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김태훈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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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50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    김태훈 / 아르테(21세기북스)

 

 

왜 금요일인가? 지은이는 이렇게 답한다. “제게 금요일은 바빴던 한 주를 정리하고 휴일에 대한 기대로 마음 부자가 되는 날입니다.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 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에게 일주일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시 한 편씩 읽어주면 어떨까요?”

 

 

물론 금요일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불금이란 단어는 나하고 전혀 관계없는 어느 별나라 언어이다. 요일이야 아무렴 어떤가. 요즘 시()가 살아나고 있다. 한동안 시인들조차도 다른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돈 적이 있다. 조금 너그럽게, 시는 시인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시들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아직은 교과서에서 만나던 시와 시인들 위주인 듯 하지만,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윤동주, 김소월, 백석 시인 등의 시들이 교과서 밖으로 나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속에 다시 자리를 잡아간다는 일은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의 지은이 김태훈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기자생활을 했다. 경력의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출판과 문학 담당으로 근무했다. 기획한 책으로는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가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가족을 테마로 한 시 50편에 해설을 붙인 에세이집으로 엮었다.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면서 얘기했다.

_김영승 반성 100전문

 

지은이는 이 시를 옮기며 떠오르는 단상을 적었지만, 나는 이 시를 대하는 순간 어렸을 적 기억이 바로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다. 나 어렸을 적 산동네에 살았다. 달동네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이다. 그 시절 연탄은 난방과 취사를 위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조금 형편이 나은 집은 석유난로로 취사를 했다. 연탄은 겨울이 되면 상전 대접을 받는다. 난방으로 몸을 때워주다가 다 타버린 몸은 겨울 눈길과 빙판길을 덮어주는 직무까지 충실히 수행했다. 평지에서 집까지 연탄을 나른다. 새끼줄의 한 쪽을 매듭지어 가운데 구멍에 넣은 연탄을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산길을 오른다. 시간을 재본 적은 없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 20~30분은 걸었던 것 같다. 물론 수도 없이 쉬었다 가야했다. 손에 쥐는 새끼줄이 여유로우면 손에 한 번 감고 날랐지만, 인색한 연탄가게는 새끼줄이 짧아서 그러지도 못했다. “김영승 시인은 반성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보면 도무지 무얼 반성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난을 반성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자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시는 행복할 수 있는데도 그걸 모른 채 남을 부러워하고 가족을 원망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미 개가 다섯 마리의 강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서서 젖을 물리고 있다

강아지들 몸이 제법 굵다 젖이 마를 때이다 그러나 서서

젖을 물리고 있다

마른 젖을 물리고 있는지 모른다

처음으로 정을 뗄 때가 되었다

저 풍경 바깥으로 나오면

저 풍경 속으로는

누구도 다시 들어갈 수 없다

 

_문태준 젖 물리는 개전문

 

 

서서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개를 본 적이 있다. 어미젖이 여덟 개던가? 열 개던가? 암튼 그 젖에 그만큼의 강아지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젖을 빨고 있었다. 어미 개는 그 시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인(道人)이 아닌, 도견(道犬)을 보는 듯 했다. 젖이 빨리는 고통을 참기 위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때 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마음으로 고통을 참고 있었을까? 줄 수 있는 젖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 “문태준 시인은 세상 어느 자녀도 영원히 부모 곁에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부모의 품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이 시에 담았습니다. 시를 읽으며 아련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그때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젖을 뗀다고 해서 정까지 떼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부모의 사랑을 받은 기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고여 있다가 마중물을 만나면 샘처럼 다시 솟아날 테니까요. 그 마중물은 사랑하는 연인이거나, 우리의 아이들이겠지요.”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불가능한 일이긴 하다) 시를 읽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다른 동화책도 읽어주지만, 매일 아이가 잠들기 전에 시를 한 편씩 읽어주고 싶다. 뜻을 모르면 어쩌랴. 나도 이해 못하는 시가 있는데, 아이는 오죽하랴. 그래도 매일 고운 시의 씨앗을 어린 마음에 심어주다 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 시에 담긴 사랑과 희망과 너그러운 마음이 자라 그 그늘에서 평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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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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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47

 

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 문학동네

 

  

  

봄비 촉촉 내리는 날

누가 오시나 한두 번 내다보았네

 

.. 봄비가 생명수처럼 내린다. 봄비는 요란하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내려온다. 봄비가 오면 누군가 같이 올 것만 같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게 만든다. 안으로만 향하던 마음을 밖으로 향하게 한다. 공연히 창문 밖을 내다보게 만든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 종종 그런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로감과 무력감이 온 몸을 휘감을 때, 마치 한번 누우면 다시 못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되는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엔 살아서 일어났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몸이 피곤했던 날은 떨어져 자는데, 마음이 힘들었던 날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날밤을 새거나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의 그 하루 속엔 삶과 죽음이 모두 담겨있다. 삶과 죽음은 몸과 마음의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시인의 일상을 보는 듯해서 더욱 눈길을 못 돌린다.

 

 

 

 

옛 시인

나라는 망하건만

산하는 있네라 하였도다

 

오늘의 시인

산하는 망하건만

나라는 있네라 하도다

 

내일의 시인

오호라

산하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였네

너도

나도 망하였네라 하리로다

 

...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악취가 난다. 그 판은 안 보고 싶은데 더 자주 보인다. 너무 무관심하면 더욱 자기 멋대로들 놀자판 일까싶어 지켜보긴 해야 한다. 왜 그렇게 정치를 하고 싶은지 솔직한 말을 들어 보고 싶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속여 가며 그 바닥에서 못 벗어나고 있지나 않은지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으련만... 시인의 이 메시지가 현실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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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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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45

 

샘터 】     2016년  3월호

 

 

3월은 고운 우리말로 물오름달이라고 한다. ‘산과 들에 물이 오르는 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물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꿈과 희망도 함께 오르길 소망한다. 발행인 김성구는 후회 없는 삶이란 꼭지 글에서 후회되는 삶이란 고마운 마음이 없는 삶이고, 반대로 후회 없는 삶이란 매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며 사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한다. 깊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달에 만난 사람은 김정운이다. 2012년 만 오십이 되던 새해 첫날 자발적인 고독을 선택해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혼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며 몰입의 기쁨을 알게 됐다. 그는 그 외로움을 담보로 얻어낸 그림과 글을 들고 돌아왔다. “원래 노인들은 숲을 보는 관대함으로 젊은 사람들을 보듬어줘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자꾸 나무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다며 노인사회를 진단한다. 병들고 외로운 노인들이 많이 늘어나는 탓이리라 생각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불안하다. 김정운은 요즘 바우하우스에 꽂혀있다. 바우하우스가 한국에는 잘못 소개되어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바우하우스는 인류최초의 창조학교라고 설명한다. 화가, 음악가, 건축가가 다 포함되어 있고, 거기에서 핵심은 미학이라고 강조한다.

 

 

 

법륜스님의 마음공부에선 귀농이 화두다. 시골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 이런 말 함부로 하지 말일이다. 농사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은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물론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직업상 농사가 생업이고 부업이신 어르신들을 많이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단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일이 농사일이라는 것이다. “귀농한지 석 달쯤 지났습니다. 그런데 농촌에 와서 좋다기보다 도시에 있을 걸 왜 왔나 후회됩니다. 수입이 줄어서 오히려 돈에 더 얽매이고, 인간관계에서도 계속 부딪혀야 할 사람들이기에 스스로를 더 포장하게 됩니다. 도시를 떠날 때는 도시문명의 대안을 찾겠다는 나름의 뜻이 있었는데,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히니 자꾸 움츠러들고 물러서는 마음이 듭니다.” 스님은 이렇게 조언한다. “젊으니까 방향을 잘 잡아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농촌에 가서 괴롭다하면 거기가 지옥이 되죠. 제가 농촌 출신인데 제 고향을 지옥으로 만들지 마세요. 제 고향은 천국이에요.”

 

 

서민 교수의 글쓰기 칼럼에선 블로그 잘 관리하기가 주제다. 나 역시 이곳저곳에 블로그를 오픈해놓았다. 거의 북 리뷰와 북 칼럼을 올리는 정도다. 약 스무 곳에 글을 올리다보니, 업데이트 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처음엔 방문자수와 댓글 수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으나, 요즘은 마음을 비우고 그저 꾸준히 글만 올리는 입장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블로그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 반응에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내 말이~ “사람들이 많이 오면 되레 글쓰기가 부담됩니다.” 내가 올리는 서평과 개인적인 글을 올리는 공간은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결국 방문자들에게 신경을 쓰다보면, 글다운 글이 안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에 동감이다. “파워블로거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방문자가 많으면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황급히 글을 써야 하고, 그들이 다는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해주다 보면 시간을 많이 뺏깁니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집니다. 파워블로거는 글과 멀어지는 길이라는 것, 명심하세요. 글쓰기 연습은 비단으로 치장된 화려한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낙타를 끌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굳은 의지로 그 사막을 통과하는 분만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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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책팔기 중고 가방 (가방금액 전액환불, 최대 20권 포장 가능) 알라딘 중고 상품 포장팩 2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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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찾아 삼만리 안하고..중고박스에 넣어 동봉해온 끈으로 묶으면 땡~!!
매우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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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42

    

엘리베이터 】      이재익 / 클랜시 에브리북

 

 

엘리베이터는 일상에서 편리함도 많지만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일상 속의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재난 프로그램에선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는 생존법도 알려준다. 엘리베이터 추락 직전 점프를 하면 충격을 피할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췄을 때 무리하게 힘을 주어 문을 열기 위해 힘을 가할 때, 기계의 오작동을 유발해서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하면 어찌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두 손으로 승강기 내부의 안전 바를 최대한 넓게 잡고, 벽에서 10~15센티 가량 몸을 떨어뜨린 후, 무릎을 살짝 굽혀 기마자세를 취하라고 권유한다. 침착하게 이 자세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버틸 수가 있기 때문에, 넘어져서 발생하는 2차사고 예방 및 추락 시 신체가 받는 내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에브리북(http://www.everybook.co.kr) 의 웹 소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엘리베이터(http://www.everybook.co.kr/book/book_series.php?book_set_idx=256&m_id=1)는 제목 그대로 일상 속의 공간인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발밑으로 아가리를 벌린 어둠은 깊고 무거웠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그 심연 속으로 현준은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빛도 열기도 소리도 모조리 빨아들여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시커먼 공간 속에서 오직 중력만이 그의 감각을 자극하며 아래로, 아래로 몸을 잡아 끌어 내린다.

아무리 손을 휘두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그저 추락하고 있을 뿐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현준 외에 남자 하나, 여자 둘이 더 있었다.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통해 확인한 건물의 구조는 지하 3층부터 최상층인 50층까지 모두 합해 53층 건물로 짐작된다. 엘리베이터는 지상 2층에 멈춰 서 있었다. 비상호출도 먹통이다. BI 쇼핑몰 빌딩.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보듯 생면부지의 네 사람의 불안감과 당혹감이 뒤엉켜서 갈등이 시작된다. 서로 무척 예민해진다. 더욱 의아스러운 일은 이 네 사람이 어떻게 엘리베이터에 탄 후 정신을 잃게 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쪽 두 분도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여기였다는 거죠?” 과연 누구의 짓일까? 이 네 사람을 엘리베이터에 가둔 것은? 그리고 어떤 목적을 갖고 있을까? “엘리베이터는 멈춰있고 문은 열리질 않아요. 비상호출 버튼도 먹통이고.” 네 사람 중 그 누구도 휴대폰이 없다. 아니 없어진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에 이미 휴대폰은 사라졌다. “이래선 119를 부를 수도 없겠네요.” 네 사람은 일단 각자 소개를 하기로 한다. 상대방이 누군지 알면 뭔가 이 황당한 상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으로 각자 자기소개를 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에 뜬 글씨는 네 사람을 경악하게 만든다.

 

 

자기소개가 끝났나요?

지옥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범인은 엘리베이터안의 상황을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네 사람의 대화 내용까지도 모두 듣고 있다. 거기에 더해 엘리베이터는 저절로 작동되어 5층까지 올라가고 멈췄다.

 

 

당신들은 엘리베이터를 나갈 수 없다.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엘리베이터 천정에는 전기까지 흐르고 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미션을 설명하겠습니다.

 

잠시 장면이 바뀌어서 중학생 여자아이가 학교 수련회를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다시 엘리베이터 안

 

앞으로의 지령에 따라 참가자는 충실히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게임의 최종 목적은 최상층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제시된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문이 열리고 참가자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만약에 미션을 성공하지 못하면, 엘리베이터는 하강이 아니라 추락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다. 문제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옷에 카드 형식으로 들어 있었다. 각자의 몸에서 카드를 찾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공통점은 하나의 사건, 여중생이 수련회장에서 겪었던 사고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베이터 밖에선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엘리베이터를 멈춰보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폭탄이 설치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관리자들과 경찰은 난감해한다.

 

 

모니터엔 계속해서 글자가 뜬다. 도망자’, ‘위증자’, ‘협잡꾼’. 엘리베이터는 계속 움직인다. 후반부엔 반전이 대기 중이다. 범인에게 내부협조자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뜻밖의 인물이 함께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땅을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서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치밀한 구성의 스릴러다. 누군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은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나를 다시 친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지만, 결코 악인의 형통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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