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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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에서 감을 잡으셨겠지만, 숨어있던 인격, 성격, 성품이 어느 순간 어둠에서 빛으로 노출됩니다. 당사자도 놀라고, 주위 사람도 모두 놀라다못해 까무라칠 지경까지 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유명인일수록 그 '놀램'의 정도가 더욱 강렬합니다. 일간지 사회면이나 인터넷 뉴스에서 클릭수가 높은 경우는 대부분.."어떻게 그 사람이 그럴 수가 있지?" 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러나 내가 유명인이 아니라고 해서 경천동지(驚天動地)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번역된 서적을 보면 제일 먼저 원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합니다. 때로 책의 제목을 번역해서 이름을 달아주는 과정에서 더 멋진 이름이 붙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 너무 시선 끌기에 급급한 번역도 종종 눈에 띕니다.

이 책의 원제는 "Out of Character"입니다. "숨겨진 인격"이라는 번역은 잘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하나 정도면 어찌 잘 다스려본다하지만, 아니 그 하나가 평소 겉으로 드러나는 나보다 엄청 힘이 더 세다면 호시탐탐 본색 드러내기에만 틈을 노리고 있겠지요.  이 책은 두 사람의 열심있는 사회학자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완전히 뒤엎은 실험의 결과를 연구물로 내놓은 것입니다. 최근의 심리학 분야에선 가장 흥미롭고 도발적인 연구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잣대로 평가하는 성인과 죄인, 선과 악, 흑과 백으로 양분되는 인격에 관한 고정된 시각을 창조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연구로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두 저자에 의하면 우리의 인격은 보이지않는 정신체계의 끊임없는 밀고 당김에 쉽게 영향을 받는 변화무쌍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격(Character)이 무엇일까요?  웹스터 사전에서는 인격을 "흔히 개인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특성의 복합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인격은 안정되고 고정된 것이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존재한 셈입니다.  'Character'란 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나온 것으로, 서로 다른 동전을 구별하기 위해 동전에 새긴 지워지지 않는 표시를 뜻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이 말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에 새겨져 그의 참된 본성을 '드러내는'지워지지 않는 표시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고 합니다. '참된 본성'..좋은 모양이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찌해야할지. 그 액면가 그대로 살아야하나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평판'이 되겠지요. 아무개 하면 그를 아는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느낌, 평판말입니다. 아님, 그냥 편하게 액면가는 뭘? 하면서 백지 수표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때 그때 다른  Character로 말입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늑대는 양을 가장 할 수 있지만, 양은 늑대를 가장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는 한 번의 선행만으로는 좀처럼 그 사람의 인격이 좋다고 판단하지 않지만 그 반대의 판단을 내리는 데는 주저하지 않지요.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이따금 좋은 일을 해도 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은 좀체로 바뀌지 않지만,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가 알고보니 인격에 타고난 결함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주장하는 데는 단 한 차례의 실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무서운 '딱 한 번'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위선자인가? 우리의 도덕 나침반은 죄다 고장인가? 애초에 그런 나침반이 있기는 했는가? 이 질문의 답은 예, 아니요, 둘 다 가능하겠다. 우리는 모두 위선자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늘 위선자는 아니다. 위선자처럼 행동하는 것과 위선자는 다르다. 죄를 짓는 것과 죄인은 다르다. 전자는 한 가지 사례이지만, 후자는 깊이 뿌리내린 기질을 의미한다. 이미 말했듯이 우리의 도덕 나침반은 고장 나지 않았지만,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그것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 도덕성은 탄력적일 뿐 아니라 도덕성을 결정하는 저울은 우리 레이더로 조정되는 정신체계에 따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

 

그렇다면 인격을 최적화한다고 해서 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님, 그냥 늘 '나쁜'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다 갈까요?  이런 질문에 심리학자의 범주내에서 답변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겠지요. 보다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접근을 허용해야 할 듯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이 질문에 상응하는 멘트를 주고 있긴 합니다.

 

"중요한 점은 융통성이다. 우리 정신체계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헤쳐나가는 세상이 단순하다면 금언이나 계율이니 하는 것들만 따르면 쉽게 그 길을 찾을 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 순간의 필요와 기대에 맞춰 어떻게 행동할지 새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서로 경쟁하는 양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이 균형점 이야기를 하면서 '황금비율'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황금비율하면 기껏해야 커피와 프림의 그 수준까지 밖에 안되는데 인격을 최적화할 정확한 지점을 황금비율처럼 항상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한다는 부분은 숙제로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땅에 머무르는 동안 이 숙제를 다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 책의 부제인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이 나와 당신의 "숨겨진 인격"이 아닌 그 반대의 상황으로 주위를 놀래키고 감동을 주는 일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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