 했고 스스로의 생각을 어떻게 제시했는지 그 내용적인 실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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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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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에서 감을 잡으셨겠지만, 숨어있던 인격, 성격, 성품이 어느 순간 어둠에서 빛으로 노출됩니다. 당사자도 놀라고, 주위 사람도 모두 놀라다못해 까무라칠 지경까지 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유명인일수록 그 '놀램'의 정도가 더욱 강렬합니다. 일간지 사회면이나 인터넷 뉴스에서 클릭수가 높은 경우는 대부분.."어떻게 그 사람이 그럴 수가 있지?" 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러나 내가 유명인이 아니라고 해서 경천동지(驚天動地)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번역된 서적을 보면 제일 먼저 원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합니다. 때로 책의 제목을 번역해서 이름을 달아주는 과정에서 더 멋진 이름이 붙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 너무 시선 끌기에 급급한 번역도 종종 눈에 띕니다.

이 책의 원제는 "Out of Character"입니다. "숨겨진 인격"이라는 번역은 잘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하나 정도면 어찌 잘 다스려본다하지만, 아니 그 하나가 평소 겉으로 드러나는 나보다 엄청 힘이 더 세다면 호시탐탐 본색 드러내기에만 틈을 노리고 있겠지요.  이 책은 두 사람의 열심있는 사회학자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완전히 뒤엎은 실험의 결과를 연구물로 내놓은 것입니다. 최근의 심리학 분야에선 가장 흥미롭고 도발적인 연구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잣대로 평가하는 성인과 죄인, 선과 악, 흑과 백으로 양분되는 인격에 관한 고정된 시각을 창조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연구로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두 저자에 의하면 우리의 인격은 보이지않는 정신체계의 끊임없는 밀고 당김에 쉽게 영향을 받는 변화무쌍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격(Character)이 무엇일까요?  웹스터 사전에서는 인격을 "흔히 개인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특성의 복합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인격은 안정되고 고정된 것이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존재한 셈입니다.  'Character'란 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나온 것으로, 서로 다른 동전을 구별하기 위해 동전에 새긴 지워지지 않는 표시를 뜻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이 말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에 새겨져 그의 참된 본성을 '드러내는'지워지지 않는 표시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고 합니다. '참된 본성'..좋은 모양이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찌해야할지. 그 액면가 그대로 살아야하나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평판'이 되겠지요. 아무개 하면 그를 아는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느낌, 평판말입니다. 아님, 그냥 편하게 액면가는 뭘? 하면서 백지 수표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때 그때 다른  Character로 말입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늑대는 양을 가장 할 수 있지만, 양은 늑대를 가장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는 한 번의 선행만으로는 좀처럼 그 사람의 인격이 좋다고 판단하지 않지만 그 반대의 판단을 내리는 데는 주저하지 않지요.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이따금 좋은 일을 해도 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은 좀체로 바뀌지 않지만,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가 알고보니 인격에 타고난 결함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주장하는 데는 단 한 차례의 실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무서운 '딱 한 번'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위선자인가? 우리의 도덕 나침반은 죄다 고장인가? 애초에 그런 나침반이 있기는 했는가? 이 질문의 답은 예, 아니요, 둘 다 가능하겠다. 우리는 모두 위선자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늘 위선자는 아니다. 위선자처럼 행동하는 것과 위선자는 다르다. 죄를 짓는 것과 죄인은 다르다. 전자는 한 가지 사례이지만, 후자는 깊이 뿌리내린 기질을 의미한다. 이미 말했듯이 우리의 도덕 나침반은 고장 나지 않았지만,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그것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 도덕성은 탄력적일 뿐 아니라 도덕성을 결정하는 저울은 우리 레이더로 조정되는 정신체계에 따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

 

그렇다면 인격을 최적화한다고 해서 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님, 그냥 늘 '나쁜'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다 갈까요?  이런 질문에 심리학자의 범주내에서 답변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겠지요. 보다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접근을 허용해야 할 듯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이 질문에 상응하는 멘트를 주고 있긴 합니다.

 

"중요한 점은 융통성이다. 우리 정신체계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헤쳐나가는 세상이 단순하다면 금언이나 계율이니 하는 것들만 따르면 쉽게 그 길을 찾을 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 순간의 필요와 기대에 맞춰 어떻게 행동할지 새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서로 경쟁하는 양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이 균형점 이야기를 하면서 '황금비율'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황금비율하면 기껏해야 커피와 프림의 그 수준까지 밖에 안되는데 인격을 최적화할 정확한 지점을 황금비율처럼 항상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한다는 부분은 숙제로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땅에 머무르는 동안 이 숙제를 다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 책의 부제인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이 나와 당신의 "숨겨진 인격"이 아닌 그 반대의 상황으로 주위를 놀래키고 감동을 주는 일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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