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 _체이스 퍼디 / 김영사



“세포배양육은 진짜 고기인가?”



약 10년 전인 2013년 8월, 런던에서 특별한 시연회가 열렸다. 살아있는 소에서 채취한 미세 세포를 연구실에서 힘들게 배양하여 만든 고기였다. 버거용 고기를 만들 수 있게 살점을 내준 소는 살아 있었다. 패티 142그램을 만드는 데 무려 33만 달러(약 3억 9천만 원)가 들었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패티였을 것이다. 유명 셰프가 패티를 구웠다. 식품학자와 음식평론가가 시식을 했다. “꽤 강렬한 맛이네요. 고기와 비슷하지만 그렇게 육즙이 있지는 않아요. 밀도는 완벽합니다. 소금과 후추가 생각나는 맛이네요.” 식품학자의 품평이다. 이어서 음식평론가의 평이 이어진다. “입안에서 씹는 느낌은 고기 같네요. 지방질이 더 있었으면 합니다. 기름기가 부족하네요. 하지만 한입 베어 문 느낌은 햄버거가 맞습니다.”



‘세포배양육’ 또는 ‘배양육’(이 책의 윤동준 번역가는 학자와 기업가 또는 규제 기관에서조차 용어가 통일되지 않았다고 한다)을 향한 스타트업, 재계의 큰 손들(빌 게이츠를 비롯해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 영국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 홍콩의 거물 리카싱 등)의 투자도 화제가 된다. 세포배양육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기를 만들 수 있는 세포배양 기술을 고안해내야 한다. 2013년에는 약 500그램당 120만 달러의 생산비용이 들었다. 2020년에는 500그램당 대략 50달러 근처로 생산비용이 급격히 줄었다. 식품과 농업 분야의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소개되는 저자 체이스 퍼디는 세포배양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과학자, 목축업자, 식품업계 기업가, 투자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세포배양육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세포배양육이 과연 먹을 만한 고기인가에 대한 궁금점은 소비자들의 관심사이다. 한편 세포배양육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목장주와 농장주들을 비롯해 세계육류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그룹들이다. 실제로 그들은 ‘가짜고기’라는 용어를 쓰며 새로운 기술을 폄하했다. 그들에겐 세포배양육 연구가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지구상의 인류들을 위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위협이었다. 미국목축협회는 2018년 2월 미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에 12쪽 분량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고기의 정의를 “전통적 방법으로 길러낸 동물의 살코기”로 좁혀달라는 요구였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전통적 방법’이 과연 무엇인가? 기업형 동물농장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베지테리안(vegetarian)이 된 사람들 중 우연히 기업형 축산농장을 방문한 후 육류섭취 일상에서 벗어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테어리언(meatarian)도 많은 현실이다. 아울러 기후와 식량의 위기가 인류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해지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포배양육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시장이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동물의 살코기만 진짜 고기라고 내세우는 이들의 마음이 너그러워지길 바랄 뿐이다. 여전히 살코기만 찾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죽음 없는 육식’을 선호하는 사람들 또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청객 2022-02-0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능하면 나도 죽음없는 고기를 먹고 싶네요.

쎄인트 2022-02-06 19:51   좋아요 0 | URL
예..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포배양육은 진짜 고기인가? 그리고 안전한가? 세포배양육을 향한 모두의 시선이다. ‘죽음 없는 고기‘를 얻고자 하는 많은 노력은 소비자들 못지않게 육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과의 다툼을 치뤄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구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세포배양육이 더욱 연구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검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검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_정민 / 김영사




‘점검(點檢)’은 문자 그대로 하나하나 따져서 살핀다는 뜻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움직임을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고, 과연 내가 가는 이 길이 제대로 가는 길인가 돌아보는 시간이다. 내가 마음으로 결정한 일이 행여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그들의 길을 막아서지 않는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잘못된 선택의 길을 되돌릴 수 없지만, 같은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점검이 필요하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글에서 빌려와 지금을 이야기하다는 뜻이다. 묵은 향이 담긴 한문학 문헌들 속에서 현대의 정서에 맞게 풀이한 글 모음집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우리시대 대표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점검(點檢)』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한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연다.



1016쪽의 벽돌책이다. 단숨에 읽는 것이 엄두가 안 나면, 하루에 단 몇 쪽씩이라도 꾸준히 읽어나가는 방법도 좋겠다. 저자는 네 글자(사자성어)로 된 제목으로 꾸준히 써온 650여 편의 글 중에서 400편을 가려 묶었다. 저자는 현실이 답답하고 길이 궁금할 때마다 옛글에 비춰 오늘을 물었다고 한다. 답을 늘 그 속(고전)에서 찾았다. 주변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지, 바로 살기 위해 인간의 바탕 마음을 다지고 일어서는 행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주제에 따라 갈래 지어 묶지 않고, 가나다순으로 배열했다. 한자공부는 덤이다.



책 속에서 몇 편을 옮기면서 떠오르는 나의 생각도 적어본다. ‘구만소우(求滿召憂) _ 이또한 지나가리라’ 살아오면서 무릎의 힘이 빠지고, 마음이 무너져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맥없이 앉아 있었던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지금 돌아보고 별거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땐 왜 그 일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나 하는 후회가 일어선다. 지금 안 좋은 상황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같은 기분이 들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쨌든 아직은 살아있다.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기도 하고, 그나마 꾸준히 잘하고 있는 일이기에 독서에 대한 글들이 궁서체로 눈에 들어온다. ‘삼심양합(三心兩合)_독서의 마음가짐과 태도’. 근세 중국의 기재(奇才)라고 부르는 서석린(1873~1907)은 독서에서 삼십양합(三心兩合)의 태도를 중시했다. 독서할 때 지녀야 할 세 가지 마음을 전심(專心)과 세심(細心), 항심(恒心)으로 정리했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러도 책을 읽는 이 마음에 더하거나 뺄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항심(恒心)있는 곳에 항산(恒産)’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읽는 책마다 모두 리뷰를 남기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읽어야 리뷰 또한 끊임없이 남기게 될 것이다. 내 서재 한 쪽 벽에는 지인이 내게 준 글 ‘한 순간도 멎지 않고 흐르면서, 늘 보면 거기 있는 저 깊은 강물처럼’이 붙어있다. 나는 오늘도 흐른다. 그리고 내가 있는 자리와 깊이를 자주 점검한다.



‘양생칠결(養生七訣)-건강한 삶을 가꾸는 일곱 가지 비결’도 마음에 담는다. 아직은 큰 병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내일일은 나도 모른다. 그저 이 땅에서 사라질 때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없거나 길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원나라 추현의 《수친양로신서 壽親養老新書》에 실린 노년의 양생을 위한 일곱 가지 비결이다. 첫째, “말을 적게 해서 진기(眞氣)를 기른다.” 둘째, “색욕을 경계하여 정기(精氣)를 기른다.” 셋째, “맛을 담박하게 해서 혈기(血氣)를 기른다.” 넷째, “침을 삼켜 내장의 기운을 기른다.” 다섯째, “성을 내지 않아 간의 기운을 기른다.” 여섯째, “음식을 알맞게 해서 위장의 기운을 기른다.” 일곱째, “생각을 적게 해서 심장의 기운을 기른다.”등이다. 양생칠결(養生七訣)의 결(訣)자는 이별할 결자이다. 끊다, 결단하다라는 뜻도 담겨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계획하는 일이 버겁다면, 무엇을 끊은 것인가를 추려 정리하고 실천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검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문학 문헌들 속에서 가려 뽑아 요즘의 사회적 현상과 마음의 변화를 돌아보게 해주는 정민 교수의 최신작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 딱 읽기 좋은 책이다. 책 제목 그대로 나를 ‘점검(點檢)‘하는 시간을 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_박수용 / 김영사




가끔 유튜브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아닌)야생동물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면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 동물을 어렸을 때부터 키웠던가, 위기상황에서 동물을 구해줬던가,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는 사연이 함께 소개된다. 서로 떨어짐의 기간 수년이 지나서도 교감을 함께 나눈 사람들의 체취를 잊지 않고 바람같이 달려와서 안긴다. 성숙한 호랑이는 사람을 안는 것이 아니라 쓰러뜨리긴 하지만 그 순간에도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함께 느낀다.



이 책의 지은이 박수용 작가는 자연의 내면을 기록해 온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라고 소개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 한 후 EBS에 입사했다. ‘긴 시간과 광막한 미지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끌려 자연 다큐멘터리스트가 되었다. 생명 하나하나의 일상을 내밀하게 담아낸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11년에 국제 NGO인 ‘시베리아호랑이보호협회(STPS)’를 설립해서 시베리아호랑이 보호 및 연구 활동에 힘쓰고 있다. 저자의 전작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은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았지만, 러시아 푸시킨 문학상 최종 후보 세 작품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저자는 오랜 세월 연해주와 만주에서 야생의 시베리아호랑이를 관찰해왔다. 땅속이나 나무 위에 잠복하고, 호랑이들이 다니는 길목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호랑이를 관찰하고 촬영했다. 호랑이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을 조사하고 그중 출몰이 잦은 곳에 잠복지를 만들어 호랑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저자의 이런 촬영방식은 그 후 루틴화되어 해외 다큐멘터리 제작진들도 이런 방식으로 호랑이를 촬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야생호랑이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의 애환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다큐멘터리 제작은 두 번째로 미루고, 첫 번째 일로 야생호랑이 보호를 위한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꼬리’를 만나면서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촬영을 위해 땅속의 작은 잠복지인 비트에서 살아있는 것들의 존재를 기다리고 있을 때, 뭔가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구렁이인가? 다시 자세히 보고 있자니 검은색과 누런색이 번갈아 띠를 이루고 있는 그 움직임은 호랑이 꼬리였다. 주위에 사냥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꼬리의 움직임만 보일 뿐 몸체는 그대로 있는 듯했다. 저자는 이 시베리아 호랑이에게 ‘꼬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연이라도 빨아들일 듯한 슬픔이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측은감으로 바뀌어갔다. 흐르는 시간과 광막한 공간 속에서 내가 꼬리의 손을 놓든 태양이 지구의 손을 놓든 소멸은 슬픔과 교접하고 슬픔은 사랑을 잉태한다. 어쩌면 죽음과 슬픔과 사랑은, 동의어일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꽃이 피고 또 어딘가에서 꽃이 지고 있다.” 노쇠한 꼬리가 그 보다 젊은 호랑이에게 밀려 자신의 영역을 빼앗기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마을로 내려왔다가 건초창고에 갇혔다. 공교롭게 한 달 전 인근 마을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죽였는데 꼬리가 그 누명을 쓰게 된다. 인용한 이글은 마을사람들이 꼬리를 총살시켜야 한다고 아우성이던 그날 밤 창고 위 다락 위에서 꼬리를 내려다보고 느낀 마음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인근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의 현장조사를 통해 특유의 감각으로 꼬리가 아닌 다른 수호랑이라고 마을 사람들을 (돈으로)설득하고 꼬리를 구해낸다.



비록 저자와 꼬리는 유튜브에서처럼 서로 끌어안을 기회는 없었지만, 글의 이곳저곳에서 저자와 꼬리의 영혼적 교감이 이뤄지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다큐멘터리 작가의 흔한 기록을 예상했다가 뜻밖의 감성에 젖는다. 잔잔한 감동이 내 가슴에 내려앉는다. 이 책의 느낌을 간단히 표현해본다. “무릇 생명 있는 존재들은 살다 보면 살아질 것이다. 그리고 또한 살다 보면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을 미리 반추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의 말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 청장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