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해고하라 - 익숙한 경영과의 결별
김인수 지음 / 부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놓고 볼 때 보스들은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라고 써있나 궁금해서 펼쳐보는 보스라면 아직은 가능성이 있지요. 함께 갈 만한 사람이지요. 반대로 보스를 해고한다고 그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기도 합니다. 고쳐서 같이 가야 정상이지요. 책의 부제는 '익숙한 경영과의 결별'입니다. 


뭐라고 써 있나, 어떤 생각을 전해주고 있나 들여다볼까요?  언론인인 저자 김인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영은 결국 실패할 수 없으며 현대인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타인을 착취하지 않는 문명화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 믿음에 한 표 찍습니다.


책 서두에 재밋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병의 이름이 무엇일까요? 7가지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1. 윗사람 눈치 무진장 살핀다.  2. 윗사람이 말하면 사소한 것도 한다. 3. 아랫사람 감정은 무시한다.  4. 아랫사람이 뭐라고 말하면 먼 산 바라본다. 5. 직접 하는 게 없다. 오로지 시키기만 한다.  6. 책임은 안 지려 한다. 그래서 사소한 것도 윗사람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 

7. 욕심은 무진장 많다.     답은 '보스 병'입니다. 부장급 이상의 보스들에게 발병률 90퍼센트이며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보스, 즉 ~장을 그렇게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던 사람들이 막상 그 자신이 ~장이 되고 나면 이미 전염이 되고, 오염이 되어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쫄병때 군생활을 힘들게 하면서 내가 고참이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를 많이 사랑해줘야지 그렇게 마음 먹긴 하지만 막상 그 위치에 서면 그렇게 하던가요?


사실 위 질환의 증상을 옮기면서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내 안에도 그런 증상이 한 두 가지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스가 되면 권력의 맛에 길들여져 인성마저 변한답니다. 인간은 마약에 중독되듯이 권력에 쉽게 중독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스가 되면 두뇌의 생리학적 작용이 정신장애인과 비슷해진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습니다. 


'보스를 해고하라'  저자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기업이 되려면 보스 제도를 없애버리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래야만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조직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당장 보스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직원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악질 보스부터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하기 위해 '내성적인 리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율적인 분위기로 일을 해나갈 때 '외향적인 리더'보다 '내성적인 리더'들이 직원 융화는 물론 더 높은 성과를 낸다고 합니다. 


내성적인 리더의 성공 사례와 전략은 물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각 기업이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기업 운영에 실제 적용하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를 직원처럼 훈련시켜 성공한 기업의 사례와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기업의 새로운 존재 양식으로 '관계(사이)'를 맺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제시합니다. 기업은 내적으로는 직원과의 관계를 통해, 외적으로는 고객과 자연 환경, 협력 업체, 공동체와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모닝스타 컴퍼니라고 들어보셨나요? 매출이 연간 7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토마토 가공 회사라고 합니다. 이 회사는 여러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그 중 '보스가 없다'는 점이 압권입니다.  회사 설립자인 크리스 루퍼가 창업 멤버인 직원들을 불러 모아 "어떤 회사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직원들은 토론 끝에 다음과 같은 3가지 결론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 할 수 있을 때 가장 생산적이고 행복하다.

- 인간은 생각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창조적이고, 타인을 돌보는 성실한 존재다. 

- 타인에 의해 관리되지 않으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최고의 조직이다. 이곳에서는 스스로가 인간 관계를 관리하며,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헌신한다.

이런 생각을 뽑아낸 직원들 대단합니다. 크리스 루퍼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군요. 이 세가지는 이후 모닝스타의 핵심 경영 철학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간의 사회생활 경험에서 얻은 나의 결론은 조직이나 기업이 잘 되기 위해 필요한 단어는

[신뢰]입니다. 이 신뢰감이 깨지면 그저 시늉만 열심히 하는 일상이 됩니다.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입니다. 캠벨의 코넌트가 '신뢰'에 대해 한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당신(리더)은 신뢰를 불어넣어야 한다. 일단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면 당신은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은 셈이다. 신뢰는 당신이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협력하여 일을 완수하기까지 필요한 활력을 줄 수 있다는 허가증과 같다. 신뢰가 있어야 탁월하게 실행 할 수 있고, 뛰어난 결과물도 내놓을 수 있다. 일단 탁월하게 실행하고 결과를 내놓는다면 더욱 쉽게(사람들에게) 신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례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탈장 치료 전문 병원인 숄다이스 병원의 사례입니다. 이 병원은 자신들의 치료법에 적합한 환자들을 골라 입원시킨다는 것입니다. 재발률과 치료 비용을 낮추는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의료사고 역시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적인 의료 현실에서는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참고를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듭니다. 숄다이스 병원에서 수술 받기 위해선 탈장 문제이외엔 다른 검사상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릅니다. 환자 입장에선 "뭐 이래?"라는 반응이 따르겠지요. 그러나, 병원 방침이 부적합한 고객은 아예 버스에 태우지 않겠다는데, 버스 문손잡이 붙잡고 매달리거나 버스 앞을 가로 막고 태워달라고 떼를 쓰느니 얼른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겠지요.


이 병원이 단순히 환자를 초이스하는 병원이라면, 좋은 케이스에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이 병원에서는 하루에 대략 30명의 신규 환자들이 수술 전날 입원을 합니다. 이들은 마치 한 반의 동급생과 같습니다. 몸무게, 혈압,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어울리게 됩니다. 배정된 병실은 모두 2인실 입니다. 숄다이스 병원은 환자의 직업과 개인적 관심사 등을 고려해 최대한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병실을 배정합니다. 직원들이 환자를 케어하는 경우보다 회복기의 있는 수술 선배(?)들의 케어가 많습니다. 경험적으로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아무리 말로 달래고 이해를 시켜도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앞서 같은 병명으로 수술한 환자(수술 결과에 만족하고 현재 상태가 양호한 사람)와 면대면 연결을 시켜줍니다. 10사람의 의료진이 매달리는 일보다 그 한 사람의 역할이 당연히 큽니다. 


보스를 해고하라~!!  막상 보스가 되고나서 이런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것입니다. 해고 되지 않고 자리를 잘 지키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보스가 되고 나선 늦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팀장이니 실장, 부장, 차장, 과장 이상의 직급에 오른 사람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기 되는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보스'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 된 '보스'적인 생각입니다. 

스스로 "그래도 내가 '보스'인데.."하는 우쭐한 생각은 지금 '보스'병  3기에 들어섰다고 진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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